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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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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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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8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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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금정사녀의 출현편

DUMMY

남객의 뒤에 서 있던 임진상이 개방 사람들을 지휘하여 그 중의 하나가 류사를 들쳐 메었다. 좌우에 단창과 칼을 든 표한한 모습의 젊은이가 류사를 지키면서 대청을 빠져 나갔다. 손요삼은 물끄러미 쳐다만 볼 뿐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 남객이 양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남겼다.


“ 감사하오! 손 장주! 또 만납시다!”


이자성은 말없이 뒤로 돌아섰다. 남객은 뒷걸음질을 치다 곧 몸을 돌이켜 개방 사람들의 뒤를 따랐다.

............................................................................................................................

화산의 봉우리들은 높고도 깊다. 낭떠러지는 끝을 보여주지 않고, 바위들은 단호하다. 도끼로 팬 듯, 깎아지른 화산의 다섯 봉우리들은 관중평야를 내려다보면서 군림한다. 그 중 서봉인 연화봉 정상 아래에 화산파의 연운 관(煙雲觀)이 있다. 절벽을 쳐서 길을 내고 바위와 바위 사이 다리를 놓은 다음 낭떠러지에 기대어 작은 전각을 지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찾아오는 향객들이 저절로 고개 숙일 만큼 위엄 있는 기세였다.


낮에 부슬 부슬 비가 오다 오후 늦게 그치고 향객들의 발길도 그친 저녁나절이었다. 어린 도사가 치는 저녁 북소리가 황혼의 빛과 함께 골짜기를 울리는데, 도관 정문 앞에 피풍을 걸친 남녀가 찾아왔다. 한사람은 상투를 틀고 눈이 가늘며 주름이 진 노인이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은 면사를 드리운 날씬한 몸매의 여자였다. 지객도인 허령자가 밖으로 나와서 향객을 맞을 시간이 지났다고 하였으나, 노인은 고집을 부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싱강이가 길어지자 소란스러움을 내다 본 관주(觀主 ) 자양진인이 참배를 하도록 허락하라고 동자를 내보냈다. 그들은 동자를 따라 상청 각에 들어가 참배를 하였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동자가 들어가서 시간이 오래 되었음을 알렸다. 가부좌를 틀고 보료 위에 앉아 있던 노인이 동자에게 일렀다.


“ 내가 관주를 뵙고자 하니 동자는 가서 전하라!”


동자는 나이가 비록 열 두 세살 정도로 어려 보였으나, 눈동자가 또렷하고 의지가 굳어 보였다. 노인의 당돌한 말을 듣고도 흔들림 없이 두 손을 맞잡은 자세로 되물었다.


“ 관주님을 찾으시는 분이 누구시라고 말씀 올리리까?”


노인이 감았던 눈을 슬그머니 뜨며 동자를 쳐다봤다. 흰자가 짙고 검은 눈동자는 작았다. 눈빛이 암울하게 깊어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동자는 흠칫하며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 절정산장의 사람이 왔다고 전하여 주려무나!”


동자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돌아왔다.


“ 두 분을 정실(靜室)로 모시라고 합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동자가 앞서고 두 사람은 그 뒤를 따라 노군전(老君展) 뒤의 작은 암자로 들어갔다. 벽에 화산파의 개 파 조사인 광녕자 학대통(廣寧子郝大通)의 초상이 걸려 있고 그 앞에 작은 제단을 놓아 향불을 피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고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흐른 후 관주인 자양진인이 들어왔다.


그는 몸은 말랐으나 얼굴에 온화한 기운이 서렸으며, 몸을 움직임에 법도가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의 맞은편에 좌정한 다음 동자에게 차를 가져 올 것을 분부했다. 차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상대를 응시했다. 이윽고 절정산장에서 온 노인이 말을 꺼냈다.


“ 나는 절정산장에서 온 장 편복이라고 하오, 저의 주인인 손 장주의 말씀을 전하려 왔소이다.”


자양진인은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 진인께서는 지금의 장문인 일양자를 폐하고 새로이 화산 파를 세우려 하신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오?”


자양진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 편복이 말을 계속했다.


“ 화산 파는 우리와 손을 잡고 장차 천하 도문을 하나로 하여 만 백성에게 전진교의 위엄을 떨쳐야 할 터인데 , 지금 중도에 포기하려 하심은 어인 일이시오?”


자양진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화산은 속세의 일을 물어서는 아니 되고, 이익을 탐하여 세력과 결탁하면 아니 되오! 무릇 도를 행함이란 스스로의 몸을 바로 세우고, 백성의 고난을 구제하고자 함인데, 이를 역행하여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가까이 하려하니 이 어찌 전진의 도맥이라 하겠소? 그리하여 화산의 사장(師長)으로서 이를 바로잡고자 함이니 외간사람인 절정산장이 관여할 일이 아니오.”


장 편복이 묵연히 앉아 있다가, 오른 손을 뻗었다. 진인이 왼 손 검지를 튕김과 동시였다. 찍 하는 소리가 나며 작은 박쥐 한 마리가 땅바닥을 굴렀다.


“ 소양공(燒陽功) ”


장 편복이 낮게 소리치며 피풍을 넓게 휘둘렀다. 방안이 순식간에 박쥐의 날개 치는 소리로 뒤덮였다. 자양진인은 냉소했다.


“ 겨우 미물로 사람을 해하는 게 너희들의 재주냐! 무도하구나!”


하며 양팔로 둥근 원을 그렸다. 그러자 자색의 띠가 생기며 다가오는 박쥐들을 떨어뜨렸다.


“ 금사(金蛇 )!”


하고 급박하게 장편복이 여인을 불렀다. 여인은 피풍을 벗으며


“ 휘익”


하고 괴상한 휘파람 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붉은 끈 같은 것이 여인의 허리춤에서 튀어나와 보라 빛 막을 뚫고 자양진인을 급습했다. 진인은 대경실색하여 품안에서 단검을 꺼내 휘둘렀다.


“ 묵갑 적련사(墨鉀 赤鍊蛇 ) ”


진인은 낮게 소리치며 앉은 자세로 떠올라 방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장 편복과 여인은 그 뒤를 따랐다. 바깥은 어둠이 와 있었다. 달이 화산의 서봉 위로 떠올라 하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당에 자양진인의 화산 제자들이 한 손에 검을 움켜잡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손 요삼은 오지 않았는가? 편복사자!”


그들 중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장 편복을 불렀다. 그는 푸른 도복을 단정하게 걸치고, 손에는 어장 검을 들고 있었다. 얼굴은 둥글고 눈은 가느스름했다. 그런데 오른쪽 귀가 뜯겨 나가고 없었다.


“ 오랜만이구나! 태진자! 그동안 어디에 숨었는가 하였더니 여기서 지냈는가?”


장 편복이 그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하였다.


“ 우리 화산이 개 파한지 삼백년이 넘어 이와 같은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우리 대에 이르러 너희와 같은 무리에게 농락당하는 것이 너무 통분하구나!”


태진자가 검을 비스듬히 내린 채 한발 자욱 다가왔다.


“ 우리 주인이 너를 칭찬하더니 과연 화산 제자의 기세가 당당하다! 전일 우리 자운(紫雲) 편복이 너를 물긴 하였으나, 너의 검에 상한 편복도 많았다. 그만 원한을 풀고 대세에 따르라!”


하고 달랬으나 태진자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장 편복에게 일 검을 내리쳤다. 어장 검은 왼편 위에서부터 비스듬하게 장 편복을 갈랐는데, 그는 어느 사이엔가 태진자의 뒤로 돌아 흑암 장(黑暗掌)의 한수를 내질렀다. 뭉클 하는 검은 기운이 솟아나며 태진자의 등을 치자, 그는 빙글 돌아서서 검을 어지러이 흔들어 흑암장의 기운을 흩뜨렸다. 그러자 장 편복이 피풍을 펼쳐 박쥐들을 풀어 놓았다.


박쥐들이 날아오르며 태진자를 공격하자 뒤에 서 있던 화산 도인들이 앞으로 나서 박쥐들을 검으로 쳐내었다. 이 때 어둠 저편에서 붉은 장포를 걸친 무사들이 잔도를 건너 연운 관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들을 보자 장 편복이 목소리를 높이 하여 화산 제자들을 꾸짖었다.


“ 화산의 반도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절정산장의 처분을 기다리라!”


그러나 화산 도인들은 그 말을 들은 척도 않고 절정산장의 검사들을 공격했다. 그들은 더 이상 말을 나누지 않고 서로 맞붙었다. 연운 관에 있던 도인들은 화산제자들 중에서도 배분이 높은 제자들이어서 검술이 강했다. 그러나 절정산장의 검사들도 만만치가 않아 쌍방은 팽팽히 맞붙었다. 그러자 장편복의 옆에 섰던 금사가 면사를 벗어던지고 공격에 나섰다. 그녀의 얼굴은 수려하였으나 뺨에 칼자국이 길게 나 있었다.


그것이 그녀에게서 처연한 매력을 풍겼다. 그녀는 허리에 감았던 채찍을 풀어 휘둘렀는데 손속이 독특했다. 채찍은 뱀처럼 구부러지며 상대의 허리를 감기도 하고, 때로는 꼿꼿하게 뻗어 창처럼 찔러 들어갔다. 끝에는 철편이 붙어있어 스치기만 해도 살이 찢어졌다. 그녀가 휘두르는 채찍에 화산제자들이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자, 자양진인이 앞으로 나서서 선천 강기를 운용하여 그녀를 격타했다. 세찬 기의 흐름에 그녀의 채찍 휘두름이 느려졌다. 그러자 자양진인은 동자가 건네주는 검을 받아들고 쾌속하게 검을 찔러 들어왔다. 그녀는 채찍으로 진인을 후려쳤으나 자양진인의 검은 그대로 그녀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녀는 놀라서 훌쩍 뛰어 물러섰으나 검은 물러나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가 채찍을 놓고 피하려 하였다. 하지만 검은 놓치지 않고 따라 붙어 그녀의 허벅지를 찔렀다. 그녀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지자, 옆에 서있던 태진자의 검이 다시 그녀를 노리고 찔러 들어왔다. 장 편복이 급하게 달려와 아미 자를 던져 태진자를 물러나게 하였다. 그리고 박쥐 떼들이 그녀를 둘러싸며 태진자와 자양진인을 공격하였다. 자양진인은 노하여 검강을 일으켜 박쥐들을 베기 시작하였다. 그와 함께 용기를 얻은 화산도인들이 반격하여 절정산장의 검사들이 여기저기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장 편복이 분전하였으나 태진자의 검에 가로막혀 그들을 구하지 못하였다. 허벅지를 천으로 묶은 금사가 다시 일어나 채찍을 휘둘렀다. 가로막던 화산제자 하나가 얼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피를 쏟으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자양진인이 박쥐들을 물리친 다음 그녀를 향하여 다가왔다. 박쥐들은 자양진인의 검과 기공 술에 상해 절반 이상이 다치거나 죽어 함부로 달려들지 못하고 허공을 선회했다. 금사는 입술을 깨물면서 채찍을 사행(蛇行)으로 휘두르며 자양진인을 견제했다.


“ 젊은 것이 제법이구나!”


자양진인이 냉소하며 채찍의 그림자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리저리 몸을 피하더니 빠르게 금사의 몸 가까이 다가왔다. 금사는 자양진인이 다가오길 기다리다가


“빽”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금사의 허리춤에서 다시 묵갑 적련사가 튀어 나가며 자양진인의 팔목을 물려고 하였다. 자양진인은 팔목을 내리며 검강으로 묵갑 적련사를 치려고 하였다. 뱀은 교활하였다. 자양진인이 팔목을 내리자 오히려 몸을 솟구치며 몸을 물려고 달려들었다. 진인은 노회했다. 짐작했다는 듯 몸을 돌리며 검신으로 묵갑 적련사를 내리쳤다. 약간 빗맞았으나 타격은 상당했다. 뱀은 바닥에 내팽겨쳐 기절하였는지 꼼짝하지 못하였다.


“ 홍련!”


금사가 비명을 지르며 자양진인에게 달려들었다.


“ 요망한 것!”


자양진인이 매화절수(梅花切手)의 수법으로 금사의 앞가슴을 격타했다.


“ 으윽!”


금사는 비틀거리며 붉은 피를 뿜어내었다. 자양진인이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장 편복이 다시 달려와 금사의 앞을 막아섰다.


“ 다가오지 마라!”


장 편복이 팔짱을 낀 자세로 자양진인을 위협했다. 진인은 무시하고 정면으로 들어왔다. 그 때 장 편복의 양 겨드랑이에서 원앙 월(鴛鴦 鉞)이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자양진인은 검을 빠르게 양편으로 흔들어 원앙 월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기를 모아 한 번에 장 편복을 양단하려고 하는 순간, 금사가 절규하듯 소리쳤다.


“ 주인!”


자양진인은 등 뒤에 서늘한 한기를 느껴 뒤 돌아 보았다. 어느 새 왔는지 교교한 달빛 아래 금색 궁장을 한 절세가인이 두 손을 맞잡은 채 쏘아보고 있었다. 반듯한 이마와 갸름한 얼굴이며, 오뚝한 콧날. 화려한 몸매가 천상의 선녀라 해도 의심치 않을 정도였다. 단지 기름한 눈매 속에 감춰진 눈빛이 한이 서린 듯 차가웠다. 그리고 뱀 눈처럼 동공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커졌다. 왼쪽 어깨위에는 머리에 벼슬이 달린 길이가 한자 정도의 금 빛 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금정사녀 (金精 蛇女)”


좌중의 누군가가 놀라 소리쳤다. 궁장의 여인이 그를 쏘아 보았다. 그는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섰다.


“ 호오!”


그녀가 한숨 쉬듯 기를 불어 보냈다. 사람들은 환각처럼 일렁이는 금빛 가루가 그를 향해 흘러가는 것을 본 듯했다. 다음 순간 그는 칼을 떨어드리고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였다.


“으으윽!”


손쓸 틈도 없이 그는 죽어갔다. 눈망울이 튀어나오고 혓바닥이 길게 뽑혀져 나왔다. 자양진인이 침통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사가 그녀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 천녀가 주인을 뵙습니다!”


궁장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일으켰다. 곧이어 장 편복도 그녀의 앞에 부복했다. 그리고 금정사녀의 뒤에 시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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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서호의 달 +4 20.04.18 645 13 12쪽
50 행화촌 +2 20.04.15 669 15 14쪽
49 전투 +4 20.04.14 696 13 13쪽
48 수저용왕포(水底龍王炮) 편 +4 18.10.14 834 14 13쪽
47 “ 갈력위민 사이후이(竭力爲民 死而後已) -백성을 위하여 사력을 다하다- +2 18.10.06 810 11 11쪽
46 적 그리스도 루시퍼 편 +3 18.09.29 826 13 13쪽
45 죽음의 시작 편 +4 18.09.20 885 18 12쪽
44 작 두 편 +3 18.09.15 891 14 11쪽
43 양이투전 (洋夷鬪錢)편 +2 18.09.08 948 14 13쪽
42 취련 각(醉蓮閣) 편 +3 18.09.02 1,012 12 14쪽
41 수월도 편 +3 18.08.26 1,040 19 11쪽
40 천년 설련자편 +5 18.08.18 1,047 17 12쪽
39 배교 신녀편 +2 18.08.12 1,069 12 13쪽
38 혈수궁 편 +3 18.08.05 1,040 15 12쪽
» 금정사녀의 출현편 +3 18.07.28 1,090 15 13쪽
36 남객 묘일선편 +8 18.07.20 1,08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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