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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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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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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작성
24.03.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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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60화

DUMMY

탑의 안에서는 무한정 경험치 파밍이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1층에 머물며 몇십 년을 사냥을 한다고 해서 레벨이 999가 되는 게 아니란 의미다.


층마다 레벨의 제한이 있고, 그 제한을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아무리 사냥해도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스테이터스의 성장에도 당연히 한계가 있다. 물론, 레벨이랑은 다르게 스테이터스는 조금씩이라도 오르기는 하겠지만은, 계속해서 똑같은 자극을 주는 것으로 과연 사람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100KG 아령도 쉽게 드는 사람이 1KG 아령 백 번 든다고 강해진다면 누가 어렵게 무거운 거 들면서 운동하겠어.


그런데 이게 또 참 이상한 것이. 사람마다 제한이 다르다. 누구는 1층에서 2레벨이 한계더라, 누구는 3레벨이 한계더라, 이런 말들이 많다.


그러니까 운이 좋다면 남들보다 더 편한 사냥터에서 편하게 레벨을 올리고 올라갈 수도 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층 권장 레벨이 5~6인데, 운이 좋다면 그것보다 훨씬 높은 레벨로 진입해서 안전한 사냥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르게 생각하면 남들 다 한 층에서 레벨을 두 개, 세 개씩 올릴 때 하나씩만 올라가는 사람은 4층에 올라도 4레벨이니까 뭐, 사실상 탑 도전기가 끝난 셈이 된다.


레벨 한계의 기준은 대체 뭘까? 재능인가?



-박인수-


[Lv: 7]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의 재능은 대체 뭘까. 후후, 후후후······후우~! 하하하하하!!! 하! 하하!!


보라! 이 말이 나오지 않는 어마어마한 스피드를! 2층에서 7레벨? 홀리몰리! 그 누가 이 정도로 빠르게 탑을 오르는가! 나야! 나! 나나나!


후우, 이제 겨우 한 달 하고도 조금 흘러간 시점에서 말을 하자면, 정말이지, 나의 이 무시무시한 재능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난, 탑을 오르기 위해 태어난 건가? 하! 하하!



“어, 웃는다.”

“오랜만에 좋은 꿈 꾸나 보네~자게 두자!”

“······자는 거 알면 안 찾아오면 안 될까!”



이곳은 1층의 어느 구석진 곳. 내가 토끼들과 씨름하는 동안 홀로 유유히 1층으로 돌아왔던 철수가 혼자서 뚝딱뚝딱 만들어낸 우리들의 아지트.


밖보다 넓은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철수와 영희의 또 영문 모를 신비가 겹치고 겹쳐서 방문을 잘못 열면 이상한 공간으로 떨어진다는 말도 듣기는 했다만, 어디까지나 장난의 영역이라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졸업 던전에서, 정말 질릴 정도로, 내 심신에 모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길 정도로 정말 끝이 없는 영원과도 같은 고난과 역경의 시간을 이겨냈다.


많은 것을 얻었다. 토끼에게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본능적으로 토끼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은 조금 문제가 되지만, 얻은 것이 많다. 그러니까 토끼는 넘어가자. 넘어가고 싶다. 이제 제발, 토끼는 그만.



“졸업 던전에서 드디어 졸업하고 이제야 겨우 하루 지났다 하루! 나 좀 쉬자!”

“누가 뭐래? 왜 집에 안 가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어서 그러지.”

“후우, 그냥, 잠깐 진정 좀 하고 들어가려고. 문제 있어?”

“없지! 아하하!”

“미, 미안해여······방해, 됐어여?”

“아니, 설이는 괜찮아. 우린 생사를 함께 넘어온 전우잖아?”



설이도, 레벨이 많이 올랐다. 마법사의 재능에 강제로 얻게 된 숙주의 재능. 그리고 이번 졸업 던전 공략을 통해 4레벨이 되며 얻게 된 또 하나의 재능을 얻게 되었다.


좀 일반적인 녀석들이 떴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설이의 상황이 일반적이지가 않다 보니 얻게 된 재능도 일반적이지가 않다.


라오 키즈에 라오까지 거느리고 다닌다고 여왕벌의 재능이.


뒤에 서서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 한다고 방관자의 재능이.


마력 채우려고 피 좀 마셨다고 거머리의 재능이.


여러모로, 참, 안타깝다. 좀 멀쩡한 거 하나만 나와줬어도 좋았을 텐데. 결국엔 여왕벌의 재능이 생겨버렸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조금씩 떨어지는 대신 지배력이라는 스텟이 새로 생겼다.


저 수치가 높으면 앞으로 기생하는 놈들 다루기도 더 쉬울 것이다! 라고는, 했지만. 차라리 여왕의 재능이 더 좋지 여왕벌이 뭐야? 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설이가 뭘 어쨌다고.


심지어 여왕벌의 재능 그거 여성에게는 적대감을 품게 하고 남성에게만 호감을 품게 하는 이상한 재능이야.


진짜, 진짜 그저, 방관자의 재능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진다는 부작용이 있었고, 거머리의 재능은 아무리 생각해도 철몸처럼 육체가 거머리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패스했다. 숙주의 재능을 가진 애가 거머리가 된다는 것도 이상하기도 했고.



“오, 오빠······설이, 오빠 집에 가도 돼여······?”

“응? 갑자기?”

“웅······설이는, 탑 나가도 갈 곳도 없구······.”

“으음, 그래. 언제까지고 탑에 있을 순 없지. 밖에서도 머무를 곳은 필요하고. 그래! 괜찮아. 마침 남는 방이 있거든. 창고로 쓰니 어쩌니 했다만, 창고에 넣을 물건이 없지 뭐야?”



넓은 집! 넓은 집! 을 외쳤다가, 정신 차려보니 쓸데없이 넓은 집에 살게 되었지.


한동안 피를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육체는 회복이 되었어도 정신이 너무 피로해서 잠깐 쉬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던 집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쉴 거면 집에 가서 쉬어야지 왜 여기서 쉬는 걸 선택한 걸까? 내가 뭐 철수처럼 탑에 갇힌 것도 아닌데.



“시끌시끌하네. 형 일어났어?”

“오냐, 일어났다. 너는 작업 끝났냐?”

“아직. 이 토끼 뱃지,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모르겠어.”

“으윽! 아니, 아니! 굳이 보여주진 말고!”



검은 토끼를 잡으니 나왔던 토끼 모양의 뱃지. 그건 아무래도 검은 토끼를 잡으면 확정적으로 드랍하는 아이템이었던 모양이다.


수없이 많은 검은 토끼를 잡으며 똑같은 수의 뱃지를 얻게 된 나. 뱃지에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있었다. 무엇이냐면, 무려!! 무려어어어!!! 뱃지를 쪼개면! 뱃지가! 늘어난다!


······그게, 끝이다. 부서지면 늘어나는 뱃지다. 그 이외의 기능은 없다. 허허. 그래서 철수도 어떻게 개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거지.


힘들게 모아왔더니 효과가 이따위라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네요.


그래도 뭐, 딱히 뭐, 불만은 없다. 그런 것들 이외에도 얻은 것은 있다. 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 조금 공허할 뿐이다.



“에휴, 그럼, 뭐, 집에 가서 좀 쉴까?”

“마음대로 해. 고생 많이 했잖아. 푹 쉬다 와.”

“나 너 가끔 이렇게 친절할 때마다 좀 의심스러워.”

“잘 해줘도 뭐래. 가족 보기 싫어?”

“맞아맞아, 걱정하겠다!”

“길드에서 중간중간 연락을 대신 해줘서 걱정은 딱히 안 할걸? 그리고, 네가 인형들 붙여뒀잖아.”

“뭐 그렇긴 한데. 그래봐야 인형이라서. 너무 신뢰하진 마.”

“아, 그래······쩝. 집에 가도 딱히 할 것도 없는데.”



그렇지만, 마침 설이가 내 집에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으니 오늘은 이만 탑에서 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 오랜만에 친구들 불러서 술이나 진탕 마셔보는 것도 좋을지도. 탑험가가 된 이후로는 거의 죽은 사람이라도 되는 것마냥 연락을 안 했으니까.


세상 구경 많이 못 해봤을 설이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야. 오, 막상 나가려고 생각하니 하고 싶은 것들이 막 생기는데?



“나 나가 있는 동안 넌 뭐 하려고?”

“건축. 내부 인테리어를 좀 다듬어보려고.”

“오, 기대해도 되냐?”

"물론."



무뚝뚝하고 딱딱한 철수가 만들었다기에는 뭔가 따스하고 가득가득 차 있는, 감성적인 인테리어의 집이라 이미 만족인데, 여기서 뭐가 더 만들어지는 건가. 기대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에 무슨 이상한 짓거리를 할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있고.


그런데, 음,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알아서 하겠지.


설이와 함께 1층의 마을로 내려가 쭉쭉, 출구를 향해서 나아간다. 그래도 최근 시끌시끌했던 것치고는 마을은 꽤 평화롭다.


내 마음이 복잡한 탓에 마을도 시끌시끌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세상은 내 속이 시끄럽거나 말거나 평화롭구나. 다행, 인가?



“사람들이, 엄청 많네여······.”

“그렇지. 이 사람들이 다 탑험가라는 게 진짜 신기하지 않아?”

“네에······저 사람들도, 다, 집에, 가는 걸까여?”

“어? 그렇겠지?”

“······.”

“왜 그래?”

“전, 돌아갈 곳이 없잖아여······.”

“? 뭔 소리야? 나도 있고 철수랑 영희도 있잖아? 철수가 사람이 좀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대뜸 자기 사람 내칠 사람은 또 아니야.”

“······저, 정말여?”

“······어어어, 글쎄. 확신을 못 하겠네. 워낙 이상한 놈이라. 그런데, 1층에 집을 지었다는 건, 앞으로도 널 버릴 생각이 없다는 의미일 거야.”

“왜여?”

“이곳은 세상과 가장 가까우니까. 게다가 1층에 집을 짓겠다는 발상은 철수가 아니라 영희에게서 나왔거든. 이건 내 생각인데, 진짜 철수는 철수보단 영희쪽이라고 생각해. 물론, 영희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녀석이야.”

“영희 언니는, 좋은 요정이에여······그런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여. 세상과 가장 가까운 게, 왜여?”

“여긴, 너를 가장 일찍 맞이할 수 있고, 가장 늦게 헤어질 수 있는 곳이야.”

“?”

“네가 아무리 멀리 떠나도 다시 이곳에 돌아온다면, 돌아온 너를 금방 다시 만날 거야. 네가 어디론가 떠난다면, 너를 마지막까지 배웅할 수 있는 곳이고.”

“······.”

“그러니까, 여기가 네 집인 거야, 설아. 거긴 네 방도 있잖아.”



새로운 이름, 새로운 모습, 새로운 환경, 새로운 가족, 새로운 집. 설이에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아, 물론. 본인은 별로 마음에 안 들겠지만. 뭐, 누구라고 가족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겠어. 서로 미울 때도 있고, 그냥저냥 서먹할 수도 있는 거고, 사이가 틀어져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설이가 부러워하는 돌아갈 집은 모두에게 행복한 공간이 아니다. 설이에게 집이란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곳이었기에, 알 수 없는 타인의 집은 행복할 것이라 생각해버릴 뿐이지.


하지만, 적어도 이제 설이가 돌아갈 집은 설이를 아껴줄 것이다. 이건 영희뿐만 아니라 철수도 마찬가지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졸업 던전에 데리고 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도우미 따위의 기능을 만들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철수에게 느꼈던 첫인상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더란 느낌을 떠올리면, 지금 철수가 설이에게 해주는 모든 것들이 정말 이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상냥하다고 생각된다.


꽤 오래 봐온 나조차도 사실상 ‘혼자 탑 오르면 심심하니까 옆에 끼고 올라가는 펫.’ 과 친구의 사이를 오가는 걸 생각하면, 설이는 특별 취급이지.



“내 방······.”

“맞아! 네 방. 너 지금 우리 집으로 놀러 오는 거잖아~나올 때 다녀오겠습니다~했어?”

“으우, 저, 저 그렇게 어린애는 아니거든여! 애 취급 하지마세여!”

“아하하! 철수 그놈은 몰라도 영희는 너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걸? 지금이라도 다녀오겠습니다~인사해줘.”

“······.”



한참을 곰곰이 생각에 잠겨 땅바닥을 바라보던 설이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다. 다만 마냥 좋아한다기보다는 살짝 뾰로통한 느낌도 있다.


되게 고맙고, 이제 안전하게 머물 곳이 있구나, 돌봐주는 어른들이 있구나, 이제 고통이 끝났구나. 그런데 그 어른이 철수구나.


나 같아도 마냥 좋아하기에는 애매했을 것 같다.


고이던 눈물을 슥슥 닦아내고 당찬 표정으로 어딘가 멀리, 철수의 집. 이젠 설이의 집이기도 한 그 집이 있는 방향을 바라본다.



“다녀올게여······!”

“하하하! 영희 우는 거 아니야?”

“······철수 아저씨가! 옆에서, 초 쳐서 안 울 거예요!”

“으엌ㅋㅋㅋㅋ맞지맞지!”



장난스럽게 웃으며 탑의 출구로 나가는 설이. 그래그래, 앞으로 계속 웃을 일만 있기를 기도, 으음, 아니지. 들어줄 양반도 없을 것 같으니까.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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