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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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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6,759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21 07:15
조회
4,149
추천
107
글자
8쪽

< #9. 다마스쿠스 3-1 >

DUMMY

“아쉽게도 연이는 지금 이곳에 없단다.”


“네? 어디에 있는데요? 무슨 일 있나요?”


“하마드가 주선을 해줘서 예루살렘으로 떠났다.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과 같이 일행으로 말이야. 하마드가 호위와 여종까지 붙여줬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그렇군요.”


당장 눈앞에 그녀가 있었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자, 하마드가 알아채고는 류를 달래줬다.


“자네도 어차피 예루살렘에 가보려 했잖은가? 며칠 내로 준비해서 떠나면 될 거야. 떠난 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네.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아니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겠지.”


“아, 그렇군요. 어차피 저도 가보려고 했었는데. 아버지. 아버지도 저랑 같이 가보시죠. 그리고 돌아가는 겁니다. 이곳을 떠나서 돌아갑시다. 우리 가문이 살아갈 곳으로 말입니다.”


류의 말에 하마드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장 씨만 쳐다봤다. 장 씨는 하마드를 마주 보더니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듣는 류는 당황스러웠다.


“류야, 널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다가 혹시나 네가 돌아갔나 했다. 서로 엇갈려서 못 찾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저도 끌려가지만 않았어도 하주로 먼저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요?”


덕윤과 하지즈가 움찔거리더니 탁자 위의 물잔을 들어 목을 축이는 게 보였다. 짐짓 딴짓하며 방을 둘러보는 모습이 얄미웠다. 덕윤은 슬쩍 자리를 피하려 일어서서 조용히 고양이처럼 사라졌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하주에 사람을 보냈는데 난리가 나버렸더라.”


“난리요?”


“하주 지방이 송과 연합을 해서 반란을 일으켰다는 게다. 게다가 그 수장이란 게 야율모였단다.”


경악스러웠다. 그럴 인물이 아니었는데 어디에서부터 꼬인 것인가? 그 수더분하고 일에 매진만 하던 서생 같은 인물이 말이다. 장 씨의 말은 덤덤히 이어졌다.


“결국 조정에서 군대를 보냈고 치열한 싸움이 이어졌다고 한다. 상관에 있던 색목인들은 급히 피해서 생명을 건질 수 있었지만, 결국 성이 함락되고 반란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젖먹이까지 모두 죽였다고 한다.”


“서···. 설마? 모두요?”


“그래, 모두 죽이고 요새만 이곳저곳에 세워놨다고 하지. 그리고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모두 조각내서 고향에서 수백 리, 수천 리 떨어진 곳으로 흩어버렸단다.”


장 씨는 격한 목소리로 금나라가 행한 일을 하나하나 말했다. 아마 눈앞에 금군이 있다면 활이라도 당길 듯이 말이다. 그렇게 열을 내며 한참을 말하던 장 씨는 체념한 듯 입을 다물었다.


“우린······. 돌아갈 곳이 없군요. 모두 잃었어요. 손아귀에 겨우 행복을 집었는데 모두 잃었어요.”


“그래, 그렇게 됐어. 그래서 우리는 발목이 잡혔다. 나야 어떻게든 버텼지만, 연이는 못 볼 처지였지. 겸이가 그리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너도 사라졌지. 말썽꾸러기고 못난 오빠라지만 창이 녀석도 반란 이후로는 찾을 가망이 없어 보이고 말이야.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류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장 씨의 얘기에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결국 돌아갈 고향은 없었다. 아니, 이렇게 된 마당에 고려로 돌아갈까? 길을 거슬러 돌아가다가 하주 부근에서는 남쪽으로 길을 돌리자. 그렇게 국경을 넘어 송을 가로지른다.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다. 고려에 돌아가면 안전할까? 벌써 칠 년이나 지났으니 괜찮지 않을까? 혼란스럽다.


“원래는 내가 살만한 곳을 준비해주려 했는데 말이야. 지금은 약속할 수가 없는 상황이 돼버려서 말이야.”


하마드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마 앗산이 연이에게 눈독 들여 집적거렸다는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사실 예루살렘에 연이가 간 것은 마음을 다독이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앗산을 피하려는 이유도 있었다. 그걸 아는 하마드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줬던 것이고 말이다.


“아. 이거, 땅이라도 좀 받아내고 사고를 칠 걸 그랬나? 어쩔 수 없잖아. 하마드. 아까 피를 보지 않은 건 당신에 대한 내 배려였다는걸 잊지 말아 주시오.”


“고마워, 알마릭의 목숨을 살려준 것. 큰 배려였네.”


하마드는 고맙다는 말을 계속했고, 류가 예루살렘을 쫓아가는 걸 돕기로 했다. 그리고 그전에 살라흐앗딘을 만나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두 눈을 반짝이는 하지즈의 얼굴을 보아 류는 흔쾌히 수락했다. 분명 여러 가지로 편의를 봐줄 수 있을 것이고, 잘하면 땅 조각 하나라도 얻지 않겠는가?


“그러면 좀 쉬고, 내일 아침에 시종들을 보내겠네. 그때부터 채비하면 될 거네.”


하마드는 말을 하고 서로 얘기를 나누라며 자리를 피해줬다. 방을 나서는 하마드의 곁에 바싹 붙은 하지즈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들려왔다.


“족장 나리, 이곳의 경비를 서는 인원이 몇이죠? 어느 씨족 소속인가요? 모자라지 않습니까? 제가 지금 스무 명 정도를 데리고 왔습니다.”


하마드는 머리 아픈 하루가 끝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


알마릭은 마차를 빠져 나왔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앗산을 잠시 지켜봤다. 일으켜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할 때니 그냥 가기로 했다.


알마릭은 자신의 씨족으로 빨리 가야만 했다. 분명 여러 씨족이 연합해 습격할 게 분명하니 대비를 해야 했다. 하마드를 지킬 건 자기밖에 없었다.


‘앗산, 살라흐앗딘의 하사신 토벌. 왜 하마드가 나섰는지 아는가? 왜 족장 자리를 넘기는 걸 미루고 하사신 토벌에 나섰는지 아는가?’


앗산의 멱살을 잡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더 자존심을 부수기에는 미안했다. 부술 자존심도 남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냥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입안에 맴도는 대로 입을 다물고 걸었다.


‘어차피 우리 일족에게 올 일이었어. 다른 귀족들이 모두 몸을 빼는데 맡길 데가 없다고 하더군. 족장 자리? 하사신의 표적이 될 텐데 그걸 자네에게 넘겨? 하마드는 자신의 목숨으로 핏값을 갚고 너에게 넘길 생각이었던 거야. 그래야 서로 원한을 씻지 않겠느냐며 말이야. 그 사람은 그렇게 널 사랑했단다.’


알마릭은 제발 앗산이 하마드의 십 분지 일만이라도 되길 빌었다. 이 기회를 제발 걷어차지 말고 정신 차렸으면 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골목을 빠져 나와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앗산은 주저앉아있다. 혀를 끌끌 찬 알마릭은 서둘러 길을 나섰다.



***



“앗산, 들어와라. 돌아가자.”


한참 시간이 흘러도 앗산이 들어오지 않자 야스암이 나직이 불렀다. 정신이 나가 있던 앗산은 흠칫 놀라며 일어섰다. 머리에 생각이란 게 하나도 돌지 않았다. 충격에 백지가 된 머리였다. 그저 들려오는 목소리대로 움직일 뿐이었다.


마차 안에 올라타자 앗산은 어머니의 눈빛에 놀랐다. 남들은 표독스럽다고 했지만 언제나 그에겐 따뜻한 눈빛을 보여주던 어머니였다. 그런데 지금은 원수가 눈앞에 있는 듯 사나운 눈빛이다.


“어···. 어머니.”


“마음 굳게 먹어라. 강을 건너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작가의말

‘아히’님 추천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보답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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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8 9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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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70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21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53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9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74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9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4,003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85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15 96 8쪽
»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50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6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4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22 10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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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6 10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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