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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인현왕후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8 20:00
최근연재일 :
2017.11.01 22:5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354
추천수 :
11
글자수 :
15,761

작성
16.03.19 02:00
조회
724
추천
10
글자
9쪽

아버지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기를 기도하는 소녀

DUMMY

경신년(1680년) 3월, 안국동에 있는 허름한 기와집의 우물가에서 열네다섯 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장대비를 맞아가며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하느님, 부디 귀양살이 중이신 아버님께서 하루 속히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오실 수 있도록 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양반집 여식이나 입을 수 있는 색동옷 저고리와 다홍치마를 입은 소녀는 옷이 흠뻑 젖어 치마 끝으로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음에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하느님, 간절히 바라옵건데, 아버님께서 옥체 건강히 보존하시어 집으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기도하나이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자 소녀의 몸종으로 보이는 열 살 남짓 되어보이는 소녀가 보다 못해 손짓하며 방안으로 들어갈 것을 재촉했다.


"아씨, 이러다 고뿔(감기의 옛말)에 걸리겠사옵니다. 어서 방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소서. 기도는 비가 그치고 나서 하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아씨라 불리운 소녀는 마치 못 들은 척 계속 기도했다.


"하느님, 또한 저승으로 떠나신 어머님께서 편히 안식하실 수 있도록 하해 같은 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아씨의 고집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열 살 남짓 되어보이는 어린 하녀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씨께서 장대비까지 맞아가시며 기도하시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였으니, 하늘이 무심치 않다면 아씨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지....."


이때서야 기도를 마친 소녀는 자신의 옆에서 온몸이 비에 흠뻑 젖은 채 서있는 어린 하녀의 손을 자신의 방쪽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복순아, 나 때문에 너까지 비를 흠뻑 맞았구나. 어서 내 방에 들어가 몸을 말리자꾸나."


어린 하녀의 이름은 복순이었다.


올해로 열한 살인 복순은 4년 전에 이 집의 하녀로 들어와 주인 아씨의 몸종이 되어 잔심부름을 해왔었다.


겨우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복순은 4년 전에 돌림병으로 어머니마저 여의고 천애고아가 되어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했는데, 때마침 가마를 타고 지나가던 이 집 주인 마님의 눈에 띄여 하녀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집 아씨는 겨우 일곱 살의 어린 나이로 부모님을 여의고 천애고아가 된 복순을 불쌍히 여겨 마치 친동생처럼 대해왔다.


복순은 하녀에 불과한 자신이 아무리 비에 흠뻑 졌었다한들, 아씨의 방에 들어가면 주인 마님께 혼날까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쇤네는 쇤네의 방에 들어가 몸을 말리면 되오니, 아씨나 어서 방에 들어가셔서 몸을 말리소서."


복순이 억지로 아씨의 몸을 방안으로 밀어넣자 아씨가 복순의 손을 방안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너도 어서 들어오려무나."


복순과 이 집 아씨의 관계는 명목상으로는 아씨와 몸종이였지만, 둘 사이의 정분은 친자매 이상이었다.


"쇤네는 괜찮사오니, 아씨나 어서 몸을 말리소서."


온몸이 비에 흠뻑 젖은 아씨와 복순이 치마 끝으로 빗물을 뚝뚝 흘리면서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스무 살 남짓해 보이는 이 집 주인 마님이 가마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 온몸이 흠뻑 젖은 딸을 가리키며 복순을 향해 나무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복순아, 네 아씨가 이렇게 비에 흠뻑 젖도록 너는 대체 무엇하고 있었단 말이냐?"


6년 전에 이 집 주인 어른 민유중에게 시집온 이 집 주인 마님은 풍양 조씨로 소녀의 계모였다.


소녀는 복순이 자신의 계모에게 혼날까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어머님, 실은 제가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복순이 여러 차례 저를 말렸으나, 제가 듣지 아니한 것이니 복순을 야단치지 마소서."


친딸은 아니지만 효성이 지극한 딸의 말을 듣자 어떻게 된 정황인지 파악한 조씨는 딸의 방으로 올라와 손수건으로 비에 흠뻑 젖어있는 딸의 머리와 얼굴을 닦아주며 타이르듯 말했다.


"인현아, 장대비를 맞아가며 아비를 위해 기도하는 내 효성은 알겠다만, 그러다 고뿔이라도 걸리면 이 어미의 심정은 어떻겠느냐?"


올해로 열네 살인 이 집 아씨의 이름은 인현이었다.


인현의 계모인 조씨는 인현과 나이 차이가 불과 일곱 살이었지만, 인현은 조씨는 친어머니처럼 공경했고, 조씨는 인현을 친딸처럼 애지중지했다.


어려서부터 효녀로 소문난 인현은 열네 살의 나이답지 않게 행동거지가 대단히 어른스러워 오라버니들조차 인현의 말을 잘 따랐을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빼어난 미모로 소문나 고을 안팎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조씨의 말에 인현은 크게 깨닫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녀가 아둔하여 어머님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나이다. 부디 소녀를 용서하여 주소서."


조씨는 인현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것은 없다. 오히려 네가 이 어미의 마음을 알아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비에 흠뻑 젖은 인현의 몸을 닦아준 후 자신의 방에 들어간 조씨는 인현이 걱정되어 중얼거렸다.


"인현은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나칠 정도로 지극한 것이 걱정이로구나. 자신의 건강은 돌보지 않고 귀양살이 중이신 대감을 위해 주야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니......"


인현의 아버지 민유중은 벌써 5년 째 귀양살이 중이었으니 효성이 지극한 인현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아버지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기를 하늘에 기도하고 있었다.


조씨는 어렸을 때 친어머니 송씨를 여의고 상심해 건강을 크게 헤쳤던 인현이 귀양살이 중인 아버지를 위해 주야로 기도하다 건강을 헤칠까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당파 싸움에 말려들어 귀양살이 중인 자신의 남편 민유중이 언제쯤이나 귀양살이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는 생각에 조씨는 푸념섞인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우리 대감께서 하루 속히 귀양살이에서 풀려나셔야 인현이 근심을 덜 수 있을 터인데......"


조씨는 인현이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인현이 주야로 하늘에 간절히 기도하는 만큼, 머지 않아 인현의 기도가 응답받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중얼거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였으니 인현이 주야로 하늘에 기도하고 있는 만큼, 머지 않아 우리 대감께서 풀려나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이 무렵 말을 탄 두 남녀의 인영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임금과 중전의 거처가 있는 경덕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각각 곤룡포(임금의 예복)와 적의(중전의 예복)를 입은 두 남녀의 인영은 다름 아닌 조선의 임금과 왕후인 숙종과 인경왕후였다.


인경왕후와 함께 궁전 근처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던 중 장대비가 쏟아지자 세자 시절의 장난기가 발동한 숙종이 장대비를 뚫고 말을 달리자 인경왕후도 어쩔 수 없이 숙종의 뒤를 쫓아 말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숙종과 인경왕후 둘 다 올해로 스무 살의 동갑내기로 정확히 10년 전인 열 살의 어린 나이에 혼인한 이래 한쌍의 원앙처럼 금실이 좋은 그들은 세자 시절, 세자빈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때마침 쏟아진 장대비를 만나 궁전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숙종이 쏟아지는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장서 말을 달리자 인경왕후가 뒤쫓아 말을 달리고 있었다.


"주상 전하, 말을 멈추소서! 장대비에 땅이 질척하온데, 자칫 낙마라도 하시면 어찌 하시렵니까?"


숙종은 자신을 뒤쫓아오는 인경왕후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며 이렇게 외치자 신이 난듯 더욱 속도를 내 말을 달리며 외쳤다.


"나는 괜찮으니 중전이나 조심하시오!"


숙종과 인경왕후 모두 말타기에 능해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함께 말을 달려 경덕궁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인경왕후가 다시 외쳤다.


"하오나, 오늘일을 대비마마께서 아시면 크게 노여워 하시지 않으시겠사옵니까?"


어렸을 적부터 말타기를 배운 숙종의 말타기 솜씨를 아는 인경왕후가 무엇보다 걱정한 것은 숙종의 어머니 대비 김씨가 오늘일을 알면 성화를 부릴까봐였던 것이다.


인경왕후가 외친 말을 듣자 숙종이 껄껄 웃으며 외쳤다.


"하하하...... 걱정하지 마시오. 지금 사냥터에 있는 자들은 모두 내 사람인데, 누가 감히 오늘일을 어마마마께 아뢸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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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경왕후의 처소에서 어린 김춘택을 만나다 17.11.01 202 0 9쪽
3 허적을 구명하기 위해 인경왕후의 처소로 향한 인현 17.10.25 192 0 9쪽
2 패초 17.10.15 236 1 9쪽
» 아버지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기를 기도하는 소녀 16.03.19 72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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