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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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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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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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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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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7화. 맥주와 통삼겹살 구이

DUMMY

드워프의 집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기의 상태를 확인 한 것이었다. 그건 두툼한 삼겹살이었다.


삼겹살! 내 고향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고기 부위이자 살과 비계가 세 겹으로 겹쳐보이는 부위이다. 그 인기 탓에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에서는 값싼 재료이지만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비싼 재료. 그 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받는 부위다. 제대로만 익히면 사르르 녹는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육식을 하는 거대 멧돼지, '미킬푸크'의 삼겹살이다. 오랜만에 들어온 고기라 먹고는 싶은데 잡내가 엄청 심해. 핏물을 빼도 답이 없어."


냄새와 달리 고기 상태 자체는 양호했다. 그렇다면 이 고기는 원래 잡내가 심한 종류의 고기이며, 수퇘지 고기임에 틀림없다. 남자들의 땀냄새마냥 수컷 동물의 고기는 잡내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로 수퇘지의 남성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이 잡내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그래서 이 잡내를 어떻게 잡겠다는 거지?"

"당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이용하면 간단하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 찍찍 싸는 이 드워프에게 호감이 가진 않았지만, 지금은 내 입장이 을이니 참기로 했다. 누님들에게 하는 다나까체에서 한숨섞인 해요체로 바꾸는 건 자그마한 내 반항이었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드워프는 맥주로 잡내를 없앨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맥주?"

"네, 맥주요."

"맥주로 고기 냄새를 잡는 다니 듣도보도 못한 말이다."

"의심되면 바로 보여드리죠, 드워프 씨."


나는 오두막 안에 있는 주방의 조리도구와 식재료를 확인했다. 조리도구는 집에 있어야할 건 웬만해선 다 있었다. 뒤집개, 튀김 젓가락, 국자, 식칼, 채, 믹서, 다양한 그릇 등등. 인덕션도 누님의 집과는 달리 3개나 있어서 동시 조리가 원활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식재료도 채소부터 곡물까지 풍부했다. 아마 산속에 살고 있으니 넉넉히 사두는 거라 생각되었다. 재료를 다 둘러보고, 나는 메뉴를 결정했다.


"술과 잘 어울리는 맥주 통삼겹살 구이 정식. 이걸 만들어 드리죠."

"맥주 통삼겹살 구이?"

"정말 맛있을 겁니다."


나는 바로 도마를 꺼내고 요리에 들어갔다.


먼저 통삼겹살을 냄비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덩어리 째 나누어 썰었다. 그 다음 냄비에 삼겹살을 넣고 삼겹살이 반쯤 잠길 때까지 부어주고, 불을 켜 고기를 익혀준다.


"맥주로 삼겹살을 삶는다고?"

"네, 맥주의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면서 고기의 잡내도 같이 날아가는 원리죠. 이렇게 하면 돼지고기의 잡내를 손쉽게 잡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 고기는 잡내가 워낙 심해서 맥주만으로 역부족일 수 있으니, 다른 것도 추가해 확실하게 없애도록 할 겁니다."


하지만 이 돼지는 잡내가 특히 심하므로 월계수(노블리스)잎 3장과, 양파 1개를 반을 썰어 냄비에 넣어준다. 그리고 후추(검은향초열매)도 으깨 1큰술과 소금(바다씨) 반큰술도 뿌려준다.


"월계수와 후추, 아니 노블리스와 검은향초열매는 잡내를 잡는 데 효과적이죠. 소금으로 간을 맞춰주고, 양파는 고기를 보다 연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고요."


그리고 이 때 절대로 뚜껑을 닫아선 안 된다. 흔히 초보자가 하는 실수인데, 고기를 익힌 답시고 뚜껑을 닫으면 냄새가 날아가지 않고 냄비 안에 머무르기 때문에 잡내 제거를 절대로 못한다. 이 점을 주의해야한다.


나는 고기가 익는 동안 양념장을 준비했다. 일반적으로 고기의 양념장은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간장의 조합으로 만드는데, 없으니 콩가루를 만든다. 콩가루는 삼겹살과 잘 어울리는 소스 중 하나다. 물론 돼지껍데기랑 먹으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먼저 콩 한바가지를 물에 씼고, 채에 걸러 물기를 대부분 털어낸 다음 바로 볶아준다. 수분기가 전부 날아가도록 볶아주는데, 이 때 센불로 볶아주면 겉만 익고 속은 익지 않으므로 약불에서 오래 볶아 속까지 익혀주는 것이 포인트다.


콩이 노릇노릇 익혀졌으면 이걸 믹서기, 싸이클론에 넣고 갈아준다. 모든 가루가 잘게 갈리도록 흔들면서 갈아주면 콩가루가 완성된다! 이 콩가루는 종지기에 옮겨담아 식탁에 세팅해두었다.


"이제 냄비 속 고기를 반대로 뒤집어 주고, 맥주를 보충해야겠군."


고기의 한쪽면이 익는 동안 맥주가 대부분 날아가 고기를 뒤집고 다시 고기의 반만큼 차오르도록 맥주를 넣었다.


나는 반대쪽이 익을 동안 밥을 만들기로 했다. 이전의 꽁보리밥처럼 쌀을 씻어 냄비에 밥을 지었다. 쌀은 보리밥과 달리 끓이는 시간도 좀 다른데, 강불에 10분 끓이고, 약불에 15분 끓이고, 10분 뜸들이면 완성이다. 굳이 불리지 않고, 끓이면서 불리게 해서 시간 단축을 시켰다.


밥이 익는 동안 고기가 다 익어졌을 때 쯤, 맥주가 자작하게 바닥에 남았다. 이제 삼겹살이 겉면만 더 익힐 수 있도록 약불로 튀기듯이 익혀준다. 이렇게 해주면 통삼겹살의 겉면이 은은한 갈빛으로 맛있게 만들어진다. 거기에 겉은 바삭해진다. 이렇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통삼겹살 구이가 완성되었다!


나는 이 통삼겹살을 도마로 옮겨 먹기 좋게 썰어서 쌈채소와 함께 접시에 담아주었다.


"오오, 정말 먹음직스럽구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더 남은 게 있다고?"


마지막으로 밥이 뜸들여지는 동안 부추겉절이와 백김치를 만든다. 백김치는 전에 했던대로 해서 간단히 완성시키고, 부추겉절이를 만들었다.


부추(알리움)를 적당하게 썰고, 찬장에 있던 참기름, 매실액 약간 넣고, 소금과 고춧가루를 적당히 넣어 살살 무쳐낸다. 참기름과 매실액이 있는 걸 봐선 어디서 판다는 소리인데,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다.


아! 이 고춧가루를 어디서 났냐면, 이전에 아마릴리스 누님에게 부탁해서 샀던 고추(캡시컴)를 말려 갈아두어 만들었었다. 당연히 이번 여행에도 챙겨왔다. 없는 조미료는 미리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제 밥이 다 되었으니 밥그릇에 옮겨 담아 식탁에 고기와 쌈채소, 부추겉절이, 백김치와 함께 세팅하면 맥주 통삼겹살 구이 완성!


"한 번 잡숴보시죠, 드워프 씨?"

"흥. 냄새는 좋다만, 인간 따위가 만든 요리가 맛있을는지······."

"맥주와 조합이 끝내줄 겁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소주를 더 선호한다. 드워프 씨는 잔에 맥주를 따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럼, 어디···."


싸가지 없는 드워프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입에 넣었다.


"어어어어? 뭐야, 이거 더럽게 맛있잖아."

"어때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야들야들하기 짝이 없는 환상의 고기 맛이야! 이런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 정말 그 끔찍한 잡내를 다 잡아냈잖아?"

"놀라긴 아직 이르죠. 고기에 콩가루를 찍어 먹어보세요."

"어디 보자···."


그는 이번에 콩가루에 고기를 찍어 입에 넣었다.


"으으으음? 이건!"

"고소한 맛이 기름진 맛을 잡아주죠?"

"이건 맥주를 부르는 맛이야!"


드워프는 그대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크으. 최고구나."

"삼겹살을 즐기려면 아직 먹는 방법이 더 남아있습니다."

"여기서 더 있다고?"


드워프의 눈은 놀란 모습이었다.


"제가 세팅해둔 쌈채소들로 다양한 조합으로 쌈 싸 먹으면 되요. 상추에 콩가루를 찍은 고기, 부추겉절이, 그리고 따끈한 밥 한 숟가락을 얹어 쌈 싸 먹어보시죠."

"상추? 이 초록꽃잎초를 말하는 건가? 이렇게?"


드워프는 상추쌈을 만들어 입속에 집어넣었다.


"으으으으음!"

"끝내주죠?"

"채소의 아삭함과 고기의 기름진 맛, 그리고 쌀밥의 포만감이 어우러져 뭔가 두둑이 먹는 느낌이야! 정말 맛있어! 이거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쌈으로 고기를 먹으면 채소랑 고기를 골고루 먹게 되는 셈이니, 균형 잡힌 식사를 하게 되는 거니 좋죠. 제가 말한 방법 말고 다양한 조합으로 먹으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군!"


드워프는 맥주와 함께 쌈채소의 다양한 조합으로 고기와 밥을 남김없이 먹어치워버렸다. 먹는 모습이 무슨 며칠 굶은 사람마냥 먹는 것 같았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내게 사과했다.


"미안하군. 내가 자네를 너무 무시한 모양일세. 사과하지. 그리고 잘 먹었네. 이렇게 맛있게 먹은 게 얼마만인지···."

"항상 있는 일이라 익숙합니다, 드워프 씨."


나는 드워프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

"'류금수'라고 합니다. 그쪽은요?"

"내 이름은 '가르움'이라고 하네."

"가르움 씨군요. 사실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뭔가?"

"이런 도자기를 만들고 싶은데 말이죠. 큰 건 필요 없고, 옮기기 편하게 좀 작은 이정도 크기로···. 가능합니까?"


나는 옹기 그림을 그에게 보여주고, 그 용도와 특징을 설명했다.


"당연히 가능하지. 내게 불가능한 건 없어."

"하나 주문하는 데 얼마죠?"

"됐네. 무례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이번엔 내가 무료로 3개 만들어주지."


작가의말

내일부터 다음주 일요일까지 추석연휴로 휴재합니다. 모두 추석 잘 보내세요!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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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691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19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11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29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44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2,000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17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21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66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24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18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23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26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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