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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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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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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글자수 :
85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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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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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5화

DUMMY

“달려라 달려~!”

“크아아아아!!!”



도시를 내달리고 있다. 살기 위해서. 살기 위해 탑에 들어가려 한다. 철수의 도움이 필요하다!


흠······아니 뭐, 허은도 있고, 근처에 거대 길드의 사람도 여럿 있으면 오히려 그곳이 안전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도깨비, 채원의 죽음 이후 곧바로 들이닥친 시민들. 우리 가족, 우리 집, 내 재산, 눈이 뒤집어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우르르 몰려왔다.


알만했다. 스왐프 쪽에서 이런 상황을 유도했겠지. 시민들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혼란 속에서, 거대 길드고 나발이고 나를 지켜줄 틈도 없을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숨어든 암살자 따위가 있다면 그야말로 대혼돈이다. 도망가야 했다.


허은 누님도 그 대혼돈을 어떻게든 처리하기 위해 남아야 했기 때문에 날 도와주지 못하지. 10인의 우노도 결국 사람 한 명이란 것이 증명되어버렸다. 서글프다.



“으음~큰일이다! 너도나도 절박해서 나도 구분이 안 가네! 아하하! 여기도 살기 저기도 살기! 무서워라~!”

“지금! 나 달리는 거 쫓아올 정도의 사람이면 그 사람이 범인 아니야?!”

“아하하하! 나는 모르지~!”



그저 장난스러운 영희가 내 등에 업혀 쾌활하게 웃고 있으니, 현실감각이 뒤틀리는 느낌이다. 이거 정말 심각한 상황이 맞.


콰직!


순간, 영희가 내 목을 잡고 휙 몸을 틀어 그 잠깐 몸이 휘청거린 순간, 내 귀를 스치며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꽂혔다. 그리고 바닥의 보도블록을 순식간에 녹이며 유독한 가스를 뿜어냈다.


음~위험한 거 맞네! 하하!


상처가 난 귀는 재빠르게 피를 분출시켜 독을 뽑아낸 뒤 피를 굳혀 출혈을 막지만, 이미 뺨까지 녹아있었다. 어마어마한 독성이다.


쿠르르릉!!


갑자기! 잘 달리고 있었는데 땅에서 벽이 솟아오르면서 나를 가로막았다! 거의 어느 순간 그곳에 벽이 있더라는 수준으로 나타나서 혼란스럽다!



“흡!”



발아래에 영역의 문을 열고 피를 터트려 한순간에 높이 뛰어올랐다. 뛰어오른 허공에서 보이는 것은 내가 있던 자리에 꽂히는 여러 무기와 나를 노려보는 사람들.


어느 정도 나이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이 상당히 아찔하다.


퉁!


왔다! 버니 타임! 왜 왔을까! 죽을 위기란 건가?! 젠장!


빠르게 휙휙 돌아가는 내 두 눈에 보이는 것은 허공을 밟으며 내게 달려오는 전사들과 저 멀리서 나를 마법의 지팡이로 겨누는 마법사.


······쓰읍, 후우! 아! 어렵고 고단한 내 인생아!


영역의 문을 열어 손바닥에 붙이고, 반대 손으로 팔꿈치를 잡는다. 이걸로 압력을 높였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번엔 그 수압으로 내 몸을 밀어내면서 고속 이동! 난 할 수 있다! 으아!


쿵! 쾅!


당연히! 조절될 리가 없는 핏물 대포의 발사에 내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날아가 땅이며 건물이며 부딪치며 날아간다.


그래도 일단 날 노리던 녀석들에게 벗어나기도 했고, 괜히 덤벼들었던 놈들은 그 순간 발사된 핏물 대포에 휘말려서 정신이 없어 보인다. 딱히, 대미지는 없어 보인다. 제기랄.


바람개비마냥 빙글빙글 돌던 몸을 멈추려 다리에 힘을 빡! 주고 브레이크를 잡는다. 그 순간 멀어졌다고 생각했던 전사 하나가 내 코앞까지! 빠르다! 미친 빨라! 너무한 거 아니야 이건?!


쩡!!!



“!! 파, 파펀!”

“달려!”

“!”



허은 누님이 연락을 넣어준 건가?! 파펀이 갑자기 중간에 끼어들어서 전사를 막아주고 내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준다! 이게 인맥이구나! 고마워!!


펑!


그런데! 30레벨 이상의 미친 괴물들의 마찰은 차마 나를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온몸의 근육이 풀려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굳어 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미칠 것 같다!


난 어떻게든 달려가고 싶은데! 저 양반들이 싸우면서 쿵쾅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충격파에 몸이 흔들려서 미칠 것 같아!


촤악!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내 등이 길게 베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파펀과 싸우면서도 이 정도의 공격이 가능하단 말이야? 진짜 괴물들인가?!


어! 그런데 나! 등에 영희 있는데?! 아니, 이 녀석이 조용한 걸 보면 지금 당장 뭔가 개입할 생각이 없을 뿐이지. 내가 미쳤다고 영희를 걱정하네?


장갑의 핀을 뜯어 생명수를 뒤집어쓴다. 딱 한 번 쓸 수 있는 비장의 생존기이지만 솔직히 바로 당장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가 생겼었을 것이다. 써야 했다.


그리고 어쨌거나! 몇 번이나 죽음을 경험하고 실제로 피까지 흘린 지금! 내 몸은 극도로 강화되어 있다! 근육이 터질 것처럼! 힘이 넘쳐난다!



“음! 결정했다!”

“헉! 허억! 뭘!”

“날아간다~!”

“?!”



도대체 내 어디에 매달려있었던 건지 모를 영희가 가볍게 외치자 몸이 두둥실 떠오르며 빠르게 탑을 향해 날아간다.


나, 나의, 나의 근육, 나의, 고생이! 야이 나쁜 놈아!! 좀만 더! 조금만 더 빠르게 해줄 수도 있었잖아!


우당탕탕!


탑의 앞에 떨어진 나는 몇 번인가 바닥에 굴러야 했다. 다리에 힘이 빠진 것도 그렇고 영희 때문에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그렇고, 그 와중에도 쫓아와서 내 어깨에 석화의 화살을 쏘는 미친놈들 때문도 있고.


나에게 이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야? 과하지 않아? 나, 나 이제 겨우 8레벨인데?



“그래도 탑에 들어가면 철수가!”



탁!


짧은 발소리와 함께 내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그 사람은 어쨌거나 날 막을 생각이 가득한 것이 분명했다.


다만, 역시나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얼굴에는 자신이 가득하다. 이해는 한다. 난 지금 8레벨이고 저놈은 어쨌거나 그 이상일 테니까.



“대단하네! 어깨가 그 꼴이 됐는데 말이야! 혹시 모르는 거야? 네 어깨! 지금 돌이 되어서 부서졌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센 척하기는!”

“?”



한동안 왜 이게 센 척이라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 해서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그래. 잘 생각해보니 몸이 이 모양이 되면 원래는 잔뜩 쫄아야 정상이긴 하지.


그런데 최근에 몸이 워낙에 부서지고 찢어지고 터지고 베이는 일을 겪다 보니 좀, 덤덤해져 버렸다. 아직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면, 탑에서 경험이 어느 정도만 쌓여도 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닌가? 흠.


모르겠다. 우선은 어깨가 돌이 되어서 움직이지는 않는 오른팔의 주먹에 피를 집중, 폭혈을 준비하자.



“뭐야? 그 쥐꼬리만 한 마력은? 그걸로 뭘 해보려고? 겨우 그걸로?”

“후우······!”



나를 무시하고 있으니 내가 먼저 녀석에게 달려든다. 지금은 가까워져야 한다.


주먹에 혈요석을 둘러 단단하게 감싸고 나를 비웃으며 나를 기다리는 녀석에게 주먹질!


깡!!


하지만! 역시나! 상대가 안 된다! 내지른 주먹은 녀석이 꺼낸 창에 닿아 깨지고, 뚫리고 찢어지며 터진다! 상대가 안 된다. 알고는 있었다!



“겨우 이딴 것 때문에! 우리들의 위대한 여정이! 죽!”

“바니바니!!”



문을 활짝 열었다. 내가 열 수 있는 최대한으로.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토끼들이 시야를 가득 가릴 정도로 잔뜩 터져 나왔다.


물론 저게 녀석에게 어떤 대미지도 줄 수 없을 테지만, 처음부터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토끼에게 짓눌린 녀석은 순식간에 창을 휘둘러 토끼들을 몰살하고 저 상황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저 토끼는 부서지면 늘어난다. 대처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정말 무한히 늘어날 것이다.



“뭐, 뭐야!”



당황한다! 겨우 몇 초! 겨우 몇 초의 틈일 테지만! 틈이 생겼다는 것이 중요하다! 곧장! 폭혈을 준비 중이던 오른팔을!! 물어 뜯어서! 토끼들의 사이로 던져 넣는다!


토끼들 사이에 던져진 오른팔의 주먹이 그 안에 모인 피주머니의 압력을 미처 다 버티지 못해 폭발! 터져 나온 핏물이 토끼들에게 박히고, 핏물이 몸에 들어간 토끼들도 마찬가지로 폭발! 폭발에 폭발에 폭발! 연쇄적으로 피의 폭발이 일어난다!


퍼버버버버벙!!


폭발이지만 그래도 피, 내게 닿지 않게 조절하며 탑을 향해 달려 들어간다. 적이 어떤 상태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적어도 탑에 들어갈 정도의 시간을 만들어지길!


퉁! 텅!



“드, 들어왔다! 탑이야!”

“이 새끼가!”

“?!”



이, 미친! 그 연쇄적인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미친!


얼굴 가죽이 연속적인 폭발의 압력에 찢겨나가고 한쪽 팔이 완전히 부서졌지만, 그 이상의 대미지는 없어 보인다. 저 정도의 대미지라도 준 것에 만족해야 하나? 그런 거야?


······아니네?! 회복한다! 으아아아!!



“되도 않는 장난질을!”

“크윽!”



나를 향해 오는 날카로운 창의 끝.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게 될 장면이란 것이 서글프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인간들에게 강제로 엮여져서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한다니. 너무한 것 아닐까? 난 너무하다고 생각하는데? 좀 봐주라!


거친 숨을 내뱉으며 쓰러져 있는 나에게, 녀석의 창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멈춰선 채로 가만히, 내 눈앞에 있었다.


······후우······.



“무슨 일이람.”

“요~! 철쑤! 영희 왔어영~!”

“응. 잘 다녀왔어.”



녀석이 내질렀던 창을 분질러서 한 손에 든 철수. 언제 주워온 것인지 넝마가 된 내 두 팔을 건네주는 영희에게서 내 팔을 받고 나를 조용히 내려다본다.


철수의 입장에서는 뭔가 기묘할 것이다. 도깨비 때문에 밖으로 나갔던 나. 분명히 거대 길드도 여럿 엮여 마냥 위험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어째선지 다른 탑험가에게 쫒기는 모습으로 탑에 도망치듯이 들어왔다. 그것도 온몸이 부서지고 두 팔은 완전히 뜯겨나간 상태로.


이렇게, 철수의 시점에서 본다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이어져야 저렇게 되는 것일까. 의아할 테지.



“음······.”

“이건, 또 무슨······!”

“흠.”

“······젠장!”

“쯧.”



잘은 몰라도 철수는 강하구나! 라고 생각한 상대가 상황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어리둥절한 철수의 틈을 노려 일단 나를 죽이려고 새로 꺼낸 창을 찔러온다.


동시에 발동되는 버니 타임의 안에서, 난 철수가 망가진 내 팔과 상대의 팔을 번갈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


툭툭.


바로 죽이지 않을 결정을 한 것인지 철수가 가볍게 손으로 상대의 창을 툭툭 쳐서 무장 해제시키고 상대의 목을 붙잡아 제압한다.



“너 혈액형 뭐야?”

“?!”

“야, 야이 미친놈아 뭘 하려는 거야!”

“형 O형이지? 얘도 O형이었으면 좋겠다. 귀찮은 과정 여러 개가 스킵 되거든.”

“그만해 미친놈아!! 그리고 내 혈액형은 어떻게 알았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형. 그러니까 잘 생각해봐. 자, 여기. 이게 형의 팔이야.”



바닥에 툭툭 떨어진 내 두 팔. 음. 확실히, 감히 팔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져 있다. 이젠 내 팔이 아니라 내 팔 ‘이었던 것’ 이라고 불러야 한다.



“솔직히 이거 고쳐서 다시 달아주는 것보다는 더 튼튼하고 성능 좋은 팔로 갈아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나쁜 것 같은데?!”

“왜?”

“왜! 냐니······! 그건······! 어······!”



마땅히,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쓰읍, 그래. 잘 생각해보면, 의외로, 나쁘지 않을지도? 어차피 저 남자는 철수에게 죽을 거니까. 몬스터를 죽이고 소재로 무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뭐 아주 받아들이지 못할 것도 없다.


전에 그 전쟁 토끼 먹으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의외로 거부감은 적다. 내가 내 의지로 씹어 먹어야 했던 것과 가만히 내버려 두면 철수가 알아서 이식해줄 것이라는 차이점인가.


또,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당하다 보니, 더 강한 힘을 원하게 된다.


뭔가 그래도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을 것 같은 느낌도 들긴, 드는데······.



“커흑! 크흑! 이, 이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절대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으음!! 철수야!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도 알아.”



우둑!


괜히 쓸데없는 소릴 해서 내게 각오의 기회를 안겨준 남자는 철수의 손에서 목이 꺾여 죽어버렸다. 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기지 못하는 상대를 철수는 참 쉽게도 죽인다.


······음. 이제 저 두 팔은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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