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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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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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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6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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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1화

DUMMY

철수라는 괴물이 있다. 그 괴물은 시간을 세는 것이 귀찮아질 정도로 길고 아득한 시간을 0층이라는 마경에서 살아왔다.


안전한 곳은 있었지만 그는 안전한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그 마경 속에서도 스스로 마경을 만들어가며 싸움을 이어 나갔고, 0층에서 감히 대적할 존재가 없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아득하고 또 더 아득한 시간의 안에서 그 괴물의 몸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신이 깃들었다는 표현조차도 진부하고 새삼스러우리.



“라고. 옛날에 소설을 쓸 때 써본 적이 있어.”

“소설도 썼어요?”

“심심해서. 쓰다가 점점 일기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부끄러워져서 안 썼어.”

“왜요?”

“······그러게. 뭐가 부끄러웠던 걸까. 그때의 감정은, 이해하기 어려워.”

“?”



카나는 방송을 끄는 것을 잊을 정도의 광경. 아니 방송을 꺼서는 안 될 압도적인 광경을 앞두고 있다.


분명히 가벼운 주먹질로 보였다. 그렇게까지 꽉 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눈깔괴물이 터져 죽어버린 것은 물론이고 그 주먹이 만들어낸 풍압에 숲의 나무가 무너지고 하늘의 구름에도 구멍이 뻥하니 뚫리니 연출은 최고였다.



“······어쨌거나. 여기 애들은 비교적 약하네. 아닌가? 내가 싸웠던 애들이 괴물인 건가? 설마 1층이라서? 베이스가 된 애들이 약해서? 아, 그건가? 그렇구나.”

“저런 괴물들을 앞에 두고 굉장히 침착하시네요!”

“익숙해서.”

“방금 전의 그건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음. 스트레이트지.”

“네?”

“스트레이트 몰라? 복싱의 쭉 뻗어서 치는 그거 있잖아.”

“······아닌 것 같은데요? 자세가 전혀.”

“조용히 해. 내 과거를 왜곡하지 마.”

“본인의 지식이 왜곡되었단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복서라면 내가 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 주먹이 스트레이트가 맞는 거지 뭐야.”

“와아 미쳤네.”



카나는 지금 방송하고 있다. 컨텐츠는 갑자기 탑에 나타난 초신성을 인터뷰해 보자. 이미 방송 제목도 바꾼 참이다.


묻는 말에 딱히 이렇다 할 주저도 없이 툭툭 잘 대답해주는 것을 보면, 인터뷰는 분명히 쉬울 것이다.


그걸 저 눈깔괴물과 싸우는 도중에 해야 한다는 것은 탑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뭐지? 카나가 저 사람을 죽이려고 저러나?’ 싶긴 할 것이다.


한참 몬스터와 싸움 도중이다. 그것도 정체불명의 몬스터. 그런 것과 싸우고 있는데 정신없이 이거저거 계속 묻는 것은 그냥 죽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름은!”

“김철수. 말 안 했던가.”

“나이는 어떻게 되시나요!”

“20.”

“네? 거짓말?!”

“진짜야.”



그래서 한참 뜨거워졌던 채팅창은, 철수가 너무 편안하게 괴물들과 싸우며 카나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보며 사그라들었다.


어라? 저게 뭐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데도 철수가 여유롭게 괴물들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그래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것들은 뭔가요!”

“눈깔괴물.”

“심플한 이름이네요! 저런 것들과 많이 싸웠나요?!”

“꽤 싸웠지. 조심해야 해 이것들. 진화하거든.”

“헉! 진짜요?!”

“어, 좀 많이 느린 편이긴 한.”



텅!


철수가 말한 것은 이배수와 같은 상황이었다. 계속해서 동족을 죽이고 죽이고 죽이며 진화하고 강해진 이배수.


그런데 이건? 열 정도 되던 눈깔괴물이 절반 줄어 다섯이 되었더니 그중 하나가 철수의 주먹을 막아내는 것이 아닌가!


펑!


물론 그것도 겨우 한순간이라 철수가 조금 더 힘을 주자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지만, 굉장히, 너무나도 빠른 진화의 속도였다.



‘탑이라서 그런 건가? 0층이랑 다르게 이곳은 레벨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그럼 이배수도 여기 오면 저렇게 빠르게 강해지나? 어라? 그럼 나는?’



조금 억울해졌다. 누군 길고 긴 시간을 죽음과 동고동락하며 강해졌는데 누구는 그냥 가만히 서서 시간만 보냈더니 강해지다니.


그리고 동시에 흥미로워졌다. 얼마나 강해지는 걸까? 이배수만큼 강해지나? 그렇다면 그건 꽤 재미있지 않을까?



“혹시 거대 길드 소속이신가요?!”

“아니. 개인이야.”

“우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개인! 탑험가들 중에는 아무런 소속이 없는 은둔 고수가 있다더니! 정말이군요?!”

“그런 소문도 있구나.”

“아! 십만 원! 십만 원 후원 감사합니다! 네······아아~여자 친구 있으신가요!”

“없어.”

“······나이를 속인 것 같다고 시청자분들이 계속 묻고 있는데 진짜 20인가요!”

“어.”

“근데 왜 반말이야!”

“너도 반말해.”

“그래! 반갑다 친구야! 혹시 레벨이!”

“친구?그런가? 0이야.”

“으음~너무 무례한 질문이긴 했지?”

“? 그랬니?”

“아니, 그런데, 우와. 아무런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그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거야?”

“하다 보니까 되더라.”



친구라. 철수는 어쩐지 그 울림이 싫지만은 않았다. 인수도 분명히 친구는 친구다만, 약간 키우는 제자 같은 느낌도 드는 탓에, 철수에게는 카나가 탑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사귄 친구일 것이다.


물론, 둘의 사이를 친구라고 표현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카나가 친구라고 해줬으니 철수는 카나와 친구가 된 것이 맞을 것이다. 적어도 철수는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하나 더, 고민이 생겼다. 친구가 뒤에 있는데 위험하게 괴물이 강화되게 내버려 둬도 괜찮은 걸까? 그렇지만 내버려 두면 재미있을 텐데?



‘쩝. 별수 없지. 하나만 남겨두자.’



철수, 다시 없을 크나큰 결심을 하다. 오랜만의 재미있는 적과의 싸움을 아직 얼굴도 익숙하지 않은 친구를 위해 포기하다니. 성인의 길을 걸으려 함인가.


······영희와 떨어진 시간이 길어진 탓인지 확실히 이상해지고 있었다.



“방송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던데! 평소에 인방을 자주 보시나요?!”

“냐루냥. 그런데 왜 또 존댓말을?”

“인터뷰니까요! 공과 사! 와아~냐루냥! 그럼 냐루냥의 영상을 보면 탑험가의 꿈을?!”

“탑험가엔 아무런 꿈도 없는데. 냐루냥은, 뭐랄까. 따뜻해서.”

“아, 아! 어, 그러면 여긴 그냥, 산책?”

“응. 집 앞이라.”

“?”

“갈 곳 없으면 와. 자리 많아.”

“??? 집이 어디신데요?”

“1층 구석.”

“????”

“아. 방송에서 밝히면 조금 그런가. 그래. 그럼······집 근처에 미로라도, 형이 싫어하려나?”

“아! 형이 계시군요?! 그럼 혹시 그분도 철수님처럼 강한가요!”

“나만큼 강해지면 재밌긴 하겠네. 하나 죽을 때까지 싸워볼 수 있을 텐데.”

“예?”

“왜? 친구끼리 그런 거 아니야?”

“예???”

“참, 이거 전 매니저라고 했지. 그럼 이거 유품인가? 가져.”

“엇, 아니, 그, 전 매니저이긴 한데 절 팔아넘기려고 했던 사람인데요.”

“아 그래.”



고층 탑험가는 비정상적인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를 직접 체험하게 된 사람들은 단체로 패닉에 빠진다. 이런 사람이 나라의 기둥 소리를 듣는구나 싶어서.


그야 물론, 탑을 오래, 그리고 높이 오를수록 인간성이 깎여나가는 것은 별수 없는 일이지만, 암만 그래도 철수 정도로 뒤틀리지는 않았다. 애초에 뒤틀린 인간이 아니라면.


쿵! 쿵!


어지간히 탑을 올랐고, 어지간히도 싸워보아 지식을 쌓은 이들이라면 내버려 두었을 때 점점 강해지는 몬스터를 더 강해지게 내버려 둔다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뭐 하러? 죽고 싶은 건가?


이렇다 할 특별한 형태가 없던 눈깔 괴물이 점점 인간 형태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거대한 근육질의 팔과 다리, 이상할 정도로 얇은 몸통은 언밸런스하고 거대한 눈동자에 어울리는 거대한 머리에는 머리의 절반을 차지하는 입이 생겼다.


괴물이다. 공포 게임에나 나올 것처럼 생긴 괴물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었다.


쾅!


그리고! 그런 괴물이 휘두른 주먹이 철수를 때려서 날려 보낸다! 세상에! 이건 좀 위험한가?! 카나가 냉큼 도망가려고 몸을 돌리는 그 순간!



“실망이 커.”



눈깔괴물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둘렀던 자세 그대로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듯 멈추어 있었다.


더 자세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진정된 시야에는 뒤늦게 채찍이 괴물의 몸을 휘감아 묶어 두고 있음이 보였다.



“꽤 시간을 줬어. 빈틈도 많이 보였어. 일부러 몸에 힘을 빼기도 했어. 모습이 변했어. 그래서 분명히 강해졌을 줄 알았는데. 모습만 변한 것이었어. 여전히 약해. 지루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도 너는 재미가 없어.”

“회복이 빠른 거예요 아니면 안 아팠던 거예요?”

“뒤에 거. 앞에 거도 맞는 말이긴 한데, 지금은 아니야.”

“어······아! 잠깐만요! 잠깐만! 친구야!”



적당히 놀아보려고 했는데 싸움이 길어질수록 점점 지루함과 실망감이 커져가던 철수. 저도 모르게 하품이 나올 정도의 지루함에 이제는 끝을 내려고 했다. 카나가 막지만 않았다면.


뭘까? 역시 그래도 알던 사람이라 저런 모습이 되어도 죽어 버리는 건 보기 싫다는 걸까?


그래서 돌아본 카나. 우연히 보인 방송 화면에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찍혀 있었고, 잔뜩 상기된 카나는 아무래도 돈 때문에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결국 돈인가. 인수도 그랬지.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철수는 작고 짧게 한숨을 흘렸다. 그렇게 돈이 좋은 걸까?



“방금! 시청자 한 분이! 제압이 가능하다면 잡아두라고 하시네요! 연구하고 싶으시다고! 어, 그, 장, 소예? 라고 하면 알 거라는 데 아는 분인가요!”

“아, 그 사람. 알겠어.”



담담한 표정으로 설렁설렁 다가오는 철수. 원래도 크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싸우는 것을 보고 나니 한층 더 거대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런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고 나면, 드디어 기이한 언행에 감춰져 있던 철수의 압도적 미가 드러나게 된다.


참 잘 생겼다. 입을 가만히 다문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에 숨이 막힐 정도로,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로 잘 생겼다.


온몸의 흉터들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런 흉터들로는 그의 미가 가려지지 않았다.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되지.”

“예? 에? 아! 네!”

“넌 어떤 계단을 오르고 있지?”

“······계단?”

“그래. 계단.”

“무슨, 뭔, 무, 음? 무슨 비유를, 무슨 표현이에요 그게?”

“? 계단이 계단이지 무슨 표현이냐니. 계단을 계단이라고 부르는 것 이외에 달리 사회에 약속된 표현이 있기라도 한 거야?”

“??? 아니, 음? 제가 지금 계단을 오르고 있나요?”

“모르니까 묻는 거잖아.”



오직 그의 언행만이 그의 미를 감추는 크고 우스꽝스러운 망토이리라.


말 한마디에 오만정이 떨어지고 행동 하나하나에 분노가 샘솟는다. 하지만 이런 인간인데도 벗어날 수 없는 까닭은.


쿵, 쿠쿵!!



“헛! 무, 무슨 소리지?!”

“오크 마을 방향에서 난 소리야. 오.”

“오? 어!! 어?!!”



거대한 언덕처럼도 보이는 검은 덩어리의 위로 수많은 눈동자들이 깜빡이며 점점 높이 솟아오르고 넓게 퍼져나간다. 새로운 눈깔괴물의 등장이었고, 이게 바로 철수에게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였다.



“카----나-----!!!”

“나? 나나, 나?! 나?!! 왜!”

“아는 사이야?”

“미쳤어?!”

“이름도 아는 것 같은데 너무 그렇게 박하게 대하지 마. 말이 통한다면 친구가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지랄하지 마!!”

“그렇게 편협한 사고방식으로는 멋지게 계단을 오를 수 없어. 고치도록 해.”

“진짜 미쳤나 봐······.”



쾅!!


저 거대한 눈깔괴물 덩어리가 휘두른 커다란 촉수 덩어리가 그들의 근처에 떨어지고, 한순간 공중으로 붕 떠오른다.


순간적으로 철수가 붙잡고 피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그 뒤에 떨어진 또 다른 촉수에 깔려 죽었으리라.



“으아아아!!!”

“잘 붙어 있어.”



그래. 이런 까닭에 철수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사건사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위협적인 이벤트 속에서는, 철수의 옆이 가장 안전하다.



“살려줘어어!!!”

“그럴 거야.”



참 멋진 남자가 아닐 수가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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