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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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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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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88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7.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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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첫째 날 (2)

DUMMY

유나가 자신이 가져와놓곤 징징거렸다.


“1번을 찍지 누가 2번을 찍어!”

“됐어, 유나야.”

“내가 다시 가서 바꿔올까?”

“밝은 색도 좋아. 옷부터 입혀보자.”


다영이 일단 대한한테 입혔다.

파란색이 꼭 행사의상을 연상시켰다.

아무려면 어떠랴.

기대치한텐 검은색이 잘 어울렸다.

아무려면 어떠랴.

한 상무가 강단으로 가서 마이크를 켜고, 선거전의 시작을 알렸다.


“자, 지금으로부터 영혼 주식회사의 후계자 선거를 시작하겠습니다.”


대한이 기대치를 슬쩍 봤다.

기대치는 아주 편안한 얼굴이었다.

휴대용 스피커 비슷한 것이 보였다.

저게 준비물인가?


“오늘은 첫날! 기대치 후보와 위대한 후보는 투표권을 지닌 여러분한테 호감을 사려고 할 것입니다. 즉! 맞선자립니다. 1번 후보자, 기대치 후보?”

“네.”


기대치가 중앙으로 걸어왔다.

양진성이 휴대용 스피커를 중앙에 설치하는데 2분 정도가 소요됐다.

기대치가 무선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안녕하십니까. 전 기대치라는 사람이고. 여러분과 한솥밥을 7년이 넘게 먹어왔습니다. 잠시나마 즐거움을 드리러, 이 자리에 섰으니 즐겨주십시오. 그럼.”


기대치가 마이크를 전기기타처럼 붙잡고 치는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연이어 스피커에서 현란하고 익숙한 연주가 시작됐다.

초딩도 안한다는 기타치기 모방이었다.

그런데 호응이 좋았다.

회사 기념일에 히트라도 쳤나 보다.

온몸을 쓰며 표정 하나까지 신경 쓰는 기대치가 안쓰러워 보였다.

본래 유치할수록 웃음은 커진다.

기대치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었다.

무릎도 꿇어 보이고.

문워크도 선보이고.

각종 재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할당된 10분이 끝났다.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성이 들렸다.

영혼들도 기립박수를 쳤다.

음악 탓인지 기대치 탓인지는 몰라도.

기대치가 퇴장하자, 대한이 나갔다.

무선 마이크를 단칼에 거절했다.

앞에 서서 5분을 침묵했다.


‘젠장.’


직원들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휴대폰이 여기저기서 켜졌다.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지금이 쇼를 시작할 때다.

큰 웃음을 선보일 시간이다.

대한이 주저앉으며 머릿속을 뒤졌다.


“꺅. 까악. 꺅꺅!”


이를 잡아먹는 침팬지로 변신했다.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내리치는 전형적인 동작을 따라했다.

엉덩이를 내밀고 손으로 긁어댔다.

그 옆을 민구가 지나갔다.

다영과 유나도 구경하며 지나갔다.

시계를 보면서 걷던 민구가 동참했다.


“꾸익! 꿰꿰. 꾹!”


어느 새 민구도 침팬지 흉내를 냈다.

대한과 민구가 서로 싸울 것처럼 꽥꽥거리며 무대를 돌아다녔다.

안짱걸음이 백미였다.

유나와 다영이 멈춰 섰다.

대한과 민구가 주위를 돌아다녔다.

잠시 후.

유나와 다영도 침팬지로 변했다.

사람 넷이 침팬지 넷으로 변신했다.

쥐구멍이 아니라 바늘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결국엔 넷이 모여서 어깨동무를 했다.

객석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뿌우웅!


“와하하하하!”


방귀소리와 함께 포복절도가 이어졌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모두 일어나서 손을 잡고 연극무대에서처럼 직원들한테 절했다.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나름 철학적인 웃음이 먹혔다.

누가 뀌었는지 모를 방구 덕분이었다.

박수소리가 더 이어졌다.

제자리로 돌아갔다.

기대치가 가운데손가락을 올렸다.

대한이 가운데손가락을 빨더니 올렸다.

한 상무가 말했다.


“자, 내일도 같은 시간입니다. 내일은 공약발표가 있을 예정이니 반드시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차마 조선 씨를 쳐다보진 못했다.

회장은 만족했는지 박수치며 나갔다.

조선이 대한한테 키스를 날렸다.

대한도 키스를 날렸다.

민구도 유나한테 키스를 날렸다.

유나가 그 손가락을 깨물었다.


“아야!”

“뭐하는 거임?”

“너도 잘했다고.”

“창피해서 진짜 엉덩이가 빨개지는 줄 알았어. 그래도 뭐, 너도 잘하더라.”

“다영 씨, 들으셨죠?”

“응. 둘 사이에 봄바람이 부네?”

“그냥 팀워크임. 봄바람 네버.”

“호호호.”


대강당을 빠져나왔다.

상무이사실로 가서 모두에게 감사했다.

웃음이란 질서와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뇌가 감당하지 못해 나오는 것이다.

제대로 직원들을 웃겼다.

문제는 내일이었다.

공약발표였다.

대한이 내세울 공약이라곤··· 영혼과 인간이 함께 만족할 영혼의 재활용이었다.

그리고 그건, 거의 불가능했다.

무게중심이 조금만 비껴도 터지는 지뢰.

그런 입장이었다.

그래도 이 회사의 목적은 그거였다.

서로의 몸을 바꾸는 것.

영혼끼리의 교환.

결국, 이 공약은 뒤로 아껴야 했다.


“다른 건 뭐 없을까? 없을까요?”


테이블에 둘러앉은 대한과 참모진.

유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


“뭐든지 다 말해도 돼?”

“그럼요.”

“안 돼! 유나는 폭탄발언 전문가야.”

“유나가 좀 폭발적이긴 하지.”

“흥! 내 의견을 말할게.”

“말하셔.”

“여성 직원한테 한 달에 일주일은 휴가를 줘. 생리가 오래 걸리는 때도 있거든.”

“반대! 그럼 남자는?”

“웃겨. 남자도 생리가 있어?”

“많이 우울해져. 정신적인 생리야.”

“육체적인 그날이 더 쎄.”

“정신적인 그날도 심해.”

“육체적이야.”

“정신적이야.”

“그만들 좀 하지?”


다영이 기지개를 켰다.

대한이 커피를 마시곤 일어섰다.

해결책은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았다.

이 회사 직원들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원하는 것은 뭘까?

7층 피트니스센터.

안 팀장을 찾으러 갔다.

그녀는 오늘도 요가에 열심이었다.

밖에서 지켜보는데.

돌연 천리안이 작동됐다.


-아, 시원이 오빠가 상무님이 되다니. 내가 짝사랑하던 남자가 한 직장에 있어! 그런데, 어떻게 나를 알리지?


간절한 목소리였다.

아마도 한 상무와 안 팀장이 과거에 알던 사람이었나 보다.

짝사랑이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요가를 끝내고 나오는 그녀를 만났다.


“안 팀장님?”

“어머, 대한 씨!”

“나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정말?!

“어디서 이온음료라도 한 잔?”

“뭐야, 이거 선거유세?”

“기꺼이 모시죠. 자, 오십시오.”


안 팀장과 8층 휴게실에 앉았다.

사는 얘기를 주고받다 대한이 물었다.


“저한테 꼭 필요한 공약이 임금인상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도 다른 회사의 배는 받아. 더 늘리면 걷잡을 수 없어져.”

“그래도 사람 욕심이란 게.”

“물론 상대편이라면 공약하겠지.”

“회장님 허락을 받았으면 어떡하죠?”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 대한 씨하면 자신감인데.”

“글쎄요. 외톨이가 된 기분입니다.”

“조 대표가 없어서 그래?”

“아뇨. 아주 근원적인 거죠.”

“뭘까, 그게?”


대한이 음료를 마시고 말했다.


“세상에 혼자뿐인 느낌. 아마, 제가 고아여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어머, 그랬구나.”

“늘 경쟁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전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왜? 왜 그렇지?”

“이길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기고 싶습니다.”

“당연하지. 조 대표가 걸렸잖아.”

“걸린 건 아니고. 잘 보이고 싶죠.”


안 팀장이 회상에 젖어서 말했다.


“나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 아니, 지금도 있어. 근데 말야. 그런 감정이 결국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

“풍요롭게요?”

“누굴 좋아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평생을 살아봐. 그 인생이 얼마나 허무해.”

“훗.”

“솔직히 이런 말은 꺼내기 뭐하지만.”

“아뇨. 하십시오.”

“아냐. 아냐, 내가 주책이네.”

“괜찮습니다. 하세요.”

“저기, 한 상무님 말이야.”

“네. 한시원 상무님이 왜요?”

“애인이 생겼단 소문이 있던데?”

“네. 계십니다.”

“확실해?”

“두 분이 과거에 무슨 사이셨습니까?”

“응. 날 과외 했던 오빠였어.”

“아, 그러셨군요.”

“덕분에 내 눈이 이렇게 높다니까? 하하. 어휴, 세상 참 좁아. 그렇지?”

“그러게요. 한번 만나보시죠.”

“어떻게?”

“그냥 오빠 맞죠? 하면서 안기세요.”

“하하! 대한 씨 은근 훈남인 척.”


그 후로도 더 얘길 나누고 헤어졌다.


“건투를 빌게. 기 전무 정도 우습게!”

“저도 용기 내시길 빕니다!”


다시 상무이사실에서 회의를 가졌다.

결국 대한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 두고 가세요. 제가 선별하죠.”

“그럴래? 아그그, 허리가 나갔나 봐.”

“유나 씨도 다영 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민구 너도.”

“야, 이제야 좀 대표답다.”

“뭘 좀 먹이면 더 멋질 텐데.”

“이 식충이들! 가자. 내가 쏠게.”

“부탁드립니다, 다영 씨.”


모두 나가고 대한 혼자만 남았다.

자신이 여기서 성공하려면 권모술수도 익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터무니없는 공약도 필요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갖고 놀아야 했다.

기대치가 마음껏 활개 치게 두다가 한 번에 날개를 꺾어버려야 했다.

타인의 생각을 꿰뚫는 천리안.

이번엔 제대로 사용하리라.

내일이 진짜 결전이다.

기대치가 드디어 적으로 보였다.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맞수로 보였다.

노트에서 필요한 항목만 간추렸다.

그를 보는 눈길이 있었다.

그에겐 장모 영혼이었다.


작가의말

빗길 조심하세요...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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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고난의 연속 +4 20.08.10 5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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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악성 루머 (1) +4 20.08.06 56 3 10쪽
121 비밀결사대 (2) +4 20.08.05 5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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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첫째 날 (3) +6 20.07.24 65 3 10쪽
» 첫째 날 (2) +6 20.07.23 5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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