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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인현왕후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8 20:00
최근연재일 :
2017.11.01 22:5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355
추천수 :
11
글자수 :
15,761

작성
17.11.0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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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인경왕후의 처소에서 어린 김춘택을 만나다

DUMMY

이 무렵, 인경왕후는 자신의 처소에서 열한 살 난 어린 조카 김춘택이 시구절을 짓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종할아버지 김만중에게 시쓰는 법을 배운 김춘택은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 쓴 시구절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김춘택이 고사리 손으로 붓을 놀려 시구절 하나 하나를 쓸 때마다 인경왕후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필체도 명필이거니와 시구절 또한 명시구절이로구나! 청출어람이라더니, 과연 숙부님의 제자답구나!"


인경왕후는 당대 최고의 명필이자 당대 최고의 시인인 자신의 숙부 김만중으로부터 서예와 시쓰기를 배운 김춘택이 청출어람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을 보자 말 할 수 없이 대견스러웠다.


어린 두 딸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식이 없는 인경왕후는 어린 조카 김춘택을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처소로 부를 정도로 총애하고 있었다.


이러한 김춘택이 신동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서예와 시쓰기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고 있었으니, 인경왕후로서는 신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의 숙모인 인경왕후의 칭찬에 김춘택은 쑥스러운 듯 고사리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소질의 재능은 종할아버님의 재능에 만분의 일도 되지 않사온데, 중전마마께서 소질을 과하게 칭찬하여 주시오니,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어린 김춘택이 겸양하는 말을 하자 인경왕후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김춘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린 나이에 겸양할 줄도 아니, 참으로 기특하구나."


바로 이때, 처소 밖에서 조상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전마마, 민유중 대감의 여식 인현이 중전마마께 알현을 청하였사온데, 어찌 할까요."


인경왕후는 조상궁의 말을 듣자 김춘택을 바라보더니, 순간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 있어 미소를 지으며 김춘택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 내 처소를 찾아온 인현은 내가 아는 규수 중 가장 참한 규수이니, 네 배필로 삼으면 좋을 것 같구나."


이 말을 듣자 김춘택이 부끄러워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게졌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인경왕후가 자신이 동경하는 낭자인 인현더러 '네 배필로 삼으면 좋을 것 같구나'라고 말하니, 흥분되면서도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효녀이자 천하절색으로 소문난 인현을 동경하고 있던 김춘택은 인경왕후 앞에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중전마마, 인현 낭자를 소질의 배필로 맞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사옵니다만......"


인경왕후는 농담삼아 해본 소리였는데, 어린 김춘택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인경왕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네가 이미 인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잘 알겠다. 아직 네가 혼인할 나이가 아니긴 하나, 조금 일찍 혼인한다 해서 무슨 흠이 되겠느냐. 내, 다음에 아버님을 뵈면 네 혼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보겠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인경왕후는 자신이 총애하는 조카 김춘택이 인현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정말 김춘택과 인현의 혼담을 주선해 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인경왕후가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이야기하느라 처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궁인들은 물론 인현의 귀에까지 들렸다.


인현은 얼굴에서부터 목까지 새빨개져 부끄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 조상궁이 다시 아뢰었다.


"중전마마, 인현을 그냥 돌려 보내오리까?"


이때서야 인경왕후는 인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깜빡 했다는 듯 손뼉을 치더니 말했다.


"인현을 안으로 들이거라."


인현은 여전히 얼굴에서부터 목까지 새빨개진 채 인경왕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중전마마께서 소녀의 알현을 받아주셔서 참으로 감사하기 이를 데 없나이다."


궁중의 예절대로라면, 인경왕후가 인현을 처소 안으로 들이기 전에 김춘택을 내보내어야 했지만, 인경왕후는 마치 둘의 맞선을 주선하듯 인현에게 김춘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인현아, 내 조카 춘택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거라."


인경왕후가 이렇게 말하자 인현은 김춘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할 수 밖에 없었다.


"중전마마의 조카님께 인사드립니다."


인현이 김춘택에게 인사하자, 인경왕후가 이번에는 김춘택에게 말했다.


"춘택아, 인현은 나와는 십일촌 고질간으로 촌수로는 나의 아주머니 뻘이니, 너도 인현에게 인사하거라."


인경왕후가 인현이 자신과 십일촌 고질간임을 밝히자 김춘택도 인현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인현 낭자, 저는 김춘택이라 합니다."


인현과 김춘택이 서로 인사를 나누자 인경왕후가 손으로 처소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춘택아, 인현이 내게 할 말이 있어 온 것이니, 잠시 나가있거라."


김춘택이 처소 밖으로 나가자 인경왕후의 시선은 한번 보란 듯이 상 위에 놓인 김춘택의 붓글씨를 향했다.


인현의 시선도 인경왕후의 시선을 따라 상 위에 놓인 김춘택의 붓글씨를 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눈에 보아도 보기드문 명필에 명시구절임을 알아본 인현은 열한두 살 가량밖에 안 되어 보였던 어린 김춘택이 쓴 줄은 꿈에도 모르고 물었다.


"보기드문 명필에 명시구절이옵니다. 중전마마께서 쓰신 것이 아니옵니까?"


상 위에 있는 벼루에 먹을 갈아놓은 것과 종이에 쓰인 붓글씨가 마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방금 쓴 것이 분명하였다.


인현으로서는 인경왕후가 김춘택에게 서예를 가르치기 위해 쓴 붓글씨인 줄 알고 물은 것이다.


인경왕후는 말없이 고개만 가로젓더니 갑자기 인현을 자신의 배필로 맞을 수만 있다면 참으로 좋겠다는 김춘택의 말이 떠올라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내가 쓴 것이 아니라 내 조카 춘택이 쓴 것이다. 내 조카 춘택이 네게 마음이 있는 듯하던데, 이만하면 네 낭군감이 되고도 남지 않겠느냐? 호호호......"


김춘택과 인경왕후가 자신을 두고 주고 받은 말 때문에 얼굴부터 목까지 새빨게졌던 인현은 이때서야 얼굴색이 제 색을 찾았는데, 이 말을 듣자 다시 얼굴부터 목까지 새빨게지고 말았다.


진담반 농담반인 인경왕후의 말에 인현은 당황하여 어찌 할바를 몰라 하다 겨우 내뱉은 한마디로 얼버무렸다.


"무릇 혼사는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라......"


인경왕후는 인현이 당황해 다시 얼굴부터 목까지 새빨게지자 자신의 말이 지나쳤다는 생각에 자신의 말을 마음에 두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내 조카의 혼사는 내 오라버니께서 알아서 하실 일인데, 내가 공연히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구나."


그리고는 인현이 마치 자신의 조카라도 되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현아, 네 아비가 귀양살이에서 돌아왔다 들었는데, 네 아비를 만나 뵙고 나한테 온 것이냐?"


이미 민유중이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한양에 당도했다는 소식을 들었던 인경왕후는 인현이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온 줄 알고 물은 것이다.


인현은 그렇지 않아도 인경왕후에게 아버지를 방면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할 생각이었는데, 이 말이 나오자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시했다.


"중전마마께서 하해와 같으신 은덕을 배푸셔서 제 아버님께서 귀양살이에서 돌아오실 수 있으셨으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인경왕후는 별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차피 주상 전하께서 네 아비를 비롯한 서인들을 방면하실 터였는데, 네 아비는 다른 서인들에 비해 조금 일찍 방면된 것 뿐이다. 내가 한 것이 별로 없으니 이렇게 찾아와 특별히 감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인경왕후의 말은 만약 인현이 민유중을 방면해 준 것에 감사를 표시하기 온 것이라면 그만 가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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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경왕후의 처소에서 어린 김춘택을 만나다 17.11.01 203 0 9쪽
3 허적을 구명하기 위해 인경왕후의 처소로 향한 인현 17.10.25 192 0 9쪽
2 패초 17.10.15 236 1 9쪽
1 아버지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기를 기도하는 소녀 16.03.19 72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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