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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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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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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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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04 09:00
조회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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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8쪽

10화. 떡 돌리기(1)

DUMMY

"떡?"

"그게 뭐예요, 아저씨?"

"곡물로 만든 제 고향 향토 음식으로,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디저트 요리입니다."


떡! 명절이나 경사가 났을 때 만드는 귀한 요리로, 멥쌀이나 찹쌀 같은 찰기 있는 곡식을 가루 내어 쪄서 빚어 만든 음식이다. 떡이 왜 귀한 요리냐 하면, 예전엔 가난해 밥 지을 쌀도 귀했는데, 그 쌀로 만드는 게 바로 떡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떡은 구경도 못해보았다.


"안에 들어가는 소와 반죽으로 맛의 폭이 다양한 음식이죠."

"오~, 신기하다."


엘프는 찰기 없는 곡물로 샐러드와 같이 먹기 때문에 찰기 있는 곡식으로 만드는 떡은 다소 생소해 보이는 개념인 것 같았다.


"제 고향엔 이사 왔을 때 이 떡을 돌려 이웃과 친해지는 문화가 있습니다. 하하. 이걸로 먼저 주변 이웃에게 호감을 살 예정입니다."


물론 요즘엔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아파트 단지에 사는 일이 많아서 예산상, 그리고 정서상 이런 문화는 잘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장에서 경사가 있을 때 돌리는 정도로 떡 돌리는 문화는 많이 축소되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만큼은 넘치던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아무튼 이 떡을 만들기 위해선 찰기 있는 곡식을 가루 내어 쪄야하는데, 엘프들이 먹는 곡류는 죄다 찰기가 없는 것들뿐이었기에 찰기 있는 곡물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이 외국쌀(안남미) 같은 엘프쌀로는 떡을 만들기 어렵기에, 나는 엘프쌀의 찹쌀을 찾기로 했다. 안남미에도 찹쌀이 있었으니 엘프쌀도 찹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찹쌀을 찾으면 밥의 찰기 문제도 해결되는 셈이다.


그래서 나는 누님들에게 부탁해 함께 시장으로 나갔다. 난 이상한 거적때기 후드를 입고 있었는데, 이 덕분에 지나가는 엘프들이 날 인간이라고 바로 눈치 채지 못했다.


아마릴리스 누님은 나에게 당부했었다.


'절대로 지금은 인간이란 걸 들켜서는 안 돼. 아저씨가 인간인 걸 알면 아저씨에게 물건을 안 팔 수도 있으니까. 명심하도록 해.'


그래서 난 주제파악을 하고 조용히 시장을 둘러보았다.


엘프의 시장은 우리 고향의 재래시장과 큰 차이 없이 분위기가 비슷했다. 코너마다 다르게 파는 품목들, 활기찬 상인, 중간 중간 피어오르는 맛있는 냄새, 흥정하면서 하는 쇼핑··· 이게 바로 시장의 묘미다.


우리는 곡물을 파는 상인에게 찾아가 자루에 담긴 곡식을 살펴봤다. 이건 엘프쌀, 이건 엘프보리, 이건 엘프조, 이건 엘프귀리, 이건 엘프콩···. 그렇게 찹쌀을 찾던 도중 한 자루포대에 새하얗고, 뭔가 광택이 있으면서, 엘프쌀처럼 생긴 곡물을 찾았다. 이게 바로 엘프찹쌀이었다.


"이건 얼맙니까?"

"1되에 1리프이오."

"고작 이거에 1리프라고요?"


1리프가 얼마정도 되는 가격인지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마릴리스 누님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랬다.


"비싼 겁니까?"

"엘프쌀이 3되에 1리프인데, 3배나 비싼 거예요, 아저씨."


릴리 누님께 나중에 들어보니 엘프의 돈은 '1리프 = 100시드'이며, 내 고향 물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1리프는 1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인 것 같았다. 확실히 1되에 만원은 비쌌다.


고향 세계에서도 찹쌀은 일반 쌀보다 희귀해 그 가격이 비쌌다. 엘프 세계에서도 보통 엘프쌀을 먹지, 엘프찹쌀은 잘 안 먹을 테니 수확도 많이 하지 않아 그 희소성으로 3배나 비싼 모양이었다.


"쌀로 만드는 떡은 포기해야겠군요. 하지만 조청을 만들기 위해선 찹쌀은 필요하니 조금만 사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사장님, 엘프찹쌀 0.5되 주세요."


금발 누님의 날라리성은 어디로 갔는지, 돈 앞에서 조신해져 가지곤 지갑에서 돈을 꺼내 상인에게 건네주었다.


알고 보니 리프는 나뭇잎모양의 지폐였다. 누님이 1리프를 건네주자 상인이 50시드를 거슬러주었는데, 시드는 씨앗모양의 동전이었다. 고향세계에서 100원, 500원 하듯 '시드'라는 동전도 씨앗에 모양에 따라 그 값이 달랐다. 아몬드처럼 생긴 게 10시드, 포도씨처럼 생긴 게 1시드였다.


나는 사장님이 건네준 찹쌀 0.5되를 받고, 다른 거 하나 더 얹어 사서 누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까 점심에 포식을 해서 그런지 설거지 거리가 한가득이었는데, 조청과 떡을 만들기에 앞서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이곳 엘프의 집의 수도관은 물의 크리스탈로 동작하는 신기한 제품이다. 마력을 물의 크리스탈에 흘려보내 물을 만들어 바로 공급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식수는 정수기 비스무리하게 나무에 흡수되는 물에서 가져오는 것 같았다. 손잡이를 돌리자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후딱 설거지를 마쳤다.


설거지를 마치고, 릴리 누님이 《윈드 드라이》 마법으로 식기를 전부 말려주었다.


설거지를 끝마치자 나는 먼저 조청 만들기에 돌입했다. 나는 자루에서 엘프보리를 꺼내 누님들에게 부탁했다.


"누님들, 우선 이 보리, 싹만 틔우고 건조시켜줄 수 있습니까?"

"그거야 쉽지. 《버드 스프라우트》!"


아마릴리스 누님이 보리를 보고 스냅핑거를 하자, 연녹색 기운이 보리에 둘러지더니 보리에 싹이 텄다.


"그럼 이제 바로 건조시킬게요. 《데시케이션》!"


이번엔 백발 누님이 마법으로 붉은 기운이 싹이 난 보리를 감싸 건조시켜주었다. 이걸로 엿기름이 만들어졌다.


"이제 그럼 본격적으로 조청을 만들겠습니다."


조청은 곡식으로 만든 천연 감미료로, 꿀과 비슷한 맛을 낸다. 조청은 꿀의 훌륭한 대용품이 될 것이다.


나는 뜨거운 물에 불린 찹쌀로 냄비에 고두밥을 했다. (당연히 물에 불리기 전 세척을 했다.) 원래 찬물에 찹쌀을 5~7시간 불려야하지만, 뜨거운 물로 하면 그 시간을 1~2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큰 냄비에 물을 찰박찰박하게 넣어서 끓인 뒤, 불을 끄고 베보자기를 깐 뒤, 그 위에 불린 찹쌀을 넣었다. 이렇게 센불로 40분간 끓이고, 20분간 뜸들이면 꼬들꼬들한 고두밥(약간 된 밥)이 완성된다.


그렇게 고두밥을 만드는 사이에 엿기름을 싸이클론에 넣고 갈아서 엿기름가루를 만들어주었다. 이 엿기름가루를 그릇에 담고, 여기에 물을 조금 부어 엿기름을 불려준다.


고두밥이 완성되었으면, 베보자기를 분리해서 빼내 냄비 안에 고두밥만 남겨놓는다. 거기에 불려놓은 엿기름가루를 모두 담고, 냄비에 물을 가득 채운다.


이제 뚜껑을 닫고 약한 불로 끓지 않도록 4~5시간 정도 덥혀준다. 이는 삭혀주는 과정이다.


그렇게 다 삭히면 밥알이 물위에 둥둥 떠다니게 되는데, 면보에 건더기를 걸러 짜내 국물만 깨끗하게 분리시켜준 뒤, 찌꺼기는 전부 버린다. 이 찌꺼기를 재활용하고 싶다면, 거름으로 쓰면 좋다.


걸러낸 국물만 다시 냄비에 넣어 약한 불에 졸여준다. 4시간 정도 졸여주면 국자로 한번 퍼서 점성을 확인한다. 뭔가 걸죽함이 보이면 조청이 제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반되만 넣고 만들었기에 200미리 정도의 양뿐이지만, 이것으로 꿀을 대신할 조청을 손에 넣었다!


이제 떡에 넣을 소를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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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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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685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689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19 36 9쪽
»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10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26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44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1,999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17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21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66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24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16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23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25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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