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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떨어진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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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08.19 00:23
최근연재일 :
2019.10.19 08:0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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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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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9,473

작성
19.09.10 09:00
조회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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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글자
10쪽

15화. 호황

DUMMY

@@@


다음 날.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장으로 향했다.


"인간이잖아? 어떻게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거야?"

"이세계에서 온 난민이래."

"저 인간이 여기서 엄청 맛있는 떡이란 걸 팔 거랬어."

"저 녀석이 맛있는 떡이란 걸 팔 거라고?"

"쟤가 어제 떡을 공짜로 돌렸었는데,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만큼 진짜 맛있었어."

"세상에. 그게 그렇게나 맛있었어?"

"말린 과일하곤 비교도 안 되지."


시장에 들어서니 주변에서 나에 대해 쑥덕였다. 어제 이목을 끈 보람이 있었던 것 같았다.


시장은 이미 상인들이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샐러드 집, 옷 가게, 버섯 꼬치구이집, 곡물집, 말린 과일 가게 등, 전에 봤던 대로 그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다양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으니 주민들이 몰리는 건 당연했고, 그 인파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


"좋은 자리를 잡긴 역시 글렀나보군."

"언제까지 이 탁자를 내가 들고 있어야 해? 빨리 자리 잡자, 아저씨."

"자리가 보여야 잡든 말든 하죠, 누님."


빽빽이 늘어선 상점들 사이에 내가 잡을 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구석으로 가서 중심에서 거리가 먼 구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자리면 정말 일부러 골목까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음식을 팔긴 힘들었다. 특히 떡은 하루 이틀 내로 먹지 못하면 딱딱해져버리기 때문에 더 큰일이었다. 물론 겉면에 발라놓은 조청 때문에 어느 정도 수분을 유지할 수는 이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근데 아저씨, 이런 곳에서 잘 될까? 우린 장사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제 입소문을 놨으니, 찾아올 엘프들은 많을 겁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리는 거겠죠. 그러니 누님들이 이 떡 10개와 팻말을 가지고 홍보 좀 해주십시오."

"응? 떡을 또 돌린다고? 아깝지 않아?"

"일종의 투자 같은 겁니다. 홍보가 안 되면 팔리지도 않습니다, 누님. 세팅이 끝나면 홍보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어, 아저씨."


나와 누님들은 감자꿀떡 약 400개를 담은 통들과 탁자, 포장지로 쓸 싱싱한 나뭇잎들을 내려놓고, 가격표, 간판 등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이 많은 물건들을 완력만으로 쉽게 옮길 수 있었던 까닭은 누님들의 경중(輕重)마법 《라이튼》 덕분이었다. 마법의 효과로 무게가 줄어드니 뭘 옮기기엔 제격인 셈이었다.


그 때 우리를 졸졸 따라온 한 엘프가 물었다.


"여기 영업은 언제 하나요?"

"금방 준비를 마치면 시작할 겁니다, 손님. 감자꿀떡 사러 오셨나요?"

"어제 먹었던 게 너무 맛있어서, 오늘 판다기에 인간님이 나타나길 기다렸던 거죠."


―인간'님'?


감자꿀떡으로 호감도가 올랐는지 인간'따위'에서 인간'님'으로 호칭이 격상된 걸 느낄 수 있었다.


"준비가 끝나면 바로 영업을 시작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네. 기다릴게요."


우리는 빨리 물건들을 탁자 위에 정리했다.


"일단 세팅은 전부 끝났어요. 초라한 상점이지만, 나무명패 간판, 나뭇잎으로 만든 가격표, 그리고 돈을 담을 상자까지. 이 정도면 구색은 갖춘 셈이네요."

"그럼, 누님들은 아까 말했던 대로 떡과 팻말을 들고 나가서 홍보 좀 해주세요. 그 동안 가게는 제가 맡고 있을 테니."


아마릴리스 누님은 일단 알겠다고 하고, 골목 밖으로 나가 홍보하기 시작했다.


"영업 시작했습니다."


영업시작을 알리자 아까의 엘프가 바로 주문하려고 했다. 첫 손님은 가격표 옆의 '10+1'을 보고 나에게 물었다.


"혹시 10개를 주문하면 1개를 더 줍니까?"

"예. 많이 사면 덤으로 하나 더 드리는 겁니다."

"음···. 그럼, 다른 엘프들에게도 선물로 나눠주면 좋으려나."


첫 손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주문했다.


"그럼 떡 11개 주세요."

"네. 총 1리프 30시드 입니다."

"여깄습니다."


나는 돈을 받아 돈상자에 넣어두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금방 포장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바나나 잎처럼 긴 잎 두개를 교차해 떡 11개를 넣고 묶어 드렸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렇게 첫 손님이 떠났고, 바로 두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아니, 세 번째 손님이 이어서 뒤에 줄을 섰다. 아니, 또 네 번째 손님이 이어서 줄을 섰다.


―응? 손님이 계속 늘어나잖아?


점점 늘어나는 줄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우리 가게를 향해 사람들이 점점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골목 입구에 보이는 건 누님들...?


"아저씨! 떡 순식간에 돌리고 왔어."

"인기 대박이에요!"


하지만 난 달려오는 누님들의 말에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저기요, 주문 안 받아요? 감자꿀떡 10개요."

"네. 감자꿀떡 10개. 총 1리프 30시드입니다. 1개는 서비스입니다."

"여기요."


나는 손님에게 돈을 받아 거슬러 주었다.


"네, 여기 포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다음 손님~."

"감자꿀떡 3개요."

"네, 39시드입니다."

"와, 엘프가 점점 몰려드네."

"이런 골목까지 사람들이 들어오는 건 처음 봤어요."


아마릴리스 누님이 돌아왔다.


"왔으면 포장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그 때 이어서 온 손님이 주문했다.


"어제 맛있어서 한번 와봤어요. 저도 감자꿀떡 10개요."

"네, 1개 서비스까지 해서 1리프 30시드입니다. 떡은 하루 이틀이면 먹기 힘드니 바로 드셔주십시오."

"전 감자꿀떡 한 개요."


낱개 같은 경우는 나뭇잎 포장이 아니라 꼬치에 찍어서 건네주었다.


그렇게 계속 줄지어 오는 손님들에게 하나하나 떡을 팔았다. 돌아가면서 먹는 손님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와, 어쩜 이렇게 쫀득쫀득 달콤한 간식이 있을 수 있지?"

"으음~. 나 이런 거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 다음에 또 먹고 싶어."

"인간주제에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니, 다시 봤는걸?"


어제의 떡돌림과 지금 이렇게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처음 보는 맛있는 간식을 먹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다. 내가 바랐던 대로였다.


"네, 다음 손님."

"저번에 무례를 끼쳐서 미안하네, 인간."

"당신은?"


바로 어제 큰일을 당했었던 위층 집에 사는 바이올렛이란 엘프였다. 바이올렛은 헛기침을 하고 주문했다.


"지난번에 줬던 떡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 근데 여기서 판다는 소문을 듣고 줄을 서서 기다렸지. 5개 포장해줘."

"10개 사면 1개 더 주는 데, 더 안 사실 겁니까?"


이렇게 권유하면 손님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면서 판매율이 올라가게 되는 건 상인의 기본 상식이다.


"음? 그래? 그럼, 남편하고 더 먹게 10개 포장해줘."

"네, 감사합니다. 1리프 30시드입니다."

"여기, 돈."

"네, 1리프 50시드 받았습니다. 20시드 거슬러줄게요. 누님, 11개 포장이요."

"알았으니까 재촉하지 마, 아저씨."


릴리누님이 빠르게 떡을 담고 아마릴리스 누님이 포장했다.


"혹시 이거 만드는 법 알려줄 수 없어?"

"영업 비밀입니다, 손님."

"하긴 그렇게 대했는데, 알려달라는 건 체면이 없긴 하지. 사과할게."

"하하, 아닙니다. 떡 맛있게 드십시오."


바이올렛은 자그마한 미소를 지으며 누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 그럼 수고해."

"네, 언니."


그렇게 바이올렛이란 엘프는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기다리는 손님들은 많이 남아있었다.


나는 남은 재고를 확인하고, 주문을 미리 받은 다음 팔 수 없는 순번부터 끊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려보냈다.


"아, 좀 더 일찍 올 걸."

"벌써 매진이라고요?"

"어제 맛있어서 와봤는데···."


잘린 손님들은 안타까움 일색이었다.


"내일 와 주십시오. 죄송합니다. 다음엔 더 많이 준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죄송하다고 위로하며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떡을 판 지 두세 시간이 되지 않아 완판하고 말았다.


"네, 감사합니다. 내일 또 와주십시오."


첫 장사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와, 순식간에 전부 다 팔아버렸어."

"굉장해요. 모든 게 꿈만 같아요. 안 그래요, 아저씨···? 어? 아저씨, 우세요?"


나는 말없이 감격에 못 이겨 기쁨의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옛날에 고생했던 게 날아가는 기분이라서, 나도 모르게 흘러내렸다. 자영업으로 식당을 시작하고 준비했던 재료가 완판 났을 때의 감격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도 정말 날아갈듯 기뻤는데, 지금도 그런 기분이었다. 앞으로 잘 될 것 같다는 예감. 그게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남자가 운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자가 우는 건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를 빼앗겼을 때, 이 세 경우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참으로 웃긴 변명을 했다.


"이건 우는 게 아닙니다, 누님! 이건 그저 목이 막혀서 콧물이 역류하는 것뿐입니다! 남자는 찌질 하게 울지 않습니다."


아마릴리스 누님은 한심하다고 생각했는지 어이없다고 생각했는지 날 위로해주었다.


"기쁘면, 기쁘다고 말해. 솔직하지 못하기는."

"남자들은 쓸데없는 데서 폼 잡는 거 같아요, 언니."

"내 말이."


오늘 매출은 총 48리프 10시드, 재료비를 뺀 수익은 36리프 10시드였다. 비행선 비용이 편도 인당 10리프이니까 하루에 3인의 편도 비용이 나오는 셈이다.


그렇게 우리는 5일동안 일해 경비와 비행선 왕복비를 마련하고 드워프의 영역 《노르단》, 그 중에서 세공, 제작이 활발한 장인의 마을, 《스미다》로 향했다.

 


작가의말

일반연재로 승급했습니다! 빠르게 드워프를 향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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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떡 돌리기(4) +9 19.09.07 1,683 36 9쪽
13 12화. 떡 돌리기(3) +8 19.09.06 1,688 36 8쪽
12 11화. 떡 돌리기(2) +6 19.09.05 1,717 36 9쪽
11 10화. 떡 돌리기(1) +7 19.09.04 1,808 35 8쪽
10 9화. 촉박한 시간 +7 19.09.03 1,923 38 7쪽
9 8화. 밥과 백김치 +8 19.09.02 1,943 40 8쪽
8 7화. 콩비지전과 콩비지찌개 +7 19.08.30 1,996 42 8쪽
7 6화. 감자껍질칩과 두부 +8 19.08.29 2,116 45 9쪽
6 5화. 난민신청(3) +10 19.08.28 2,121 43 8쪽
5 4화. 난민신청(2) (수정) +10 19.08.27 2,266 45 10쪽
4 3화. 난민신청(1) (수정2) +12 19.08.26 2,523 44 12쪽
3 2화. 감자채전 (수정2) +14 19.08.24 2,812 50 14쪽
2 1화. 엘프세계에 떨어지다. (수정2) +13 19.08.24 3,122 53 8쪽
1 프롤로그. (수정2) +21 19.08.24 3,720 47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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