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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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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8.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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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천년 설련자편

DUMMY

남객은 품속에 손을 넣어 둥글게 말은 족자를 꺼내 신녀에게 보였다.

“ 여기 방책을 기록 하였으니 보아 주시기 바라오!”

배교 신녀가 미동도 보이지 않고.

“ 이리 가져오너라.”

시비에게 지시하자, 좌측에 있던 시녀가 다가와 남객에게서 족자를 받아 주렴 안의 신녀에게 공손히 바쳤다. 신녀가 문서를 펼쳐 읽은 후 남객에게 일렀다.

“ 군사께서는 개방과 우리 배교가 손을 잡아 절정 산장을 치자는 말씀이시오?”

남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무림 형세로 보아 절정산장과 동창의 야욕을 막아 낼 수 있는 길은 이 방법 밖에 없소이다. 소림과 무당이 있다하나 그들도 조정에서 내려주는 사전(寺田)의 이익이 크고, 그 안에서도 의견이 갈려 내분이 극심하니 도움 받기도 어려울 것이외다. 더구나 배교 하나의 능력으로는 동창은 말할 것도 없고 절정 산장의 공격을 받아내기도 힘들 것이오! 우리 개방은 조정과의 거래가 없어 이익에 자유로우며, 천하의 협의지사들이 많으니 같이 천하 무림 평화를 도모함이 어떻겠소?”

배교 신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 이 일은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니 며칠 안으로 사람을 보내겠소이다. 그리고 병자를 치료해 달라고 하였는데 병자와 개방은 무슨 관계이오?”

남객이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 그는 귀곡자의 법을 이은 현기자의 제자로서 성은 류 이름은 사라고 하는 사람이오! 그의 무학은 아직 귀곡자의 정수를 깨닫지는 못하였으나, 그 정도로도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오! 불행히 이번에 손 요삼의 혈수 인을 맞아 몸을 상하였으니 신녀께서 구해주시면 은혜를 개방에 베푸시는 것이오이다.”

배교 신녀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이윽고 한숨을 호! 내쉬며.

“ 그를 전혀 모르는 바도 아니니 내가 어찌 모른 체 하겠소! 힘써 보리다!”

남객이 두 손을 맞잡아 감사의 뜻을 표했다.

“ 고맙소! 그가 깨어나면 우리 일에 큰 힘이 될 것이라 확신하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럼 돌아가서 답을 기다리도록 하겠소이다!”

신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살짝 굽혔다.

“ 개방의 군사께서는 무사히 돌아가시길 바라오! 며칠 내로 사람을 보내겠소이다.”

하고는 좌우 시녀에게 그를 배웅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깊은 늪 속에 빠진 듯 했다. 온 몸이 매를 맞은 듯 욱신거리고, 의식이 자꾸 가라앉았다. 희미하게 부연 빛이 어디선가 비쳐 왔다. 눈을 뜨려고 하였으나, 눈꺼풀이 무거웠다. 그러다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 움직이지 마시오!”

감미로우면서도 엄격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를 눌렀다. 명문 혈을 통하여 뜨거운 진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 눈을 감고 진기를 운행하시오!”

뒤돌아보려는 류사의 동작을 억제하면서, 운기조식을 강제했다. 류사는 얼떨결에 그녀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들어오는 진기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여인의 진기는 부드럽게 류사의 본원 진기와 어울리면서 전신을 돌기 시작했다. 진기가 대주천하면서 류사의 몸속에 남아 있던 독기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땀이 송골송골 솟아나며 역한 기운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기를 전신에 두 번 운행하고 나자 몸이 노곤해지며, 땀과 독기가 범벅이 되어 온 몸이 미끈거리고 악취가 풍겼다. 여인이 기문 혈과 장문 혈의 급소를 찌르며, 머리 부분의 승령 혈과 본신 혈을 무겁게 눌렀다. 류사가 힘을 잃고 앞으로 고개를 숙이자, 여인이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보료 위에 반듯이 눕혔다. 향기로운 여인의 체향이 감미로웠다. 그러면서 류사는 깊은 잠 속에 빠져 들었다.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렸다. 노곤하지만 심연으로 빠지는 듯 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류사는 눈을 떴다. 새벽 인 듯 했다. 둥근 창으로부터 희부연 햇빛이 들어왔다.

“ 안녕! 잘 잤어?”

누군가 조잘 거리며 인사를 건넸는데 아이의 목소리 같지만 약간 두껍고 거셌다.

“ 안녕! 잘 잤어?”

또 한 번 반복 되었다. 호기심에 둘러보니 천장으로 부터 길게 늘어뜨린 줄에 매달린 새장 안에서, 부리가 휘어진 녹색 새가 머리를 끄덕이며 류사를 향해 소리쳤다.

“ 안녕!”

류사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래서 새를 향해 답례를 했다.

“ 안녕!”

그러자 새가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 넌 누구냐?”

류사가 흉내 내었다.

“ 넌 누구냐?”

그러자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계속 떠들어댔다.

“ 넌 누구냐? ...”

방안이 소란스러워지자, 살며시 방문이 열리며 자색 옷을 입은 단아한 얼굴의 여자가 들어왔다. 눈이 크고 부드러우며 머리는 땋아서 양 갈래로 어깨에 늘어뜨렸고, 발걸음이 조신했다. 들어오면서 새를 향해 꾸짖었다.

“ 잔소리! 조용히 하지 못해!”

새가 꾸꾸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조용히 하지 않으면 아침을 굶길 거야!”

“굶길 거야! 굶길 거야!”

새가 제자리를 빙빙 돌며 반복하여 중얼거렸다. 그러자 여자가 류사의 침상으로 다가왔다.

“깨어나셨습니까?”

류사가 일어나려하자 말렸다.

“ 아직 몸이 완전치 못하십니다. 좀 더 누워 계십시오.”

“ 고맙소! 그런데 내가 어떻게 여기에?”

류사가 의아해하자 여인이 말했다.

“ 저는 시비 자운(紫雲)이옵고 주인께서 공자를 구하셨습니다. 정양하고 계시면 만나 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아! 주인께서 누구이시온데?”

류사가 다시 묻자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 더 묻지 마십시오. 소녀는 아무것도 모르옵니다.”

라고 말을 잘랐다. 류사는 더 묻지 못하고 말을 멈췄다.

“ 소세를 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하고는 밖으로 나가 어린 시동을 보내 갈아입을 옷과 소세 물을 보냈다. 오후에 기운을 차려 창가에 앉으니 정원 숲이 보이고 그 주위를 작은 도랑이 흘렀다. 나무다리가 도랑위에 놓여 있었는데 난간에 춤추는 여인의 조각상이 보였다. 저녁 어스름이 지고 있었다. 그 때 다리를 건너는 작은 가마가 보였다. 가마가 전각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 멈추더니 붉은 명주옷에 붉은 면사를 쓴 여인이 내렸다. 몸매가 늘씬한 절세가인이었다. 류사 있는 쪽을 흘깃 보더니 바람같이 전각 안으로 사라졌다.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다. 익숙한 자태였는데 분명치가 않았다. 류사는 저녁상을 가져 온 시녀들에게 그녀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폐가 되리라 생각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상을 물린 후 자운을 찾아서, 이만 떠나겠노라고 뜻을 밝혔다. 자운이 며칠 더 있으라고 만류하더니 마침내.

“ 공자의 뜻이 정 그러하시다면, 주인께 말씀 전하겠습니다.”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류사가 오후 내내 운공을 하며 몸을 살펴보니,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날 오후 늦게 해 질 무렵, 자운이 찾아왔다.

“ 공자! 주인께서 만나 보시겠답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자운은 류사를 데리고 복도로 나섰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 곳을 올라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 향내가 그윽하고 수정 주렴이 쳐진 안으로 보료에 기댄 붉은 옷의 여인이 보이고 그 옆으로 머리에 쪽을 찌고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이 시립 하고 있는 모습이 은은히 비쳤다. 주렴 밖에 자색 옷을 걸친 여인이 무릎을 꿇고 왼편에 앉아 있었다. 자운이 류사를 향해 속삭였다.

“ 주인이시오! 인사를 올리시오!”

그리고는 류사에게 방 가운데 놓인 방석에 앉으라하고, 자신은 주렴의 오른 편에 가서 무릎을 꿇고 앉았다. 류사가 앉기 전에 두 주먹을 모아 주렴 안의 여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 태허도관의 류사! 목숨을 구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대신 청의 여인이 인사를 받았다. 온화하면서 부드럽지만 나이 든 음성이었다.

“ 몸의 움직임에 불편함은 없다고 들었는데 괜찮은가?”

“ 그렇습니다, 노 선배의 구명지은(求命至恩)에 감격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은인을 알지 못하여 민망한 심정이오니 높으신 함자를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

“ 허허!”

청의 여인이 웃음을 지었다.

“알려주지 못할 것이야 무엇이 있는가? 하지만 그대를 구한 것은 여기 계신 우리 주인이니 똑똑히 알아두게!”

하고는 머리를 숙여 붉은 옷의 여인이 말하는 것을 공손히 들었다. 그런 다음 고개를 들어.

“ 이보시게! 류 대협! 여기가 어딘 줄은 알겠는가?”

하고 물었다. 류사는 당황하여!

“ 글쎄요! 처음 오는 곳이라 알 수가 없습니다. 하교(下敎)하여 주십시오!”

청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 그럴 터이지! 하지만 그대가 처음 온 곳은 아니네! 여기는 양양 성중의 이화원이니 아주 모르지는 않을 걸세!”

“이화원!”

류사가 깜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청의 여인이 너그럽게 웃으며.

“ 이곳은 이화원의 후원에 있는 별채이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네! 그리고 여기 계신 이분은 이화원의 주인이시라네.”

그 말과 함께 붉은 옷의 여인이 몸을 일으켜 정좌했다. 얼굴에 면사를 쓰고 있었다. 몸매가 눈에 익었다. 어제 가마를 타고 온 여인이었는데 어디선가 분명히 보았다. 청의 여인이 말을 꺼냈다.

“ 우리 주인께서는 개방 사람의 부탁에 의해 그대를 구했으나, 앞으로는 절정산장과 싸울 일은 극히 조심하라고 하시네. 그들의 수단은 악하고 독랄하여 자네 혼자로는 상대하기 어렵네! 움직일 때는 반드시 개방과 상의하도록 하게!”

“ 걱정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류사가 고개를 숙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 그들을 돕기는 하겠으나, 행동을 늘 같이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점은 양해해 주십시오.”

청의 여인이 입맛을 다셨다.

“ 어쩔 수 없지! 하여간 몸조심 하게나! 그리고 급한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나 와도 좋다고 주인께서 말씀하시네! 그리고 이건 주인이 따로 주는 선물이니 받아가도록 하게!”

하고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밖에 있는 자운에게 내 밀었다. 자운이 그것을 받아 류사에게 전하였다. 작은 은갑이 비단 주머니에 싸여져 있었다.

“ 이것이 무엇이오니까?”

류사가 의아하여 묻자, 청의 여인이 잠시 멈칫하더니.

“ 그건 천년 설련자(雪蓮子)로 만든 단약이라네! 우리 주인께서 특별히 그대에게 내리는 것이니 귀하게 쓰도록 하게나!”

류사가 대경실색하여.

“ 어찌 이런 귀한 물건을 아무런 공도 없는 제가 받겠나이까? 이 물건을 다시 거두어 주소서!”

하니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 손을 가로 저었다. 그러자 청의 여인이 짐짓 노한 목소리로.

“ 어찌 남의 호의를 그렇게 무시하는 것인가? 우리 주인께서 각별히 주는 것이니 받아서 자신을 잘 지키도록 하게!”

“그러나 이것은 무인에게는 내공을 증가시키며, 병자를 낫게 하는 극히 귀한 물건인데, 어찌 이것을 ....”

하고 우물쭈물하자 청의 여인이 호통을 쳤다.

“ 사나이 대장부라 자부하는 사람이 그까짓 물건 하나를 가지고 무엇을 그리 망설이는가? 어서 간수하도록 하게!”

하니 어쩔 수 없이 류사는 설련자를 품에 넣어 두었다. 그 것을 보고 청의 여인이 만족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 달리 할 말이 없다면 그만 물러가도록 하게! 밖에 개방 사람이 와 있으니 그들을 만나 보도록 하게나!”


작가의말

붙여 넣기 실수로 처음 등록시 이번회의 초반부 가  빠져서 정정하여 다시 등록하였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사과 드리며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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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89 한사
    작성일
    18.08.18 18:23
    No. 1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05 11:56
    No. 2

    잘 봤습니다. 류사가 기력을 빨리 회복한 것을 보니 좋군요. 주인공이 계속 아파누워 있으면 보는 입장에도 난망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05 12:24
    No. 3

    옛날 중국 무협은 주인공 나오는 분량이 절반 정도 되어도 인기가 있었는데 , 요즘 트랜드는 한회에 한번은 출연해야 된다고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어가빙
    작성일
    20.11.05 12:49
    No. 4

    주인공의 출연분량에 대해선 사실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띄엄띄엄이거든요. 저는 그게 아니라 주인공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매 화 출연시켜도 별 감흥이 없더라, 뭐 이런 뜻에서 드린 말 씀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류청
    작성일
    20.11.05 13:01
    No. 5

    저도 트랜드도 모르고 제 구상으로 적었습니다. 나중에 출판사 분이 그런 말씀 하시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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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수저용왕포(水底龍王炮) 편 +4 18.10.14 83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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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적 그리스도 루시퍼 편 +3 18.09.29 826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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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작 두 편 +3 18.09.15 891 14 11쪽
43 양이투전 (洋夷鬪錢)편 +2 18.09.08 948 14 13쪽
42 취련 각(醉蓮閣) 편 +3 18.09.02 1,012 12 14쪽
41 수월도 편 +3 18.08.26 1,040 19 11쪽
» 천년 설련자편 +5 18.08.18 1,048 17 12쪽
39 배교 신녀편 +2 18.08.12 1,069 12 13쪽
38 혈수궁 편 +3 18.08.05 1,040 15 12쪽
37 금정사녀의 출현편 +3 18.07.28 1,090 15 13쪽
36 남객 묘일선편 +8 18.07.20 1,08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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