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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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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6,756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15 22:25
조회
4,065
추천
101
글자
8쪽

< #8. 맘루크 9-1 >

DUMMY

"이게 뭔가? 내가 심부름꾼이나 하라는 건가?"


투덜대며 말을 달리던 앗산은 심술부리듯 알마릭에 하소연했다. 알마릭은 주변의 기병들이 떨어져 있는걸 확인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족장이 될 인물이라 경험을 쌓게 해주는 거 아닌가요?"


"그···. 그래? 그렇지만 미천한 용병들이나 만나러 보내다니. 이건 가문에서 놀고 있는 녀석들 하나둘 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투덜댄다.


"용병들하고 친해지십시오. 돈으로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의뢰인을 잘 살피죠. 이쪽 편을 들어도 될지 안 될지. 녀석들은 그쪽으로 감각이 뛰어나다고 할까요?"


앗산은 신분을 생각하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알마릭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하마드는 도움이 될 일이 있으면 뭐든지 가리지 않았다. 그에 비교해 다음 족장은 의전이나 형식에 더 신경 쓸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더러운 일도 많이 하셔야 할 텐데. 벌써 학을 떼시면 이릅니다.'


알마릭의 생각에는 하마드가 이런저런 일에 앗산을 끼워 넣으며 점점 익숙해지기 원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알마릭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의 원래 본성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이다. 어쨌든 다음 대에는 큰 기대를 걸기 힘들 것 같아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저기 보이는 야영지인가?"


"맞습니다. 규모가 큰 용병대도 여럿 있지만, 이곳에 가시는 이유는 아시죠?"


"그래, 이번 토벌에 공을 세운 곳을 돌고 있잖은가? 고생했다. 누가 시켰는지 몰랐겠지만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알려 하지 마라. 그리고 넉넉히 돈을 쥐여주면 되잖나?"


"그렇죠. 그런데요. 도련님."


"왜?"


"저들이 모를까요? 다 알 겁니다. 오늘 아무 말씀 안 하셔도 도련님이 누구고. 어디에 살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다 알 겁니다. 족장께서도 그럴 거라는 걸 다 아실 거고요. 그냥 허례입니다. 대놓고 일을 벌였다는 건 하사신들에겐 자존심 문제일 겁니다."


"그러면···. 뭣 하러? 아. 알겠네. 하사신들에겐 이 정도로 접자는 신호를 보내는 거겠지?"


"네, 누군지 말할 수 없는 심복들 몇이 마스유프로 떠났습니다. 이번에 피해를 많이 보아서 녀석들도 한동안은 부들거리면서 손을 잡겠지요. 세상은 다 그런 겁니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속이면서도 뻔히 드러내기도 하고 말입니다."


앗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잠시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 알마릭의 말이 이해가 갔는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알마릭도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 경험을 이리저리 쌓으면 하마드님보다는 못해도 영민한 족장이 될 수 있을 거야.'


야영지의 망루에서 달려오는 앗산 일행을 발견하고는 주변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그걸 본 알마릭은 하나 빼먹은 일을 다시 주지시켰다.


"여기에는 술탄께서 보고 싶어 하는 타와시가 있다고 합니다. 데리고 다마스쿠스로 가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제가 챙겨드린 작은 주머니가 두 개 더 있죠? 계속 버티면 하나씩 쥐여주십시오······. 아! 말로 때우실 수 있으면 때우시고요."


"그···. 그래도 되나?"


"아마 하마드님이면 말로만 얻어내실 겁니다. 천생 사기꾼이 따로 없죠."


알마릭은 슬그머니 웃었고, 앗산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



망루 위의 병사들이 노려보지만, 샤아는 별 상관하지도 않고 길을 나섰다. 병영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연못. 식수와 씻는 곳으로 쓰고 있었다.


보통 맘루크들은 땀이 흠뻑 젖은 후 낮잠을 자다가 더위가 가시는 시간에 목욕하고는 했는데 좀 이르기는 했다.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병사는 별일 있겠냐며 다른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순찰하는 병사들도 있고, 말이 없으면 도망치기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샤아는 물가에 도착하자 주위를 살며시 돌아보고는 옷을 한 꺼풀씩 벗기 시작했다. 커다란 나무 그늘에 옷을 모두 던져넣은 샤아는 작지만 탄탄한 몸매를 드러냈다. 잘록한 허리 곡선, 기다란 목, 검게 그을렸지만, 윤기 흐르는 피부. 작지만 아름다운 가슴. 남자의 몸이 아니다.


샤아는 시원하다는 듯이 물속으로 들어가 머리까지 물속으로 넣었다가 일어섰다. 짧은 머리지만 턱까지 내려오는 머릿결에 윤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사그락사그락···.'


갑자기 나무 그늘 옆에서 부석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물에 몸을 담갔던 샤아가 몸을 날렸다. 그늘 안에 있던 녀석의 배를 걷어차자마자 녀석은 맥없이 쓰러져버렸다. 뭐라고 외치려는 녀석의 턱을 다시 걷어차 버리자 녀석은 뒤로 벌러덩 넘어져 버렸다. 녀석의 가슴 위에 올라탄 샤아는 급하게 옷더미 사이를 뒤적여 단검을 찾아냈다.


단검은 서슬 퍼런빛을 내고 있었고, 샤아는 힘껏 내리꽂으려는 듯 머리 위로 쳐들었다.


"사···. 살려줘."


덕윤이 벌벌 떨며 애원했다. 두 손으로 움켜쥔 단검이 하늘에서 덕윤의 목을 노리고 있다. 상체를 드러낸 자세 때문에 가슴이 훤히 보이자 덕윤은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샤아는 별 부끄럼을 느끼지 못한 듯 노려보고 있을 뿐이고 어색한 마음에 덕윤은 눈을 감고 입으로 계속 애원했다.


"제발,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


"......그냥, 죽이고 입을 막는 게 나한테는 편한데."


"약속할게. 언젠가는 나도 도움이 될 거야. 약속할게. 진짜로······.“


덕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곁눈질로 샤아를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참을 노려보던 샤아의 눈이 흔들렸다. 결국, 샤아는 덕윤의 가슴팍에서 일어서 옆에 앉아버렸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다시 단검을 옷더미 사이에 넣고는 다시 물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목을 겨누던 단검의 공포에 덕윤은 목을 슬그머니 만지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샤아, 류의 말대로 넌 이곳에서 나가는 게 좋겠어. 맘루크들이 네가 여자라는 걸 알면 분명 건드리려고 기회만 엿볼 거야. 괜찮겠어?"


샤아는 물을 손에 모아 입으로 가져갔다. 꿀꺽거리며 넘어가는 목 넘김에도 덕윤의 얼굴은 더 새빨개질 뿐이다. 그 모습을 보던 샤아는 그제야 물속으로 몸을 잠그고 고개만 내밀었다.


샤아의 얼굴도 빨개진 것이 조금은 부끄러웠나 보다.


"방법이 없어, 셰이크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도대체 그 노인네가 뭐라고 말이야?"


"말 들어야 해, 셰이크 알 자발, 아니 다른 사람들은 하산 에 사바흐라고 하니까······."


"그게 누구냐고?"


덕윤의 말에 샤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곧 깨달았다. 덕윤이라는 이 아이도 이쪽 무슬림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말이다.


하산 에 사바흐 (산노인: 하사신의 수장)를 모르는 무슬림이 어디 있겠는가? 십자군들도 여러 영주가 죽고는 하사신의 악명에 겁먹지 않았는가?


"네가 그분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낸다면 반드시 널 찾아낼 거야. 그리고 널 잔인하게 죽일 분이지."


그 말에 덕윤의 입은 다물어졌고, 샤아는 하던 목욕을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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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50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60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40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8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8 9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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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9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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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9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6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4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22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403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7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7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9 97 9쪽
»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6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20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205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10 10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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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51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8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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