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진주성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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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새벽. 일본군은 총공격을 하였다.
“조센징들이 아마도 우리가 퇴각하는 줄 알고 쉬고 있을 것이다. 나의 이 기상천외한 생각으로 진주성을 점령하면 모두가 나의 공인 것을 관백폐하께 소상히 알리거라. 우하하하.”
호소카와 다다오키는 자신의 계책에 스스로 기뻐하며 이겼다고 생각하고 총공격을 명하였다. 그러나 성안에서는 비격진천뢰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신기전이 발사되며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대처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하세가와는 빈정거리며 말하였다.
“역시 대단한 계책이었습니다. 관백폐하께 이대로 보고하면 되겠습니다.”
호소카와와 하세가와는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진주성을 점령했을 때 공이 누구의 것인지와 실패했을 때의 책임이 누구의 것인지를 놓고 서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군은 조총을 쏘지 못하여서 애가 탔다.
“이런 젠장. 왜 날씨가 이렇게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냐. 그래도 우리는 배수진을 쳤다. 여기서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전진하라.”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일본군은 지쳐서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일본군은 이제는 뛰는 병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쪽 하늘에서 신기전이 쏘아져 날아왔다.
“슈슈슝~! 파파팡. 슈슈슝~! 파파팡.”
일본군은 당황스러웠다. 조선군이 북쪽을 뚫고 전진해 들어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막아라. 북쪽으로 병력을 더 보충해라.”
그러나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다. 조총을 쏠 수가 없었던 일본군은 화살을 쏘며 전진해오는 기마병을 막아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곽재우는 동쪽으로 달리며 적의 퇴로를 괴롭히며 적들이 조바심이 나게 하였다.
유승인의 군대는 사천 현감 정득열과 권단 주대청이 두 갈래로 나누어서 말을 타고 진격해 들어갔다. 그리고 비격진천뢰가 발사되면서 폭발을 하였다. 북쪽을 지키던 일본군은 괴멸되면서 지원하려고 오던 일본군은 그대로 도망을 쳤다.
“장군. 조선군의 반격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북쪽이 뚫렸습니다.”
“일단 퇴각하라. 한발 물러서서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싸울 준비를 하겠다.”
일본군은 후퇴하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일본군이 물러서자 두 번째 신기전이 발사되어 날아왔다. 그러자 진주성에서 대기하던 김시민은 성문을 열고 기마병의 선봉에 서서 외치듯 말하였다.
“자 이제는 우리의 차례가 왔다. 감히 우리의 허락도 없이 이곳을 치려고 했던, 저 왜놈들을 한 놈도 살려서 돌려보내지 마라.”
김시민은 말을 타고 달렸다. 그러자 뒤에 있던 기마병이 빠르게 김시민을 따라서 달렸다. 그렇게 김시민의 기마병이 성문을 열고 달려 나오고 있었다. 멀리서 퇴각하던 호소카와와 하세가와는 잠시 진주성을 바라보았다.
“저놈들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오고 있소이다. 그러면 우리가 다시 쳐들어가면 진주성을 점령할 수가 있지 않을까?”
“그러세. 차라리 잘되었소이다. 일만 오천의 병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기마병과 보병은 다시 진주성을 향해서 진군하라.”
그러나 광해는 여러 가지 계책을 세워놓았다. 일본군이 다시 진주성을 향하자 김시민은 싸움을 멈추고 다시 성으로 퇴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일본군은 김시민을 잡기 위해서 뒤를 좋아서 달렸다. 성 앞에 다다른 김시민이 다시 말을 돌려서 달렸다.
그러나 성 위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등지고 달렸다. 따라오던 일본군은 날아오는 화살과 달려오는 김시민을 번갈아 바라보며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렇게 화살에 어느 정도 수가 줄어든 일본군의 기마병을 김시민이 이끄는 기마병이 달려들어서 정리하고 있었다.
권응수와 황진까지 합세하면서 일본군은 완전히 밀리기 시작하였다. 일본군 본영에는 신기전에 의해서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사방에서 조선군이 쳐들어오고 있었으니 더 이상 진주성이 문제가 아니었다.
“장군. 진주성으로 달려갔던 병사들이 모두 괴멸되었다고 합니다. 어서 피하셔야 합니다.”
하세가와가 호소카와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자네가 남아서 후방을 막아주게나. 내가 퇴로를 열겠네.”
호소카와는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세가와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대가 이곳을 막아주는 것이 전술상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공격 전문이니 퇴로를 여는 것은 내가 하는 것이 좋을 듯하오. 아니 그러한가 하세가와.”
둘은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었다. 일본군은 진주성 전투에서 일만 오천의 병사를 잃었다. 거기에 수많은 장교를 잃었다. 그래서 뒤 책임이 따를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서로가 살아서 돌아가고 둘 중에 한 명은 여기서 죽어주어야 책임을 전가할 것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광해군이 이끄는 의병들과 권응수 장군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마구 휘젓고 다녔다. 이어서 황진 장군이 휘젓고 다녔다. 호세카와는 황진과 권응수를 보며 입이 벌어졌다.
“저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냐. 어찌 조선에 저런 장수들이 있단 말이냐. 어서 퇴각합시다. 어서요.”
둘은 마음이 급했다. 지쳐있었고, 비가 와서 조총이 사용하지 못했고, 그런데 백병전에서 자신들이 무조건 우위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상황을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둘은 일단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로 협조하며 퇴각을 하였다.
그러나 곽재우가 퇴각하는 일본군의 앞을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선두에게 화살과 돌을 던지며 지연시키자 뒤따르던 병사들까지 멈추어 서며 퇴각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자 호소카와는 소리 지르며 명령하였다.
“멈추지 마라. 그냥 달려라. 적은 우리의 발을 묶을 생각이다. 멈추지 말고 달려라.”
하세가와는 뒤를 보면서 명령을 내렸다.
“막아라. 저기 두 놈을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라. 알겠느냐.”
“하이. 꼭 저기 두 놈을 죽이고 막아내겠습니다.”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조선의 진짜 장수들과 그들의 잘 훈련된 병사들, 그리고 싸움을 하며 경험이 생긴 의병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가 되어서 일본군을 상대하고 있었다.
방심하며 싸움에 임했던 일본군은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권율이 이끄는 오천의 병사가 또다시 달려들었다. 그리고 비격진천뢰가 계속 날아오면서 중앙에 밀집되어 있던 일본군 진영에 떨어지며 일본군의 피해와 공포는 커지고 있었다.
황진의 칼춤을 보며 권응수 장군은 다시 도끼를 움켜잡으며 더욱 거세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권응수의 도끼 춤을 보던 황진은 적의 칼을 빼앗아서 쌍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황진과 권응수가 서로 경쟁을 하듯 앞으로 달려나가자, 선두에서 싸우던 일본 병사들은 공포에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싸움은 이미 기울고 있었다. 지친 거 공포에 휩싸인 일본군은 퇴각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광해는 뒤에서 보며 일본군의 좌우를 정신없이 공격하고 있었다. 하세가와와 호소카와는 앞장서서 퇴각로로 달렸다. 그를 호위하는 장수들이 길을 열었다. 하지만 광해는 보내줄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광해는 정기룡을 보내었다.
정기룡은 편전을 휘두르며 달렸다. 곽재우가 앞을 막았고, 유승인이 화살을 쏘며 달며 기마병이 정면에서 달려들었고, 정기룡은 옆에서 달려들었다. 일본 장수들은 하세가와와 호소카와를 보호하기 위해서 싸웠다.
포위를 당한 하세가와는 장수들을 이끌고 정기룡에게 달렸다.
“네 놈의 무모함을 내가 오늘 일깨워 주리라.”
하세가와가 장수들을 이끌고 달려드는 모습을 본 조선군은 그쪽으로 화력을 집중하였다. 정기룡은 자신의 정예병과 함께 정면으로 붙었다. 편전을 휘두르는 정기룡의 창술에 적장들은 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정기룡을 따르던 장수들도 왜군의 적장들과 호각으로 싸우고 있었으니 상황은 정말 조선군이 압도하고 있었다.
하세가와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호소카와는 냉정했다. 그는 하세가와가 전진하면서 시선을 끌어주자 그대로 도망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퇴로를 뚫고 달리는 호소카와를 바라보던 하세가와는 후회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런 제기랄 호소카와. 이렇게 된 이상, 한 놈이라도 죽이고 죽어라.”
칼을 휘두르며 지휘를 하던 하세가와는 정기룡이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자 각오한 듯 칼을 앞으로 내밀며 달렸다. 그러나 정기룡의 편곤에 의해서 말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하세가와를 보호하려고 여러 장수가 정기룡에게 덤비며 정기룡에게서 하세가와를 구출한 일본 장수들은 서로 눈으로 말하였다.
그리고는 하세가와를 말에 태우고 퇴로로 도망치게 하며, 자신들이 그 뒤를 막으려 하였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정기룡은 다시 편전을 휘두르며 전진했고 화살을 쏘아대며 전진하는 조선군을 보면서 하세가와는 체념한 듯 말하였다.
“퇴로는 없다. 여기서 죽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게는 오로지 전진뿐이다. 가라.”
하세가와는 다시 칼을 뽑아 들고 달렸다. 그런 그의 뒤를 여러 장수가 따라 달려들었다. 하지만 정기룡과 그를 따르는 장수들도 왜군의 우두머리를 잡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서 달렸다.
“잡아라. 저놈을 놓치지 마라.”
정기룡의 추격에 하세가와는 도망을 쳤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조선 장수들에게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세가와는 다시 정기룡을 향해서 달렸다. 정기룡은 하세가와를 향해서 그대로 전진하였다.
하세가와는 다시 칼을 뽑아 들고 정기룡을 죽이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그러자 정기룡은 기다렸다는 듯이 편곤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세가와는 다시 편곤에 칼이 부러지며 말에서 떨어졌다. 정기룡은 칼을 뽑아 들고 말에서 내려서 하세가와를 상대하였다.
비를 맞으며 하세가와는 정기룡과 맞섰다. 그러나 얼마 후 하세가와의 목이 베어지면서 일본군은 전열이 무너지며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일본군은 황진과 권응수를 피해서 도망치듯 달렸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곽재우와 유승인이 이끄는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황진과 권응수에게 겁먹을 일본군은 죽기 살기로 달렸다. 앞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황진과 권응수는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서로 눈이 마주치자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둘은 서로 경쟁이 붙어서 왜군을 벨 때마다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권응수는 도끼를 부하 장수에게 맡기고 칼을 뽑아 들고 달리며 경쟁을 하였다. 뒤에서 지켜보던 장수들은 둘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저 장수는 누구길래 우리 황진 형님하고 거의 비등비등하게 싸우고 계시냐?”
“그러냐. 저기 저 장수가 황진 장군이냐. 우리 권응수 장군님과 어깨를 나란히 달리는 장수가.”
화살을 쏘는 병사들은 적의 시체에 박힌 화살을 뽑아서 다시 쏘았다. 그리고 병사들은 달리면서 기뻐하였다. 이제는 왜군이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힘들고 목이 말랐지만 빗물을 마시며 달릴 수가 있었다.
정기룡이 창끝에 하세가와의 목을 높이 들고 외쳤다.
“적장의 목을 베었다.”
일본군을 모두 괴멸시키며 조선군은 모두가 만세를 부르고 있었다. 저 멀리서 호소카와는 도망치는 데 전념을 다 하고 있었다. 결국, 호소카와는 십여 명의 장수들과 함께 부산으로 도망쳤다.
이 싸움에서 황진 장군과 권응수 장군은 서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숨을 헐떡이며 젊은 황진이 권응수를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권응수도 황진을 향해서 고개를 숙이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였다.
광해는 이곳을 박진에게 맡기고 평양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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