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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시간

회귀한 바이킹 기사의 제국 건설기: 크누트 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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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ales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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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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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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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6화

DUMMY

26화


폐허가 된 마을은 부서진 집과 흩어져 길바닥에 나뒹구는 가재도구, 그리고 도축 당한 뒤 고급 부위를 제외하고는 그대로 땅바닥에서 썩어가는 가축들의 사체로 을씨년스러웠다.


‘북부인들끼리는 서로를 노예로 팔지를 않으니, 시체가 없다면, 살아있다는 것인데. 찾아봐야겠군.’


북부의 전체 인구를 합쳐도 백만이 채 되지 않는 데다가 해안가 평야나 구릉지에 모여 사는 북부의 특성상 두세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다 보니 섣불리 옆 동네 사람을 잡아 오니 알고 보니 친척인 경우도 있어서 노예의 대부분은 남부 출신이었다.


‘죽였으면 죽였지. 노예로는 끌고 가진 않아. 시체가 없다면 아무래도 마을 근처의 산이나 동굴로 도망쳤겠지.’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 있어도 가재도구는 대부분 없는 것이 사람들은 무사히 도망친 것 같았다. 그렇게 을씨년스러운 폐허를 뒤지는데 문득 크누트는 자신을 이곳으로 홀로 보낸 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신들이라면 한둘이 아닐 텐데. 과연 날 되돌린 자와 날 홀로 보낸 자가 같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북구의 신은 십자교의 신과 달리 자비롭지도 선하지도 않았다. 그저 북구의 바닷사람들처럼 뻔뻔하고 붙임성 좋은 상인이자 사기꾼이기도, 사색하는 음유시인이기도, 또는 잔인하고 광오한 전사이기도 했다.


‘만약 나를 그저 유흥을 위해 거짓 예언을 한 것이라면. 그래서 내가 함정에 빠진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특히 모든 것들의 아버지인 오딘은 최후의 전쟁인 라그나로크를 위한 에인헤랴르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용감하고 강한 전사들을 일부러 죽음의 숙명으로 내던지기도 했다.


시간을 되돌릴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에 대해서 저항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크누트는 문득 자신의 운명을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


갑자기 느껴지는 무기력함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이 그를 덮쳤지만, 화를 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기에 그만두기로 했다.


‘어쩌면, 이 회귀는 내 후회를 덜어주기 위한 자비가 아닌, 미물의 발버둥을 보려는 신들의 여흥이 아닐까.’


신들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의 인지로는 불가능했다. 적어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크누트는 어쩌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그저 아이들에게 잡혀 모래구덩이에서 발버둥 치는 개미와도 같은 상황이 아닌지 생각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눈 앞에 닥친 일부터 하는 거다.’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와 달리, 폐허를 혼자 뒤지니 별생각이 다 들었다. 크누트는 고개를 힘차게 저으며 부정적 감정을 털어냈다.


‘날씨가 춥군. 이 정도면 모닥불이라도 피울 법 한데.’


크누트는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꽤 강하게 부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산 쪽에서 연기가 나오는지 봤지만, 연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흠. 결국에 직접 찾아봐야 하는 건가.’


뒷산이라고 해도 북부의 산은 가파르고 높았다. 크누트는 대충 폐허에서 건질 만한 것들을 조금 챙겨 산으로 향했다.


산은 비교적 흙이 있는 곳까지는 침엽수림으로 울창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바위로 이루어져 민둥산에 눈이 덮여있는 전형적인 북부의 산이었다.


초입에 들어서니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주변에서 까마귀가 시끄럽게 울며 마치 길 안내라도 하듯, 그의 주변에서 울어댔다.


“시끄럽게.”


크누트가 짐 속에서 활을 꺼내 시위를 걸려고 하자 까마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크누트는 어쩌면 주변에 동물 혹은 사람의 주검이 있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곧 있으면 저녁이다. 불빛을 잘 찾아봐야겠군.’


식사를 하고 산속의 짐승을 쫓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불을 피워야 했다. 크누트는 먼저 고개로 이동하기로 했다.


‘고개로 가서 사냥꾼들의 오두막을 거점으로 삼고 불빛을 찾으면 되겠지.’


한참을 걸어도 동네 뒷산 고개라기에는 높고 험준한 산인지라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크누트는 해가 저물 때쯤에야 저 멀리서 작은 오두막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례하지. 아무도 없는 건가.”


오두막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꽤 된 듯,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여기저기 퍼진 거미줄과 함께 재만 남은 화로가 있었다.


먼지도 많고, 쥐들이 쏠아놓은 톱밥 가루와 배설물 때문에 냄새가 났지만, 밖에서 이슬을 맞고 자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크누트는 화로에 장작 몇 개를 집어넣고 불을 지폈다.


몇 번의 불꽃이 튀고 열기가 공기를 타오르는 소리와 함께 불이 피어오르자, 작은 오두막은 순식간에 온기가 집 안을 메꾸었고, 아까보다는 살 만했다.


‘좀 낫군.’


손바닥에서부터 전해진 열기가 몸으로 퍼졌고, 두껍게 챙겨입은 모피 망토가 전달된 열기가 헛되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지 않게 몸을 감싸주었다.


쓴 지 오래되어 먼지 쌓인 냄비는 쓰기가 찝찝해 천으로 싼 염장 고기를 대충 불에 뎁힌 후 씹어 삼켰다. 입안이 쓸 정도로 짠맛이 감돌았고, 강렬한 짠맛 뒤로 육 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당연히 사냥꾼의 오두막은 항상 관리가 되어 있어 폐허에서 남는 냄비라도 가져오지 않은 자신의 실책이라 생각하며 크누트는 고기를 마저 씹어 삼키고 문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먹을 게 입에 들어가고 불을 쬐니 기운이 났다.


‘저기로군.’


고갯길 양 옆으로 펼쳐진 산 너머로 별빛은 아니면서도 밝게 빛나는 인간의 흔적을 발견한 크누트는 짐을 챙겨 출발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고도는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했고, 나무는 점점 줄어들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빛은 계속해서 수풀 사이를 뚫고 나왔다.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맞은편 산을 바라봤지만, 맞은편 숲에서는 어떤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크누트는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불빛을 향해 걸었다.




‘어?’


크누트가 발을 막 자신의 다음 발자국을 남길 바위로 발을 닿는 순간 바위 밑에 깔려있던 작은 돌들이 미끄러지며 바위가 푹 꺼지며 언덕으로 굴렀고, 크누트는 중심을 잃었다.




“크으으윽··· 여긴 어디지?”


다행히 덤불 위로 구른 데다 옷을 두껍게 입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온몸이 쑤셨다.


‘그러고 보니 여긴 또 어디지? 정신없이 굴러떨어져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산속에 이런 분지가 있었다고?’


그가 발견한 곳은 바위산 속에 있다고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평평한 분지였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마을 하나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는 크기였다.


“어쨌든, 제대로 온 것 같군.”


크누트는 그렇게 픽 웃으며 말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에서 두려움과 긴장감에 얼굴이 잔뜩 굳은 농부들이 덤불 위에 쓰러져 있는 크누트를 향해 도끼를 들고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할 수 있어. 후우.”


“긴장하들 말고, 놈은 절벽에서 굴러서 정신이 없을꺼여.”


자기들끼리 용기를 북돋으며 농부 둘이 도끼를 들고 크누트에게 다가왔다. 크누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덤불에서 일어나자 농부들은 전의를 상실한 채 도끼를 들고 어쩔 줄 몰라했다.


“아니, 형님 정신이 없다면서 멀쩡하구만!”


“씨이발, 좆됐구먼. 그래도 우리가 둘인데 어떻게 안 되겄냐.”


크누트가 천천히 농부들에게 다가가 날이 다 나간 도끼 두 자루를 확 잡아당겨 뺏어서 뒤로 던진 뒤 말했다.


“무기를 함부로 남에게 겨누는 건 예의가 아니다.”


“예?”


포식자 앞에 피식자처럼 반쯤 넋이 나가 있는 농부 둘에게 크누트가 나직하게 물었다.


“그래서, 너희는 이곳에 토박이인가?”


“그건 왜 궁금하십니까요?”


농부 둘은 무장해제당한 상태였지만, 크누트를 경계하는 듯했다. 크누트가 말했다.


“난 할로갈란드의 크누트다. 산 아래, 폐허가 된 마을의 주민들이 너희들이냐?”


크누트의 말에 농부들은 조금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랄드는 적들에게는 어찌했을지 몰라도 민중에게는 사랑받는 영웅이었던 것 같았다.


“그건···맞습니다요. 그런데 우리 왕을 죽인 분께서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요. 호위도 없이 말입니다.”


농부의 말에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는 듯했다. 마치 네가 우리를 지켜줄 왕을 죽였기에 우리가 이렇게 산골짜기로 도망쳐 온 것이 아니냐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니, 근데 할로갈란드의 왕인데 이 산골짜기에 무슨 이유로 어떻게 왔대? 이상하지 않어?”


“조용히 혀. 괜히 의심했다가 진짜 죽어. 조금 돌아버린 양반 같은디 적당히 맞춰주고 내보내자고.”


“그려. 그게 상책이구먼.”


하지만, 잠시 후에 생각해보니 할로갈란드의 왕씩이나 되는 사람이 현지인만 아는 산골짜기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의아해했기에 농부들은 자기들끼리 결론을 지은 듯했다. 크누트가 뛰어난 청력으로 농부들의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지만, 진실이기에 말했다.


“마을로 돌아가자. 내가 너희들을 도와주겠다.”


농부들은 북구 신앙을 독실하게 믿는 편이었지만, 돌아버린 것 같은 크누트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두려움 섞인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필요없수다.”


“뭐?”


“우리를 죽일 성정은 아닌 것 같으시니께 그냥 한 마디 감히 올리자면, 나리께서 저희들의 왕을 죽이셔서 왕국이 혼란스러워진 거 아닙니까요. 하랄드 왕을 우리 노드웨이 사람들이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모르실겁니다요. 백날 다른 마을이든 성이든 찾아가보십쇼.”


농부의 말은 의외였다. 하랄드가 정복한 땅은 마을은 불타고, 농지는 버려져 있는 데다가 그의 백성들은 모두 하랄드를 원망했기에 당연히 노드웨이의 농부들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생각이 틀렸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의 지지가 없다면 내가 뭔가를 할 수는 없어.’


운명을 시험하는 것. 운명은 노르니르들이 엮은 실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관통한다. 운명은 결국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이다. 증오를 호감으로 바꾸는 것도 운명을 시험하는 것이 아닐까.


‘날 증오하는 상태에서 군대까지 끌고 왔다면 사람들은 내게 마음을 더 열지 않았을 거다. 그랬더라면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어쨌든 싫다는데 강제로 뭔가를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크누트가 말했다.


“너희들이 날 미워할 수도 있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혼자 온 거다. 대신에, 장정들 몇 명이 나를 따라오면, 이것저것 얻을 게 많을 거다.”


그렇게 말하고 크누트는 금화 한 닢을 농부 하나에게 던졌다. 농부는 아무 생각 없이 금화를 받고 확인하더니 놀라 자빠지며 말했다.


“허억! 금, 금화!”


“저, 정말로 이걸 주시는 겁니까?”


“그래. 장정들을 모아라. 너희들에게 주겠다.”


농부들은 잠시 크누트가 들리지 않게 자기들끼리 무어라 하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말했다. 아까보다 정중하고 호의가 담긴 목소리였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을 모아오겠습니다. 나리께서는 뭐 남는 오두막이나 모닥불에라도 조금 쉬시든가 하십쇼.”


그렇게 말하고는 농부들은 그에게 자기들을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고는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크누트는 마을에 들어가 빈 모닥불에 앉아 불을 쬐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북부인들이란···”


마을 사람들이 대피한 산속 분지는 일종의 제단이 있는 곳이었던 것 같았다. 크누트는 자신이 봤던 불빛이 신들에게 바치는 향로에서 나오는 것을 봤다.


‘어려운 시기인데도 장작을 신들을 위한 화로에 쓴다니. 열성적이군.’


잠시 후, 크누트의 예측이 틀리지 않았던 것인지 힘 좀 쓰게 생긴 장정 대여섯 명 정도가 그의 앞에 나왔다.


“나리, 장정들을 모아왔습니다요.”


“따라와라.”


북부인들이란. 크누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장정들을 따라 산을 내려왔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는 절묘하게 깎아지른 듯한 절벽 두 개를 사이에 두고 좁은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이러니 한 번 제대로 숨으면 찾지도 못하겠군.’


크누트가 그렇게 생각하며 농부들을 따라 좁은 길을 한참을 내려가다가 협곡을 벗어나자 그늘이 확 하고 사라지며 햇빛이 비추는 것이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짐승들도 다니는 길이라 조심하셔야 합니다요. 앞사람이 밟은 길만 밟으십쇼.”


농부가 투박한 언어로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산양처럼 바위와 자갈밖에 없는 절벽을 뛰어내리듯 내려갔고, 다른 남자들도 겁을 상실했는지 그 뒤를 따랐다.


‘제기랄··· 이것도 운명의 시험인가.’


크누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들을 따라 절벽을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자 드디어 산의 아랫부분이 나왔고, 침엽수림이 그늘을 내주었다.


“거의 다 내려왔습니다. 좀 쉬었다 갈깝쇼?”


농부가 절벽을 내려오느라 지친 기색을 보이고 있던 크누트에게 물었다. 크누트가 말했다.


“해가 지기 전에는 해안가로 가 물건들을 확보해야 하니 휴식은 없다.”


“예. 뭐 안 쉬면 자기만 손해쥬. 곧 힘쓸 일이 생길 텐데.”


“뭐?”


“아닙니다요.”


의미심장한 소리를 하는 농부의 말에 크누트가 되물었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크누트는 의아함을 느끼며 농부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침엽수림을 한참을 걷다가 농부들이 갑자기 깜짝 놀라서 덤불이나 바위 뒤로 숨고 크누트를 끌고 나무 뒤로 숨었다.


“저기 뵈십니까?”


“뭐냐.”


“저기 저 잡놈이 안 보입니까요. 광전사 수련 중이잖여요.”


자세히 보니 마치 석상처럼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알몸에 석회와 피로 문양을 그린 채로 마치 돌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 중인 남자 하나가 보였다. 언뜻 보면 동방의 구도자를 조각한 석상 같은 남자는 미묘하게 복부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광전사라니.”


북부인, 또는 샤머니즘 토속 신앙의 영향이 강력한 곳에서는 자연에 스스로를 맡기고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잊은 채로 영적 순수함과 자연의 강인함을 얻으려는 이들이 많았다.


북부인이고 곰의 힘을 얻어 전사가 되고자 한다면 그것이 베르세르크, 광전사가 되는 것이었고, 자연과의 소통에 초점을 두면 샤먼, 혹은 드루이드라고 했다.


농부가 치가 떨린다는 듯 말했고, 크누트가 나무 뒤에서 나오며 말했다.


“당신이 진짜 할로갈란드의 왕이고 우리를 돕고 싶다면 마을로 통하는 길을 잡고 있는 저 놈부터 잡아주십쇼. 제 친구 그누파도 저 놈 도끼에 그누/ 파가 되었습니다.”


“내가 해결하지.”


“아이고, 시체 하나 치우겠구만.”


농부들은 비록 크누트가 왕을 죽였다고는 하나 애초에 진짜 크누트인지도 모르는 남자를 죽게 내버려두는 것이 영 마음에 쓰이는 듯했다. 농부들이 하나둘 쟁기와 도끼를 들고 크누트의 뒤를 따랐다.


“왜 따라오는 거지?”


“나리께서 죽을 땐 죽더라도 저 놈 송장을 봐야 우리가 안전해지지 않겠소?”


그렇게 말하는 농부들은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이었다. 크누트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 알아서 해라.”


그렇게 말하고 크누트는 광전사를 단번에 죽이기 위해 사각지대로 돌아 천천히 다가갔다.


뽀각


“씨발.”


농부 하나가 머쓱한 표정으로 바싹 마른 나뭇가지를 밟고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크누트와 다른 농부들의 표정이 일그러졌고, 늑대가죽을 뒤집어쓰고 석회를 온몸에 바르고 피로 문신을 해 마치 룬돌 같은 형상의 남자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곰의 언어로 말했다.


“크르르르···”


“뭐라는 거냐.”


마치 바위가 일어서듯 묵직한 동작이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고, 광전사가 오랜 명상에서 깬 것이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굳힌 채로 옆에 있던 도끼를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디? 도망칠까?”


“콰오오오!”


농부들이 거대한 광전사에 압도되어 도망칠지 말지 간을 보는 찰나의 시간에 다시 광전사가 도끼를 들고 크누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힘 하나는 진퉁이군. 이건 어떠냐!”


빠각


크누트는 가볍게 한 발자국 다가가 광전사의 도끼를 든 손 옆구리로 파고들자 도끼날은 목표물을 잃어버리고 자루가 크누트의 어깨를 간신히 건드렸다. 크누트가 그대로 어깨에 얹힌 광전사의 팔을 안는 듯이 잡고 어깨를 뽑아버리자 탈골된 광전사가 비명을 지르며 손톱이 난 손으로 눈을 찌르려 했다.


“크아아아악!”


“인간이라면 도구를 써라. 짐승의 힘을 빌려서 어디에 쓰는 거냐.”


뽀각 우드득 퍽!


크누트가 건틀렛으로 손을 잡아서 약간 비틀자 광전사가 마치 싸움에서 패배한 늑대처럼 낑낑댔고, 크누트가 무장해제가 된 그의 관자놀이를 우람한 건틀렛으로 후려쳐 쓰러뜨리고는 말했다.


“끄으흐, 끼으윽···”


“말은 알아듣는 건가?”


광전사는 말없이 끄덕였다. 크누트가 어처구니가 없어 말했다.


“말을 할 줄 알면 해라. 나는 할로갈란드의 크누트다. 날 따르면 영광스러운 전장에서 오딘을 만나게 해 주마. 물론 따르지 않는다면 넌 내게 죽을 거다.”


크누트의 말에 전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굴리더니 오랫동안 목을 쓰지 않은 듯, 덩치에 맞지 않는 작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전, 광전사, 비요른. 크누트님을, 따르겠습니다. 약속은, 지키십쇼. 그리고, 곰의, 힘을, 얻기, 위해선, 말을, 아껴야, 하니, 앞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화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라. 어깨를 다시 붙여주지.”


우드득


“크아아아아악!”


푸드덕, 사사삭


비요른은 어깨를 다시 맞추어 주는 크누트의 손길에 곰 같은 포효를 했고, 그 포효에 놀란 작은 짐승들이 덤불과 나무에서 굴러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자.”


“예? 예!”


농부들은 어쩌면, 아주 희박하지만, 할로갈란드의 크누트라는 남자가 정말로 신들의 안내로 자기들에게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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