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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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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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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04,559

작성
18.07.0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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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00
글자
9쪽

< #9. 다마스쿠스 9-2 >

DUMMY

다마스쿠스로 돌아온 류는 하마드를 급히 찾았다.


류는 카나비를 통해 알아낸 사실을 털어놓았고, 순간 하마드는 침묵에 휩싸였다. 입을 굳게 다문 하마드는 다친 몸을 일으켜 창밖을 차분히 바라봤다. 고민하는 게 분명했다. 그 모습을 본 류는 방을 나섰다. 고민 끝에 내려질 결론은 뻔하다.


하마드는 유약하지 않다. 맞서 싸울 게 분명했다. 차분히 처소로 돌아와 아버지와 만나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갈 터전 얘기로 꽃피웠다.


"난 말이다. 이번에 자리를 잡으면 말이야. 여기 농사꾼들에게 활이나 가르치련다. 녀석들 활 솜씨가 영 엉망이야. 사냥이라도 같이하면 얼마나 쏠쏠하겠냐?"


"네, 아까운 실력이니 그대로 사라지는 것도 아깝습니다. 그럴 생각이시면 말입니다. 저기 저 놀고 있는 녀석들이나 좀 가르치시죠. 덕윤이와 샤아 말입니다. 남들 도울 생각보다는 안부터 챙기셔야죠."


"에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저기 샤아라는 녀석은 저 가녀린 팔뚝으로 시위나 당기겠냐? 덕윤이 저 녀석은 살살 눈치만 보는 게 신념이 없어. 신념이 없으면 말이야······."


계속 투덜대면서도 제대로 둘을 훑어보는 모습이 결국 가르치기는 하실 것이다. 언제나 저런 식이셨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한참을 구경했던 영지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았고,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기대감에 부푼 표정이었다. 그걸 깨뜨리고 싶지 않아, 사람이 별로 없는 황무지라는 사실은 살짝 빼버렸다.


-똑똑똑-


젊은 하녀가 들어와 공손히 하마드가 찾는다고 알렸다. 그 말에 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녀를 쫓아 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에게 핀잔을 주는 건 잊지 않았다.


"아버지, 그 뱃살 좀 빼시구려. 좀 움직일 일이 있을 겁니다."


"이···. 이 녀석. 이건 기품이라고 해야지. 뱃살이라니."



***



하마드는 류가 떠날 때 그 모습 그대로 망부석처럼 고요히 서 있었다. 곁에 다가가 같은 곳을 바라봤다.


조금 높은 곳에 있는 하마드의 저택은 도심의 풍광을 느끼기에 좋았다.


멀리 거대한 성벽이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져 있고 그 품 안에 여러 형태의 집들이 얼기설기 균형을 갖추고 살아있다. 어스름 속에서 하나둘 불이 켜지기 시작하자, 불야성이 되었고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그렇네요. 제가 전에 지내봤던 금나라의 수도보다 나은듯합니다."


"평화롭지 않은가?"


"걱정이 없어 보이네요. 하늘로 하나둘 오르는 연기가 밥때가 되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아이들은 먼지투성이로 즐거이 놀다 친구들에게 손을 흔들고······. 평화롭네요."


류의 말에 잠시 귀 기울이던 하마드는 조금 흔들렸다. 휘청거리는 마음처럼 비틀거렸다. 류가 어깨를 잡아 부축하자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류를 향해 환히 웃어줬다.


"평화롭게 살고 싶으면 할 일을 해야지."


그때 문이 열리며 하지즈가 들어왔다. 가까운 곳에 거처를 준비한 그는 요즘 하마드의 수족이었기에 출입도 잦았다. 아마도 알마릭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즈, 그래. 자네 도움이 필요해서 불렀네. 류, 자네도 잠시 얘기나 듣다가 가게나. 둘이서 얘기하다가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짚어줬으면 좋겠어. 경험이 많잖은가?"


그리 말하고는 하마드는 불타오르는 성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 한가운데의 커다란 테이블로 다가갔다. 성난 손짓으로 위에 놓여있는 걸 밀쳐 치워버렸다.


쨍그랑거리며 깨지는 그릇과 과일, 물단지들. 방 밖에서 흠칫 놀란 하녀가 뛰어 들어오다가 하마드의 살기 어린 표정에 놀라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마드는 자신의 서재로 뛰어가 가지고 있는 지도를 모두 꺼내어 테이블에 놓고 하나하나 펼쳐놓기 시작했다.


전쟁준비다. 의자를 끌어다 가까운 곳에 앉은 류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



"하지즈, 자네 아모데우스라는 작자는 아는가?"


"아···. 아모···. 아모데우스?"


기억의 편린을 뒤적거리지만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하마드는 류에게 다시 물었다.


"아모데우스가 맞나?"


"그럼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 별명이 더 유명하다고 했죠. 그 아나톨리아의 미친개라던가?"


류의 말에 하지즈는 흠칫 놀라 테이블에 얹어놓은 손을 떨었다. 이름은 정확히 몰라도 유명한 녀석인가 보다.


"아···. 알죠. 원래 비잔틴에서 용병으로 이름을 좀 날리다가 슬금슬금 우리 쪽으로도 일을 넓히고 있습니다. 아마 살라흐앗딘의 공세 때 알레포 쪽에 서기도 했죠."


"그랬군. 내가 있었다면 기억이라도 했을 텐데. 아깝게도 그때는 없었네. 잘 아나?"


"중무장한 병력이 천 명이 넘었습니다. 사실 비잔틴에서는 장군 작위까지 내려준 상태로 비상시에는 알렉시우스 2세의 부름을 받고는 하죠."


"지금은 더 되겠군. 하지즈, 자네의 병력은?"


"육백 명입니다. 그중 이백 명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요. 쓸모없는 놈들이죠. 그래도 의기만은 괜찮습니다."


하마드의 인상이 가득 찌푸려진다. 머릿속에서 온갖 셈이 더해지고 있겠지. 분명 값은 "0"보다 작다.


"집사에게 말해두겠다. 돈을 있는 대로 줄 테니 최대한 긁어모아 훈련해. 무기도 넉넉하게."


"알겠습니다."


하마드의 계산처럼 하지즈도 계산에 들어갔다. 이번 일을 마치면 자신의 용병대가 더 커질 것인가? 하지만 그의 찌푸려진 인상은 오히려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려줬다.


"하마드, 살라흐앗딘의 병력을 끌어내는 건 안 되는 건가?"


"모술을 떨어뜨리려고 가셨다. 집안일 때문에 이번 기회를 미루라고 부탁드릴 수는 없지."


단호한 말투다. 하지만 하마드는 류와 하지즈에게 숨긴 것이 있었다. 이미 살라흐앗딘은 이번 일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힘 있는 이맘들이 압력을 넣고 있을 게 뻔했다. 지하드도 아닌 일족의 다툼에 술탄이 나서면 안 된다는 말을 말이다.


'아마, 모술로 향하며 나를 놓고 간 이유도 그럴 것이다. 정리하라는 의미. 아마 모술을 치러가는 살라흐앗딘은 고위 이맘들과 거래를 했겠지. 그가 나를 돕지 않는 대신에 이맘들도 모술을 치는 걸 반대하지 않는 거로 말이다. 이건 시험이다. 자신도 내 도움 없이 모술을 얻어낼 테니. 나 하마드도 멋지게 이겨보라는 의미다.'


이맘들은 하마드와 살라흐앗딘을 서로 갈라놓으려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 그들에게는 술탄보다는 칼리프가 더 존귀한 분. 칼리프의 명을 따라야 할 술탄이 실제로 지배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겨우 이 정도로 귀한 분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수는 없다. 그게 남자가 아닌가?"


류가 아니라, 자신에게 다짐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의지가 가득한 말에 류는 코웃음을 치며 어쩌려는 거냐며 두 손을 벌렸다.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겁니다. 아무리 강하고 훈련을 잘 받았다고 해도 결국 지치고 하나둘 쓰러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우르르 무너지겠죠.“


류의 말에 하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상황이 좋지 않아 도움을 받을 세력이 없다. 원로들 대부분은 관망할 것이고, 몇몇은 야스암의 편을 들어 병사를 보낼 것이다. 대략 따져봐도 오륙백은 간단히 모을 것이다. 거기다 천명 정도가 더해진다면······.



”지는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나도 여기저기 알아볼 것이네. 날 도울 사람이 있을 거야.“


”하마드, 내 군대가 당신과 함께하겠소이다. 우리 혈맹을 맺읍시다.“


”뭐...뭐라? 자네······. 군대가 있었나?“


”세계 최고의 기병과 하늘이 내려준 신궁이 있고······. 음. 말 잘 듣는 심부름꾼이 당신을 도울 테니 군대라 할 만하죠.“


하마드는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는 듯이 껄껄대며 크게 웃었다. 심지어 찔끔 눈물까지 흘리며 말이다. 그 모습에 류는 조금 발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진심이라는 걸 알아챈 하마드가 진중하게 되물었다.


”자네는 득이 없는 싸움에 왜 끼어들려 하는 것인가?“


”사실 나도 싫기는 하나, 당신이 필요하오. 내가 세력을 잡을 때까지는 도움이 필요하단 말이지. 하늘에서 똑 떨어진 이방인, 아니 불청객일 뿐인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려면 당신이 필요하오. 잘 이용할 테니. 헐값에 샀다는 생각은 마시오.“


류의 말에 하마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즈가 나름 용병술도 뛰어나고는 하나, 최전선에서 지휘할 그릇은 못 돼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알마릭이 전위를 맡았을 텐데 지금은 도와줄지조차 불투명한 상태. 류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호흡을 맞춰봤던 맘루크들은 류를 곧잘 따른다고 했다.


하마드는 고마움에 손을 내밀었고, 류는 동맹이 체결되었다고 외치며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전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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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2 > +15 18.07.07 3,648 97 10쪽
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5 98 8쪽
»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5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6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4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4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3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7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9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5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69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4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3,999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81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11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4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0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0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6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9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2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3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4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1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4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200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5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4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6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2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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