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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사기꾼

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퓨전

선우
작품등록일 :
2016.01.05 18:34
최근연재일 :
2016.02.24 22: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443,783
추천수 :
11,876
글자수 :
140,163

작성
16.01.08 22:00
조회
12,582
추천
297
글자
7쪽

필드의 사기꾼 7화

DUMMY

<※본 글은 소설이며 단체명이나 이름 등은 사실이 아닙니다. 작가의 상상에 의한 순수 창작물입니다.>




필드의 사기꾼 7화



“소원? 아빠가 이기면 어떤 소원 말할 건데?”

“에이, 그걸 벌써 얘기하면 안 되지. 아빠가 이기면 말할 거야. 그러니까 아들도 이겼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소원 생각해 놔.”

“알았어.”

민선이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서는 자세를 낮춘다. 이번만큼은 절대 뚫리지 않겠다는 각오가 두 눈 가득하다.

그런 민선을 바라보며 윤석이 뜻 모를 웃음을 짓는다.

“어디 막아봐.”

이번에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윤석의 눈이다. 왼쪽 방향으로 눈동자가 움직였다고 느끼는 순간 상체가 기울었다. 하지만 민선은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민선은 윤석의 움직임을 조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있다.

윤석은 상체를 기울이고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민선이 망설인다고 느끼는 순간 완전히 왼쪽으로 이동을 한다. 다리가 불편함에도 상당히 민첩한 움직임이다.

민선이 바로 반응을 한다.

윤석의 앞을 가로막은 민선이 저도 모르게 순간 움찔했다. 윤석의 다리 쪽에 당연히 보여야 할 공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느끼는 순간 윤석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때야 민선은 볼 수 있었다.

공은 처음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마디로 윤석은 공은 건드리지도 않고 몸만 움직였던 것이다.

움직이던 힘, 즉 역동작에 걸려 윤석의 움직임을 쫓지 못한 민선은 윤석이 공을 반대 방향으로 툭 치고 가는 것을 허망한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야호! 또 이겼다.”

“아들 이기니까 좋아?”

“당연히 좋지. 승리는 언제나 짜릿하지.”

“방금 그건 뭐야? 실전에서 써 먹지도 못하는 것 아니야?”

민선의 말에 윤석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지니까 분해?”

“그렇지 않아.”

“실전에서 쓰지 못한다고 했지? 왜 그렇게 생각해? 실제로 이런 페인팅을 쓰는 선수들이 꽤 된다.”

민선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축구에 관한 모든 것을 윤석에게 배우기는 했지만 승부에서 지고 나니 분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이 왜 졌는지 알아?”

“몰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분하다고 입술을 삐죽거리는 민선의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러운 윤석이었다.

무릎을 살짝 굽혀 민선과 눈높이를 맞춘 윤석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을 한다.

“아들이 경험이 없어서 그래. 아들과 함께 경기를 한 친구들 중에 이런 정도의 페인트, 즉 연기를 할 아이들이 없잖아. 그래서 몰랐던 거야.”

“경험인 거야?”

“그렇지. 역시 우리 아들 똑똑해. 맞아, 경험이야.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를 알 수 있어. 세계적인 수비수들은 모두 경험이 많아.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수없이 상대를 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페인트 동작들을 경험했지.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 많은 수비수들을 속여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는 거지. 알겠어?”

“응, 알겠어.”

민선이 눈에 힘을 주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낸 민선이 지나가는 투로 묻는다.

“그런데 소원이 뭐야?”


***


열린 방문 틈 사이로 마당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민선이 보인다.

김기성이 그런 민선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아직 어린 애인데 너무 심한 것 아니야?”

김기성의 말에 윤석이 작은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었어요.”

“모르고 있는 거지?”

“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죽은 줄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김기성이 답답한 듯 한숨을 토해낸다.

“정말 벌 받을 거야. 사람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그러지 마세요. 각자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사정? 장난 하냐? 자기만 힘들었데? 아니, 말은 바로 하자. 가장 힘들었던 건 너잖아. 너 제일 힘들 때 그렇게 떠나가 버리면? 남겨진 사람들은? 그때 민선이 세 살이었지?”

윤석이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 좋다고, 너 없으면 안 된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부상당했다고 바로 떠나? 애까지 낳고?”

“…….”

윤석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김기성이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이어진 작은 문으로 나갔다 이내 돌아온다. 그의 손에는 소주병이 들려 있었다.

“답답해서 이대로는 못 자겠다. 한잔하자.”

“오늘도 마시면 아들이 화낼 텐데.”

“그러면 나 혼자 마실게.”

김기성이 소주 마개를 열고는 주둥이를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들이킨다.

“캬아-”

“혼자 마시면 맛없잖아요.”

윤석이 김기성의 손에서 소주병을 낚아채 한 모금 들이키고는 다시 건네준다.

“혼인 신고 안 되어 있으면 자기가 처녀야? 애까지 낳아 놓고 도망을 왜 쳐?”

“그만하세요. 애 듣겠어요.”

“들으면 어때? 민선이도 진실을 알아야지. 나중에 알게 되면 뭐라고 할 거 같아? 아, 저 상처 받을까 봐 감추신 거예요? 이럴 것 같아?”

“정말 그만하세요.”

김기성이 소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병을 윤석에게 건넨다.

“힘들지?”

“네, 사실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소원으로 그런 것 말한 거야? 앞으로 엄마 얘기 하지 말라고?”

“민선이가 다른 것에는 그러지 않는데 유독 축구하고 엄마에 대해서는 집착이 강해요. 틈이 날 때마다 엄마에 대해 묻는데 사실 그때마다 너무 힘들거든요. 형님도 아시지만 제가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잖아요.”

“크크, 그래서 지금 그 모양 된 거 아냐? 그래도 언젠가는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야?”

“그래야겠죠.”

윤석이 소주를 입에 한 가득 담고는 꿀꺽 삼켰다.

“언젠가는…….”


***


오늘도 민선은 자야 할 시간에 자지 못하고 마당에 나와 검게 물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휴우.”

열 살이라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한숨이 입을 뚫고 새어 나온다.

“바보 아빠. 왜 그런 소원을 비냔 말이야.”

-앞으로 엄마에 관한 이야기 하지 마.

힘을 잔뜩 주고 있는 두 눈이 어둠 속이지만 붉게 충혈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는 것이다.

“나도 엄마 얘기하기 싫단 말이야. 바보 아빠야.”

입술을 질끈 깨문다.

“그런데 엄마 얘기 안 하면…… 그러면…….”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도 아빠도 엄마 잊어버리고…… 하늘에 있는 엄마가 슬플 거 아니야. 이 바보 아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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