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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명덕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악당이 아니다 빌런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을지명덕
작품등록일 :
2022.01.27 18:14
최근연재일 :
2023.02.10 18:05
연재수 :
2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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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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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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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0 요하스 평원을 넘어

DUMMY

사람들은 줄 세우는 걸 좋아한다. 역대 최고의 스포츠 스타가 누구인지, 어느 여배우가 제일 예쁜지, 어느 브랜드 차가 가장 좋은지,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던지 무의식적으로도 줄을 세우기를 좋아하고 또 거기에 빠져든다.


[최강자]

이 한 단어가 커뮤니티를 집어삼켰다. 비록 소국이지만 드라칸 왕국의 최강자를 꺾어버린 플레이어 케인에 대한 관심이 기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폭발했다. 아무리 전체적인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하더라도 강자라 불리는 NPC는 이길 수 없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부셔버린 플레이어.


NPC들이 플레이어를 폄하할 때 쓰는 말 “스킬에 의존하는 너희들은 절대로 강자가 될 수 없다“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부정해버린 플레이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강자를 논할 때 “케인”이라는 이름을 거론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다만 일부 사람들은 대인전과 대몬스터전의 차이를 거론하며 대몬스터전은 인정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HP. 크기가 커질수록 등급이 높을수록 레벨이 높을수록 인간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높은 HP를 까진 몬스터나 마수들은 단순한 칼질로 잡기는 불가능에 가깝기에 고등급의 스킬을 소유한 플레이어가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저스티스였다.


“좁밥시끼”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리고 거만한 자세로 글을 읽던 고명석이 거칠게 핫바를 씹어 물었다. 온통 자신을 찬양하는 글을 기분 좋게 읽다가 재수 없는 저스티스 거론에 짜증이 났지만 다시 입꼬리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물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유독 밝게 빛나는 별이 보인다.


“저 별 이름이 크로우인가?”

병신 같은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전투를 되새겼다. 나이토스에게 추태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벽을 넘고 더욱 강해졌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분명히 더욱 강해졌다.


자신을 포함해서 일행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애초에 알비아는 자신이 나이토스에게 졌을 경우에만 칼라스만을 도우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이겨서 그저 전투를 지켜만 봤을 뿐이었고 칼라스만은..


미친 듯 전장을 휘젓던 모습을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진다. 만약 둘이 전력으로 싸운다면 이길 수 있을까? 생각과 함께 접었다. 그놈하고 싸우기 싫다. 무섭다.


한 모금 남은 맥주를 시원하게 삼키고 내일을 위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지난 밤 접속을 해제하고 난 후 그라리스와 로즈의 병사들이 주축이 된 일만의 지원 병력이 도착했다. 지급받은 술과 고기로 승리를 자축하며 전투에 대한 강박을 어느 정도 풀어버린 병사들의 표정은 다음 날 확연히 밝아졌다. 기사들의 재촉이 없이도 빠르게 막사가 걷히고 출정을 위한 준비가 신속히 마무리가 되어갔다.


이른 아침 지휘부 회의 또한 이견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그라리스의 생각대로 결정됐다. 일만의 반데라스의 병력이 남아서 포로들을 관리하고 신풍 길드가 남아서 이들을 지원하기로 결정됐다.


반데라스의 반발이 있었지만 눈을 부릅뜬 크로우와 눈이 마주치자 부들거리며 수용했다. 나츠미 또한 전투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어제 전투에서 허락도 없이 적의 지휘부를 공격한 이유로 거부당했다. 나츠미의 분노한 시선이 반데라스를 향했지만 어제 회의에서 자신이 지시한 적이 없다고 뱉은 이상 그로서도 도울 방법이 없었다.


출정을 위해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로즈에게 나츠미가 다가왔다.


그녀의 시선이 로즈가 쥐고 있는 기다란 창을 향한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

-뿌드득. 내 검에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악에 받쳐 지르는 소리에 차가운 시선이 나츠미를 향했다.


-로즈 남작이다. 나에게 말할 땐 경어를 쓰도록. 그리고 네 뱀을 말하는 거라면 내 사월이 잡아먹었다-

-이 미친....-

나츠미의 목을 찌른 플란의 검을 따라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남작님이시다. 한 번 더 남작님을 모욕한다면 그대로 목을 치겠다-

-이..이..이..-

-네가 여기 온 이유는 다 알고 있어. 후작과 거래를 했을 테고 그라리스 백작을 견제하고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 했겠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대신 그에 따른 대가는 충분히 아니 과할 정도로 받아낼 거야. 그 뱀 새끼는 마지막 경고야-


-꺼져라-

오와 열을 맞춘 병사들의 앞으로 로즈가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이 행진한다. 그동안 넘지 못했던 요하스 평원을 넘어 드라칸의 영토를 넘어섰다. 그라리스가 감격에 몸을 떨었다. 이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었고 원했던 일인가. 그들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이 이제는 그들의 영토가 되고 있었다. 멈춰서 병사들을 향했다.


-병사들은 들어라. 지금 그대들이 내딛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이제는 우리들의 영토이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영광된 미래로 향하는 첫 걸음이다. 자랑스러워하라. 소리를 질러라. 그대들에겐 그럴 자격이 있다-


-우와아아아아-

병사들이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지른다. 그 위압감에 멀리서 지켜보던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다.


“확실히 난 사람이네”

어제의 대승에 이어 이어질 싸움에 명분을 주니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끝없이 올라간다. 짙은 미소를 짓는 크로우와 달리 반데라스의 얼굴은 썩어가고 있었다.


해질 무렵 저 멀리 드라칸의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칸의 영토를 넘어 그들을 맞이하는 첫 번째 성 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장거리 이동으로 병사들이 지쳤으니 여기서 하루를 묵고 내일 아침에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바로 공격하시죠. 수비하는 병력도 얼마 없을 테니 오늘 저녁은 성에서 편하게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병사들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될겁니다-


로즈의 다른 대답에 반데라스가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로즈 남작의 말이 맞습니다. 딱히 병사들이 움직이지 않아도 문을 열겁니다”

-지금 그 말에 책임..-

“지켜나 봐”

반데라스의 말을 끊은 크로우의 시선을 받은 그라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엠의 진영에서 한 필의 말이 마치 나들이를 가듯이 천천히 성을 향해 나아갔다. 마치 전쟁터가 아닌 경치 좋은 호수를 구경하듯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일말의 긴장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천천히 다가가 성 앞에 섰다.


“나는...케인이다”

병사들의 동요가 눈에 띠게 커진다.


“성문을 열고 항복하라. 너희들만으론 막을 수 없어. 의미 없는 죽음과 민간인들의 희생을 원치 않는다. 문을 열고 항복하라“

-닥쳐라. 더 이상 간악한 혓바닥 놀리지 말고 썩 물러가라. 우리는 모두가 죽을 때까지 드라칸의 영광을 위해 싸울 것이다-

성벽 위의 책임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말을 돌려 멀어져가는 모습에 병사들의 동요가 더욱 커지고 기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한 번 더 권유하는 거 아닌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멀어지던 크로우가 두 진영의 가운데 서서 성을 향해 돌아서고 한 쌍의 남녀가 그에게 다가섰다. 흔들리는 기사의 눈동자가 하늘 위에 떠오른 거대한 불의 검을 향했다.


-콰아아아아앙-

불의 검이 떨어지고 일어난 거대한 폭발과 열기에 성벽 위의 병사들이 바닥을 굴렀다.


-지지지지직-

열기가 가시고 눈을 뜬 기사가 마른 침을 삼켰다. 폭발이 일어난 자리에 생긴 거대한 크리에이터가 그 열기를 못 이기고 지글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기사의 눈이 커졌다. 용암이 되어 끓어오르는 땅이 냉기에 순식간에 식어버리고 얼어버렸다.


다시 천천히 마왕이 다가온다.


“문 열어 이 새끼들아. 진짜 다 죽여버리기 전에”

기사가 격하게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문..문을 열어라. 활짝 빨리..-


정예 병력들은 어제 전투에서 대패하고 모두 사라졌다. 비록 일부가 다시 합류했다하더라도 그 수도 많지 않을 것이며 두려움에 물들어 있을 터인데 굳이 성을 부술 필요는 없었다. 수리하는데 돈도 많이들 테고 그냥 줄리아와 멀린의 마법 두 방으로 쉽게 해결했다.


열린 성문을 통해 그라리스가 앞장 서 들어가고 그 뒤을 따라서 들어간 병사들이 적의 병사들의 무장을 해제하고 한 곳에 모아 관리했다. 전투 의지를 잃어버린 병사들은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순순히 병사들의 통제를 따랐다.


성 안의 집무실에 지휘부가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테이블에 넓게 펴진 지도를 모두가 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 속에 담긴 의미는 오직 하나 어디까지 진격해야 제국과 다른 왕국들이 받아들일 것 인가였다. 반데라스가 지도의 한 부분을 집었다.


-지나스. 여기까지가 적당할 것 같소. 더 이상 진격하면 승냥이 떼들이 이빨을 드러낼 것이오-

-더 들어가야 합니다. 반데라스 백작이 말한 지나스는 이곳과 얼마 되지 않는 곳입니다. 기껏 대승을 거두고 여기서 멈춘다면 오히려 타국에서 우리를 더 우습게 생각할 겁니다-


로즈가 지도의 한 부분을 손으로 집으며 더욱 강경하게 말했다.


-요한버그. 요한버그는 반드시 점령해야 합니다. 요한버그는 각국의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을 반드시 점령해야 더욱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랬다간 타국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

-모르시겠습니까? 지금의 로엠은 이틀 전의 로엠과 다릅니다. 드라칸의 최강자인 나이토스를 단기로 쓰러트린 마왕 케인경과 소드 마스터인 그라리스 사령관님이 함께 합니다. 또한 적의 대부대를 완파하고 사기가 하늘을 찌르는 변사들이 있습니다. 기호지세라 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로엠은 앞으로도 영영 타국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합니다-

-네까짓 것이 무얼 안....-

-그만-


과열된 분위기를 잠재운 그라리스의 시선이 크로우를 향했다.


-케인경.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질문을 받은 시선이 그라리스가 아닌 반데라스를 향했다.


“당연히 요한버그까지는 가야죠”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뭐?-

“지금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로즈 남작이 말했잖아”

-그래도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그럼 다른 놈들은 우리가 감당이 되고?”

-뭐?-

“네 말대로 우리가 감당이 안 된다고 치자고, 그래도 우리하고 붙는 놈들도 출혈이 클 텐데 그럼 그 놈들은 다른 놈들이 상처 치료할 때까지 보듬어주고 기다려줄까? 이번 전쟁을 다 지켜보고 있으니 우리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다 봤을 텐데 우리 물어뜯겠다고 지들 목덜미를 내주겠냐고?“

-제..제국이 나선다면..-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에 반데라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중재는 하더라도 실력 행사는 절대로 못해. 하나가 움직이면 나머지 하나도 반드시 움직인다. 두 제국간의 팽팽한 긴장이 무너지는 순간 전쟁이야. 가진 게 많은 놈들이 그렇게 쉽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패하는 놈은 그동안 억눌려왔던 왕국들도 가세해서 같이 물어뜯을 텐데? 어떻게 나보다 더 모르냐?-


부들거리는 반데라스늬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나 또한 둘의 의견에 동감한다-

그라리스의 손가락이 로즈와 같은 곳을 집었다.


-요한버그까지 진격한다-


그 후로도 회의가 계속 이어지는 동안 반데라스의 의견은 로즈와 크로우에 의해 번번히 반박당하고 꺾였다. 그리고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고 묵묵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부대를 반으로 나누시죠. 요한버그까지는 제대로 된 저항도 없을 겁니다. 왕실에 요청해서 점령지를 관리할 병사들을 요청하시고 빠르게 점령하고 요한버그에서 모이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제안도 모두의 동의 속에 받아들여지고 그 자리에서 두 개의 부대로 나누었다.

1군단장 그라리스

2군단장 로즈


반데라스에게는 더 없을 치욕이었지만 그 누구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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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228 귀족들의 비밀 회의 22.11.16 109 2 13쪽
227 227 비참한 최후 22.11.15 103 2 12쪽
226 226 뒤늦은 후회 22.11.14 97 2 12쪽
225 225 반역의 시작 22.11.11 107 1 12쪽
224 224 변수 22.11.10 101 2 12쪽
223 223 급변하는 상황들 22.11.09 99 2 14쪽
222 222 삥뜯기 22.11.08 99 2 12쪽
221 221 끝없는 악의 22.11.07 105 2 13쪽
220 220 왕실 연회 22.11.04 123 2 14쪽
219 219 갑과 을 22.11.03 109 3 11쪽
218 218 괜찮습니다 22.11.02 115 2 16쪽
217 217 신실한 미친놈들, 정신 나간 미친놈들 22.11.01 121 2 14쪽
216 216 메이린의 약속 22.10.31 119 2 11쪽
215 215 인스턴트 던전 빛의 사역마 22.10.28 122 2 12쪽
214 214 빛의 사제단 22.10.27 121 2 14쪽
213 213 이아린 찾기 22.10.26 117 3 11쪽
212 212 그때는 거기까지인 거지 22.10.25 118 2 12쪽
211 211 오해는 확실하게 풀어야지 22.10.24 123 2 15쪽
210 210 인간의 본성 22.10.21 144 2 11쪽
209 209 고성의 주인 22.10.20 120 2 12쪽
208 208 튜토리얼 룸의 그놈 22.10.19 121 3 11쪽
207 207 어둠의 하급신 22.10.18 122 2 11쪽
206 206 심층부 +1 22.10.16 125 2 13쪽
205 205 죽음의 숲 22.10.14 128 2 12쪽
204 204 죽음의 숲으로 22.10.13 124 2 15쪽
203 203 협상 22.10.12 123 2 13쪽
202 202 요한버그 함락 22.10.11 127 2 16쪽
201 201 요한버그의 마력 결계 22.10.10 124 2 12쪽
» 200 요하스 평원을 넘어 22.10.07 140 3 12쪽
199 199 소드 마스터 +1 22.10.06 13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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