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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6,760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18 20:33
조회
4,234
추천
104
글자
7쪽

< #9. 다마스쿠스 2-1 >

DUMMY

"쯧쯧, 앗산 녀석도 결국 재목이 되지는 못해. 거봐. 이상한 계집한테 빠져서 혼약하겠다고 난리 치던 건 기억하나? 듣지도 못한 요상한 나라에 얼굴은 허여멀게 가지고 아이라도 잘 낳겠던가?"


"어휴, 우리 아신 일족에 이리 사람이 없어서야."


하마드나 야스암, 양쪽 중 갈라서지 않은 원로들조차 수군대며 앗산을 힐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마드의 편을 들지도 않았다. 야스암은 알마릭에 부탁하듯이 외쳤다.


"알마릭! 그 거짓말쟁이를 어서 베어 버려요. 신께서 도울 겁니다."


초조한 모습으로 검을 들고나온 알마릭은 검신을 손으로 두들겼다. 어서 덤비라는 얘기였다. 알마릭은 류가 하주의 처형장에서 날뛰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기기 힘들 상대. 선선한 방안이었지만 뒷목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어서 덤비게. 검이라도 빌려줄까? 허리의 검은 장식인가?"


류는 계속 도발하는 알마릭을 보며 웃었다. 허리춤의 검을 움켜쥐어봤다. 알마릭의 눈이 떨렸다. 어서 뽑아라. 그렇게 입 모양은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류는 시큰둥한 말로 내뱉었다.



***



작지 않았던 웅성거림이 더 커져 버렸다. 류의 말에 알마릭은 당황해 머뭇거렸고, 허리에서 검을 풀어낸 류는 검집 채로 하지즈에게 던져버렸다.


"쳇, 내가 시종이냐?"


구시렁대면서도 하지즈는 류의 행동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줄 필요는 없는 법이다. 비틀고 꼬아서 상대가 당황하면 당황할수록 더 뱉는 게 많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즈는 생각했다. 하지만 류는 다른 생각이었다.


"뭐라고? 난 목숨을 걸고 너와 겨루겠다. 어서 검을 잡아라!"


"아니, 내가 왜? 난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아. 물론 자네가 나서는 것도 이해가 가. 하지만 삐뚤어진 충성심으로 그러는 건 좀······. 그래도 목숨은 소중히 해야지."


류의 말에 얼굴이 잔뜩 붉어진 알마릭이 검을 뽑으려 하자, 터번을 벗어젖힌 압둘이 인상을 찌푸린 채 노려보기 시작했다. 곧 덕윤과 샤아도 터번을 벗었다.


"비겁하다. 들키니까 꼬리는 내리는 것이냐?"


잔뜩 긴장된 시선의 엇갈림 속에 신경질적인 여인의 새된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교양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이봐, 여인. 나서지 말고 조용히 있으란 말이야. 정녕 신을 앞에 두고 결투로 명예를 되찾겠다면 말이야."


거친 류의 말투에 야스암이라 불린 중년 여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연이은 류의 말에 사레가 들려 컥컥대기 시작했다.


"너, 앗산. 네가 나서. 그러면 그동안의 원한은 모두 잊어줄게."


앗산의 눈이 귀신을 만나 놀란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 모습을 음미하던 류는 결정타를 날리듯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목숨이 아깝나? 죽이진 않을게. 덤벼. 이곳에선 도둑질하면 보통 손을 자른다고 하더군. 내 인생에서 일 년 반을 덜어냈으니 양 손목 정도면 적당할 거 같아."


이리저리 둘러보며 당황해하는 앗산의 모습에 여러 원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서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은근히 싸움이 붙길 원하는 표정들이었다. 정적 속에서 눈초리가 집중되자 앗산은 더 버티지 못하고 일어섰다.


의자 곁에 세워놨던 검을 집어 들려는 순간, 류의 목소리가 차갑게 앗산의 귀를 때렸다.


"잘 생각해. 집는 순간엔 돌이킬 수 없다."


류는 하지즈에 넘겼던 검을 받으러 손을 내밀었다. 그때 새된 여자의 목소리가 방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만두거라. 어디서 근본도 없는 맘루크 따위와 검을 섞으려고. 네가 얼마나 귀한 핏줄인 걸 모르느냐?"


야스암은 일어서서 앗산에게 다가갔다. 여인의 고성에 놀란 앗산은 손에서 검을 떼다가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철그렁거리는 소리가 조금 전 울렸던 여인의 목소리 같았다. 적막이 흐르며 원로들은 그 추태를 노려보고 있었다.


손목을 잡혀버린 앗산은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 방을 나섰다. 원로들은 혀를 차며 망신살에 고개를 숙였다.


"하···. 하마드님."


의기롭게 나섰던 알마릭은 고개를 숙이며 하마드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하마드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돌아가서 내가 부를 때까지 자중해라. 그리고 여러 원로님. 오늘은 이만 끝내겠습니다. 모두 돌아가 주시죠."


알마릭은 축 저진 어깨로 고개를 숙이고 나가버렸다. 정중한 축객령에 원로들은 이리저리 구시렁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지친 표정으로 사라지는 원로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마드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눈이 류와 마주치자 그래도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는데, 불행도 같이 찾아왔구나. 안타까워."


"미안하오."


"아니지. 다 내가 집안을 간수하지 못한 잘못이네. 도리어 내가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 판이네. 진정 미안하네."


하마드의 미소는 씁쓸했다.


"잠시만 기다려주게. 잠시만. 조금 머리가 아파서 말이야. 곧 찾아가겠네."


하마드는 머리를 싸쥐고 눈을 감았다. 피로해 보였다.



***



류 일행은 문을 열고 원래 있었던 대기실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 류는 검을 들어 탁자에 잘 올려놓고는 주변을 살폈다. 나무 살로 엮어진 창가에 다가가 창살을 만져보았다. 튼튼하기는 했으나 못 뜯어낼 정도는 아니었다. 눈을 내밀어 필요할 때 도주로를 살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손이 닿을만한 곳에 무기를 펼쳐놓고 문밖의 소리에 귀를 쫑긋거렸다.


아직도 날 선 대화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았는데 하지즈만이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류는 그런 하지즈가 의아했다.


"하지즈. 무슨 재미있는 일을 봤다고 그렇게 희희낙락인 거지?"


"재미있잖아. 과연 넌 복덩이라니까. 네가 일으킨 분란 말이야. 이리저리 따져봐도 돈이 될 거다."


"돈?"


"분명 씨족끼리 갈라져 칼부림이 벌어질 거야. 이럴 때 믿을만한 건 오히려 밖의 사람들이지. 바로 나 같은 사람 말이야. 부관에게 병력을 모두 이끌고 오라고 해야겠어."


"돈벌이에 환장했군."


"무슨 소리. 대도시밖에 병사들이 진을 친다면 분명 도시의 수비대장이 찾아오겠지. 그렇게 눈을 마주치며 인사 한 번 하는 거야. 그리고 소란이 일어나도 잘 무마해달라며 뒤로 돈을 좀 쥐여주고. 그러다 보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할 테고. 그때는 여기저기 유력인사들이 잔치를 열 때마다 불러댄다고."


"아···. 그게 사교계란 거군."


씨익 웃는 하지즈는 배를 만져보며 옷매무새가 괜찮을지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복도를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고리를 잡는 소리에 류는 급하게 탁자 위의 검을 집어 들었다.


"류야!"


문이 열리며 들이닥친 건 아버지였다. 그 한걸음 뒤에는 초췌한 표정의 하마드가 웃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것은 절대 연참이 아니다. 오류로 내일 것이 먼저 올라온 것일 뿐. 

(내일 되면 또 어쩔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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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50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61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40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8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8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70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21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53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9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74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9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4,003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85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15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50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6 110 9쪽
»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5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22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403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7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7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9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6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201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205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10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8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51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8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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