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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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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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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작성
24.04.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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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6화

DUMMY

카나의 눈에 보인 것은, 마을에 들어선 뒤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툭툭 때려 죽여 버리더니 이젠 웬 죽어가는 아가씨를 겁박하는 철수의 모습이었다.



“쯧. 소모품 주제에.”

“······.”



그리고 그런 아가씨에게 저런 거침없는 말! 무섭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두고 소모품이라니! 이 무슨!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다?!”

“내, 내가, 내가, 뭐뭐, 뭘 생각, 했는데요······.”

“얘 은근히 귀엽다?”

“음. 아, 저게 설이 다리인가?”

“응? 저어~기 떨어진 저거 아니야?”

“둘이 생긴 게 좀 다른데.”

“다리 두 짝이 원래 똑같이 생겼어?”

“내 미적 기준에 맞춰 제작했지. 설이가 갑자기 살이 이상하게 쪄서 한쪽 다리만 두껍거나 얇아진 게 아니라면.”



카나로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대화였지만, 일단은 조용히 있어 보기로 한다. 철수가 막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테니까. 만약 문제가 있다면 저 아가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


주섬주섬, 마을 곳곳에 흩어진 여러 조각들을 지나쳐 설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 두 짝을 주워 들고 다시 그들은, 구경한다.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흠. 그래도 나름, 18층 보스를 24개나 박아 넣은 건데. 전투방식이 좀 짜치네.”

“그러게? 계산을 훨씬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텐데. 좀 아쉽다. 뇌를 쪼개서 쓰는 법을 모르나?”

“쯧. 다른 층에서 더 괜찮은 뇌를 찾아봐야 하나.”

“다음엔 확실하게 자의식을 죽인 다음에 쓰자! 조교를 안 해놓으니까 애가 난리잖아!”

“아니지. 그건 설이가 알아서 해야지. 다 떠먹여 줘?”

“아니~! 애가 가뜩이나 맘 약해서 라오 키즈 애들도 함부로 잘 못 하는데! 다루기 쉬운 것부터 줘야지!”

“이건 지식이나 재능이 아니라 경험의 문제야. 충분히 설이가 다룰 수 있어. 게다가 이제는 관련된 재능까지 생겼는데 못할 게 뭐야?”

“차근차근 올라가야 할 것 아니야!”

“차근차근 올라가는 거야 이게!”

“아우 진짜! 고집하고는!”

“아니 이게 맞다니까?”

“애가 죽을 뻔했는데 맞기는 뭐가 맞아!”

“차근차근 밟아갔으면 되는 건데 상황이 이래서 문제가 된 거잖아. 내 개조에 문제는 없었어.”

“어휴~! 애초에! 어! 애초에~! 네가 자의식이고 나발이고 다 죽여뒀으면!”

“그러면 도우미 성능이 떨어졌겠지!”

“애 안전을 먼저 생각했어야 할 것 아니야!”

“안아 키우면 잘 크냐?!”



마치 부모님이 아이의 교육 때문에 싸우는 것처럼 두 사람은 한참을 더 투닥거렸다. 그 이유가 된 아이의 다리를 든 채로.


이걸 찍고 있어도 되는 걸까. 카나는 너무나도 의문스러웠다. 일단 이걸 공개하면 그날로 방송은 정지겠구나, 그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다못해 편집이라도 해서 내보낼까 싶었지만, 편집자도 눈깔괴물이 되어서 죽은 참이라 그저 착잡함만 늘어난다.


가만 생각해보면 주변인이 싹 다 자길 죽이려고 들었던 상황을 겪었던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게 가장 이상한 것 아닐까? 아니 가장은 아니더라도 저들을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멀쩡한 인간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배신을 알게 된 이후로 겪은 일이 많아 배신에 대한 기억이 묻혀버렸다지만, 이래도 되는 걸까?



“······그런데 저 사람 되게 잘 싸운다~친구야?”

“키우는 애.”

“내 자식이라고 여기고 있지!”

“흐음~”



머리가 상황을 따라오지 못한다. 감정이 상황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저 적응할 뿐. 탑에서의 상식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진정된 카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명백하게 철수를 의식하며 적당히 설이를 상대하고 있는 면접관이었다.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도 보이는 것을 보아 아마 본인의 동료들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어떻게?’



아무리 봐도 철수는 강자로 보이지 않는다. 품에 안긴 영희는 이미 그의 눈에는 인형으로 보일 뿐이다. 그렇다고 옆의 카나? 기이한 힘을 품은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약하다. 그게 확실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다른 강자가 1층에 들어왔다? 어떻게 마을에 들어왔을까? 마을은 요정들이 틀어막고 있어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불가능할 텐데.


그들도 1층의 다른 모두를 죽인 뒤 요정과 협상해 다른 층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만큼 요정들의 권력은 막강했지만, 설득이 불가능한 존재는 아니었다. 저들에게 인간들의 선악은 전혀 관심이 없는 분야니까. 그저 인간이 주 고객이라 맞춰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 요정들의 벽을 뚫고 들어온 것도 신기한데, 뚫고 들어와서 동료를 둘이나 이미 처리하고 저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뭔가 있나?


쉭!


이미 해골의 공격은 익숙해졌다.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 되었기에 한참 영희와 투닥이고 있는 철수를 향해 무기를 던져보았다.


과연 정말로 강한 실력자일까?



“건방져!”



보이지 않는 무기. 30 레벨의 괴물이 던지는 그 보이지 않는 무기는 영희가 휙 치켜든 앙증맞은 손가락의 앞에서 멈춰버렸다.



“어르신들 대화하는 중인데 어딜 감히! 이름도 없는 조연 주제에!”

“싸가지 없긴 하지.”

“어휴 정말! 기껏 봐주고 있었더니! 엎드려 빌어도 모자랄 시간에 말이야!”

“우린 왜 이렇게 무시당하는 걸까? 약해 보이게 생겼나?”

“쯧. 철수야.”

“그래. 이제 슬슬 끝내자. 이만하면, 자존심이 아주 바닥일 거야. 그렇지?”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카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든 카메라에 그 상황이 찍힐 뿐이었다.


갑자기, 푸른 불꽃이 철수를 감싸는가 싶더니, 보이는 모든 것이 우글우글 일그러지며, 면접관이 숨이 막힌 듯 컥컥, 괴로운 소리를 내었다.


마치 어딘가에 끼이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거리며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가 싶더라니 곧.


콰지직!


어마어마한 압력에 짓눌린 듯 찌그러져 사망하고 말았다.


해골이 경악해서 철수를 바라보아도 철수는 그저 담담하게 마주 보며 툭, 던지듯이 말한다.



“이걸 하고 싶었던 거 맞지?”

“······.”

“주제에 분에 넘치는 싸움법을 익혔네. 형처럼 마력을 계속 뽑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나 영희처럼 지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깡이야?”

“······.”

"하긴. 그러니 곱게 죽지도 못했던 거지. 수준 안쓰럽다."​



압도적인 수준의 차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경지의 목격. 해골은 절망했고, 스스로의 의식을 꺼버렸다.


그것마저도 실망스럽다. 아득히 높은 경지를 보는 것으로 포기를 하는 약자. 저 높은 경지를 보고 더 올라갈 수 있구나! 희망을 느끼는 것이 아닌 포기를 한다.


아무나 쉽게 내다볼 수 없는 저 계단 위의 경치를 보여줬거늘. 겨우 그따위 선택지를 선택한단 말인가. 그래도 18층의 보스 몬스터였던 녀석이 한 층의 지배자다운 면모를 조금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 겨우 약자들의 앞에서나 강한 척을 할 수 있는 나약한 존재. 강자에게 맞서 싸울 마음이 전혀 없는, 계단을 오를 준비가 안 된 인물.


겨우 저런 것을 설이에게 심어주었다는 것이 한스럽고 죄스러울 정도다.



“쯧. 일단 설이부터 고치자.”

“고치자니. 치료겠지.”

“그렇게도 말하지.”

“카나라고 했나? 얘도 정신머리 똑바로 박힌 애네? 음~합격!”

“감사합니다!”

“어머머 군기 바짝 든 것 봐. 더 마음에 들어! 히히! 그래! 더 고개를 숙여라! 내게 정수리를 보여 너의 충성심을 증명해라!”

“그만.”



카나가 영희의 비위를 맞춰주며 잔뜩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동안 철수는 빠르게 설이를 치료하고, 마을은 겨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우겨우 마을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길드의 사람들 덕에 마을은 다시 한번 시끌벅적해지고, 정리가 되어간다.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던 것인지, 단순히 혼란스러움이 정리되지 않아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야야야! 이게 무슨 일이야!”



그나마 옆에서 쫑알쫑알 이야기하던 카나와 영희가 간단한 먹을거리라도 구하기 위해 떠나간 사이 인수가 도착했다.


3층에서 C와 진득하게 수련을 하는 듯했지만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 시간을 맞춰 내려온 것인데 내려오자마자 마을이 난리다.


이것저것 찾아보니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단 것을 깨닫고 철수의 집까지 달려갔다 온 참이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인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빠······!”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잘려 나간 바지를 입고 있는 설이. 어딘가 많이 힘들어 보인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고되었을지 예상이 된다.


더 살펴보니 라오도 라오 키즈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태에 설이가 안에 넣어뒀을 리가 없는데.


1층의 새시대 사태에 휘말린 것일까? 뭔가하고 싶은 말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



“왔어?”



무뚝뚝한 표정의 철수, 지만. 인수는 철수의 많은 것이 보였다.


실수했다. 실망했다. 걱정된다. 미안하다. 기대된다.


실수했다. 본인의 실수. 설이와 관련된 것. 철수가 실수했다 느낄 법한 것이라면 설이의 성장이나 상태와 관련된 것일 터. 라오? 라오 키즈? 척추에 박힌 24개의 뇌?


실망했다. 설이를 향하는 듯하면서도 설이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향하고 있다. 실망이란 기대의 뒤에 찾아오는 것. 라오나 라오 키즈에게 아무런 기대도 안 했을 철수가 그것들의 실수와 실패에 실망했을 리가 없다.


공을 들여 수술하고 개조했던 두뇌들. 18층의 죽은 푸른 마법사의 두뇌들이 본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걱정된다. 설이의 성장이 걱정된다. 지금까지 잘 나아가고 있던 설이를? 설이가 절망을 느낄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한참 자신감이 올라갔을 설이가 자신감이 완전히 죽어버려 철수가 걱정할 정도의 일? 1층에서의 새시대의, 30레벨 이상의 괴물들의 등장?


도우미를 10개 이상 깨우고 몸을 빼앗긴 것인가.


그 와중에 철수는 본인이 제대로 두뇌를 개조하지 못한 것에 미안해하지만, 이후에 더 좋게 개조할 생각에 기대가 되는 것인가?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철수가 설이에게 위험한 걸 박아 넣은 탓에 벌어진 일이다?



“형, 이번에 말이야.”

“야!”

“······아!”



퍽!


인수의 발길질 따위, 철수에게 닿을 리가 없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하고, 버티려면 얼마든지 버티지만, 잔뜩 화가 나서 달려드는 인수의 분노에 찬 발길질을 철수는 그냥 맞아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엉엉 울며 매달리는 설이의 귀를 틀어 막고 생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욕을 쏟아내는 인수.


설마하니 인수가 이렇게나 저열한 욕을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던 철수는 할 말을 잃은 채 드러누웠다.



“할 말 있어?!”

“아니요 없습니다.”

“어우 씨! 그래~! 어! 아니네! 내 잘못이네! 어~! 이 미친 새끼야!! 너 미친놈인 거 아는 내가! 설이한테 지랄할 때 막았어야 했는데 그치?! 맞아 아니야!!”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런 와중에 또 새 뇌로 채워줄 생각에 신났다 그지? 맞지?”

“왜 내 생각을······아, 아니. 할 말이, 없습니다······.”

“이! 답답한! 야!! 설이 좀! 설이 좀 잘 챙겨주고 그래라!!”

“네······.”

“견적 나온다 이것아. 그 해골이 설이 몸 뺏고 제대로 못 싸우고 죽으려고 하니까 또 그것 때문에 화나서 더 싸우게 했지? 어? 해골이 설이 몸으로 지랄하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하고! 다치면 설이가 다치는 건데! 그저 자기 기분 상했다고 되는 대로 이 새끼야!”

“······.”

“우리 왔, 어어······?”

“오! 인ㅅㅜ······! 어어, 나 좀 숨겨줘······!”



이제 막 먹을 걸 사 들고 돌아온 카나는 인수에게 꼼짝도 못 하는 철수와 화난 인수를 보고 자신의 뒤로 숨어버리는 영희를 보게 된다.


참 이상했다. 30 레벨의 괴물도, 거대한 눈깔괴물도, 그게 뭐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싸우던 사람들이었는데.



“영희 너도 이리 와!!”

“아, 아니~! 난 오늘 딱히 잘못한 거 없는데~! 히히!”

“철수 관리 못한 건 네 잘못 아니야?”

“······음~! 아~! 아핳!”

“야! 너라도 제정신이 박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이영희!!”

“아잉~! 너무 화내지 망~!”

“이게 무슨 일이람.”



오늘 카나가 참, 보기 드문 광경을 많이 보게 되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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