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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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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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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772
추천수 :
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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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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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글자
7쪽

필드의 사기꾼 3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3화



“그래. 최고의 선수들을 최고의 몸값으로 사들이는 구단이지. 그만큼 성적도 내고 있고. 아무튼 세계 최고의 클럽을 꼽을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는 클럽이야. 지금 볼 지단 선수의 영상은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하기 전 활약을 했던 유벤투스 시절의 영상이지. 자, 일단 보도록 해.”

민선은 모니터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20분 정도 되는 영상이 끝이 나자 윤석은 다시 한 번 리플레이를 해주었다.

“어때?”

“역시 멋져.”

“조금 전 봤던 호나우지뉴와 비교를 한다면?”

잠시 생각을 하던 민선이 말을 한다.

“호나우지뉴라는 선수는 굉장히 화려한데, 지단 선수는 그 정반대네.”

윤석이 기특하다는 듯 민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네 말대로 호나우지뉴는 화려하지. 브라질의 리드미컬한 축구의 특성을 제대로 살렸어. 반면에 지단은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상대의 수비를 열어버리지. 퍼스트 터치가 아주 예술적이지 않았어?”

“맞아.”

지단의 퍼스트 터치는 단연 예술 그 자체였다. 어떤 각도에서, 어떤 강도로 날아오는 공이라도 지단은 정확히 자신의 영향력 안에 두었다.

마치 공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그의 몸에 붙어 다니는 것 같았다.

“호나우지뉴 하면 떠올리는 것이 프리플랩이라면 지단은 마르세유 턴이지.”

“공을 끼고 도는 동작?”

“그래. 지단의 고향이 마르세유야. 어린 시절 마르세유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할 때 사용하던 기술이라고 해서 마르세유 턴이라고 한다는데 정확한 건지는 아빠도 몰라.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속력으로 달리다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저런 대단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지단이 얼마만큼 큰 선수인지 알 수 있다는 거야. 물론 지금은 어느 정도 이름값 있는 선수들은 모두 마르세유 턴을 하지만 말이야.”

말을 하던 윤석이 잠시 말을 끊고는 물을 한 모금 마신다.

“두 선수의 공통점이 있어. 그게 뭘까?”

“패스. 패스가 정말 좋아.”

“빙고. 두 선수 모두 최고라는 말이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지. 최고의 미드필드로 꼽혀. 이 두 선수 모두 플레이메이커로 팀 공격의 시작이지. 만약 아들이 축구를 할 때 저런 패스를 받는다고 생각을 해봐.”

민선이 눈을 감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 세계 속에서 민선은 잔디가 깔린 필드를 달리고 있다.

정면에 골대가 보이고 그 앞에는 커다란 덩치의 수비수 세 명이 버티고 있다.

민선이 다가가자 거리를 좁혀오는 수비수들.

커다란 덩치 때문인지 뚫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수비수와 부딪치기 직전 민선이 살짝 몸을 옆으로 움직였다. 그때를 맞춰 수비수들 사이를 통과하는 하얀 선…….

수비수를 통과해 앞으로 내달리는 민선의 발에는 어느새 축구공이 얹혀 있다.

윤석은 눈을 감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선을 보며 덩달아 환한 웃음을 짓는다.

자신을 뛰어넘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아들이다.

‘미안해, 아들.’

이런 산골이 아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곳에서 훈련을 할 수 있다면 더욱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되었으리라.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렇지?”

윤석이 표정을 담담하게 바꾸었다.

“저런 패스를 받으며 축구를 하고 싶지 않아?”

“당연히 하고 싶지. 하지만 내 주변에는 저런 패스를 해줄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윤석이 피식 웃고는 민선을 끌어 당겼다.

“그러면 그런 친구가 있는 곳으로 아들이 가면 되지.”


***


오늘도 여전히 민선은 공을 발등으로 튕기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 나 왔어.”

힘껏 외쳐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빠!”

다시 불러 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민선은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 마당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민선에게 최고의 장난감은 축구공이고, 가장 가까운 친구 역시 축구공이었다.

어제 보았던 선수들의 기술을 따라 해 볼 요량으로 이리저리 발을 움직여 본다.

오른쪽 발이 공을 왼쪽으로 밀 듯 움직이더니 이내 방향을 바꿔 오른쪽으로 민다.

그와 동시에 민선의 몸도 오른쪽을 빠르게 치고 나간다.

호나우지뉴가 선보였던 프리플랩이다.

항상 공을 끼고 다니는 민선답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프리플랩을 따라한다.

달리는 속도를 유지한 채 몸을 회전시키며 왼쪽 발로 공을 컨트롤해 본다.

프리플랩과는 달리 마르세유 턴은 매끄럽게 구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도가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결국 열 번이 되는 때에는 제법 근사한 마르세유 턴을 선보일 수가 있었다.

빙긋 웃던 민선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자신이 마당에서 공을 가지고 놀 때면 항상 큰 눈을 껌뻑거리며 응원을 해주던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금동아.”

민선이 집과 조금 떨어진 곳에 지어진 외양간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외양간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집에서 키우는 송아지 금동이가 보이지 않았다.

“금동아, 어디 있어!”

혹시나 외양간을 빠져나간 것은 아닌가 하고 주위를 살폈지만 금동이는 보이지 않았다.

민선은 집 주변을 내달렸다.

세 달 전에도 금동이가 외양간을 빠져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멀지 않은 곳에서 풀을 뜯고 있어 어렵지 않게 다시 데리고 올 수가 있었다.

삼십 분이 넘도록 집 주변을 뛰어 다녔지만 금동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무언가를 들고 절뚝이며 걸어오는 아버지 윤석을 볼 수가 있었다.

윤석을 발견한 민선이 재빨리 달려갔다.

“아빠, 큰일 났어. 금동이가 없어졌어.”

“알아.”

대답을 하는 아버지의 음서에 힘이 없다.

“알아? 우리 금동이 어디 갔는지 알아?”

“응. 금동이…… 새로운 주인한테 갔어.”

“새로운 주인? 아빠, 금동이 팔았어? 정말 판 거야?”

“그래. 팔았어.”

민선의 볼이 실룩거린다.

당장에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민선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우리 금동이 왜 팔아! 왜 팔았냐고. 금동이 다시 데리고 와. 어서!”

“아빠가 미안. 그런데 어쩔 수 없었어.”

민선이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금동이 데려오라고. 이사 안 가도 되니까 우리 금동이 다시 데려오라고!”

어머니도 없이 자라 온 민선이기에 누군가에게 쉽게 정을 주지 않는다.

그런 민선에게 금동이는 언제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을 지켜보며 응원을 해주는 좋은 친구고 가족이었다.

그런 금동이를 자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팔아버렸다는 사실에 윤석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다.

“데려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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