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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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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3,726
추천수 :
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05 22:00
조회
18,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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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글자
8쪽

필드의 사기꾼 1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1화



통- 통- 통-

한 아이가 발등으로 축구공을 튕기고 있다. 이제 열 살이나 되었을 것 같은 아이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아이가 공을 튕기고 있음에도 시선은 멀리 보이는 산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발등에서 허공으로, 다시 허공에서 발등으로를 반복하고 있는 공.

공이 튀어 오르는 높이는 항상 일정하다.

공에 시선조차 주지 않고 있는 아이는 놀랍게도 공을 차올리는 강도까지 세세하게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민선아!”

또래 아이의 외침에 아이, 강민선이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기 전 민선은 공을 조금 더 세게 찼다.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린 민선의 눈에 학교 건물에서 달려 나오는 몇몇 아이가 보인다.

무표정하던 민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걸린다.

손을 흔드는 민선을 보며 달려오던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친다.

“민선아. 공, 공!”

높이 떠올랐다 떨어지는 공을 본 까닭이었다.

민선이 괜찮다는 듯 웃으며 뒤쪽에서 떨어지는 공을 다시 툭 차올렸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 공은 정확히 민선의 머리 위를 지나 앞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

허벅지로 공을 쳐올리고 어깨로 받은 후 다시 손으로 잡았다.

마치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듯한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역시 민선이가 최고야.”

민선과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형철이 근처까지 달려와 엄지를 치켜세운다.

“바로 갈 거야?”

민선이 기대가 가득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러자 형철이와 다른 친구들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그 모습을 본 민선이 짐작이 된다는 듯 물었다.

“또 나 끼면 안 한다고 한 거야?”

“으, 응.”

형철이 미안하다는 듯 작은 음성으로 대답을 한다.

“괜찮아.”

민선이 웃으며 말을 했지만 친구들은 썩 마음이 편하지 않은 듯하다.

이웃 동네 아이들과 축구 시합을 하기로 했는데 상대 편 아이들이 민선이 끼면 축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선이 끼면 경기가 너무 일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아?”

“당연하지. 그리고 오늘 아빠가 일찍 와서 도와 달라고 했어. 어차피 가지도 못했을 거야.”

“다행이다. 그러면 우리 갈게.”

“그래. 재미있게 놀고 와. 내일 보자.”

형철과 친구들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간다.

친구들이 교문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 본 민선이 들고 있던 축구공을 지면에 내려놓는다.

“괜찮아. 정말 괜찮다고. 어차피 해 봐야 재미도 없잖아.”

사실 재미가 없기는 하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 실력 차이가 너무 나니 혼자 경기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운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지 공을 툭툭 차는 표정이 시무룩하다.

아버지가 도와 달라고 한 것은 빈 말인지 민선은 운동장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

툭 툭 차는 축구공은 민선에게서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다 천천히 달리고, 공을 다리 사이로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한다.

달리던 속도 그대로 공 위를 미끄러지듯 스쳐 지나기도 하는데 열 살이라는 민선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한 시간가량을 공과 하나가 되어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민선이 달리던 속도 그대로 공을 발등으로 강하게 찬다.

펑-

제법 묵직한 소리와 함께 공이 쭉 뻗어 나간다.

공은 족히 30미터는 떨어진 곳에 있는 철봉의 기둥 사이를 통과해 지나간다.

민선이 양손을 번쩍 들고는 고개를 뒤로 젖혀 하늘을 보며 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돈다.

“고- 올! 골입니다. 강민선 선수가 강력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킵니다.”

나 홀로 세레모니를 한 민선이 공이 있는 철봉으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폴짝 뛰어올라 철봉을 잡으며 발을 힘차게 차자 민선의 몸이 한 바퀴 돌아 철봉 위로 올라간다.

철봉 위에 앉아 운동장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비가 오고 제대로 보수를 하지 않아 여기저기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친구들이 축구를 하기 위해 상당히 먼 다른 동네의 분교까지 가는 이유는 바로 민선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 축구 골대가 없기 때문이다.

민선의 몸이 천천히 뒤로 기운다.

철봉에서 떨어질 것처럼 뒤로 쓰러진다.

철봉에 걸어둔 다리로 몸을 회전시키며 빙글 몸을 돌려 지면으로 떨어져 내린다.

공을 툭툭 차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뻥-

다시금 공을 강하게 차고는 빠르게 좌측으로 달렸다.

댕- 댕- 댕-

공이 날아간 방향은 정글짐이 있는 곳이었다.

공은 정글짐의 봉을 맞고 튕겨 바로 옆의 봉에 맞았다. 그렇게 몇 번이나 이리저리 튕긴 공이 좌측으로 튕겨 나갔다.

공이 데굴데굴 굴러온 곳에는 빠르게 달려간 민선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정글짐에 공이 이리저리 부딪쳐 나오는 방향을 마치 예측이라도 한 듯하다.

공의 밑둥을 툭 차 손으로 잡은 민선이 교문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집에나 가자.”


***


강원도 양구군 남면에 위치한 가덕 마을.

50가호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가덕 마을의 가장 북쪽에는 흙벽돌로 지어진 크지 않은 집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민선의 집이었다.

집 앞에는 제법 커다란 텃밭과 공터가 있는데 텃밭에는 이런저런 채소들이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통- 통-

민선은 걸음을 옮기면 서도 공을 발등으로 튕기고 있었다.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걷고 있자니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계시는 아버지가 보인다.

“아빠!”

뻥-

민선이 인사 대신 공을 강하게 찬다.

민선의 아버지 강윤석이 허리를 쭉 펴고는 날아오는 공을 가슴으로 트레핑한다.

떨어지는 공을 허벅지를 한 번 툭 차올리고는 오른발로 차 다시 민선에게 보낸다.

오른발로 공을 찰 때 몸이 기우뚱하는 것이 어딘가 몸이 불편한 듯 보였다.

“아들, 왔어? 오늘 향응리 녀석들하고 축구한다고 하지 않았어?”

“뻔히 알면서 왜 물어봐?”

민선이 시무룩하게 대답을 하자 윤석이 텃밭을 벗어난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절고 있었다.

“또 안 끼워 준 거야?”

“그렇지 뭐.”

“그러니까 아빠가 친구들하고 축구 할 때는 조금 봐주라고 했잖아. 네가 너무 잘하니 안 끼워주지.”

“나도 아는데 막상 경기 시작하면 그게 안 되는 걸 어떻게 해.”

“짜식.”

윤석이 민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

“씻어. 밥 먹어야지. 오늘 기대해도 좋을 거야.”

“왜? 멧돼지라도 잡았어?”

“어쭈, 어떻게 알았어?”

민선이 도끼눈을 뜨고 윤성을 쏘아 보며 외쳤다.

“사냥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 깜짝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아빠, 지난번에도 사냥하다 큰일 날 뻔했잖아.”

“야, 인마. 농담이야. 멧돼지는 무슨…… 이번에 민호네 돼지 잡았잖아. 지난번에 민호네 일 도와준 거 일당 대신 고기로 받았어. 됐냐?”

“왜 그런 농담을 하고 그래.”

여전히 화가 난 듯 말을 하는 민선의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그런 민선을 본 윤석이 자세를 낮춰 눈높이를 맞춘다.

어깨를 두드려 주다 살짝 감싸 안은 윤석이 민선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걱정하지 마. 아들 놔두고 아빠 혼자 어디 안 가.”

“바보, 아빠야. 그런 농담 할 거면 가버려.”

웃던 윤석이 정색을 한다.

“정말 아빠 가버려?”

민선이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아니야. 가지 마. 아빠, 가지 마.”

“그래, 안 가. 아빠는 언제나 아들 곁에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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