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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님의 서재입니다.

인현왕후

웹소설 > 작가연재 > 로맨스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6.03.18 20:00
최근연재일 :
2017.11.01 22:5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356
추천수 :
11
글자수 :
15,761

작성
17.10.25 20:40
조회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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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허적을 구명하기 위해 인경왕후의 처소로 향한 인현

DUMMY

내관의 입에서 '패초'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연회장이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조정에 긴급한 일이 있을 때 내리는 패초를 남인들이 대부분 모인 연회 중일 때 내린 것 자체가 불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만기는 패초를 건네받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몸은 이만 가보겠소이다."


허적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김만기의 옷을 붙잡으며 말했다.


"주상 전하께서 대감께 패초를 내리신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짐작가시는 것이 있습니까?"


허적은 숙종이 패초를 내린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여 숙종이 패초를 내린 다른 이유가 있나 싶어 물은 것이다.


김만기는 허적의 손을 떨치며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소이다."


김만기 역시 숙종이 패초를 내린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시치미를 뗀 것이다.


김만기는 허적의 손을 떨치자마자 연회장을 나가버렸다.


남인들의 세상이 끝났음을 확신한 김만기가 은연 중에 남인들에 대한 적의를 표출한 것이다.


패초가 내려진 이날, 남인의 정권이 서인의 정권으로 바뀌는 경신환국이 벌어지고 말았다.


숙종은 영의정 허적 뿐만 아니라 좌의정 권대운, 우의정 민희 등의 남인들을 조정의 요직에서 대부분 파직시키고, 김수항, 김석주, 김만기 등의 서인들을 대거 등용했다.


조정은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남인들의 세상에서 서인들의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바로 이튿날, 인경왕후의 친척인 열네 살의 소녀가 인경왕후의 처소를 찾아왔다.


"소녀, 아버님의 일로 중전마마께 알현을 청하옵니다."


소녀가 인경왕후의 처소로 들어오는 순간, 인경왕후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았다.


"인현아, 네가 어인 일이냐?"


소녀는 다름 아닌 인현이었다.


인경왕후의 현조부(5대조)인 김계휘는 인현의 외증조모의 숙부로, 촌수로 따지면 인현은 인경왕후의 아버지 김만기와 같은 항렬인 10촌 사종(촌수가 10촌이 되는 형제자매)으로 인현과 인경왕후는 11촌 고질지간이었다.


인현은 고개를 조아리며 간곡하게 말했다.


"소녀, 중전마마께 오년째 귀양살이 중이신 아버님의 방면을 청하러 온 것이옵니다."


인현의 효성을 잘 알고 있는 인경왕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 그렇지 않아도 주상 전하께 네 아비의 방면에 대해 아뢸 참이었다."


무려 5년 만에 아버지 민유중과 재회할 생각에 인현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시했다.


"중전마마, 소녀의 청을 들어주셔서 참으로 감사하기 이를 데 없사옵니다."



오십 살 쯤 되어 보이는 선비 하나가 안국동에 있는 허름한 기와집 대문 앞에 이르러 감회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십년의 절반인 오년이나 귀양살이하느라 처자들과 떨어져 지아비 노릇도 아비 노릇도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라도 가장 노릇을 잘 해야되겠구나."


이 한마디를 중얼거리고 나서 선비가 허름한 기와집 대문을 향해 인기척을 넣었다.


"이리 오너라."


이 말이 들리는 순간, 마당에서 대문을 향해 뛰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대문이 활짝 열렸다.


"아버님!"


"인현아!"


선비는 다름 아닌 5년 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민유중이었다.


오늘쯤 민유중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인현이 마당에서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던 중 민유중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뛰어나온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몰라보게 성숙해진 인현을 보는 순간, 민유중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아, 내 딸이 아비도 없이 자라 이렇게 아리땁고 어엿한 규수가 되었구나."


민유중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온 것은 5년 만에 보는 딸의 자태가 몰라보게 성숙해졌을 뿐만 아니라 천상의 선녀처럼 아리따웠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자기 딸이라지만, 민유중의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지난 5년 동안 인현의 자태는 말 할 수 없이 성숙해지고 아리따워졌던 것이다.


또한 5년 전만 해도 아홉 살의 어린 소녀였던 인현이 당장이라도 시집갈 수 있는 어엿한 규수가 된 모습을 보자 더없이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아무리 아버지의 말이라지만 민유중의 한마디에 인현이 수줍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녀, 아버님께 딸 노릇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이옵니다."


이때 이미 민유중의 처 풍양 조씨와 민유중의 두 아들 민진후와 민진원이 마중나와 있었다.


민진후와 민진원은 인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한마디씩 건넸다.


"소자 또한 아버님께 맏이 노릇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이옵니다."


"소자 또한 아버님께 아들 노릇하지 못해 송구스러울 따름이옵니다."


인현의 오라비 민진후와 민진원은 각각 인현보다 여덟 살과 세 살이 많았지만, 나이에 비해 사려깊은 인현이 오히려 맏딸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들 삼남매의 계모인 풍양 조씨는 마음이 너그러워 자신과 동갑인 민진후가 간혹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범해도 못본 척 그냥 넘어갔는데, 그럴 때마다 인현이 나서 "오라버니, 어찌 어머님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시는 것입니까?"하고 나무랄 정도로 맏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6년 전에 시집와 불과 1년 만에 민유중과 떨어져 살아온 풍양 조씨는 5년 만에 돌아온 남편을 대하기가 수줍은 듯 민진후와 민진원 뒤에 우두커니 서있다가 이때서야 말문을 열었다.


"영감께서 먼 길을 오시느라 피곤하실 터인데, 어서 집안으로 들어와 쉬소서."


5년 만에 귀양살이에서 돌아온 아버지와 재회하다 보니 귀양지에서 집까지 먼길을 걸어왔을 아버지를 집안으로 모시는 것조차 깜빡 하고 만 것이다.


인현은 이때서야 깜빡 했다는 듯 손뼉을 친 후 손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말했다.


"아버님, 피곤하실 터인데, 어서 들어와 쉬소서."


어쩐 일인지 민유중은 손을 내젓더니 인현, 민진후, 민진원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비는 형님께 급히 상의드릴 일이 있으니, 너희들이나 들어가 보거라."


민유중은 이어 풍양 조씨에게 이유를 말했다.


"부인, 지금 허적 대감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으니, 지금 당장 형님을 뵙고 허적 대감을 구명할 방도를 상의드리러 가는 것이오. 내, 곧 돌아올 터이니 부인께서도 부인의 아버님과 할아버님께 허적 대감을 구명하는데 힘을 보태 달라 도움을 청해주시오."


이 무렵, 경신환국으로 영의정의 자리에서 파직된 허적이 서자 허견의 죄로 인해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었다.


허적의 할아버지 허한이 민유중의 아버지 민광훈의 외삼촌인 관계로 민유중이 구명에 나선 것이다.


허적의 서자 허견이 아버지 허적이 영의정의 자리에서 파직된지 사흘 후, 평소 친분이 있던 숙종의 5촌 복선군과 술을 마시다 취중에 한 실언이었다.


이로 인해 허적의 가문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허견은 취중에 숙종이 형제도 아들도 없으니 만약 숙종이 승하하고 나면 병력을 움직여 복선군을 왕위로 추대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허견이 말한 병력이라는 것은 자신을 따르는 건달들을 말한 것이었으나, 임금이 승하한 틈을 타 병력을 움직이겠다는 말 자체가 역모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역모죄에 연루된 허견은 이미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만, 친척인 허적이 죽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어 민유중이 나선 것이다.


민유중과 풍양 조씨가 허적을 구명하기 집을 나서자, 인현은 생각했다.


'귀양살이에서 돌아오신 아버님께서 허적 대감을 구명하시러 나서셨으니, 나도 중전마마를 알현해 허적 대감을 구명해야 되겠구나.'


이렇게 결심한 인현은 곧장 인경왕후의 처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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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경왕후의 처소에서 어린 김춘택을 만나다 17.11.01 203 0 9쪽
» 허적을 구명하기 위해 인경왕후의 처소로 향한 인현 17.10.25 193 0 9쪽
2 패초 17.10.15 236 1 9쪽
1 아버지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기를 기도하는 소녀 16.03.19 725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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