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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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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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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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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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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7쪽

9화. 촉박한 시간

DUMMY

나는 이 사실을 엘프 누님들에게 설명해줬다.


"간장과 된장이란 게 그렇게 오래 걸리는 식품이야?"

"최소 2달은 걸리는 음식이라니······."

"간장과 된장은 음식이라기 보단 조미료입니다, 누님."


한식이 슬로우 푸드라고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재료 하나하나가 발효식품군이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숙성을 시키면 시킬수록 맛있는 경우가 많아 굳이 발효식품이 아니더라도 재료 밑준비 작업도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김치가 있다.


엘프들은 바로바로 먹는 샐러드류를 주로 먹는지라 오래 걸리는 식품을 상상하기조차 힘든가 보다.


아무튼 한정식 풀코스 요리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필수재료인 '간장'과 '된장'을 만들 시간이 부족한 건 치명적이었다. 또 재래간장이 있어야 고추장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빨리 방법을 강구해야했다.


그리고 설령 시간이 있다고 해도 도구가 부족하다. 한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리도구가 있어야한다. 옹기라던가, 절구라던가, 돌솥이라던가, 하다못해 가마솥이라던가. 하지만 이것들을 대체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도 문제였다.


거기다 누님들의 집도 협소하다. 이것들을 만들려면 오래 삶는 과정과 발효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런 짓을 했다간 집이 냄새나서 누님들께 민폐만 될 것이다.


제대로 음식을 만들 환경이 안 되어있는데 한식을 재현하는 건 너무 무리였나 싶었다.


'뭐, 요리실이라도 대여해주지.'라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 나라가 이방인에게 그런 특혜를 줄 이유는 없었다.


"준비해야할 게 꽤 많았구나."

"네. 그렇습니다. 앞길이 막막하네요."


지금 내가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다. 김치와 된장 그리고 간장을 숙성시킬 옹기(냉장고가 없으니 필요하다), 1인용 돌솥 여러 개, 절구, 가마솥, 그리고 한식 풀코스에 들어가는 재료들. 특히 찰기 있는 쌀!


생강과 마늘 비슷한 건 누님들이 찾아줘서 뭐, 조미료만 빼면 재료엔 큰 문제가 없다. 꿀이야 조청으로 대신하면 되는 거고. (조청은 곡식으로 만드니 엘프에게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도구들을 구해야 뭘 시작하든 말든 할 텐데, 어디서 구한담. 손재주가 좋은 사람 없나?


―손재주?


그 때 나는 어제 누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드워프, 세공과 제작에 특출난 종족인데, 걔들은 육식도 하는 놈들이야. 고기는 귀해서 보통 생선류를 잘 먹지.'


난 바로 아마릴리스 누님께 물었다.


"누님, 혹시 드워프를 만날 수 있습니까?"

"드워프?"

"네. 그들에게 제 고향 요리도구를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우선 도구를 얻어야 요리를 시작하든 말든 할 테니까, 나는 여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었다.


"그럼, 드워프 영역에 가야하는 데요, 언니?"

"역시 안 돼."


누님은 단호했다.


"어째섭니까? 그 도구들이 있어야 한정식 풀코스 요리를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드워프 영역은 여기서 멀어서 비행선을 이용해야하는데, 비싸."


정말 현실적인 이유였다.


"돈 때문입니까?"

"당연하지. 지금 아저씨 식재료 사느라, 싸이클론도 사느라 과소비를 했는데, 또 돈 쓰라고? 이번 달 생활비 쪼들린단 말이야."

"게다가 드워프에게 줄 의뢰비는 어떡하고요, 아저씨."

"끄응."


돈, 돈, 돈! 고향 세계에서도 돈 때문에 문제였는데, 여기서도 돈 때문에 꼬리가 잡히다니 분했다.


"그럼, 슝! 하고 이동하는 《텔레포트》 같은 마법은 못 씁니까?"

"공간이동술, 《텔레포트》를 말하는 거야? 그건 고위 마법사나 쓰는 마법이지, 우린 못 써."

"우리로선 너무 어려운 마법이에요, 아저씨."

"끄응. 그렇군요."


이대로 포기해야하나 싶었지만, 돈이 문제면 돈을 벌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누님들에게 제안을 했다.


"누님들, 우리 장사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엘프 자매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무슨 장사?"

"당연히 음식 장사죠. 이세계인이 하는 맛있는 요리라면 돈을 금방 벌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힘들 거예요."

"아니, 왭니까?"

"아저씨는 인간이니까요."

"그래, 우리는 지금 괜찮지만 인간을 적대하는 요정은 많으니까. 당연할 것이 전쟁을 겪었는데 좋아할 리가 없지."

"전 아무 짓도 안했는데요?"

"그걸 다른 요정들이 알아주진 않겠지. 아저씨 사정은 알바가 아니니까."

"안타깝지만 그래요."

"아아···."


그도 당연했다. 침략한 종족이 눈에 보이면 기분이 좋겠는가? 나 같아도 더러운 기억 때문에 꺼렸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은 아니라 조금 억울했다.


"우리가 아저씨를 같이 안 데려간 이유도 그것 때문이라고."

"만일 데려간다고 해도, 후드 같은 걸 씌워서 나갔을 거예요. 인간인지 모르게 체취도 감춰서요."

"그만큼 이 나라는 인간을 싫어하니까.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제 요리는 맛있어서 좋아하죠?"


누님들은 내 말에 당황했지만, 긍정해줬다.


"응. 아저씨가 좋은 것도 맛있는 요리를 해줘서 인걸요."

"아저씨의 요리는 다 맛있었지. 최고였어. 하지만 이 두부란 건, 간장이란 걸 만들어 같이 먹을 때까지 생각을 보류하겠지만."


그러자 난 진지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제 요리를 다른 요정들이, 엘프들이 먹는다면, 최소한 저에 대한 생각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요리는 언어가 달라도, 종족이 달라도 그 맛으로 모두에게 통한다. 맛있는 음식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애당초 내가 심사위원들에게 요리를 선보여야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은가?


"그렇···겠지."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어차피 언젠가 부딪혀야 할 일입니다."


누님들은 난처했다. 마치 ‘인간을 데리고 다니면 주변 시선이 안 좋아진다.’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릎을 꿇고 감정에 호소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 늙은 동생을 도와주십시오."

"아, 아저씨···."


누님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시 고민하더니, 엘프 자매는 서로 눈을 맞추고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저씨, 그만 일어나세요."

"하······. 그렇게 부탁하면 거절하기 힘들잖아."


나는 천천히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도와주시는 겁니까?"

"응. 누나가 동생을 도와줘야지 뭐 어쩌겠어."


그리고 릴리 누님이 물었다.


"아저씨,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우선 주변 엘프들과 친근해지는 게 먼저다. 엘프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이 있다고 어필하는 것이다.

내 고향 세계에선, 이웃들과 안면을 트고 친해지는, 이 상황에 딱 좋은 문화가 있었다.


"먼저 이웃에게 떡을 돌릴 생각입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새벽부터 일이 있어 나가야하기 때문에 이번화는 급하게 썼습니다. 분량이 다소 적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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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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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685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689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19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10 35 8쪽
»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27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44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1,999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17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21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66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24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16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23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25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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