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5.
시온 알테미스는 작은 시험관 안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순간 이미 인간의 언어를 깨친 시온 알테미스는 시험관 너머로 보이는 인자한 얼굴의 사내가 자신을 만든 자라는 사실을 간파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시험관 벽을 짚었다. 아직 설 정도로 자라지 못했기에 앉아서 그렇게 했다. 고개를 들어 보았다.
“시온. 시온 알테미스. 그게 네 이름이란다.”
사내는 안색이 좋지 못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그가 폐병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사내를 보았다. 사내의 푸른 눈동자엔 사랑이 묻어 있었다.
“나는 시즈 알테미스. 네 아버지란다.”
호문클루스인 시온 알테미스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았다.
인간 남성 마법사 100명의 정액을 배양해 탄생시킨, 조각난 영혼을 걸레처럼 기워 만든 인공생명체.
그 100명분의 정액에는 분명 눈앞의 남자의 것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아버지’라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나를 만들었다.
배양액의 양을 조절하였고, 마법진을 그렸으며, 모든 작업을 총괄하였다.
“아…버지.”
시온 알테미스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 발성기관이 다 자라지 않아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진 않았지만 사내는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또한 슬퍼했다.
사내는 사내 스스로의 의지로 시온 알테미스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 강요받았기 때문이었다.
누구에게.
그에게.
“성공했군. 성공했어!”
환희에 찬 목소리가 사내의 등 너머로부터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사내는 눈을 꽉 감았다. 정말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돌아섰다.
시온 알테미스도 새로 나타난 남자를 보았다. 남자의 눈에는 탐욕과 질시와 분노와 즐거움과 야망이 빛났다.
“유니온 7! 드디어 성공작이 하나 나왔군!”
남자는 ‘아버지’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폐병에 걸린 아버지가 비틀거림에도 계속 그렇게 했다. 크게 웃으며 시험관에 다가섰다. 시온 알테미스를 보았다.
“오오, 확실히 다른 유니온 시리즈들과는 달라. 영혼이 제법 안정적이야. 갓 태어난 주제에 마스터급 마법사 이상의 존재감과 마력이야!”
남자는 시험관에 더욱 다가섰다. 시온 알테미스를 보았다. 시온 알테미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스승님. 이제 갓 태어난 아이입니다. 당장은 좀… 컥!”
‘아버지’는 말을 채 잊지 못하고 쓰러졌다. 아버지와 달리 건장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아버지의 복부를 후려쳤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바닥에서 꺽꺽거리며 몸을 떨었고, 남자는 그런 아버지에게 침을 뱉었다.
“시즈, 건방떨지 마라. 내가 누구인지 잊은 것이냐?”
아버지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고통 속에 머리를 조아렸다.
남자는 다시 시험관 쪽으로 돌아섰다. 얼굴 한가득 미소를 그리며 시온 알테미스를 보았다. 노란 눈동자를 빛내며 말했다.
“나는 파라켈수스. 네 주인이다.”
시온 알테미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시온 알테미스는 눈을 떴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속이 좋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욕지기가 올라올 것만 같았다.
“하아… 하아….”
시온 알테미스는 숨을 골랐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커튼 틈 사이로 새벽빛이 보였다.
넓은 침대엔 시온 알테미스 혼자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주전자를 통째로 입에 가져갔다.
“하아… 하아….”
물을 삼키니 그나마 좀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그대로 걸었다. 온몸이 끈적거리는 것이 기분 나빴다. 걸으면서 옷을 벗어재껴 알몸이 되었다. 그대로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땀을 씻어냈다. 파라켈수스의 끈적한 시선을 머릿속에서 지우고자 노력했다.
아버지는 파라켈수스에게 죽었다.
시온 알테미스 자신을 파라켈수스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려했다는 이유였다.
그것만이 아닐 터였다. 시온 알테미스는 훨씬 더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의미한 일이었다.
파라켈수스는 아버지를 죽인 이후에도 유니온 시리즈를 계속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시온 알테미스는 여전히 유니온 시리즈의 유일한 성공작이었다.
유니온 시리즈.
한 사람의 몸에 다수의 영혼이 들어간다면, 그리하여 다수의 영혼의 힘을 보유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실험을 할 때마다 실패작이 하나씩 늘었다. 대부분의 실패작들은 몸이 지나치게 허약하거나, 영혼의 결합이 너무 느슨했다. 사실 시온 알테미스도 성공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았다. 100명 분의 영혼의 힘을 가질 거란 예상과는 달리 기껏해야 열댓 명 분의 힘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파라켈수스는 실험을 계속했다. 실패작들은 실험실에 갇혀 모진 실험을 당하다 죽어갔다.
파라켈수스가 유니온 시리즈에 집착하는 이유를 시온 알테미스는 몰랐다. 그녀가 아는 것은 그저 유니온 시리즈는 실패작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자매인 동시에 아버지의 소중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유니온 시리즈가 하나씩 죽어갈 때마다 시온 알테미스의 마음은 조금씩 더 황폐해져 갔다.
모두가 착한 아이들이었다. 파라켈수스 손에서 그렇게 죽어갈 아이들이 아니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이를 악물었다. 물을 껐다. 수건으로 대충 몸을 닦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자매들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적당히 옷을 걸쳤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갑자기 윤미호가 보고 싶었다. 강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그 아이가 보고 싶었다.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리 멀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시온의 방 근처에 미호의 방을 잡았으니까. 서둘러 방문을 열었다.
“아기 고양이.”
부르며 불을 켰다.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을 미호를 기대했다. 그런데.
침대가 두 개인데 하나가 비어있었다.
두 개 가운데 하나는 비었고, 다른 하나는 꽉 차 있었다.
시온 알테미스는 눈을 크게 떴다. 소리쳤다.
“윤미호!”
날카로운 외침에 미호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어버버 거리다 시온 알테미스를 보았다. 겨우 입술을 열어 말했다.
“시, 시온?”
시온 알테미스는 대답하는 대신 눈을 부라렸고, 미호는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춤에 무겁고 커다란 팔 하나가 홀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호는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바로 옆자리. 미호의 허리춤에 팔을 걸친 상태로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남자가 하나.
미호는 시온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롤랑드를 보았다.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악!”
&
“뭐, 말 그대로 잠만 잤네요. 괜찮아요, 요원님.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제가 동네방네 소문 다 낼테니 이제 시집은 다 갔어요.”
꼐속
- 작가의말
덧글은 다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리리플을 안 다는 이유는...
뭐랄까... 예전에 리리플 달다가 한 소리 들은 적이 있거든요. 일부러 리플 뻥튀기 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한 때는 문피아에서 리리플을 가능한 못 달게 하던 시절도 있었고요.
위에도 말했지만, 덧글은 다 잘 보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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