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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6,838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7.03 11:45
조회
3,640
추천
99
글자
9쪽

< #9. 다마스쿠스 9-1 >

DUMMY

"어떻게 알았지?"


지금까지 매가리도 없는 데다 매사 불평인 하인을 연기하던 사내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류에게 물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말이야. 오히려 더 집중해서 보게 되더군."


"자연스러워서 이상하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으르렁댄다. 야수가 이제는 가면을 벗었다. 무기는 어디에 숨겼을까? 허리춤 사이에? 그러면 단도일 것이다. 그러면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 류는 안장 걸쇠에 있던 검을 들어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높이도, 길이도 우세하다.


"그렇게 으르렁대지만, 비 맞은 개가 깨갱거리는 거 같으니까···. 궁금하면 알려주마."


류가 거칠게 맞받아치자, 녀석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보통, 연이나 나나 외모가 이곳 사람들과 다르다 보니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지. 원하지 않아도 뚫어져라. 보는 사람이 많아. 그런데 자네는 한번 보고 고개를 돌리더군.”


“흐······. 흠. 그렇군.”


“그리고, 처음 소개를 받을 때 닦던 식탁이 너무나 깨끗했어. 만사 귀찮은 표정에 이리저리 도망 다닐 생각으로 보였는데, 깨끗한 식탁을 시키지도 않았는데 치우더라고.”


“그···. 그건. 주인이 매일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몸에 밴 것일 수도 있잖은가?”


“편하기는 했지만, 객관은 그리 깨끗하지는 않았어. 자네 말고도 일하는 사람이 둘은 더 있는데 그들도 그리 열심히 일하는 건 아닌 것 같았고. 주인도 그런 쪽은 무관심하더군. 한마디로 자네가 유별난 편이었지.”


“......”


사내는 고민에 빠진 듯 입을 다물었다. 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말을 못 타 본 사람인 척하고, 연기도 대단했어. 약간 겁먹은 척 고삐를 이리저리 당겨대고 말이야. 그런데 아까 얕은 구덩이에 말이 비틀거릴 때 말이야. 순식간에 자세를 잡더군. 내가 봤을까 봐 살짝 눈치를 보면서 말이야.”


“결국, 그때 봤군. 아, 나도 요즘에는 일을 좀 적게 하다 보니 실수가 있는 편인가 봐.”


“그래, 카나비. 이번엔 진짜 카나비인가?”


카나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비는 류 일행의 목적지를 알아내고는 혼자 말을 달려 닷새나 먼저 도착했다. 객관의 주인에게 살며시 돈을 쥐여주고는 하인인 척 위장을 하고, 준비했는데 상대가 예상외로 용의주도해 놀라고 만 것이다.


“먼저 갔던 가짜보다는 실력이 좀 나으니까 우습게 보면 내가 서운하네.”


허리춤에 오른손을 넣었다. 곧이어 왼손도 넣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반달 모양의 단도가 양손에서 빛을 뿜었다.


“자네의 궁금증은 내가 풀어줬는데, 나도 몇 개만 묻지. 괜찮나?”


카나비는 ‘뭐, 그 정도라면야’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으쓱거리며 끄덕였다.


“왜, 같이 이름을 쓰는 거지? 사실 이번 일을 처음부터 자네가 받은 건가?”


“우선 간단히 답할 수 있는 것부터. 일은 내가 받은 게 아니야. 다른 녀석이지. 이름? 똑똑한데 생각해보면 알 거 아니냐? 자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이네.”


류는 제 생각이 맞는다는 걸 알았다. 분명 암살자로 이름을 날리기엔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어느 날 알레포에서 카나비의 이름으로 사람이 죽는다. 사람들은 며칠 후 바그다드에서 카나비가 사람을 또 죽였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마 놀랄 것이다. 요술이라도 부린다고 말이다. 아니, 암살에 실패해 온몸에 칼을 맞고 죽는 불상사가 생겨도, 며칠 후 다시 일을 처리한다면 그건 사람들에게 불사신이라는 두려움을 줄 것이다.


“그렇군. 혼자가 아니면서도 혼자인 척하고.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려는 수작이군.”


“똑똑하군. 사실 이렇게 칼을 나누기에는 좀 아까워.”


카나비의 말에 류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겁 없는 녀석. 혼쭐을 내주고 손을 내밀까? 류가 검을 뽑았다.


“나도 자네를 적으로 돌리기는 싫어. 그럭저럭 써먹을 만할 텐데 말이야.”


류가 말을 몰아 바람처럼 짓쳐들어갔다. 몸을 굴려 급히 피하지만 연달아 류의 검이 빛을 발했다. 카나비는 쉴 새 없이 두 손을 놀려 류의 검을 쳐냈지만 쉽지 않다. 이런 드잡이 싸움에는 불리하다. 카나비는 밤에 숨어들어 상대의 목에 검을 들이대는 게 더 익숙했으니까 말이다.


“젠장···.”


어깨를 스친 검에 피가 스멀스멀 흘러나오자 카나비는 짜증 난다는 식으로 욕을 뱉었다.


“그만둘까? 우리 사이에 원한은 없잖아? 난 자네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류가 검을 거뒀다. 조금만 밀어붙이면 확연한 우세를 점할 텐데 조금도 망설임 없이 검을 거둔 것이다.


“왜지?”


“사실 자네가 이름을 나눠쓰는 자인지, 나눠준 자인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이렇게 날을 세우고 서로 싸우면 끝이 없을 거 같아. 차라리 내 편을 만드는 게 나을 거 같아.”


“후···. 훗···. 웃기는 녀석이야.”


“왜? 자네 혹시 의뢰받은 일은 반드시 처리한다던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바꾸지 않는다던가? 이런 병신은 아닐 거 같은데 말이야······.”


카나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는 싸움을 계속할 이유도 없고, 득이 되는 게 더 커진다면 의뢰인이야 이리저리 바꿀 수도 있는 법. 하지만 이 녀석은 카나비에게 줄 게 없어 보이는 녀석이다. 이제 겨우 집이라도 한 채 장만하겠다고 이리저리 쏘다니는 녀석 아닌가?


“조금 지껄여봐, 좋은 조건이란 거 말이야.”


“야스암이라는 노망난 계집애에게 얼마나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만큼 줄 돈도 없지만 말이야.”


“쳇, 그럼, 말을 꺼내지 말아야지.”


“하마드도 나름 더러운 일을 해야 하는 불쌍한 중신이란 말이지. 나도 세력이 커지면 자네 손을 빌려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말이야. 수요는 있지 않겠어? 야스암이라는 여편네보다는 값진 일이 더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그냥 수긍하기에는 체면이 많이 깎인다. 그렇다고 거절하기에도 상대의 말이 아예 허투루 헛소리만은 아니다. 카나비는 단도를 허리춤에 집어넣고는 좀 고민에 빠져버렸다.


“그러면 이렇게 하지. 우선은 휴전. 왜냐면? 아직 누가 값진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말이야.”


“눈이 없구만. 살라흐앗딘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중신과 모자란 아이 뒤치다꺼리에 정신없는 사나운 여자와 비교가 된단 말인가?”


그 말에 카나비는 쓱 웃으면 몸을 돌렸다. 천천히 걸어가며 류에게 몇 가지 말을 해줬다.


“값진 건 하마드가 분명 값지지. 그런데 말이야. 그건 살아있을 때 얘기야. 그 미친 여편네가 이번에 돈 좀 썼더군. 하마드도 쉬이 넘기기는 힘들 거야.”


“무···. 무슨 말이야?”


벌써 바위를 몇 개 기어오른 카나비가 류에게 인심 쓴다는 듯이 얘기를 더 해줬다.


“아나톨리아의 아모데우스가 하마드의 영지로 가고 있어. 영지를 모두 잃어버리면 야스암보다 값지지 않지. 만약 지키려다 죽어버리면 값졌었던 사람일 뿐이지. 이번을 잘 넘기면 그때는 고려해보지.”


“아모데우스?”


“아, 넌 잘 모르겠구나. ‘미친개, 아모데우스. ‘용병대장이야. 세력이 크지. 그리고 잔인해. 우리 애가 이번 달 말까지 자네와 하마드를 정리 못 하면 아모데우스 병력이 하마드를 치기로 약조가 돼 있다고 채근을 받았더라고.”


“.......”


고민에 빠져 말이 없어진 류를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며 카나비는 비웃었다.


“자네랑 하마드는 고생 좀 할 거야. 나한테 존재가치를 증명해보라고······. 아! 그리고 잠 좀 자두라고, 눈이 퀭한데······. 나 때문이라면 좀 미안하고 말이야.”


말을 마친 카나비는 바위 뒤로 훌쩍 뛰어내리며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한참을 본 류는 말에 올라 연이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는 저 멀리서 어스름이 깊어지고 있었다. 세상이 어두워지며 하늘에 별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류의 눈에는 땅에 내려앉은 별 무리가 보였다. 류는 조용히 다가가 곁에 앉았다. 연이는 살짝 고개를 기대어왔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연아,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네. 그래도 이 언덕에다가 멋있게 살만한 집을 지을게. 조금만 기다려줘.”


“......”


“그리고, 그때가 되면 말이야.”


연이는 손가락을 들어 류의 입술에 가져다 대고 말을 막았다. 눈에는 슬픔이 가득 차올랐다. 아직 이른 것인가? 형의 생각이 나는 게 분명했다. 류는 입안에서 맴도는 말을 다시 삼켰다.


다음날, 일행들은 급하게 다마스쿠스로 말을 달렸다.


작가의말

이제, 작은 전쟁이 시작되겠군요. 크어어. 기다렸다.

(아, 그래도 내일 쉬는건 아시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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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50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61 100 9쪽
»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41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8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8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71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21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53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9 101 9쪽
114 < #9. 다마스쿠스 5-2 > +8 18.06.25 3,974 107 8쪽
113 < #9. 다마스쿠스 5-1 > +15 18.06.24 4,059 100 8쪽
112 < #9. 다마스쿠스 4-2 > +10 18.06.23 4,003 113 8쪽
111 < #9. 다마스쿠스 4-1 > +15 18.06.23 4,085 102 10쪽
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15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50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6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5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22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403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7 103 9쪽
103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7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9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6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202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206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10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8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51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8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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