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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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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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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08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7.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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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선거전의 시작 (5)

DUMMY

“사랑을 전파하고 있죠.”

“흠. 후후훗.”

“훗. 감사했습니다.”


대한이 밖으로 나왔다.

제발 둘이 행복했으면 싶었다.

행복하려면 행복한 사람들 곁에 가라.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이다.

오늘도 하루가 갔다.

그후.

선거전이 있는 날까지 계속 상무이사실에서 이미지관리자를 만났다.

그는 갈수록 나폴레옹처럼 변해갔다.


“선거요? 어차피 하난 지죠. 직원들이 누가 이기는지에 관심 있을까요? 천만에! 그놈이 그놈일 테니까.”

“누가, 어떤 말로, 대중을 휘어잡나. 어떤 말이 상대의 수치심을 건드렸느냐. 어떻게! 상대를 치밀하게 옭아매느냐. 누가!”

“거짓을 진실로 바꾸느냐. 왜! 저 인간이 후계자처럼 보이느냐. 즉! 이미지죠.”

“꾸미란 소립니까?”


대한이 각오하고 질문했다.


“당연합니다! 면접이에요! 상대를 깔아뭉개지 않으면 당신이 그렇게 돼요.”


그가 대한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대한도 따라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나머진 두 사람을 구경했다.


“빅토리! 아니면 구렁텅이! 그게 선거죠! 자, 칼을 들어요. 휙휙! 휘둘러야 해요. 약점이 뭔지 캤으면 상대를 사기꾼으로 만들어요! 염병할 개자식이니까.”

“그건 맞네.”

“죽여요! 말로. 가능하면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놈의 심장을 멈춰야죠. 도발하고, 괴롭히고, 피 흘릴 때 레프트라이트! 스트레이트원투! 휙휙. 칼을 꽂아요. 진실은 개나 주고 물어뜯어! 승자는 누구? 당신입니다. 중요한 건 당신 말고는 이길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바로 위대한 당신! 느껴지십니까? 요란한 환호와 갈채가!”


멈춰서 서로를 마주보는 둘.


“승리의 쾌감에 익숙해져요!”

“이런 걸 기대치한테도 합니까?”

“당신이 승자란 걸 명심하세요.”


이미지관리자가 머리칼을 다듬었다.


“그간 많은 걸 배우셨길 바랍니다.”


실제로 그는 많은 것을 가르쳤다.

육하원칙부터, 자기 소개하기, 설득시키는 방법, 원하는 감정만 이끌어내는 법, 제대로 분노하는 법, 제스처와 사회적 관계 성립의 수단, 갖가지 은유와 상징과 기호.

무엇보다 음성 조절과 힘.

인사하는 방법.

물론 기대치한테도 똑같이 가르쳤다.

대한이 이미지관리자와 힘껏 악수했다.

감사함이 절로 묻어나왔다.


“내일부터는 저 혼자군요.”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부족했지만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럼.”


그렇게 그가 떠나갔다.

민구와 유나와 다영이 둘러앉았다.

내일부터 사흘간이 선거인데 유세 한번을 안 돌았다.

아직까지 공약 발표는 없었다.

그게 기대치와 나눠가진 히든카드였다.

한 상무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물론 원하면 천리안으로 전무이사실을 탐색하면 된다.

어디에든 공약은 적혀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했다.

개표 방식에 대해서도 몰랐다.

모두 내일 선거전이 열리면서 발표될 사안들이었다.

회장이 만들 전무후무한 선거!

사흘 동안의 선거.

승자가 후계자가 된다.

노트에 꼼꼼히 적던 민구가 말했다.


“시간 참 빨리도 간다.”

“뭘 그렇게 열심히 적고 난리야?”

“응. 우리가 가진 기대치의 약점들. 앞으로 해야 할 일들.”

“민구 씨만 믿으면 되겠다. 그치?”

“난 얘 영 못 믿겠어.”

“대한이를 꼭 후계자로 만들 거야.”

“오늘은 이쯤 하죠. 내일 몇 시랬지?”

“오전9시. 후보들은 귀빈실로 소환.”

“기대치도 열심히 훈련했을까?”

“타고 났어, 그 자식은.”

“나도 한 연설해.”

“상대를 야금야금 갉아먹어야 해.”

“하긴. 기 전무 전문이긴 하네.”

“뭐든 상관없어! 면상부터 날리는 거야.”

“진정해, 유나야.”


다영이 흥분한 유나를 말렸다.


“오늘 같은 날 한잔 해줘야지?”

“제발 참아. 나랑만 하든지.”

“민구 너랑 무슨 재미냐?”

“같이 마셔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냥 알아.”

“대한 씨는? 조선 씨한테 갈 거지?”

“네. 잠깐 만나려고요.”

“가봐. 이 철딱서니들은 나한테 맡겨.”

“감사합니다, 다영 씨.”


대한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13층 복도를 걸어갔다.

대표이사실로 가서 천리안을 가동시켰다.

조선은 없고 여비서만 있었다.

어디로 갔지?

조 회장이 따로 불러냈나?

그때, 전화가 울렸다.


“네, 조선 씨.”

-내일부터 바빠지겠네요?

“오늘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알죠?”

-뭘요?

“서로를 만질 시간이요.”

-아직 정신을 못 차리셨네요.

“아아, 만납시다. 보고 싶어요.”

-전 회장님과 있어야 해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와요.”

-회장님이 외출 금지령을 내리셨어요.

“내가 그리로 갈게요.”

-안 돼요! 어딘 줄 알고.

“이 회사에 내가 모르는 곳도 있습니까? 찾아갈 수 있어요.”

-여긴 성역 같은 곳이에요.


대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비서였던 거 알죠? 귀빈실의 비밀방에 있습니까? 회장님이 꼼짝 말라고 하고 나갔고. 아닙니까?”

-들어오겠다고요?

“당신 얼굴이라도 보게요.”

-알았어요. 귀빈실로 오세요.

“금방 갑니다.”


대한이 귀빈실로 급히 걸어갔다.

귀빈실 문을 열자, 조선이 서 있었다.

그녀와 껴안고 맘껏 키스하는데 1분도 안 걸렸다.

해도 해도 자꾸만 하고 싶었다.

조선이 결국 뿌리쳤다.


“대한 씨.”

“아아, 이게 끝인가?”

“아버지가 언제 오실지 몰라요.”

“비밀방에 한번 가봅시다.”

“네?!”

“회장님 숙소는 가본 적이 없어요.”

“공항의 관제탑 같은 곳이에요.”

“그럴 줄 알았지. 모니터로 가득할 줄.”

“다음에 오세요.”

“후계자가 된 다음에?”

“네. 그게 공평한 거니까요.”

“당신도 지켜볼 거죠?”

“선거전에 참여는 못해요. 증인으로 나설 순 있지만.”

“기대치가 신청했습니까?”

“네. 대한 씨가 신청하지 그랬어요?”

“힘들게 하고 싶지가 않아서.”

“제대로 증언할 거예요. 그걸 원하죠?”

“물론입니다.”


조선이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대치 씨는 내 자리에 목을 맸어요. 그걸 명심하셔야 해요.”

“난 기대치보다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걸 명심해야 할 겁니다.”

“자신만만하시네?”

“당신만 있으면 언제든.”

“아쉬우니까 마지막 키스?”

“그래요. 막 키스.”


막 담배라고 할 뻔했다.

둘은 서로를 음미해가며 조심스레 키스를 계속해갔다.

대한의 엉덩이도 조선의 가슴도 너무 주물러서 남아나질 않았다.

간신히 입을 뗀 그녀가 밀어냈다.


“가세요!”

“휴우. 알았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없이, 난 당신 편이에요.”

“꼭 대표이사직을 차지하겠습니다.”

“힘내요!”

“고마워요.”


그렇게 조선과 헤어졌다.

밖으로 나와 보니 영혼들이 없었다.

진짜 영혼들끼리 도박판을 벌인 걸까?

아니면 부흥회라도 하는 걸까?

내일이면 시작된다.

그의 운명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숙소로 돌아왔다.

밤9시23분.

좋은 꿈을 꾸고 싶었다.

기대치를 레슬링으로 누르는 꿈.

그녀와의 딥 키스만큼 황홀한 꿈을.




* * *




다시 꿈이다.

배경이 영혼 주식회사다.

영혼들이 모두 한 군데 모여 있다.

투명하지 않아서 사람처럼 느껴진다.

구경꾼이 된 현재의 대한.

몰린 곳으로 간다.

한 상무와 다영이 알몸으로 뒤엉킨 침대가 보인다.

그들은 아이처럼 서로를 만지고 있다.

환호하는 영혼과 부추기는 영혼이 있다.

외설스럽지 않은 애무가 계속된다.

그만두라고 소릴 지른다.

자신의 입이 봉해져서 말이 안 나온다.

악령대표처럼 철사로 꿰매져 있다.

계속 보려니 지겹다.

떠난다.

한쪽에선 당구대회가 열린다.

유나와 민구가 옷 벗기기 시합 중이다.

외설스런 꿈의 종합세트 같다.

유나는 의외로 섹시하다.

봉오리진 가슴과 애플 힙이다.

연달아 모아 치니까 옷을 많이 벗는다.

팬티에서 더는 승부가 안 난다.

영혼들은 판돈을 던지며 난리를 친다.


‘별 개꿈을 다.’


한쪽 구석엔 아무도 없다.

대한은 거기에 여섯 살의 조선이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가 머리에 전극이 꽂힌 헬멧을 쓰고, 실험당하고 있다.

박사가 기계장치를 직접 조작한다.

대한이 박사의 멱살을 틀어쥔다.

힘껏 목을 조른다.

박사가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조선의 헬멧이 불꽃을 내며 타오른다.

그녀의 눈 흰자위가 보인다.

덜덜덜!

온몸이 들썩거린다.

대한이 헬멧을 벗겨낸다.

쓰러지는 조선을 껴안고 일어선다.

앞에서 본 영혼들이 모두 그를 막는다.

마음속에서 비키라고 소릴 지른다.

그녀를 가슴에 안고 돌진한다.

영혼들과 부딪치며 앞으로.

계속해서 달려간다.


‘살려주세요!’


1층 로비다.

신의 돌 앞에 조선을 내려놓는다.

여섯 살이던 그녀가 조금씩 나이를 먹기 시작한다.

금세 스물아홉의 현재 나이가 된다.

옷은 헐크처럼 찢긴다.

대한이 무릎을 꿇고 조선을 껴안는다.

아직도 의식불명이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코에 가져간다.

숨만 쉰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와락 그에게 키스한다.

대한의 기가 빨려나간다.

SF영화처럼 그는 해골로 변하고, 조선은 점점 따뜻한 빛에 휩싸인다.

그녀의 배가 임산부처럼 커진다.

대한은 자신의 임무가 끝났음을 안다.

조선이 아이를 갖는 일.

모든 상황이 끝난다.


작가의말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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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고난의 연속 +4 20.08.10 5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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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악성 루머 (1) +4 20.08.06 56 3 10쪽
121 비밀결사대 (2) +4 20.08.05 54 2 10쪽
120 비밀결사대 (1) +4 20.08.04 78 2 10쪽
119 탯줄 이식 +4 20.08.03 68 2 10쪽
118 두 번의 요청 +6 20.07.31 59 3 10쪽
117 선거일 (2) +4 20.07.30 55 2 10쪽
116 선거일 (1) +6 20.07.29 70 2 10쪽
115 둘째 날 (2) +6 20.07.28 58 3 10쪽
114 둘째 날 (1) +6 20.07.27 54 3 10쪽
113 첫째 날 (3) +6 20.07.24 65 3 10쪽
112 첫째 날 (2) +6 20.07.23 58 3 10쪽
111 첫째 날 (1) +6 20.07.22 63 3 10쪽
» 선거전의 시작 (5) +6 20.07.21 64 2 10쪽
109 선거전의 시작 (4) +8 20.07.20 67 4 10쪽
108 선거전의 시작 (3) +8 20.07.17 84 4 10쪽
107 선거전의 시작 (2) +10 20.07.16 93 4 10쪽
106 선거전의 시작 (1) +10 20.07.15 7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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