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룡생 님의 서재입니다.

저스티스(Justice)

웹소설 > 작가연재 > 공포·미스테리

고룡생
작품등록일 :
2020.04.19 15:59
최근연재일 :
2020.06.14 16:56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5,689
추천수 :
39
글자수 :
169,609

작성
20.05.18 15:02
조회
96
추천
0
글자
11쪽

<024> 유령

DUMMY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황일성은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이서희의 눈빛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했다.

“정말 눈치를 채지 못했네.”

“대체, 뭐가요?”

“우리에게 배당된 사건 파일 말이야.”

“아니 그게 왜요?”

“이형사, 너... 정말 모르나 보구나.”

이서희도 이쯤 되자 무척 궁금해 했다. 그녀는 움직임도 없이 가만히 옆으로 쳐다보며 차량이 흔들리는 대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아예 몸을 옆으로 돌려 받침대를 잡고서 단단히 준비하고 기다린다는 신호탄을 보냈다.

“사건 파일, 44 - 9994. 이건 우리가 맡은 사건이고, 36 - 1001은 김민숙 사건인데 폐기 처분. 27 - 3801은 박주임과 조형사가 맡았으며, 45 - 1999는 유형사가 맡았어. 정말 이래도 모르겠어?”

“아니 대체 무슨 말씀으로 제가 질문하는 것을 회피하시려는지... 아... 가만!”

이서희는 돌연 비난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이마를 탁 치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많은 생각이 두뇌를 스쳤으나 사실 이미 하나의 생각은 멈추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황선배님이 말하신 사건들은 현재 범인이 불기소 상태고, 무죄로 판결 받은 것도 있군요!”

“근데?“

“남과장님, 경팀장님, 감선배와 함선배의 사건들은... 상고심 계류 중이며, 범인들은 현재 구치소 수감된 상태. 아... 이런!”

이서희가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가 맡은 사건들 중 관련된 살인자에 대하여 사이코 2020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를 테고, 우린 위험에 빠지겠지.”

“그 말씀은 그분들이 우릴... 사이코 2020로서 내부자로 보신다는......”

“그래. 공범으로 볼 수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사건 배당을 이렇게 할 리가 없지 않아?”

“공범이라고 요?”

“왜 새삼스럽나?”

‘생각지도 못했어요.“

“하긴.”

“선배님, 차를 돌리세요!”

“왜?”

“그렇게 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지 따져 봐야죠!”

“기억하나?”

“뭘 말이에요?”

“클럽 살인사건 때 그 앞 도로에 줄지어 주차해 있던 차량들 말이야. 박주임이 눈여겨보고 있었지.”

“그게 뭐요? 그런 차들일랑 어디에서든지.”

황일성이 손을 들어 막았다.

“그 차들 중 백색 차량이 클럽 정문 앞에 서 있었는데 팀장님 차량이고, 흑색 세단은 과장님 차량이었어.”

“아, 그야 사건 수사 진행 중일 때는 의례히?”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거기에 당도해 있었어.”

“어머, 그걸 황선배님은 어떻게 아시고?”

“그보다 우선. 감형사는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병원에 갔다 온다고 가장 늦었고, 그 다음으로 보고서 작성 때문에 함형사가 두 번째 꼴찌로 등장했지. 박주임은 직책 상 범죄 신고는 가장 먼저 받게 시스템 상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형사는 두 번째로 가장 빨리 당도했지. 이 근처를 지나치다가 알았다고. 한데... 두 번째도 그랬지.”

“선배님! 첫 번째는 정말 어머니가 아파서.......”

“한 번은 우연히 될 수 있지만 두 번은 우연이 아니야.”

그래서 너는 내부자로 찍혔다.

이서희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반박의 말을 하려다가 돌연 그만 두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하나 의심받는 것은 너무나 억울했다.

“이형사도 억울하겠지만 실상 모두가 억울해. 아무런 의심도 없는 의심이 이런 난국을 부른 셈이야. 가장 근접한 것은 사이코 2020의 복장이야. 누구나 할 수가 있지. 한미지씨의 집에서 벌어진 그 상황 알지?”

“예, 정순경이.......”

“그래, 체형만 비슷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변신할 수가 있어. 사이코 2020에 딱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거의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이 바로 우리 다섯 명이지.”

이서희는 변명할 마음도 없었다.

“진실은 나중에라도 밝혀질 테죠.”

“그래, 그렇지. 그런데 진실은 너무... 느려.”

이서희도 그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정말... 내부자의 소행일까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다만 아직 확신이 없으니 이런 상황도 생기는 것이고. 지켜보자는 의도일 것이야. 근데 하나 묻고 싶다.”

“뭐죠?”

“이형사는 누굴... 의심하고 있는 거야?”

“아직은 아니에요.”

“지정한 사람은 있고?”

“예, 황선배님처럼 요.“

“아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데?”

황일성이 은근히 비꼬았지만 이서희는 잠자코 있었다. 황일성은 사실 제법 통통한 편이다. 하나 특대형 옷을 입는다면 체형이 비슷해진다. 더욱 오묘한 것을 황일성이 말했다.

“신상 이력서를 보았는데 내부자로 찍힌 우리 다섯 사람의 키가 거의 엇비슷해.”

“예, 그게... 어머? 그런 공교로운 일이!”

이서희도 무척 놀란 모양이다.

“많아야 1Cm 차이야.”

그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근데 문제는 이제부터야. 우리가 맡은 사건 파일의 주인공 중 누군가가 살해될 것이야. 그건 기정사실이지. 근데 과연 그 살인자가 교묘하게 우리의 시선을 피하고 살인을 할 수 있을까?”

“더욱이 눈이 열 개가 넘을 텐데.......”

“그렇지. 지원 경찰을 합치면.”

황일성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고심에 차 있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근데 왜 그걸 묻는 거죠?”

“사이코 2020, 살인을 방해받으면 어떨까?”

“황형사님, 설마 그런?“

“사이코 2020이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쯤에서 이서희도 무척이나 갈등에 시달렸다. 블랙 머스크 향수를 말하면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적진 속으로 뛰어들더라도 박주훈에게 묻고 싶었다. 분명히 주임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리라 여겼다. 워낙 현명한 사람이고, 올바르며, 세심한 성격인지라 금세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나는 향수를 맡고 먼저 도착했지만 박주임님은 누굴 찍은 거지?’

톱니가 하나 빠졌는데 딱 꼬집어서 밝혀낼 수가 없었다.


유길중은 애초에 알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나서서 반대하지도 못했다. 그랬다가는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분명히 자신에게 무슨 허점이 드러났기에 파일 사건을 배당 했을 것이다. 무려 다섯 명이나 내부자 선상에 올려놓았는데 나머지 네 사람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나 다시 생각해보면 의심일 뿐이지 단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벌써 추궁이 들어왔고, 조사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누구라도 기정사실처럼 내부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유력한 단서는 드러난 거... 체형이야.’

까불이란 별명은 유길중의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고, 추적과 탐색에는 누구도 넘 모지 못하는 실력파다. 그런 사람이 까불거린다고 까불이로 밀어붙이는 식의 별명은 잘못된 판단이다. 유길중은 그렇게 불리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다. 부를 테면 불러라, 나는 내 갈 길을 간다, 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무엇이 오도(誤導)되어 가벼워 보이는 자신이 내부자 명단에 올랐는가?

‘까불이란 가면을 쓴 것을 알아차렸나?’

그건 사실 그가 사회생활을 편안하게 해나가는 한 방식이었다. 그래야 편안한 직장이라는 것을 이미 겪었다.

한데 그런 와중에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난, 누굴 의심하지?’

아직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내부자 소행이란 말이 나왔을 때도 누구도 의심해 보지 않았다. 팀원을 의심한다면 팀 생활을 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다섯 명 중 사이코 2020이 있다는 듯한 상부의 의심에 소름이 돋았다. 사이코 2020을 생각할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을 억지로 숨겼다. 유길중은 한 술 더 떠서 사이코 2020은 정말 악마 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다.

‘여자인지도... 모르지만.’


남인호와 경인수, 감진수와 함오성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키고서 남인호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먼저 말을 하지 않기로 작당한 듯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남인호의 눈에는 분명히 그렇게 비치고 있었다. 경인수가 결국 차지 못하고 거칠게 물었다.

“과장님, 저와 논의 할 때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해놓고서 대체 이런 결정을 왜, 혼자서 내리신 것입니까?”

“나 혼자가 아니야.”

경인수가 남인호를 쳐다보고 있는데 감진수와 함오성도 그를 쳐다보고 있다가 감진수가 뭔가 눈치를 챈 것이다.

“감형사는... 알아?”

“과장님, 그때 서장님이 부르신다고 하고서 나가셨는데, 그때 인가요?”

남인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의 지시라고 해도 아직 확실하지가 않지 않습니까?”

“경팀장, 언제까지 기다릴 수가 있겠나?”

“그들도 우릴 의심하겠네요!”

경인수의 맞받아치는 말에 남인호가 두 눈을 크게 떴다가 감진수와 함오성을 보는데 그들도 동조하는 표정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감진수가 진지하게 덧붙였다.

“자네의 상황 판단 능력은 인정하지만... 함형사, 할 말이 있나?”

“감형사님의 말이 틀림없습니다.”

“것입니다 가 아니고?“

“예, 박주임님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군요.”

“박주임이?”

“백색 차량은 팀장님 차고, 검은 색 세단은 과장님 차라고 알던 데요? 그리고 가장 먼저 도착해 있었다고 요.”

아무 묘한 여운이 남았다.

남인호와 경인수는 서로를 보다가 경인수가 신중하게 대답했다.

“사실을 밝히겠네. 그때는 우리도 서로를... 의심하고 있었다네!”

남인호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덧붙였다.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았다. 그리고 우린 추적을 달았지. 그런데 결국 우리 둘은 서로를 뒤쫓고 있었던 거라는 걸 알아냈지. 너무 허망하게 알게 되어서 믿지 못했지만 내가 먼저 경팀장을 조용히 불렀지. 그런데 말이야. 이건 정말... 너무 이상했어.”

“체형이죠.”

감진수가 자신의 특기인 분석력을 동원하여 먼저 대답했다.

“그래, 체형! 황형사는 다소 다르다고 할 수 있었으나 빅 사이즈를 착용하면 어렵지 않게 속일 수가 있어. 무엇보다 키가... 비슷해. 겨우 1Cm 정도의 차이일 뿐이야.”

경인수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며 감진수와 함오성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두 사람도 인정했다.

“우리도 쉽사리 내린 결정은 아니야.”

“우리 중에서는 정말, 없다고 장담하십니까?”

함오성이 눈빛을 빛내며 남인호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확신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저스티스(Justic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8 <038>위기의 수사과 20.06.14 73 0 11쪽
37 <037>위기의 수사과 20.06.13 63 0 10쪽
36 <036>위기의 수사관 20.06.12 66 0 11쪽
35 <035>위기의 수사과 20.06.09 54 0 10쪽
34 <034>위기의 수사과 20.06.08 69 0 11쪽
33 <033>비정한 살인 20.06.04 62 0 12쪽
32 <032>비정한 살인 20.06.03 68 0 11쪽
31 <031>최면술사 20.05.31 70 0 11쪽
30 <030>최면술사 20.05.29 65 0 10쪽
29 <029>최면술사 20.05.27 61 0 11쪽
28 <028>최면술사 20.05.26 77 0 11쪽
27 <027> 연미 20.05.25 75 0 11쪽
26 <026>연미 20.05.22 81 0 10쪽
25 <025>유령 20.05.20 98 0 11쪽
» <024> 유령 20.05.18 97 0 11쪽
23 <023> 유령 20.05.17 84 0 10쪽
22 <022>유령 20.05.14 90 0 10쪽
21 <021>유령 20.05.13 88 2 10쪽
20 <020>유령 20.05.11 103 0 11쪽
19 <019>황홀한 지옥 20.05.11 113 0 11쪽
18 <018>황홀한 지옥 20.05.08 113 0 9쪽
17 <017>표적 20.05.08 120 0 10쪽
16 <016>표적 20.05.06 118 1 9쪽
15 <015>블랙 머스크 20.05.04 127 1 10쪽
14 <014>내부자 20.05.03 141 2 10쪽
13 <013>내부자 +2 20.05.01 148 1 10쪽
12 <012>응징자 20.04.30 141 1 9쪽
11 <011>응징자 20.04.29 152 3 8쪽
10 <010>응징자 +2 20.04.28 171 2 10쪽
9 <009>응징자 20.04.27 171 2 9쪽
8 <008>No Mercy +2 20.04.27 183 2 10쪽
7 <007>No Mercy 20.04.26 184 1 10쪽
6 <006>No Mercy +2 20.04.24 229 1 10쪽
5 <005>편의점 20.04.23 254 1 10쪽
4 <004>편의점 20.04.22 293 2 9쪽
3 (003>사이코 2020 20.04.21 351 2 8쪽
2 <002>사이코 2020 +2 20.04.20 448 6 8쪽
1 <001>사이코 2020 +4 20.04.19 789 9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