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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잘김하성 님의 서재입니다.

문과국 VS 이과국 - 다시, 통일되는 날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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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잘김하성
작품등록일 :
2023.02.11 00:29
최근연재일 :
2023.02.24 19: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38
추천수 :
25
글자수 :
74,347

작성
23.0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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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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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8화. 눈 앞의 신기루가 사라지고

DUMMY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고, 이영주는 여기에 있단 얘기지.”


황일섭과 그의 수하들, 그리고 장군들은 맨 바닥에 허접한 지도를 놓고 모여있었다

.

“8만 명이 대규모로 도하하여 영어시 북쪽 지역로 가면 도하하는 동안 적에게 너무 시간을 많이 줄 것이고, 그렇다고 동쪽으로 가자니 한참 산을 타야 하고. 방법은 하나뿐이네. 사막으로 이렇게 돌아가는 것.”2


황일섭이 한마디 툭 던지자 모두들 허수아비마냥 우두커니 있었다. 그의 말은 현재 문과국에서는 절대적인 진리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장군 중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승상. 외람되오나 한 말씀 올리겠사옵니다. 사막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옵니다. 사막으로 자칫 잘못 들어갔다가 길을 헤메기라도 하면...”

“뭐야. 넌. 니가 그렇게 잘났어?”

“...”

“저 버릇없는 놈. 멍청한 놈. 우리에게 향도가 있지 않느냐. 말해봐라. 너는 이 길을 알고 있지?”


향도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예. 승상. 저는 수십 년간 사막을 횡단해서 길을 잘 아옵니다.”

“하지만 승상. 이 길로 가면 병사들이 힘들어할 수도..”

“네 이놈. 누가 네놈보고 입을 열라고 했어! 어!”


황일섭이 소리를 지르자 다른 황일섭을 추종하는 부하들이 이견을 제시한 장군 한 명을 알아서 끌고 나가게 시켰다.


“병사들이 힘들어하면 전쟁 아예 하지 말아야겠네? 고얀 놈. 저놈은 내가 돌아오면 즉시 파직이다!”

“승상. 고정하시옵소서. 저자가 머리가 돌았나 봅니다.”


병부상서부터 시작해서 수십 명의 부하들은 황일섭의 기분을 풀어주기에 급급했다.


“당장 사막을 횡단하여 이영주를 옆에서 공격한다!”



“어우. 모래, 모래, 모래, 끝도 없는 모래구나. 덥기는 참 겁나게 덥고...”


황일섭의 푸념과 함께 태양의 열기가 8만명의 문과국 병사들에게 작열했다. 벌써부터 헉헉대고 땀을 비처럼 쏟아지는 병사들이 태반이었다. 정규 군인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으나, 애초부터 몸도 허약하고 훈련 또한 받지 않은 징집된 병사들은 더욱 힘들어했다. 가끔씩 날리는 모래폭풍은 그들의 진격 속도를 늦췄고, 땅에서 일렁이는 아지랑이는 그들의 정신을 흐리는 듯 하였다.


“이봐라 향도. 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이놈의 모래들은 진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저기 저 멀리 있는 언덕 몇 개가 보이십니까? 몇 개만 넘으면 기하성이 눈에 보입니다.”

“그래?”

“예 승상. 제가 이 사막 횡단을 수십 년간 한지라 이쪽 지리는 훤히 꿰뚫고 있습니다.”

“그래... 알겠다.”


향도의 말에 문과군 대병력은 터벅터벅, 모래와 열기와 싸우며,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였을까.


“물이다! 물! 물! 물이다!”


한 병사가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소리를 질렀다. 이내 다른 병사들도 같이 맞장구치자, 목말랐던 병사들은 우루루 달려갔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또 헛 것을 본거냐...”


물을 간절히도 찾던 병사들이 좌절하기 무섭게, 다른 쪽에서 또다시 희망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것 좀 봐! 저기에 물이 있어! 드디어 우린 살았어!”


다시 한번 병사들이 흥분했다. 한 방울의 물이라도 마시고 싶었던 병사들은 대오를 이탈하고 물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또다시, 오아시스는 그 곳에 없었다.


‘한심한 문과 놈들. 신기루도 모르다니. 이곳에 물은 없다. 멍청하게도.’


향도는 속으로 웃었다.



“정찰대의 보고에 의하면 문과군이 기하성 반대 편으로 사막 깊숙이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영재의 말에 이영주는 다 예상했다는 듯 풋 하고 있었다.


“근데 진짜로 침투한 공주님 시종 말을 곧이듣는게 신기합니다. 어떻게...”

“내가 뭐라고 했느냐. 황일섭은 멍청한 자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적당히 꾸며내기만 하면 믿을 자라고. 어느 방향으로 간다고 했지?”

“이쪽입니다.”


장영재가 손가락으로 지역을 가르켰다.


“저기는 <죽음의 지대>로 불리는 곳 아니냐. 저기로 기어이 기어간단 말이지? 한심하군.”


특정 인원 빼고 출입을 금지시킨 텐트 안에서는 화학과 생명과학을 배운 병사들이 이것 저것 액체를 섞었다. 어떤 병사는 안경을 쓰고 스포이드로 액체를 떨어트렸고, 어떤 병사는 마구 액체를 휘저었다.


“공주님. 오셨습니까.”


이영주가 들어오자 모든 병사들이 잠시 작업을 중단하고 이영주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 신경 쓸 거 없다. 그 독약은 만들었나?”

“예. 지금 벌써 몇 병 만들었습니다..”


그 병사들 중 대표가 이영주에게 말했다.


“적의 위치가 포착되었다. 이 약을 쓸 데가 됐어. 약효는 괜찮겠지?”

“예. 공주님. 약효가 아주 <죽여줄> 겁니다.”

“좋아. 이경수를 이 텐트에 부르고, 다른 장군들도 모두 소집시켜라.”


시종이 이경수를 불러오자 그는 한달음에 공주가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침투조에게 이 약을 나눠줘라. 그리고 문과 놈들이 올법한 곳에 물이란 물에 이 약을 다 뿌려라.”


텐트에 나서자, 모든 휘하 장군들이 이영주에게 모였다.


“모두, 사막 중심으로 이동한다!”



“서둘러라! 하루 속히 저 언덕을 넘어야 한다!”


수많은 문과군 장수들이 병사들을 독려하였다. 하지만 이미 병사들은 오랫동안 물을 마시지 못한 탓에, 그리고 오랫동안 열기에 노출된 탓에 가벼운 언덕 하나 제대로 넘지 못했다.


“조금만 더 가면 기하성이 눈앞에 있다! 그러면 너희들이 마실 물은 실컷 있을 것이다!”


장수들은 뒤쳐진 병사들을 채찍질까지 해가며 언덕을 넘게 하였지만, 발이 풀려 넘어지는 자, 언덕 위에서 고꾸라지는 자, 갈 힘이 없어서 주저앉은 자, 그냥 멍하게 쳐다만 보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환영 인사라도 하듯 무언가가 닥쳐왔으니..


“아니! 저게 뭐야!”


갑자기 하늘이 새까많게 흐려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대한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모래폭풍. 엄청난 속도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을 뒤덮었고, 눈에 모래가 들어가 고통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강력한 폭풍 탓에 그들은 몇 시간 동안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래폭풍이 지나간 후 그들은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음을 느꼈다.


“향도가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한 장수의 보고에 황일섭은 당황하였다.


“그럴 리가 없다. 다시 찾아보아라. 모래 폭풍 속에 어디 묻혀있고 그런건 아니겠지.”

“저희도 지금 찾고 있사오나...”

“서둘러 찾아라! 시간이 없다!”


하지만 행군하는 무리 중에 향도가 어딘가 있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런! 내가 속았다! 적의 간자였다!’


황일섭은 순간 생각이 이에 미치자 한참동안 분노하다가, 이내 어찌할 줄을 몰라하였다. 향도가 간자였다면, 지금 여기는 어디인지, 어떻게 가야 이영주를 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것뿐만 아니었다.


“승상. 탈수 증상을 호소하는 병사가 매우 많사옵니다. 심지어 말까지 지쳐 쓰러질 지경입니다.”

“뭐라고?”

“외람된 말씀이오나, 아무래도 우리가 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것 같사옵니다. 여기 있으면 다들 목말라 죽게 될 겁니다.”

“이런 빌어먹을! 이영주에게 놀아났던 것이구나!”


황일섭이 발바닥으로 수레 바닥을 뻥하고 찼다.


“승상. 지금 당장 퇴각해야 할 듯 싶습니다. 일단은 되돌아간 후 병력을 다시 추슬러 영어 시 쪽으로 출병하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


병부상서가 걱정되듯 간했다.


“젠장. 돌아가면 또 문제가 생길텐데. 계속 나아갈 수는 없나?”

“승상. 지금 많은 병력들이 언덕 하나 오르내리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이과 놈들에게 발견이라도 된다면 우리 군은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도총관도 병부상서 말에 동조했다.


“젠장. 병력을 돌려라. 왔던 길로 다시 간다.”



하지만 <왔던 길>이 어디있는 지 문과군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있는 것은 고작해야 태양의 방향을 알려주는, 대체 어디서 주워 왔는지도 알 수 없는 나무 막대기와 대강 그려진 지도 뿐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감과 기억에 의존하여 되돌아갔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들이 왔던 방향이 아닌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기억하고 있던 언덕은 자고 일어난 사이에 위치가 바뀌었고, 태양의 위치로 대강 판단한 그곳에는 몇십 미터나 되는 절벽이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던 병사들이 하나하나 풀썩, 하고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탈수 증세와 열사병 증세를 호소하지 않는 병사가 없었다. 말조차도 목이 말라 헥헥 거리다가 더는 나아갈 힘이 없어 픽 쓰러질 지경이었으며, 오줌을 받아 마시고 싶어도 그 오줌조차 나오지 않았다.


“승상! 셀 수도 없는 병사들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물을 나흘이나 못 마신 데다가 끝없는 열기에 병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젠장! 병사들을 다그쳐서 빨리 가라고 해!”

“병사들이 말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미 거의 대부분은 탈진한 지 오래입니다!”

“이런 빌어먹을! 제기랄! 서둘러라! 사막에 오래 있어서는 안 된다! 속히 빠져 나가야해!”


장수의 보고에 황일섭은 그저 빨리 사막을 빠져나가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물이다! 물이 나타났다! 이번엔 진짜 물! 이쪽에 물이 많이 있다!”


두셋이 그렇게 외치자 다 죽어갔던 병사들이 마지막 힘을 내어 우루루 물이 있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곳에는 진짜 물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물이다! 물이다!”


매우 오랜 시간 동안 물이 없어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그들이었다. 물이 진짜 있다는 소식에 병사들은 너도나도 상관없이 물로 달려갔다. 수많은 인파가 물가를 향해 달려가니 개중에는 다른 병사들에게 밀치고 쓰러지고 밟혀서 압사자도 생길 지경이었다.


“이놈들아! 대오를 지켜! 대오를 지켜! 감히 누가 대오를 빠져나가려 하느냐!”


병사들을 다그치던 장수도 그 말이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살고 싶은데, 물 한 모금만 마시면 살 수 있는데 누가 과연 그깟 대오를 지키려고 할까. 그 말을 한 장수부터 목이 타들어갈 정도의 갈증을 느꼈다. 결국 그는 그가 말한 <대오>도 무시하고 물을 마시러 뛰어들어갔다.


“비켜. 나도 물 좀 마시게.”

“뭐야? 순서를 지켜!”

“니만 물 쳐먹냐고!”


사람들의 등에 막혀 물을 마시지 못하던 병사들은 다른 병사를 밀고 때렸다. 물을 아직 못 마신 병사들과 이미 마셨지만 또 마시고 싶은 병사들 간의 싸움은 이내 어떤 장수들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들은 살기 위해 게걸스럽게 물을 입에 갔다 대고 마셨다.


그리고 이과군의 정찰대는 그 장면을 놓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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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2화. 공맹의 도는 쓰러지지 않으리 23.02.22 9 1 15쪽
12 제11화. 지행합일, 반정의 시작 +2 23.02.21 11 1 10쪽
11 제10화. 새로운 파도가 닥치리라. +2 23.02.20 13 1 13쪽
10 제9화. 이미 정해져 있었던 승부 23.02.19 15 1 11쪽
» 제8화. 눈 앞의 신기루가 사라지고 +4 23.02.18 24 1 11쪽
8 제7화. 문이과간 대전쟁, 일촉즉발 +1 23.02.17 16 1 12쪽
7 제6화. 울린다. 파멸의 북소리가 23.02.16 17 1 10쪽
6 제5화. 전운은 이과국과 문과국을 감싸고 +2 23.02.15 16 1 10쪽
5 제4화. 진정한 통합이란 +2 23.02.14 16 1 10쪽
4 제3화. 통합을 위한 전쟁 +1 23.02.13 20 1 11쪽
3 제2화. 음모 +2 23.02.12 22 3 13쪽
2 제1화. 문과국과 이과국, 치열한 전쟁의 서막 +2 23.02.11 56 3 11쪽
1 프롤로그. 나뉘어진 제국 +3 23.02.11 77 5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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