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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포루 님의 서재입니다.

베르데난의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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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포루
작품등록일 :
2017.01.15 19:13
최근연재일 :
2017.01.22 22:18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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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
글자수 :
21,733

작성
17.01.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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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화 [아바구마네의 파멸, 소년의 긍지-1]

DUMMY

쿠당탕-!


주위를 빼곡히 둘러싼 울타리, 그 위에는 각각 순찰을 도는 갈색가죽을 입은 병사들.

어둠에 맹렬히 저항하듯 온 사방을 밝히는 희망의 봉화, 횟불들.


까칠한 나무기둥을 깎아 만든 수많은 울타리, 그 너머 또다른 무언가에 저항하듯 창과 칼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는 민중들.

대개 여인들은 아이들과 함께 남자사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각자 처소로 몸을 숨겼고, 동그랗게 마을을 둘러싼 울타리에는 어떠한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겠다는듯 마을사병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사주경계하고 있는 이 마을의 이름은 아바구마네, 벨리알이 대륙에 등장하고도 살아남은 몇없는 마을중 하나였다.


무엇을, 왜이렇게 극심히 경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인들은 겁에 질려 집에 틀어박혔고, 사병들과 병사들은 각자 무기를 정돈하며 만에 하나 있을 일에 대비하였다.

그렇게 밤이 천천히 지나가고 있을때, 한 처소에서 문이 다급히 열리며 한 소년이 안경을 고쳐쓰며 뛰어나왔다.


사병들은 물론 울타리 위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자들조차 그 소년을 일시에 주목했다.

다수의 시선을 받은 소년은 잠시 말을 더듬더니, 이내 자신의 용건을 그들의 앞에 털어놓았다.



"하워드경! 제가 드디어 해부를 하던 도중 엄청난 사실을 알아냈어요! 벨리알에 대한건데...이것봐요!"



그는 매우 흥분한듯 빨갛게 상기된 볼로 자신의 말이 옮다는듯 종이에 그려진 그림까지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 그림에는 인간의 신체구성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었는데, 각 신체의 중요부위마다 설명을 적어놓은것이 신체해부도로 바꾸어 놓은듯 하였다.


소년의 외침이 시작되자, 사병들은 또 시작됬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다른 사병들에게 손짓하였다.

그 손짓에 그들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년에게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넌 들어가서 다시 연구나 해. 벨리알이 숙주로 삼은 서번트들이 나타난다면 되도록 온전한걸로 보내주지. 여긴 위험하니까 어서 들어가."


"그,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우리들은 이 빌어먹을 상황을 뒤집을수도 있는...그...그래! 아주 엄청난 발견이란 말입니다!"


"알았으니까 들어가기나 해. 이야기는 나중에, 벨리알의 식물들이 서서히 기어나오기 시작하는거 같으니까."




소년과 이야기를 나누던 사병들은 서쪽의 울타리쪽에서 소란스러운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오자, 눈을 가늘게 뜨며 그곳의 정황을 파악할 수 없자 사병들은 각자 든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며 그곳으로 따라오라며 손짓했다.

소년은 사병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가버리자, 심퉁이 난 듯 볼을 부풀리며 다시금 휑하니 열려있는 자신의 처소로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정말인데 말이지...아무도 날 못믿다니... 잘만 이용하면 대륙의 정세를 바꾸어 놓을수 있는 엄청난 발견인데..."



소년은 한숨쉬며 중얼거렸다.

현재 소년이 말하듯, 현 대륙의 정세는 좋지 않았다.

대륙의 모든곳에 기생식물 벨리알이 들끓고 있고, 어딜가도 쉽게 만날수 있는 생명체이며 그 무엇보다 위험하다.

그 식물들이 대륙에 모습을 드러냈을땐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단번에 멸망하여 살아남지 못했으니까 그 위험성은 가히 파악할 만한것이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현 살아남은 나라들은 나라에 소속된 영토의 마을같은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벨리알의 침입으로 국가가 치명적인 피해를, 심하게는 멸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에 이르러서는 벨리알에 대한 많은 사실이 밝혀졌긴 하지만 대비책은 아직도 없는 것으로 판정됬다.


대륙의 대마법사들은 말했다, 이 식물은 마계에서 흘러나온 것이고 결코 자연적으로 흘러나온것이 아니라고.

그럼에도 나라는 어떠한 힘을 쓰지 못했다. 워낙 벨리알의 번식속도가 굉장했고, 대마법사들도 이 벨리알의 마나체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하였으니까. 그래도 나라는 말했다. 기다리라고, 언젠가 구조하러 갈테니 기다리라고.


허나 더이상 대륙에서 나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자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지 않으면 죽고 말것이다.

적어도 이 마을, 아바구마네의 주변마을만 하여도 나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다 벨리알에 의해서 지도에서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으니까 말이다. 그 처참한 광경은 아직도 소년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소년은 자신의 침상을 벽에서 끌어냈다.

드르륵- 하는 소음과 함께 침상에서 한 구의 시체가 나왔다. 몸의 여러군데에 칼집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체는 의학 실험용으로 사용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이 시체의 몸은 초록빛을 띄우고 있는게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이 시체는 바로 벨리알에 의해 몸이 잠식당하고 죽어버린 숙주, 서번트의 시체인 것이다.


어느정도 의학도구들을 준비하여 꺼내어놓은 소년은 침상을 원하는 자리에 배치한 후 얼굴 면적의 반을 가리고도 남을 거대한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 쓴 후, 초록색 피가 묻어있는 메스를 꺼내들었다.

소년의 시체의 흉부를 보며 중얼거렸다.



"일단, 흉부를 갈라야 한다. 아무리 죽은 벨리알의 서번트라고 하여도 이 기생식물은 살아있으니까. 이렇게...흉부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서 복부까지......됬어."



메스를 손에 쥔 채, 서번트의 시체의 흉부에 칼을 넣은다음 살이 갈라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흉부에서 복부까지 가느다란 선줄기가 생겨났다.

그 가느다란 선에서는 평범한 생명체들의 붉은 피가 아닌, 초록색의 불길한 피가 새어나왔다.


이런 끔찍한 광경에도 소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어느샌가 이마에서부터 턱선까지 흥건히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긴 숨을 토해냈다. 현재 어떤 마을이라 하여도 일하지 않는 자들은 받아주지 않는다.

그건 어린아이라도 매한가지, 13세가 지나면 마을사병으로 끌려나가고 여자들은 작물을 재배한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수 없기에, 소년은 마을사병대신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아바구마네 마을의 사병대신 의병을 말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시체앞에서도 묵묵히 있을 수 있는 것이리라.



"후우, 역시 서번트들의 피부는 상당히 질겨. 이 서번트는 인간이 분명한데도 말이지...어째설까? 벨리알의 힘이라는건 알겠는데 말야..."



소년은 다시금 식은땀을 훔쳐낸 소매를 팔꿈치 뒤가지 걷어낸 후, 다시금 시체에 집중했다.

흉부로부터 갈라진 선을 따라, 흉부를 벌린 후 장기들을 살폈다.


복장뼈, 척추뼈를 비롯한 12쌍의 갈비뼈가 두 눈에 들어왔다.

허나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게, 수많은 초록색 혈관들이 뼈에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백이 넘게 얼기설기 붙어 파악이 힘들었다.

그러한 이유모를 초록색 혈관들이 꿈틀거리는 광경에 잠시 소름이 돋은 소년은 마음을 진정시킨후, 조심조심하여 천천히 혈관들을 하나하나 잘라나갔다.


그러한 소년의 얼굴에는 초록색 피가 푸슛- 하고 튀어올랐고, 안경에도 초록색 피가 튀어 안경의 가장자리에 작게 고여있었다.

그러나 신경쓰지 않는지 소년은 묵묵히 해부에 심취할 뿐이었다.



투툭-



뼈에 붙은 마지막 초록색 혈관을 끊어낸 소년은 다시금 마스크를 벗고 시원한 공기를 들이쉬더니, 시체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런 소년의 두 눈에, 초록색의 심장이 맥박하는 것이 들어왔다.

소년은 순간 자리를 벅차며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외쳤다.

소년은 말을 더듬으며 손가락으로 시체를 가리켰고, 그 목소리는 경악과 두려움이 내포되어 있었다.



"저...저 서번트! 아직 살아있잖아!"



소년의 그런 경악에 잠긴 외침이 들렸음일까, 갑작스레 죽은 듯 누워있던 시체가 감긴 두 눈을 번쩍 하고 뜨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서번트의 눈은 벨리알의 숙주가 확실하다는 듯, 초록색의 안구에 노란 눈동자가 소년을 응시했다.


순간 소년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폭풍처럼 들이쳤다.

죽음, 서번트의 시선에 이어 그 서번트가 천천히 먹이를 사냥하는 사냥꾼의 눈빛으로 다가오자 소년은 이를 덜덜 떨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 어, 어어, 어떡하지? 서, 서번트를 만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지?'



그렇게 점점 뒷걸음질하던 소년의 귓가에, 벽에 닿으며 금속성이 울리는게 들려왔다.

소년은 그 즉시 등 뒤에 항상 매고다니던 호신용 장검을 꺼낸후 처소에서 허겁지겁 빠져나왔다.

그 와중에도 서번트는 멍하니 소년을 보며 발걸음을 한걸음씩 천천히 옮길 뿐 이었다.



쾅-!



밖으로 허겁지겁 빠져나오던 소년은 주변의 사병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소리를 쳤다. 아니, 소리치려 하였다. 정체불명의 굉음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순간 소년은 매우 놀라 울타리 방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도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울타리는 처참하게 부수어지고, 짓밣혀 그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병들은 소란을 잠재우기 위해 소리치며 매우 분주히 뛰어다녔고, 몇몇 사병들은 울타리를 쳐부수고 서번트들이 사병들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사병들의 몸은 두동강이 나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바구마네 마을의 방범용 울타리가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 사이로 좀비처럼 걸어오는 벨리알의 숙주, 서번트들이 수없이 기어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소년은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느끼며 벌벌 떨었다.



"히익-!"



잠시 정신을 팔던 사이 다른쪽에서 또다른 사병의 목이 잘린채 소년을 향해 거세게 날아왔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목이 뜯긴 사병의 몸이 소년을 넘어 다른 처소의 벽에 부딪힌 후, 축 늘어졌다.

처소가 부수어지자 그 안에서 아이를 안은 여인들과 어린 아이들이 울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사병들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연신 '여자들과 아이들을 지켜! 우리들의 가족은 우리손으로 지켜내야 한다!' 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나 이미 늦은감이 없지 않아 사방은 서번트들에게 처참하게 죽어가는 여인이나 노인, 아이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사병들이 연달아 죽음을 맞이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소년은, 두려움에 다리를 덜덜떨면서도 생각했다.



'이 주위에서 날 도와줄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내가 스스로를 지켜야해!'



소년은 죽음의 공포에 눈물을 흘려가면서도 장검을 서번트를 향해 곧추 세운후 마음속에서 온 힘을 다해 외쳤다.



'와, 와라! 서번트 새끼들아!'



멍하니 있던 해부용 서번트가, 눈을 빛내며 소년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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