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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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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3,683
추천수 :
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09 22:00
조회
12,694
추천
275
글자
7쪽

필드의 사기꾼 8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8화



“휴우.”

윤석이 허무한 한숨을 내쉰다.

“좋은 날 왜 그렇게 한숨을 쉬냐?”

김기성이 윤석의 어깨를 툭 친다.

“어떻게 용달 한 대 분량도 안 나와요?”

“가져갈 게 별로 없으니까 그렇지.”

김기성의 설득으로 결국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민선의 전학 문제를 해결하고 이삿날이 되었는데 이삿짐이 용달 트럭에 반도 차지 않았다.

민선은 마당에서 앉아 있다. 발아래는 공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집을 머릿속에 담아 두려는 듯 이곳저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들, 이제 가야 해.”

이삿짐을 나르기 시작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다 실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기성이 용달 기사에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승용차로 걸어간다.

“왜 그래?”

“응? 아니야.”

“이사 가기 싫어?”

민선이 고개를 젓는다.

윤석이 잡아끄니 민선이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린다. 뒷좌석에 윤석과 민선이 타니 김기성이 곧 차를 출발 시킨다.

“민선이는 서울 처음이지?”

“네.”

“가면 좋을 거야. 또래 친구들도 많고…… 좋은 선생님도 있을 테니까.”

민선이 창밖을 바라본다. 학교를 가기 위해 하루에 두 번은 꼭 오갔던 길이다. 친구들의 집이 보이고 친구들과 뛰어 놀던 공터도 보인다.

모든 것이 다 추억이다.

그 추억들이 점점 멀어져 간다.


***


통- 통- 통-

공은 일정한 높이로 튀어 올랐다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안영우는 자신의 앞에서 리프팅을 하고 있는 민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민선은 왼발로만 리프팅을 하는 중이다.

지인인 김기성의 부탁으로 강민선을 훈련시키며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이 ‘왼쪽 발을 오른쪽 발처럼 사용을 해라’였다.

민선의 훈련을 봐준 시간은 한 달.

그간 민선이 한 일은 왼쪽 발로 리프팅을 하고, 왼쪽 발로 드리블을 하고, 또 왼쪽 발로 슛을 하는 일이었다.

훈련을 시작하고 끝이 날 때 까지 오른발은 걷고, 뛰는 용도로만 사용을 하고 있다.

안영우가 검지를 편 채 손을 들어 한 바퀴를 빙 돌린다.

민선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프팅 하던 공을 툭 차며 달리기 시작한다.

넓지 않은 풋샬 경기장의 외각을 따라 도는 것이다. 민선은 왼발로 공을 드리블하며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속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빠른 속도다. 더욱이 민선은 지금 드리블을 하며 달리고 있다.

툭-

조금 길게 공을 차고는 가속을 한다. 몸을 살짝 띄워 공을 왼발로 밟고는 몸을 회전시킨다. 오른발이 지면에 닳기 직전 왼발을 강하게 누르니 공이 튀어 오른다.

통-

왼발 뒤꿈치로 공을 툭 쳐 올리니 아름다운 호선을 그린 공이 민선의 몸을 타고 앞쪽에 떨어진다.

왼발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이는 척을 하다 반대 방향으로 툭 치며 달린다.

민선이 드리블을 하며 달리는 모습을 보며 안영우가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역시 대단한 재능이다.’

김기성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썩 내키지가 않았다. 현역에서 은퇴를 하긴 했지만 자신이 고작 열 살 먹은 꼬마 녀석을 훈련시킬 정도로 급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안영우라는 자신의 이름값은 스스로가 생각을 해도 대단할 정도다. 그가 은퇴를 결정했을 때 그를 초빙하기 위해 접근을 한 축구단의 수만 해도 다섯이 넘는다.

하지만 내키지 않던 마음도 잠시였다. 민선은 알아갈수록 감탄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윤석 선배, 그토록 억울했던 겁니까?’

과거 윤석과 꽤 가까운 사이로 지냈던 안영우였다. 자신이 해외로 진출하며 관계가 소원해졌다.

민선의 아버지 강윤석은 안영우가 인정을 하는 몇 안 되는 최고의 선수였다.

비록 최고의 자리로 오르던 중 치명적인 부상으로 축구 생명이 끝이 나긴 했지만 축구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역대 대한민국의 공격수들 중 최고를 꼽을 때 말석이나마 이름을 올리는 이가 바로 윤석이었다.

그런 윤석이 키워낸 아이가 바로 민선이다. 윤석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인지 최고의 재능을 가진 민선이다.

그런 민선을 윤석이 작정을 하고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시켰다.

‘괴물이군.’

두 바퀴를 전력질주를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민선을 보며 안영우가 혀를 내둘렀다.

“잠시 쉬자.”

“네!”

민선이 털썩 주저앉는다.

“축구가 그렇게 좋아?”

“네, 선생님은 축구가 안 좋으세요?”

“아니, 나도 축구가 좋아.”

민선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앉아서도 공을 발끝으로 컨트롤 하고 있다. 물론 왼발로만 말이다.

한시도 공을 몸에서 떼어 놓지 않으려는 민선에게 안영우가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민선이 한 대답이 이거였다.

-아빠가 공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라고 했어요.

몸의 일부분이니 무엇을 할 때도 떼어 놓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민선이 하는 양을 보면 진짜로 공이 몸의 일부분인 것처럼 느껴진다.

달콤한 휴식 시간이 지났다. 민선은 안영우가 재촉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선다.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선 민선이 공을 안영우에게 차 준다.

“준비됐으면 들어와.”

공을 발로 멈춰 세운 안영우가 말을 하자 민선이 빠른 속도로 달려든다.

발로 지면을 쓸어가자 안영우가 기다렸다는 듯 밟고 있던 공을 뒤로 살짝 뺀다. 민선의 발이 허무하게 빈 공간을 가른다.

민선은 좌측으로 이동을 하며 공을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안영우가 공의 위치를 조금씩 바꿔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만다.

“공격수는 최일선 수비수야. 공격수가 상대 수비라인들을 압박해 줘야 해. 패스 미스를 유도할 수도 있고 같은 편이 상대편 공격에 대비 할 시간을 가질 수도 있어.”

안영우는 민선에게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옮기면서도 말을 이어간다.

“자기가 공격수라고 수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패스 받기만 기다리는 공격수는 반쪽짜리, 아니 빵점짜리 공격수다. 필요에 따라서는 미드 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야 해. 그렇기 때문에 체력은 필수지.”

민선은 좀처럼 안영우에게서 공을 빼앗을 수가 없었다.

“오우-!”

안영우가 흥미롭다는 듯 탄성을 토해낸다. 민선이 상체를 왼쪽으로 이동을 하기에 반대 방향으로 공을 뺐는데 순간 방향을 틀어 발을 뻗어 온 것이다.

간단한 상체 페인팅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페인팅에 자신이 잠시나마 속은 것이다.

“치잇-!”

이번에도 공을 빼앗아 낼 수가 없었다. 오기가 생긴 민선이 다시금 안영우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오기는 오기일 뿐이다.

민선이 축구에 대한 재능이 천재적이라면 안영우 역시 마찬가지다.

안영우의 나이는 서른일곱 살이다. 열네 살에 처음 축구를 하여 이십사 년을 축구와 함께했다. 열 살이라는 민선이 살아온 생에 두 배가 넘는 시간이다.

아무리 민선이 천재라도 그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 거기에 어른과 아이의 신체조건 역시 한몫을 했다.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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