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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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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526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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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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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2화

DUMMY

철수와 영희가 살아가던 0층에는, 수많은 괴물이 있었다. 그 대부분은 철수가 눈깔괴물이라고 퉁쳐서 부를 정도로 뒤틀린 몸에서 눈알 하나만 멀쩡한 괴물들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이배수와 같은 돌연변이가 태어나기도 하는 등, 0층의 무한의 평야 위에서도 변화는 일어나고 있었고.


그 변화는, 비단 이배수에게만 일어나는 유일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철수와 깊이 연관된 괴물이 이배수 하나였을 뿐. 이 평야에는 여러 돌연변이가 존재했다.



“꺼, 꺼꺼꺼꺼! 꺼!!”

“네, 네!!”


쨍그랑!


거대한 눈동자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그들은 급하게 랜턴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어지간히도 튼튼한 물건이었던 것인지 깨지는 소리는 났지만 불빛이 꺼지지는 않았고, 덕분에 눈동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에 성공해 그것들이 빛을 따라 움직이게 만들었다.


어둠도 뚫어보는 그들의 눈에도 명확한 정체가 보이지 않는 기이한 생명체. 오랜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에 조 과장은 품속에서 무기를 꺼내 든다.


그래도 나름 20대 중반의 레벨. 세상 무서울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괴물 중 한 명인 조 과장이다. 마냥 무서워할 이유는 없다.


그래,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가자!



“······아니지, 굳이 싸울 필요는 없지. 이동한다.”

“그래도, 귀는 안 들리는 모양입니다?”

“그러게.”

“쓰읍, 아니 근데 과장님, 저희 어디로 이동합니까?”

“······.”



짐 속에서 이동을 위한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꺼내 살펴보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없다.


본인들이 갇힌 동굴을 살펴보자면 바닥에 한 방향으로 쓸려나간 흔적이 보인다. 물이 흘러간 흔적인가?


딱딱한 돌바닥에 흔적이 남을 정도라면 이곳은 자주 거대한 물살이 휩쓸고 지나가는 지역인 것일까?


어쨌거나, 흘러간 흔적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고지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이 동굴을 빠져나갈 수는 있겠지.


파괴적인 힘을 가진 탐헙가였다면 동굴의 벽이나 천장을 뚫고 나가는 것도 고려했을 텐데, 아무래도 그의 능력 대부분은 대인전에 맞춰진 탓에 그런 부류의 행위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어쨌거나, 당장은 눈깔괴물을 피해 달아나는 것이 우선.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로 달려 나간다.



“이거 뭐!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과장님!”

“나도 몰라! 환각도 아닌 것 같고, 어딘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 같다만, 그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저기 저 괴물은 또 뭡니까? 생전 처음 봅니다!”

“······고층에선 종종 나타나는 돌연변이 몬스터다. 자연 생성되던 몬스터가 무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잘못 만들어지면 저렇게 뒤틀린 모습이 돼. 기존의 몬스터와는 판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레벨에 상관없이 굉장히 위험해.”

“그, 그런 게 다 있습니까?!”

“공략조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될 거다. 다만, 수도 적고 곧바로 공격하는 몬스터도 아니라 조심하면 피해 갈 수 있을 거야.”

“우, 우와, 그건 다행이네요.”

“저런 괴물이 우르르 나타나도 곤란할 거 아니냐. 탑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말하니까 꼭 탑이!"



텁!


기이한 소리. 돌아오지 않는 대답. 척추를 타고 솟아오르는 오싹한 죽음의 기운. 조 과장은 입을 꽉 다물고 더 속도를 높여 달아난다. 이젠 발소리를 숨기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눈앞에 수많은 눈동자가 나타난다. 저 벽에, 저 바닥에, 저기 어디라도 있다. 그를 지켜보고 있다.



“으아아악!!”



빛을 쫓아갔지! 빛을 폭발시키는 섬광탄 마법을 멀리 떨어진 곳에 발사. 빛이 터지며 눈동자들이 일제히 그 빛에 집중되는 순간을 노려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눈동자 하나를 찔러 터트린다.


저항 없이 쑤욱 밀고 들어가는 날카로운 단도에 힘을 실어 주욱 길게 그으면, 커다란 눈동자가 퍽! 소리를 내며 터지더니 기분 나쁜 진액을 흘린다.


눈동자가 찔린 것이 어지간히도 고통스러웠던 것인지 몸부림을 치는 괴물이 만들어준 틈으로 있는 힘껏 몸을 던져 넣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몬스터 무리를 돌파한다.


도주에 이용할 수 있는 온갖 스킬들을 조합해서 어둠 속에 녹아들어 그 안을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조 과장의 뒤는 무서울 정도로 많은 수의 눈깔괴물이 그 희뿌연 눈동자로 정확하게 조 과장을 바라보며 우르르 달려 나오고 있었다.


탑에서 발생하는 잘못 만들어진 존재들. 무언가 많아서, 무언가 적어서, 특별한 무언가로 규정지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괴물들.


그런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 환각이 분명한데,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조 과장은 대인전에 특화된 인물이다. 그야 당연히 환각에 대한 대비책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정말 현존하는 탑험가들 중에서도 탑급 탑험가의 환각이 아니고서는 그를 가두어 둘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겨우 철수 하나 잡기 위해 달려온 이 자리에 이 정도로 정교하고 현실적인 환각이 있다고?


강제 이동이라고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아니, 겨우 1층에서 머무는 탑험가의 무언가에 본인이 당해서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동되었다고?



“젠장젠장젠장! 젠······! 뭐?”



소리가 멈추었다. 기척이 사라졌다. 자신을 죽어라고 쫓아오던 눈깔 괴물들이, 어느 사이엔가 사라졌다.


뭐지? 이번엔 뭐지? 도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이런 일이?



“아니지, 이럴 때가 아니야, 연락을!”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본다. 될 거라고 생각해서 했다기보다는, 되면 좋다는 마인드로.


투둑!


너무 급하게 꺼냈던 탓일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 당황했던 탓일까. 손에서 미끄러진 휴대폰은 가차 없이 바닥을 미끄러지고.


파지직! 파직! 팡!


터졌다! 조 과장에게서 조금 멀어지자마자 마치 어마어마한 수압에 의해 으깨지는 것처럼 으깨지며 터졌다!


이해를 벗어난 광경이었다. 그리고.



“하아······하아······숨이, 숨이!”



숨 쉬는 것이 힘들다. 공기가 부족한 듯한 느낌도 들고,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기분도 든다. 이상하다.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사태는 벌어진다.


커다란 소리를 냈던 것이 문제였을까. 완전히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던 눈깔 괴물 중 하나가 순식간에 조 과장의 앞으로 다가왔다.


쩌억, 벌어지는 입의 안쪽은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허. 입. 그것을 입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정말로 그것을 입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이 결여되어 있는 생물이었다.


텁!


한입에 눈깔괴물에게 잡아먹힌 조 과장은 곧.


콰가가가각!


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입의 안에서도 귀가 찢어질 정도로 파괴적인 굉음과 아찔해지는 충격파와 함께 빛을 마주하게 된다.


허공을 부유하는 조 과장 본인과 함께 주변에는 미처 피하지 못한 다른 눈깔 괴물들의 찢어지고 부서진 육체의 파편이 흩어지고 있다.


으깨진 한 쪽 눈은 어둠을 보지만, 피로 물든 다른 한쪽 눈으로 보이는 것은 떨어지고 으깨진 본인의 팔과 허공을 강렬하게 가르며 발사되고 있는 물줄기.


물줄기가 뻗어 나오는 곳의 위에는 거대한 부러진 나무가, 물줄기가 향하는 곳에는 더 거대하고 튼튼해 보이는 나무가.


철퍽!


온몸이 부서져 고기완자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어 땅에 떨어진 조 과장. 하필이면 눈깔괴물에게 잡아먹혀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은 과연 행운일지 불행일지.



“······.”



죽음을 기다리며 조용히 꺼져가는 심장의 두근거림에 집중하던 조 과장의 주위로는 이상할 정도로 고요만이 맴돈다.


방금까지 무수하게 나타나던 눈깔괴물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이, 그저 고요만이 맴돌다 스르륵,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위로 겹쳐진다.



“크르르르······하아······.”



소름이 끼치는 짐승의 울음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깊은 한숨소리. 그 한숨에 가득 담긴 힘이 이미 죽어버린 조 과장의 피부에마저 고통을 새기고 영혼을 옥죄어오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어디에 갔나 했더니······좋은 곳에 가 있었군······.”

“?!”



붉게 물든 눈동자에 비친 것은 괴물. 눈깔괴물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괴물. 2개의 다리, 4개의 팔, 8개의 눈에 16개의 뿔을 가진 괴물. 이배수.


0층에서 어떻게 또 철수와 인연을 쌓은 그 괴물은 갑자기 나타난 조 과장 덕분에,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철수의 위치를 대강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크흐흐흐흐, 어딘가 안심한 듯, 어쩐지 조금은 흥분하기도 한 듯 조용히 울리는 이배수의 웃음소리에 조 과장의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그저 압도적인 존재가 머리맡에서 웃고 있다. 존재를 눈에 담기만 해도 두려운 그것이, 내는 소리를 귀에 담기만 해도 위협적인 그것이 조금의 배려와 이해도 없이 죽음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래. 그렇군. 그랬어. 넌 성공했어. 그런 거였어. 난 세계수가 망가져서 실패한 줄 알았지. 게다가 다시 문을 열었어. 아주, 대단해. 역시. 크흐흐흐흐.”

“그곳에선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이곳에선 또 아주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너처럼 시간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존재가 없으니, 그것이 얼마나 오래된 시간이었다고 말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

“네가 살던 세계수는 죽었다. 당연하지. 네가 세계수를 죽였으니까. 하지만 괜찮다. 이곳엔 네가 심은 세계수의 씨앗이 새로운 세계수가 되어 이곳을 지탱하고 있으니 말이야.”

“그 세계수는 널 싫어하는 녀석들에게는 공격 대상이 되었다. 널 좋아하는 녀석들에게는 숭배의 대상이 되었지. 나에겐, 별 거 아니야. 그저 흥미로운 과정이야.”



조 과장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이배수가 끊임없이 주절거리고, 그 말이 길어질수록, 조 과장의 몸이 가득 채워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네가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수가 생긴 뒤, 너무 많은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나와 같은, 돌연변이들이. 나와 같은 일을 한다. 아아, 그래. 목숨을 건 싸움 말이야. 즐거운 나날이지.”

“하지만, 만족스럽지는 못했어. 불만족이었어. 이곳에서 나타난 모든 돌연변이들을 찾아 싸웠지만, 너와 싸웠을 때와 같은 만족감은 없었다.”

“닿지 않는 저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던 너를 쫓아가던 그때가 그립다. 이곳에선 내가 너와 같은 곳에 서서 나를 바라보지도 못하는 녀석들을 쫓아가 죽이고 있어.”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고, 나에게는 아직 너와 같은 능력도 기술도 자격도 없다는 것을. 하지만, 오늘 가능성을 보았어. 너에게서 나는 또 한 번 더 진화하게 될 거야.”

“그렇기에 너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낸다. 한 가지 조언을 해주자면, 이곳의 문을 자주 열지 마라. 내가 아직 너에게 이름을 얻기 전에 네가 말했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도 나를 바라본다. 명심하도록. 이것 봐. 나조차도 너에게 이 녀석을 돌려보낼 수가 있잖아. 조심하라고.”

“아, 깜빡했군. 너의 오랜 친구. 이배수가. 설마 벌써 잊지는 않았겠지?”



가득 채워져 크게 부풀어 올랐던 몸이 모든 소리를 흘리고 작게 쪼그라들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해졌다.


친구가 보내준 다소 끔찍한 형태의 편지를 받게 된 철수는.



“녀석, 잘 지내는구나?”

“이렇게 편지까지 보내다니. 다 컸구나······!”

“근데 우리가 설치한 함정 그거, 0층으로 통하는 거였어?”

“그러게. 나도 몰랐네. 닫아야겠다. 무섭다 증말.”

“진짜루~”



딱히, 별생각 없었지만. 오늘의 이 일은,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분명히 평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또 다른 사건의 시발점이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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