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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포루 님의 서재입니다.

베르데난의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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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포루
작품등록일 :
2017.01.15 19:13
최근연재일 :
2017.01.22 22:18
연재수 :
5 회
조회수 :
338
추천수 :
1
글자수 :
21,733

작성
17.01.21 19:53
조회
42
추천
1
글자
10쪽

제 4화 [하늘 위 또다른 하늘, 집회천-1]

DUMMY

새까만 어둠속, 소년은 느꼈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존재는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항상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한치 앞도 구분 할 수 없는 암흑속에서, 그 존재는 소년을 향해 질문했다.



[넌 날 알고있나?]


"아니, 난 당신을 몰라."



유독 까맣던 이 안에서 그 존재는 계속하여 말을 걸어왔다.

아무 생각이 없던 소년에게도, 자신의 자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이야기를 지속했다.



"그럼 넌 누구지?"


[난 밖에서 파생된 또다른 너, 네안에서 형성된 또다른 자아.]


"그럼 너에게 있어서 나는 뭐지?"


[형제, 영혼을 나눈 가족... 그리고 숙주.]



소년은 자신의 말에 형제, 가족, 그리고 숙주라 대답한 그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더군다나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채 지루함을 달래기에는 형제라는 자식이 너무나 따분하다.


그렇게 생각하던 소년의 귓속으로, 그의 말이 들려왔다.



[아직은 명이 길군 형제, 다음에 또 보자.]



그제서야 소년은 고개를 돌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사람의 그림자 모습에 손을 흔들고 있는 그를.

그렇게 소년은 자신이 이 칠흙같던 공간속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깨닿고, 몸을 흐름속에 내맡긴다.


이 알수없는 형제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




번뜩-



한 아이가 쥐죽은듯 침대에서 잠이 들어있다, 한순간 두 눈을 번뜩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커다란 눈동자는 악몽으로 인해 당혹감과 옅은 공포심이 곁들여져 있었고, 현재 여기가 어디고 자신이 어딘지 잠시 망각하게 만들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분명... 누구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것 같은데...'



소년은 마음이 천천히 안정되는 안도감에 얕은 숨을 내쉬며, 콧속을 자극하는 이 감미로운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그런 소년의 두 눈에 옅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죽이 침대의 탁자 옆에서 나무 숟가락과 물 한컵과 함께 차려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몇일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배가 음식의 존재를 알고나서부터 요동치는 것을 보니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소년은 입가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죽이 담긴 접시를 잡고 나무숟가락으로 떠 입에 집어넣었다.

마른 입안을 자극하는 죽과 향기로운 양송이, 그와 비롯한 갖은 채소들은 평소라면 싫어하면서도 투덜거리며 먹었을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나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소년은 행복한 표정으로 그릇을 내려놓았다.



달그락-


"후- 잘먹었습니다."



순식간에 비워진 그릇을 보며 아쉽다는듯 쳐다보던 소년은, 문득 여기가 어딘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허나 아무리 봐도 자신이 살던 아바구마네 마을은 절대 아니었다. 그곳은 산과 산 사이에 위치한 마을로서 이렇게 햇빛이 비추어지지도, 창밖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시원한 계곡이 보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사람사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들의 소리가 끊이지도 않았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어디기에 사람들이 맘편히 거리를 활보하고, 병사들도 웃을수 있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하던 소년은, 순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을 만지작 거렸다.



'그러고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



소년은 자신의 목 언저리 부분을 더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벨리알의 줄기가 자신의 몸을 빼앗기위해 침투했고, 자신은 그걸 막기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서번트 제압쇄로 목에 압력을 가해 머리로 가는 침입을 막은 것 까지는 기억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기억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술취한 사람들의 필름이 끊기듯 희미할 뿐이었다.



"분명 꿈은 아닌데... 어떻게 내가 살아있는걸까. 게다가 여긴 어딘지도 모르겠고..."



소년은 한숨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그랗게 만들어진 공을 뻥뻥 차며 뛰어노는 아이들과 여럿모여서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이렇게 보면 정말로 대륙이 벨리알로 인해 잠식되어 모든 생명체들이 위험에 빠진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소년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던 소년의 등 뒤에서, 굵직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나? 오, 죽도 벌써 다먹었군."



소년은 그 목소리에 놀라 창문밖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등 뒤를 바라보았다.

큰 키에 왼쪽눈에 흉터가 있고, 강인한 기운을 풍기는 사내가 자신을 보며 웃고있었다.



"그것보다 왠지 멀쩡해보이는데, 어디 아프진 않아? 분명 데려올땐 시체였는데 데려다 놓으니 사람이구만."


"저... 누구신지?"



소년은 정중하게 물었다. 아직 이 사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을 구해준 은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한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사내도 마음에 든다는듯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켰다.



"나 말이야? 널 여기로 데려온 사람이지. 이름은 기스 하워드, 네가 알고 친하게 지내던 하워드 경의 형님이시다."


"하... 하워드 경의 형님? 그런..."



소년은 뒷말을 흐렸다. 하워드의 최후를 두 눈으로 보았으니 하워드 경의 형님이라는 사내에게 당신의 동생은 죽었어요, 라고 말할수도 없으니까.

소년이 시선을 회피하며 뒷말을 흐리자, 기스 하워드는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하워드가 죽은것 때문에 그런가? 그건 이미 알고있어, 널 구하기 전에 이미 봤거든, 내 동생의 시체를."


"그...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게 뭐있지? 그녀석은 자신들의 가족, 마을사람들을 위해 죽은것이니 그녀석의 죽음에 동정은 하지않아. 그저 형으로서 자랑스러울 뿐이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런 행동을 했다는게 중요한 포인트야."



기스 하워드는 정말로 동생에 대해 자랑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소년은 죄송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어 고개를 숙인채 말을 이었다.



"저... 근데 아바구마네 마을은 어떻게 되었죠?"


"알고싶어? 때로는 모르는게 좋을때도 있는거야. 뭐, 당사자가 원한다면 못알려줄 것도 없지."


"... 알려주세요."



소년은 그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각오한 눈빛으로 기스 하워드의 두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그러자 기스 하워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알았다는듯 무심하게 털어놓았다.

그런 그의 음성은 비가 오지 않는 메마른 대지와 같았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기에.



"... 네가 유일해, 아바구마네에서는 말이야. 어쩌면 다 죽었을수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지."


"역시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그런데 소년, 이름이 뭐지?"



기스 하워드는 소년의 침대맡에 걸터앉았고 소년은 잠시 주저하는듯 하더니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기스 하워드는 소년에게 있어서 목숨을 빛진 은인이고 그는 이름을 밝혔는데 자신이 밝히지 않는다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 베르데난이라고 합니다. 아바구마네에서 의사를 하고 있었죠. 그... 기스 하워드님은요?"


"그냥 기스 하워드라고 불러, 난 여기서 간부직을 맡고있지. 나에게 잘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꺼라구?"



소년의 말에 기스 하워드는 자신을 이곳의 간부직을 맡고 있다고 하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 행동에 소년은 약간이나마 웃을수 있었다.



"저... 기스 하워드,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여긴 어딘가요? 혹시 주신의 곁이라던가..."


"어린 놈이 무슨 벌써 주신의 곁으로 간다고 그래? 여긴 집회천, 푸른 하늘 위에 존재하는 또다른 하나의 하늘이다!"


"세상에!...... 근데 집회천이 뭐하는 곳입니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아선 무언가 강대한 조직같기는 한데... 들어본적이 없네요."


"뭐?! 설마 집회천을 모른다니... 너 벨리알은 아냐? 솔직히 말해서 너 아무것도 모르지?'


"벨리알은 당연히 알죠! 언제부턴가 갑작스레 대륙에 나타나 인류와 이종족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대륙을 집어삼킨 기생식물이잖아요? 수많은 국가들을 파멸로 몰아가기도 하였고..."


"그런데 어떻게 집회천을 모를수가 있어! 잘들어, 집회천은 말이야..."



베르데난의 말에 기스 하워드는 어이없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집회천, 그것은 기스 하워드의 말대로 하늘 위의 또다른 하늘이었다.

대륙에 벨리알이 등장하고 대륙의 생명체들을 몰살시켜가고 있을때, 생존에 위협을 느낀 방랑기사나 용병들이 한 인물을 중심으로 뭉쳐 만들어진 거대 세력, 그것이 집회천이었다.


집회천은 벨리알이 대륙에 나타나고서부터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는데 그들은 국가나 여러 소규모 마을들을 지켜주는 인류의 버팀목이자 인류의 또다른 긍지였다.



"알겠나? 이제 이 집회천이 얼마나 뛰어난 곳인지를 말이야."


"네... 그럼 이곳에서 간부직을 하고 있다면 기스 하워드도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군요."


"이제 내 진가를 알아본거야? 뭐 늦지는 않아서 다행이군. 혹시 걸을수 있나? 지금부터 갈 곳이 있는데..."


"갈 곳이요?"


"그래, 무서운 영감이 부탁했거든. 네가 일어나면 데려오라고 말이야. 집회천의 간부 회의실로!"



기스 하워드는 중얼거리며 손을 내밀었고, 베르데난은 머뭇거림 없이 그 손을 잡았다.



"혹시 업혀가야 되나요?"


"걸을 수 있다면 걸어서 오던가."


"그...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만..."


"그럼 조용히 하고 업혀."



그렇게 베르데난은 조용히 기스 하워드의 등에 업혀가게 되었다.

살짝이지만 웃음으로 떨리는 기스 하워드의 어깨를 느끼며 베르데난은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는 업혀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어...'



창피함에 베르데난은 고개를 기스 하워드의 등에 파묻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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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 2화 [아바구마네의 파멸, 소년의 긍지-2] 17.01.19 36 0 11쪽
1 제 1화 [아바구마네의 파멸, 소년의 긍지-1] 17.01.19 1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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