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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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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492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4.09 2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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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80화

DUMMY

“저기다!”

“오크다.”

“그렇게 여유부려도 괜찮아요?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쪽수에는 답도 없을 텐데!”

“경험담인가?”

“······.”

“그렇구나. 걱정할 거 없어. 나는 레벨 0이거든. 레벨이 낮으니까 쪽수에도 답이 있을 수 있지.”

“······혹시 지금 농담하신 거예요?”

“그 비슷한 거.”

“세상에. 진짜 안 어울려.”



1층의 어딘가. 애석하게도 오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나름 기분이 풀린 것인지 꽤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남들보다 여리다고 해도 탑험가는 탑험가. 과연 회복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오늘과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애초에 남들이 찍지 않는 영상을 찍어보겠다고 오크 무리에 돌입하는 것만 보더라도, 보통 인물은 아니란 것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부서진 카메라 주워 오겠다고 들어가는 게 아니었는데.”

“제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방송용 카메라에 나름 흥미가 있어서. 탑과 바깥을 렌즈 하나로 연결한다는 게 참, 이제 더 배울 것은 없다고 자만했던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고치고 있는 거예요?! 고, 고칠 수 있어요?”

“봐야 알지.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니라. 으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예쁘게 망가졌네.”



휙!


뒤에서 날아오는 창을 보지도 않고 피하더니 되레 땅에 꽂힌 창을 발판 삼아 높이 뛰어올라 나무 위에 착지하는 철수.


카나는 따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



“어?! 저, 저는요?!”

“나 바빠.”

“네?!”

“괜찮아. 저 정도는 네가 이길 수 있어.”

“???”



머뭇거리는 사이에 코앞까지 닥쳐온 오크들은 망설임이 없다. 달려오던 그대로 그녀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쨍그랑!


그리고, 예상대로 냅다 들이받은 오크의 검은 카나가 아니라 카나의 모습을 비추던 거울을 깨뜨렸다.



“저기요! 저 상처만 다 나은 거지 지금 싸울 상태는 아닌데요?!”

“그건 심리적인 문제잖아. 각오해.”

“말 되게 쉽게 하시네! 그리고! 제가 심적으로 힘들다는 거 다 알면서 그랬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 카메라 고치려고 하잖아. 손재주는 좋은 편이야. 기대해도 좋아.”

“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카메라 부서진 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니잖아요!!”

"?"

"싸패세요?!"

"그럴 지도 몰라."



눈앞의 오크는 다섯. 무려 다섯이나 되는 오크가 달려왔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겨우 카나나 철수라는 사람을 잡기 위해 이렇게까지 투자한다고?


허공에 손을 뻗어 꽉 그러쥐는 그녀의 손에는 빛이 잡혔고, 휙휙 돌리니 기다란 지팡이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쨍! 쨍!


멈추지 않고 허공을 툭툭 때리니 그 자리에 동그란 유리구슬이 만들어져 떠다니기 시작했다. 확실히, 설이보다는 훨씬 능동적인 태도다.


생각이 난 김에 철수는 설이 생각을 조금 해본다. 철수는 설이가 볼 때마다 아쉬워서, 떠올리면 생각이 사로잡혔다.


마법에 재능이 없는 것은 맞다. 그래서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 이후엔 굳이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재능을 얻게 되었기에 그쪽으로도 더 나아가려 했지만, 도통 본인이 나아가려는 마음을 보이지 않는다.


계단의 앞에 서기는 했지만 정말 내가 이 길을 올라야 하는 것일까 망설이는 모양새. 누군가가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가 업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분명 그 대상을 인수로 정했을 것이고, 설이의 목표는 인수의 뒤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뿐일 것이다. 그 이외의 목표, 꿈, 장래 희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언가하고 싶다. 그러한 것이 전무한 인간을 데리고 다니려니, 철수의 입장에서는 고역이 따로 없었다.


어리니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으니 납득해야 하는 것일까?



‘영희는 괜찮을 거라고는 했다만, 걱정이야 걱정.’



사람을 잘 모르는 자신의 걱정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조금은 허무함을 느끼면서도 굳이 그러한 감정이나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야, 이러한 감정들은 철수에겐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감정에 불과할 테니까.



“영희가 알아서 하겠지.”

“저기요!”

“응.”

“전투 끝났어요!”

“그래.”



투둑.


나무에 내려온 철수가, 그녀에게 카메라를 건넨다. 아, 수리에 실패했구나. 당연한 일이다. 어지간히 비싼 물건이고 수리도 힘들고 한다고 해도 수리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물건이다.


그런 물건을 그냥 잠깐 보고 아무런 도구도 없이 슬쩍슬쩍 건드려서 고칠 수 있을 정도라면 세상 방송하는 사람들 전부 철수를 찾을 것이다.



“고쳤어.”

“네?”

“복잡하더라.”

“??? 농담이죠?”

“농담일 수도 있긴 하지. 한 번 써봐. 제대로 되면 고친 거 맞잖아?”

“아.”



그래, 맞는 말이다. 방송 켜보고 안 되면 여전히 고장 났다는 의미니까 고쳐진 게 아닌 거잖아? 참으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평소처럼 카메라를 조작하고, 방송 제어용 단말을 꺼내 이것저것을 툭툭 두들기니.


[카나님의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어, 어! 우와! 우와아아!! 화면 진짜 나온다! 와아 세상에! 진짜 천재세요?”

“배움을 멈추지 않은 덕이지. 하지만 천재는 아니야.”



오늘 처음 본 사람이, 그것도 딱 보기에도 위협적으로 생긴 철수가 카메라를 잠깐 보고 건드리는 것만으로 고쳤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솟아난다.


지금의 카나가 인수와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점은 몰라도 철수에 관한 부분은 많은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분명히 이상하고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가까이에 있으니 좋은 게 너무 많다. 자꾸 뭐가 위에서 떨어진다.



[??? 뭐임? 님 살아있었음?]

[공지 없는 휴방 해명해]


“앗, 아차. 아~안녕하세요~! 안녕~”



한 박자 늦게 자신이 방송을 켰음을 인지하는 카나. 왜 켰을까? 지금은 방송을 킬 상황도 기분도 아닌데. 지금 방송이 문제가 아닌데.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숲에서, 방송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철수가 화면에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상황은.



[뭐임? 누구임?]

[남침임?]

[남친 생겼네.]

[아.]

[구취 하겠습니다.]


“음~조용히 해! 그런 거 아니니까. 내가 남친이 생겼으면 이렇게 갑자기 공개하겠니?”


[응~실수로 방송 켠 거죠~?]

[와아 진짜, 카나님만은 믿었는데······]

[거짓말이지?]

[전 카나님 믿어요!]

[그래서 오늘 방송 뭐임?]

[해명햌ㅋㅋㅋ]

[말도 없이 휴방 때리다가 방송 키자마자 남자는 좀;;]



말 한마디 없이 한참이나 방송을 켜지 않았고 갑자기 키게 된 방송에는 웬 남자랑 함께 화면에 비치고 있는 카나. 게다가 어쩐지 조금은 당황한 듯한 반응.


그냥 카나를 놀리고 싶은 사람들, 진짜로 카나에게 연애 감정을 품고 있던 사람들, 무조건 카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 그런 사람이 싫어서 장작을 계속해서 넣어주는 사람까지.


카나가 나름 인기가 있는 방송인이었던 카나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채팅창의 반응은 점점 뜨거워지는데!


······그런데, 어쩐지.



“······.”


[아닌가?]



남자인 철수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헉! 들켰다! 에이~뭐 어때서 그래?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정말로 그냥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는 텅 빈 눈으로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았고.



“화면이랑 시간 차이가 좀 있네.”

“네?”

“원래 그런 건가? 3~4초 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그건, 그건 원래 그래요!”

“왜지? 기술의 한계인가? 조금 아쉬운데. 영상을 보내는 시간, 받아서 보여주는 시간, 이거저거 다 합쳐서 생기는 시간 차이인가. 별수 없는 거라고 해도 아쉽네.”

“아, 네······.”

“여기 문자 쓰는 놈들은 다 왜 이렇게 화가 나 있는 거야?”

“······너 때문에요.”

“나? 내가? 허 참. 난 누굴 구해줄 때마다 원망을 듣네. 내가 문젠가?”



사람들의 논란 만들기는 하여튼 덕분에 오래가지는 않았다.


한참을 이전까지의 사정을 모두 설명한 카나. 믿어왔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에 결국 눈물이 터져 나오는 모습까지.


갑작스러운 휴식에 대한 불만이나 정체불명의 철수에 대한 불안감까지 어느 정도는 진압되었다.


물론 ‘카나 남친 공개됐다!’ 라는 뜨거운 이슈 덕분에 몰려온 사람들이 워낙에 많아 깔끔하게 정리가 되진 않았지만, 새로운 이슈가 더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어.”

“응? 왜요?”

“······너무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익숙한 기운이요? 그런 것도 느낄 줄 아세요?”

“넌 못해? 꽤 강해 보이는데 실전 경험은 적은 모양이네.”

“아니, 그, 저야 방송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



깡!!!


갑자기 시야가 흔들려 카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카메라는 많은 것을 찍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눈알이 달린 검고 기괴한 괴물이 순식간에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촉수를 뻗어왔고, 그것을 철수가 막아내는 모습을.


눈깔괴물. 철수가 그렇게 부르는 0층의 그 기괴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하나, 둘, 셋. 점점 늘어나더니 그 수는 곧 열을 넘겼고, 입가에서는 붉은 피와 오크들의 신체 일부가 삐져나와 있었다.


대뜸 두 사람을 공격했던 괴물은 철수가 한 손으로 짓눌러 죽이긴 했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뭐, 뭐야!”

“그러게. 뭘까. 이런 곳에 갑자기 나타날 놈들이 아닌데.”

“뭔지 알아요?!”

“눈깔괴물. 흠. 음. 이상한데.”

“1층, 1층에서 저런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나도.”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괴물들. 오크들을 상대로는 도망갈 생각을 했던 철수지만, 눈깔괴물들이 상대라면 달랐다.


오랜 시간. 정말 길고도 긴, 길다는 말로도 차마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오랜 시간을 철수와 싸워왔던 괴물의 등장.


게다가 하나하나의 괴물에는 특이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0층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점.



“어? 자, 잠깐! 잠깐만요!”

“왜.”

“저기, 저, 저 옷······재연 씨 옷인데?”

“?”

“그, 그리고 저것도! 저것도! 전부! 방금 우리가 땅에 묻고 왔던 그 사람들 옷이에요!”

“아, 그래?”

“같이 봤는데 왜 몰라요?!”

“관심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덕분에 하나는 확실하게 알게 된 철수.


‘내가 0층의 문을 연 탓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형한테 혼나진 않겠네.’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눈깔괴물을 만들었다, 졸업 던전에서 만났던 검은 토끼나 3층에서의 테마 전쟁처럼 뭔가 조건이 있는 특이한 현상의 일부이다.


몬스터가 되어야 할 것들이, 뭔가 너무 많은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서, 혹은 너무 부족해서 만들어지게 되는 눈깔괴물. 0층의 눈깔괴물들도 그러한 이유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할 테지만 일단 탑에서 해명하기론 그러했다.


그렇다면 저들은 어떠한 요소가 사라지거나, 추가가 되어서 저런 모습이 되었다? 어떻게? 어째서? 왜?



“찾았다. 오늘의 목표.”

“일단, 일단 도망가요! 도망가서 도움을!”

“누가 누구를 도와.”



쾅!!!


달려드는 눈깔괴물에게 오랜만에 힘껏 주먹을 휘두르며 상쾌함을 느끼는 철수는, 이 감각을 조금만 더 느끼고 싶었다.



“조금만 더 놀자. 형한테,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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