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사기꾼 10화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10화
“형.”
“응?”
“만약 민선이가 해외로 가게 되고 영우만큼 큰 선수가 되면 그때도 놔줄 거야?”
김기성이 피식 웃는다.
“얌마, 영우 놔주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아냐? 그때는 내가 많이 모자랐거든. 그걸 스스로 깨달은 거지. 그런데 그때가 언제인지 알지? 벌써 십일 년 전이야. 나도 이제 어디 가서 명함 내밀고 쪽팔리지 않을 정도의 인지도는 쌓았거든?”
“하하, 그렇죠.”
“걱정하지 마. 민선이는 내가 끝까지 케어해 줄 거야.”
“고마워요, 형.”
“별말씀을……. 그것보다 영우하고 한 번 만나서 이야기 나눠 봐. 이틀 전에 통화를 했는데 영우는 하루라도 빨리 한국 땅 떠났으면 하더라.”
윤석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영우가 함께 간다잖아. 영우가 이런 결정 쉽게 내렸겠어?”
“그건 그렇죠.”
안영우는 민선의 미래를 위해 하루라도 빨리 축구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고 김기성에게 말을 했다. 그리고 민선이 해외로 가게 된다면 자신이 따라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한마디로 파격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이제 열 살이 된 민선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윤석이 함께 갈 수가 없지 않은가.
“조금 더 생각을 해볼게요.”
“그래, 알았다.”
***
“Buon giorno. Piacere!”
민선은 안영우에게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간단한 회화를 배우고 있는데 안영우는 민선에게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다.
민선에게 축구에 대한 재능만큼이나 언어에도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발음이나 억양, 액센트가 제법 훌륭했다. 자신은 이탈리아 유소년 클럽을 시작으로 2부 리그, 1부 리그를 거쳐 가며 어렵게 완성을 한 이탈리아어였다.
“다른 나라에 갈 때 그 나라의 말을 알고 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야. 나도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무지 고생했거든. 일반적인 생활이야 어떻게든 했는데 훈련을 할 때나 경기를 할 때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았지.”
민선이 이해를 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은 작전 수행 능력의 한계가 있다는 말과 같다.
“그 나라의 언어를 알고 문화를 알면 분명히 축구에도 도움이 된다. 언어 문제만 해결이 돼도 팀에 빨리 녹아 들 수가 있거든.”
“네, 선생님.”
민선이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그런데 왜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거예요?”
“응?”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 안영우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김기성에게 미리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민선을 데리고 이탈리아에 가려고 생각 중이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만약 민선이가 다른 나라에 가서 축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어느 나라에서 하고 싶어?”
“스페인이요.”
민선이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한다.
“이유는?”
“흐음…… 스페인 리그가 축구를 잘하는 것 같아요.”
“민선이는 화려한 플레이를 좋아하는구나?”
“그런가요?”
민선이 스페인에서 축구가 하고 싶다는 말을 한 이유는 윤석 때문이었다. 윤석이 가끔 보여 주던 동영상 속의 레전드들이 대부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속해 있던 까닭이다.
“유럽의 축구 선진국들 중 가장 거친 리그가 어디인 줄 알아?”
“아빠가 영국 리그가 몸싸움이 거칠다고 했어요.”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도 거칠기는 하지. 하지만 최고 거친 곳은 아니야.”
“그러면 어딘데요?”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세리에 A는 거칠기로 유명하지. 또 이탈리아 축구는 전통적으로 수비가 강해. 그래서 세리에 A의 득점왕은 다른 리그에 가면 그의 평소 득점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하곤 해.”
민선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안영우가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
“나도 한국에서 축구를 하다 열일곱 살에 이탈리아에 갔어. 처음 이탈리아에 갔을 때 참 많이 힘들었어. 말은 안 통하지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하지. 또 한국 축구와는 다르게 매우 거칠지. 고생한 만큼 더 노력했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해외는 실력이 최우선이니까. 그 노력 덕인지 2년이 되던 해 열아홉 살에 2부 리그에 입단을 했지. 그리고 그다음 해에 바로 1부 리그로 이적을 했어. 그다음부터는 민선이도 알지?”
민선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알려주고 있는 안영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민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축구 선수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나는 이탈리아에서 해외를 처음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왜요?”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야. 이탈리아 축구는 수비가 강한 탓에 최전방 공격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해주거나 공격의 루트를 열어주기가 쉽지 않아. 그리고 피지컬이 괴물 같은 수비수들과 상대를 해야 하니 내 피지컬 역시 대단해졌지. 강력한 빗장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기교와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가진 수비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가졌기 때문에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축구 선수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거야.”
“아-!”
민선이 알겠다는 듯 탄성을 터뜨린다.
“기교는 따로 나에게 배울 수 있어. 유소년 클럽에 들어가게 되면 그곳에 코치들도 있고. 하지만 그렇게 배울 수 없는 것들, 즉 경기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 그렇기 때문에 나는 처음 시작은 이탈리아가 좋다고 생각을 해.”
“그렇구나.”
“민선이는 이탈리아 가고 싶지 않아?”
“으음…… 거기 아이들은 축구 잘하나요?”
“당연하지. 지금까지 민선이가 봤던, 또 함께 축구를 했던 아이들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축구를 잘하지.”
“제가 이탈리아에 갈 수 있나요?”
안영우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이야. 선배, 아니, 민선이 아버지의 허락이 있어야겠지만 말이야.”
“아빠는 허락할 거예요.”
“그렇겠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 민선이 아버지라면 당연히 허락할 거야.”
***
민선과 안영우의 생각대로 윤석은 결국 허락을 했다. 물론 조건도 있었다. 앞으로 1년 동안 안영우에게 이탈리아어를 배운 후에 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가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민선이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면 바로 돌아오는 것이 그 조건이었다.
“맛있어?”
“응!”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은 민선과 윤석이 만나는 날이다. 만나려고 한다면야 매일도 그럴 수 있겠지만 민선의 배움에 방해가 될까 우려해 윤석은 되도록 안영우의 집을 찾아가는 것을 자제했다.
“요즘 어때?”
“좋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하는 민선을 보며 윤석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렸다.
“선생님은 잘해 줘?”
“응.”
“요즘은 저녁에 뭐 배워?”
“저녁 먹고 두 시간 동안 이탈리아어 배우고 잠시 쉰 후에 축구 전술 배워.”
“이야, 우리 아들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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