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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최근연재일 :
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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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5.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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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월야공자 제26화--4

DUMMY

먼저 움직인 것은 묵상이었다.

묵상의 도가 냉염을 겨냥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묵상은 냉염의 씁쓸한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뒤에선 수하들을 배경으로 여유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순간 진조범이 묵상을 만류하며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냉염을 향해 한발 내디디려던 묵상이 진조범의 만류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묵상은 진조범의 뜻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이를 확인한 냉염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차분한 어조로 진조범을 향해 말했다.

“ 그대가 무리의 우두머리로군.”

냉염은 짧은 순간 진조범과 묵상의 행동을 놓치지 않았다.

이를 통해서 세 사람의 중심이 진조범임을 간파할 수 있었다.

진조범은 이를 인정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냉염이 진조범을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 어떤가? 그대와 나 두 사람이 승부를 결하는 것이?”

냉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혈랑단이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 뒤를 받치던 산적들도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중앙의 간격이 넓어졌다.

원활한 대결을 위해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이 산적들에게는 익숙한 일인 듯 누구하나 망설이는 이가 없었다.

이렇게 무대가 마련되자 냉염이 진조범을 향해 계속해서 말했다.

“ 승자가 모든 무리를 흡수하도록 하지.”

진조범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냉염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포기하고 일대일의 대결을 요구하는 냉염, 물론 그만큼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무리라는 표현이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냉염은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이런 제안을 해왔다.

물론 그 자격이라는 것은 강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냉염은 원중도와 묵상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고, 당연히 그 무리의 수장인 진조범이 두 사람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간세상에서 단순히 무력이 강하다고 해서 반드시 무리의 수장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문처럼 오랜 야생에서의 생활 때문일까?

적어도 냉염에게는 그것이 전부였다.

강한 자가 무리를 지배하는 것, 냉염에게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었다.

수적인 우위를 포기하는 다소 불리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켜보는 황도벽등 냉염의 수하들의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번졌다.

이미 황도벽은 묵상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도벽은 냉염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것은 바로 지금이 밤이라는 것과, 그 밤중에서도 보름달이 훤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도벽은 진조범의 죽음까지도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냉염과 자웅을 결한 사람들 중에서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냉염은 자신과 자웅을 결한 사람을 결코 살려두는 법이 없었다. 단지 말 그대로 그 무리만을 흡수할 따름이었다.

결국 진조범은 냉염을 향해 허락의 뜻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우려하던 불필요한 살상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냉염이 약속을 지킨다면 가장 안전하게 이 자리를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했다. 당연히 진조범이 이를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진조범의 승낙과 동시에 원중도와 묵상 역시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이렇게 순순히 물러나는 이유 역시 황도벽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름달이 떠 있는 밤, 진조범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 아~우~우~~~~”

혈랑이 우렁찬 울음으로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혈랑마저도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혈랑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안전한 위치까지 물러나자 냉염이 천천히 그 도를 뽑아들었다. 냉염은 도를 뽑기가 비스듬히 기울였고, 냉염의 도가 달빛을 반사하며 진조범을 향해 그 빛을 뿌렸다.

그 빛이 진조범의 시야를 어지럽힘과 동시에 냉염은 진조범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 움직임이 마치 늑대의 움직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민첩했다.

진조범은 방심하지 않고 이런 냉염의 움직임에 대응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진조범의 손에 들린 월광검 역시 달빛을 반사하여 다가오는 냉염의 시야를 교란했다.

순간 어둠속에서 묵상의 눈빛이 번뜩였다.

묵상은 긴장된 표정으로 이런 진조범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진조범이 펼치는 월영보(月影步), 언젠가 묵상이 반드시 넘어야 할 보법이었다.

달빛 속에서 진조범의 모습이 빠르게 사라졌다.

진조범이 상상이상의 빠른 움직임으로 자신의 시야를 벗어나자 냉염의 표정이 비로소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와 동시에 냉염의 도가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히 공격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냉염의 도는 달빛을 반사시키며 이리저리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 냉염의 본능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상대 역시 이 달빛 속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강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대의 움직임을 간파해야 한다고 말이다.

달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춘 진조범을 확인하기 위해 냉염은 오히려 달빛을 이용하려 하는 것이다.

한순간 냉염은 갑자기 몸을 뒤로 눕히면서 손에 쥔 도를 힘껏 내뻗었다.

이것은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한 일격이었다.

이 일격이 실패한다면 냉염은 바닥에 드러눕는 형국이었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그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는 없었고,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약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일견 무모해보이기까지 하는 동작, 하지만 이런 냉염의 움직임에 묵상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몸을 뒤로 눕히는 어정쩡한 자세에서도 냉염의 도에서 일어나는 도기가 실로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냉염의 도가 향한 곳에 진조범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는 냉염이 제대로 진조범의 위치를 간파했다는 뜻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어느 정도 월영보의 변화를 간파했다는 것은 확실히 놀라운 사실이었다.

또한 쉽게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으로 진조범의 허를 찔렀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날카로운 일격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과 도의 가벼운 충돌음과 동시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싶은 순간 진조범의 모습이 다시 달빛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다시 묵상이 감탄하는 표정으로 사라지는 진조범을 바라보았다.

‘ 대체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냉염의 일격은 빠르고 강렬했다.

묵상이었다면 아마도 이런 냉염의 공격을 힘으로 대응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조범은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냉염의 대부분의 공격을 쉽게 피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진조범은 침착하게 이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진조범이 냉염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진조범이 냉염의 급작스런 공격을 모두 피해낸 것은 아니었다.

조금 전 검과 도의 충돌음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일부는 검으로 막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검으로 냉염의 도를 막아내는 순간 진조범의 월영보는 가일층 빨라지고 있었다.

의도된 행동이었을까?

진조범의 월광검은 반발력을 얻을 수 있는, 그래서 움직임을 빠르게 이어나갈 수 있는 방향의 공격에만 검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과거 자신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의 움직임을 자연스레 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묵상이 뿌드득 이를 갈았다.

‘ 어떻게 해서든 저 움직임을 봉쇄하지 않고서는............, 그러나.........’

묵상이 이런 생각을 하는 찰나 냉염은 바닥에 드러눕기 직전에 왼손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재빨리 몸을 빙그르르 회전했다. 그와 동시에 오른 손에 움켜쥔 도를 빠르게 움직였다. 그야말로 동물적인 움직임, 그리고 과거 묵상이 그랬던 것처럼 배후를 노릴지 모를 진조범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도기를 뿌리고 있었다.

이내 냉염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한순간 그의 감각이 진조범을 놓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리에 일어선 냉염은 재빨리 사방을 살폈다.

묵상이 이런 냉염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하늘이야, 하늘..........’

묵상은 이렇게 냉염에게 말이라도 해주고픈 심정이었다.

어느새 묵상은 진조범을 상대하는 냉염과 동화되어 이렇게 냉염을 응원하고 있었다.

묵상의 예상대로 진조범은 달 속에서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냉염의 눈에는 한 순간 진조범이 느릿느릿하게 자신을 향해 하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냉염의 착각일 뿐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마치 환상처럼 진조범의 움직임이 느려 보이는 것일 따름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냉염은 자신의 도를 하늘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의욕처럼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묵상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자신이 경험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진조범의 검이 단순히 빠르기만 했다면 묵상이 그렇게 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 냉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냉염의 도는 과거 묵상의 도와 마찬가지로 그의 코앞에서 진조범의 검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냉염의 몸은 그대로 땅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냉염의 하체는 무릎까지 땅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자연히 냉염의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는 없었고, 진조범은 여전히 냉염의 도를 월광검으로 찍어 누르면서 힘으로 냉염을 압도하고 있었다.

묵상은 이것으로 이미 승부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진조범의 다음 움직임을 과거 자신과 마찬가지로 냉염이 대응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진조범과 냉염의 대결을 지켜보면서 묵상은 어쩌면 진조범이 의도적으로 마지막 공격을 막아낼 수 있도록 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리누르는 진조범의 힘에 대응해 냉염이 계속해서 공력을 끌어올렸다.

묵상의 얼굴에 가벼운 비웃음이 흘렀다.

지금 냉염의 움직임은 진조범이 바라는 바였기 때문이었다.

한 순간 냉염의 도와 마주하고 있던 월광검이 자취를 감추었다.

힘껏 월광검을 밀어내던 냉염의 도세가 하늘로 솟구쳤고, 이제 이 도세를 냉염 스스로도 멈출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진조범이 의도적으로 검을 비틀면서 옆으로 몸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냉염의 측면을 장악한 진조범은 여유 있는 동작으로 냉염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 개새끼.’

자신이 당했던 그대로 냉염이 당하는 모습에 묵상은 이렇게 내심 욕까지 내뱉고 있었다.

우선은 여유 있는 진조범의 모습이 보기 싫었다. 그리고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것 이외의 아무것도 더 이상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 하지만 언젠가는..........’

묵상이 이렇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 월광검과 월영보.’

월광검법의 힘은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힘과 속도, 거기에 달빛과의 조화, 이 3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변화야 말로 월광검법의 진정한 힘이었다. 묵상은 이 3가지 요소를 동시에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자신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결은 끝이 났다.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

냉염은 이 야생의 법칙을, 아니 스스로의 법칙을 누구보다 솔직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이 모든 도전자를 죽여 왔던 것처럼 자신의 죽음을 기다렸다. 하지만 과거 묵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진조범은 그를 죽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를 죽일 생각조차 한 적도 없었다.

냉염의 무공을 아껴서도, 그를 수하로 받아드리기 위함도 아니었다.

단지 냉염의 죽음으로 인해 벌어질지도 모를 주변을 에워싼 8백의 산적들과의 무의미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냉염이 진조범에게 절대충성을 맹세하는 것으로 모든 일이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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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월야공자 제22화--3 +32 11.04.15 33,756 460 9쪽
91 월야공자 제22화--2 +44 11.04.14 34,774 46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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