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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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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711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6.16 22:25
조회
4,102
추천
100
글자
8쪽

< #8. 맘루크 10-1 >

DUMMY

“오, 이 사내인가?”


류는 눈앞에서 설레발을 치는 녀석을 노려보며 참고 있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 찾아 헤맸던 녀석이 바로 눈앞에서 침을 튀겨가며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저 녀석의 혀를 잡아당겨 끊어버릴까?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고 있는걸 모르나?


“그렇습니다. 앗산 도련님. 제가 자랑하는 녀석이지요.”


분노가 가득 차올랐지만, 지금은 머리를 식혀야 한다. 류는 그렇게 정수리를 뚫고 솟구치려는 분노를 겨우겨우 다스리고 있었다. 저 옆의 사내는 알마릭이라고 했던 하마드의 측근이다. 충직하기는 했었지만, 류를 도와 편을 들지는 미지수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자.


“생각보다 체구가 작군. 커다란 거인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 빠르기와 정확함이 남다르더군요. 단 한 번에 상대를 날려버렸지요.”


앗산과 하지즈의 들뜬 대화 속에서 착 가라앉은 류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알마릭이라는 사내만 눈여겨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알마릭의 생각으로는 그래도 용병대의 부장 정도는 되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맘루크라는 얘기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신분이 천한 사내인데, 다마스쿠스로 데려가 술탄을 뵙게 하는 건 좀······.”


알마릭이 슬며시 들뜬 둘을 제지하고 나섰다. 사실 하마드에게 명을 받을 때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 튀르크 기병 중 일부는 검을 썼지만 주무장은 활이었고, 맘루크들은 대부분 말을 탈 줄 몰랐다.


타와시들은 그 무장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 어느 정도 이름있는 가문에서만 몇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용병대의 타와시도 이상했거니와, 적어도 몰락한 귀족 정도는 됐을 거로 생각하고 왔던 것이었다.


“아···. 그렇군. 그러면 어찌해야지? 백부님에게 알리고 답을 들어야 하나?”


앗산은 알마릭의 말에 맞는 얘기라며 손뼉을 치며 말했다. 바보 같은 녀석은 투구안쪽의 매서운 눈매가 노려보고 있는 것도 몰랐다.


“그렇죠. 술탄을 뵙는 일이라면 그럴 수도 있죠. 그렇지만 술탄께서 데려오라 한 사람을 우리가 이리저리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불경 아닐까요?”


하지즈의 말에 알마릭과 앗산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말이다.


“그러면 역시 족장께 데리고 가서 결정하라고 하는 게 낫겠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제야 하지즈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피었다.


“그러면 우리 일행과 떠나게 준비를 해주시오.”


"그러시도록 하죠. 다만 녀석이 거칠기도 하고. 도망도 여러 번 쳤던 녀석이라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손님들만으로는 안심이 안 되는 게.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말입니다. 수고로운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말을 길게 이어붙이며 질질 끄는 게 뻔했다. 알마릭은 하지즈의 속셈을 알겠다며 흔쾌히 허락했다. 분명 눈도장이라도 찍으려는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만약에 같이 가주신다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하지즈는 벌써 어떤 차림새를 준비할지 머리 가득 궁리하기 시작했다. 다마스쿠스에서 제일 유명한 옷가게에서 화려한 비단옷을 준비할지 아니면 정갈하고 깔끔한 인상을 주는 게 나은지 말이다.


"참, 아무리 맘루크라고 해도 이름은 있을 터인데 묻지도 않은 건 너무 실례인가? 생각해보니 얼굴도 궁금하군. 조각처럼 멋있는 사내일 거 같아."


앗산은 얘기가 잘 흘러가자 그제야 류에게 관심이 생긴 듯 물었다. 하지즈는 무엇하냐며 어서 투구를 벗고 인사를 올리라며 성화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름이 궁금하다? 듣지 않는 게 좋을 텐데. 그냥 하마드에 데려가."


류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았던 분위기가 냉랭하게 차가워졌다. 알마릭은 건방진 말에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지즈는 당황해 어버버 거리기 시작했다.


"하마드를 보면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 화를 낼까? 아마 자신의 조카가 그리 비겁하게 은인을 버렸다는 걸 알면 말이야. 아니면 날 지워서 일족의 명예를 지키려 할 것인가? 난 잘 모르겠다."


류는 말을 하며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앗산은 놀라 움찔거리다 의자에서 넘어질 뻔했다. 류의 말과 앗산의 반응을 지켜보던 알마릭은 잠시 생각하다 한숨을 쉬었다.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매만지며 말이다.


"반가워, 앗산. 널 유사에서 구해주고 돌아오길 기다렸다. 그날부터 일 년 반이나 걸렸네. 그래도 이렇게 만나니 반가워."


알마릭은 일어섰다. 앗산의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눈은 류에게서 떼지 않고 쏘아보고 있었다. 한 손은 허리춤의 검에 댄 채로 말이다. 류는 격술에는 뛰어나지 않지만, 갑옷을 두껍게 입었으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아···. 류. 그때 돌아갔어야 했는데······. 돌아갔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서."


살의를 풍겨내는 류의 눈빛과 앗산의 떠듬거리는 변명에 알마릭은 모든 걸 알아챘다. 이 겁쟁이 도련님이 어찌 되었건 사막에서 손님을 버린 것이다. 어떻게든 정리해야 했다.


"도련님의 실수는 내가 사과하네. 하마드님을 만나면 자네의 억울함을 토로할 시간이 있겠지. 그러면 분명 벌을 받을 거네. 그러니 물러나게. 아니면 난 자네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해."


"하마드에게 맡기자?"


"그분은 공정하지. 믿어주게. 자넬 잃어버린 후에 아직도 수소문을 하고. 그 지역을 지나는 상단에 부탁하고 있네.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일에 말이야. 그리고 자네의 아버지와 연이라는 아이도 잘 보살피고 말이야."


아버지와 연이 얘기가 나오자, 류의 마음은 흔들렸다. 예의주시하던 알마릭도 칼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이렇게 하세나. 우린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벌을 받겠네. 어차피 같이 가자고 해도 우릴 못 믿을 거 아닌가? 그러니 자네는 하지즈와 함께 다마스쿠스로 오게나. 그러면 자네 마음도 흡족할걸세."


"아···. 안돼! 알마릭. 이걸 백부에게 말씀드리면······."


알마릭의 손등이 앗산의 뺨을 후려쳤다. 입술이 터지며 피가 흩날렸다. 당황한 앗산이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앗산의 배에 꽂혔다.


"네놈이 저지른 죄는 말이야. 족장의 조카가 아니었다면 당장 베어버렸을 것이다. 족장의 말에 거짓을 고하다니."


앗산은 돌변한 알마릭의 모습에 기댈 곳이 한 군데도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는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알았소. 준비하고 떠나지."


류의 말에 하지즈는 그동안 류가 했던 말이 진실이었다는걸 깨달았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셈이 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때 알마릭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줬다.


"잘 대접하시고, 내일 다마스쿠스로 떠나시게. 먼저 가서 준비하지. 우리 일족의 중요한 손님이니 소홀함은 없어야 할 것이네."


알마릭의 말에 하지즈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알마릭은 천막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며 입을 함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족의 일은 일족 안에서 정리할 테니 입방아에 오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알마릭은 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고는 앗산의 뒷목을 잡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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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10. 작지만 작지 않은 전쟁 1-1 > +10 18.07.06 4,045 98 8쪽
122 < #9. 다마스쿠스 9-2 > +14 18.07.05 3,655 100 9쪽
121 < #9. 다마스쿠스 9-1 > +8 18.07.03 3,636 99 9쪽
120 < #9. 다마스쿠스 8-2 > +10 18.07.02 3,574 96 8쪽
119 < #9. 다마스쿠스 8-1 > +16 18.07.01 3,704 94 8쪽
118 < #9. 다마스쿠스 7-2 > +25 18.07.01 3,763 96 9쪽
117 < #9. 다마스쿠스 7-1 > +8 18.06.29 3,817 92 8쪽
116 < #9. 다마스쿠스 6-2 > +16 18.06.28 3,849 98 10쪽
115 < #9. 다마스쿠스 6-1 > +12 18.06.26 3,985 10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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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 #9. 다마스쿠스 3-2 > +9 18.06.22 4,111 96 8쪽
109 < #9. 다마스쿠스 3-1 > +18 18.06.21 4,144 107 8쪽
108 < #9. 다마스쿠스 2-2 > +30 18.06.19 4,160 110 9쪽
107 < #9. 다마스쿠스 2-1 > +17 18.06.18 4,230 104 7쪽
106 < #9. 다마스쿠스1-2 > +26 18.06.18 4,216 109 9쪽
105 < #9. 다마스쿠스1-1 > +12 18.06.17 4,399 103 9쪽
104 < #8. 맘루크 10-2 > +19 18.06.17 4,132 103 9쪽
» < #8. 맘루크 10-1 > +21 18.06.16 4,103 100 8쪽
102 < #8. 맘루크 9-2 > +12 18.06.16 3,994 97 9쪽
101 < #8. 맘루크 9-1 > +12 18.06.15 4,061 101 8쪽
100 < #8. 맘루크 8-2 > +24 18.06.14 4,194 99 8쪽
99 < #8. 맘루크 8-1 > +15 18.06.12 4,200 104 7쪽
98 < #8. 맘루크 7-2 > +15 18.06.11 4,205 107 8쪽
97 < #8. 맘루크 7-1 > +9 18.06.10 4,344 106 8쪽
96 < #8. 맘루크 6-2 > +12 18.06.09 4,446 104 7쪽
95 < #8. 맘루크 6-1 > +20 18.06.09 4,502 10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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