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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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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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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5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8.0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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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비밀결사대 (2)

DUMMY

한숨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아는 여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싸웠으니까.


“조선 씨, 충동적으로 이러지 말고.”

“대한 씨.”

“네?”

“영혼의 재활용에 왜 이렇게 반대죠?”

“장모님도 원하셨으니까.”

“엄마?!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데요?”


할 수 없다.

조선은 든든한 지원군이니까 사실을 분명하게 알리고 도움을 청해야지.

생각해보니까 이것이 바로 정치다.


“장모님의 영혼이 왜 기대치한테 한 표를 던지셨을까요? 실은 영혼의 재활용을 반대하셨기 때문입니다.”

“찬성이 아니라?”

“기대치는 욕심만 낼뿐이지 절대로 완성시키지 못해요.”

“당신은요? 뭐가 다르죠?”

“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완성시킬 겁니다. 악령주식회사도 견제해야겠죠. 영혼들의 운명이 바뀔 테니까.”

“진심인가요?”

“거짓 같습니까?”

“당신 영혼을 걸 수 있어요?”

“내 영혼이 날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 무조건 찬성이에요.”

“그럼, 고맙죠.”


조선이 대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유나 씨가 좀 걸리긴 하는데.”

“비밀결사대는 아닙니다.”

“아니, 호칭 말고요.”


그녀의 눈빛이 질투로 이글댔다.


“훗. 유나 씨 짝은 따로 있어요.”

“누가 뭐래요?”

“우리가 비밀결사대를 만든 건.”

“알아요. 무덤까지 가져가기.”

“컨디션은 괜찮습니까?”

“왜요?”

“안색이 안 좋아서.”

“요즘 놀랄 일이 많았잖아요.”


하긴 버라이어티하게 서프라이즈했지.

조선이 아쉬운 듯 말했다.


“캡슐을 연결하는 건 텄어요.”

“왜죠?”

“기술자가 웃더라고요. 그런다고 꿈을 같이 꾸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긴 그러네요.”

“대신에 명상을 함께 해봐요.”

“명상?!”

“영적인 에너지를 쌓자구요, 우리도.”

“좋은 아이템이네요. 비밀결사대가 처음 할 일이 생겼습니다.”


대한이 흔쾌히 받아들이자, 조선의 어깨가 으쓱해졌다.


“내가 육체이탈 전문가란 거 알죠?”

“그럼 비밀결사대의 스승님으로?”

“명상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아주 빡세게 부탁드립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시길.”

“그런 의미에서 키스는?”

“육체도 다스리시길.”

“아, 아쉬워라.”


조선이 활짝 웃었다.

좋은 징조다.

늦은 밤.

11층 칵테일 바.

강 회장의 영혼과 만남을 가졌다.


“무승부라 다행이셨습니까?”

“뭔 소리야.”

“저한테 안 거셨잖아요.”

“무슨 선거가 그 모양인지.”

“기대치한테 거셨죠, 강 회장님은.”

“젠장. 이젠 영혼 속마음까지 보나?”

“도와주실 거죠?”


강 회장이 얼굴을 매만졌다.


“기대치는 자기 비서도 못 믿는 자야.”

“전무실에 들어가시란 건 아닙니다.”

“다시 쓸모 있어지는 기분은 드네.”

“회사를 살리는 길입니다.”

“알았어. 좋아. 내 기꺼이 스파이 노릇을 해주지. 대신에.”

“대신에?”

“배가 가라앉을 때 나도 살려줘.”

“무슨 뜻이신지?”

“구명보트에 나도 태워달라고.”


대한이 생각에 잠겼다.

영혼 주식회사의 미래가 어두워졌나?

배의 쥐들이 빠져나가듯이 머잖아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진단 얘긴가?

강 회장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한만이 알았다.

자신은 끝까지 배에 남아있으리란 걸.


“자, 악수하세.”

“그러죠.”

“술은 계속 대주는 거야.”

“평생 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진짜 썰렁하구만.”


대한이 강 회장과 정식으로 악수했다.

그 후.

심영이 퇴원할 때까지 유나, 나, 조선이 비밀결사대를 꾸려나갔다.

회장님한테서 2번 전화가 왔었다.


“뭐하자는 거냐. 기대치 밑으로 들어가고 싶은 거야?··· 왜 말이 없어?”


“끊어? 오냐. 앞으로 다시는 내 얼굴 볼 생각하지 마! 넌 아웃이야! 투 아웃!”


웬만큼 하시죠.

나한테도 생각이 있었다.

지금 회장은 자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사람이 필요했고, 그건 바로 나였다.

준비가 끝났을 때 나도 출격할 것이다.

강 회장의 영혼은 기대치가 전무이사실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일러줬다.


“식사도 비서가 가져가야 먹어.”

“안에서 혼자 뭘 꾸미는 걸까요?”

“그야··· 자넬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회장님과 접촉하는 걸 보셨습니까?”

“전혀. 그러고 보니.”

“네, 뭐죠?”

“회장님도 자넬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모든 사람이 그걸 원하나요?”

“선이랑은 어때?”

“조선 씨도 절 없애려고 합니까?”

“후후.”


비밀결사대에 한 명이 더 충원됐다.

물론 유나의 파트너 민구였다.


“누가 이런 거지같은 이름을 지었냐?”

“나!”

“오, 어쩐지 쩔더라.”

“대한 씨, 민구가 왜 필요한 거야?”

“되도록 많은 인원이 필요해서요.”

“소수정예여야 하는데 얘는 좀.”

“유나 씨가 잘 가르치면 되죠.”

“비밀결사대라고 백번만 외워.”

“그나저나 팀장은 유나가 낫지 않나?”

“잔말 말고 시키는 거나 잘해.”

“알았어, 유나야.”

“대한 씨, 우리 뭐부터 해야 해?”


매일 아침8시.

조선이 비밀방을 회의장소로 내줬다.

심영이 퇴원할 때까지 유나, 민구, 내가 조선의 지시에 따라 명상훈련을 했다.

명상은 이렇게 진행됐다.


“쉽진 않을 거예요. 인간은 뇌의 전기신호로 기억을 저장하고, 생각이란 걸 하죠. 명상은 그 기억 저 너머의 세계. 무의식을 훈련시켜요.”

“썰이 너무 길어. 짱 나.”

“요점만? 그걸 원해요?”

“물론. 오브 코오스.”


조선이 차분하게 설명했다.

인간한테는 영혼 감수성이란 게 있다.

영혼의 민감성을 말하는 거다.

이걸 이용한다면?

깊은 명상에 잠길 경우.

무의식에서조차 해방되는 순간.

영혼이 육체이탈하는 경우가 생긴다.

죽음이 아닌 명상의 힘만으로.

이것이 명상훈련의 목표다.

영혼을 자유롭게.

육체로부터 놔주는 것.

그렇게 될 수 있다.

최면보다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해진다.

끝없는 연습이 필요하다.

훈련은 시간제약 없이 진행된다.

생각해보라.

자유자재로 자신을 벗어나는 영혼을.


“우리가 운명거역자라서 가능하다고?”


그렇다.

일반인보다 영혼 감수성이 높으니까.

민구는 영혼 이탈을 경험했으니까.

대한은 가장 성공확률이 크다.

모두 자신의 영혼을 내보내보자.

탯줄이 안전하게 지킬 것이다.

이곳은 영혼 주식회사다.

신의 돌을 믿어라.

조선이 그들을 이끌었다.


“하얗고 따뜻한 방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은 한없이 자유롭습니다. 몸이 가벼워집니다. 모든 생각에서 자유롭습니다···. 길고 투명한 통로가 보입니다. 그곳을 통과합니다. 중력은 작용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이 두둥실 떠오릅니다. 당신은···.”


처음엔 실패하는 일이 잦았다.

모두 열심히 훈련했다.

일주일이 지날 무렵, 민구가 성공했다.


“내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며칠 후, 유나도 성공했다.

대한이 성공담을 귀담아 들었다.


“영혼이 몸과 탯줄로 이어져 있었어.”

“그야 당연하죠.”

“뭐가 당연해?”

“유나 씨의 영혼과 육체가 아직 강하게 연결됐으니까요.”

“죽으면 분리돼?”

“네. 코마 상태의 영혼들도 희미하게 연결돼 있어요. 우리 눈에만 안 보일 뿐.”

“암튼 깜짝 놀랐어.”

“뭐가요?”

“영혼도 생각이란 걸 하니까.”

“죽기 전까진, 뇌에 저장된 기억들을 공유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아.”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엔 이렇게 명상훈련을 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눴다.

점심식사는 모두 함께 했다.

조선이 차린 음식들은 만족스러웠다.

유나조차 토를 달지 않았다.


“아주 신선놀음이라니까.”


강 회장의 영혼이 내뱉었다.

밤9시의 칵테일 바.

대한이 위스키 잔을 가득 채워줬다.


“기대치가 어쨌길래요?”

“비서랑 나다니기 시작했어. 관리팀 사무실을 제집처럼 드나들더군.”

“돈으로 매수할 직원을 찾나 보죠.”

“아냐. 그냥 수다만 떨어.”

“수다요?!”


기대치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개도 알 것이다.

그런데 수다를 떤다?


“아주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이야.”

“구체적으로 말해보세요.”

“여친은 없냐. 주량은 어떻게 되느냐. 외출이 허락된다면 어딜 가고 싶으냐.”

“설마요!”

“직원들하고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니까? 상상이 되나? 얼마나 친절한지 말도 못해! 일일이 스킨십을 하는데.”

“스킨십까지.”

“뭔 꿍꿍인지를 모르겠어.”


<친절한 상사되기> 프로젝트?

조 회장한테 못 받은 애정 구걸?

언제나 기대치를 벗어나는 놈이다.


“단 하나의 이유겠죠.”

“뭐.”

“자신의 편을 늘리려는 겁니다.”

“왜.”

“회사를 분열시켜야 하니까요.”

“뭔 소린가?”

“기대치는 무슨 수를 쓰든 이 회사의 주인이 되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에 다 가질 순 없죠. 속된 말로 간보는 중일 겁니다. 자기 편만 골라내서 힘을 키우겠죠.”

“그럼 자네도 뭔가 해야지.”

“아뇨.”


강 회장이 실망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야? 그냥 지켜만 보겠다고?”

“네. 제가 전쟁할 대상은 악령주식회사지 기대치가 아닙니다.”

“놈들이 쳐들어온대?”

“제 촉이 어떤지 아시죠?”

“암. 이런!”


그제야 무릎을 치며 말했다.


“영혼의 재활용 말이군!”

“맞습니다. 그 기술만큼은 악령들한테서 절대 지켜내야 합니다.”

“암. 절대 뺏겨선 안 되지.”


작가의말

비 피해 없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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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비밀 실험 +6 20.08.12 59 3 10쪽
127 회해 +6 20.08.11 75 3 10쪽
126 훔쳐보기 +4 20.08.11 57 2 10쪽
125 계약 +6 20.08.10 54 3 10쪽
124 고난의 연속 +4 20.08.10 55 3 10쪽
123 악성 루머 (2) +4 20.08.07 57 2 10쪽
122 악성 루머 (1) +4 20.08.06 55 3 10쪽
» 비밀결사대 (2) +4 20.08.05 53 2 10쪽
120 비밀결사대 (1) +4 20.08.04 77 2 10쪽
119 탯줄 이식 +4 20.08.03 68 2 10쪽
118 두 번의 요청 +6 20.07.31 59 3 10쪽
117 선거일 (2) +4 20.07.30 55 2 10쪽
116 선거일 (1) +6 20.07.29 70 2 10쪽
115 둘째 날 (2) +6 20.07.28 58 3 10쪽
114 둘째 날 (1) +6 20.07.27 54 3 10쪽
113 첫째 날 (3) +6 20.07.24 64 3 10쪽
112 첫째 날 (2) +6 20.07.23 56 3 10쪽
111 첫째 날 (1) +6 20.07.22 62 3 10쪽
110 선거전의 시작 (5) +6 20.07.21 63 2 10쪽
109 선거전의 시작 (4) +8 20.07.20 66 4 10쪽
108 선거전의 시작 (3) +8 20.07.17 83 4 10쪽
107 선거전의 시작 (2) +10 20.07.16 93 4 10쪽
106 선거전의 시작 (1) +10 20.07.15 71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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