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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기분나쁘니까 좀 떨어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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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2.09.08 21:58
최근연재일 :
2022.09.12 21:54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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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380

작성
22.09.1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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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장-이 호로새끼가

DUMMY

"아니아니 원래 이럴땐 다들 보통 악수하지 않아?"

"그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그러지 말고 좀 가까이 와주라, 어차피 곧 결ㅎ...."

"꼴에 놀고들 있네."


저수리는 한참 콩트를 찍고있던 사명과 화연을 향해 톡 쏘아붙이듯 말했다.


"아. 그쪽은, 저수리라고 하셨나요?"


자신을 바라보는 끈적한 눈빛을 애써 무시한 그는 인간 도사 저수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차피 말해봐야 욕부터 들어올 것 같긴 한데, 일단 인사는 하는게 도리.


비록 스승님께서 몇백년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에 똥칠을 한 작자라 해도 말이다.


"소대장이라는 놈이 프로필도 안 읽어봤나보지?"


역시나라면 역시나일지, 저수리는 쏘아붙이듯 말하고는 어깨빵을 쳤다.


"난 너희같은 요괴들이랑 같은 부대에 있을 생각은 죽어도 없으니까 나한테 명령할 생각은 하지마."


그 말을 끝으로 저수리는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차피 대장질은 해본 적이 없어서 못해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들을 가치 대꾸할 가치마저 없다는 듯한 태도.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해줬다.


스승님께서 걸어놓으신 주술에 대해서.


내 기억이 맞다면 예전 거처에는 허가받지 않은 영적인 존재가 발을 들이면 함정이 발동하도록 주술이 걸려있었다.


여러 정적을 문전박대하기 위해 설치한 결계인데, 그게 이 건물에도 적용되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악!!"


쾅!!


이제는 안다.


전에는 불벼락이더니, 이번에는 진짜 벼락이네?


'스승님 몸상태가 정상은 아닌것 같네.'


전에 비하면 결계 범위도 손바닥만한데, 위력도 손톱만하다.


정통으로 맞았는데 그흘린 자국만 남았다.


저수리도 의외라는 듯 제 몸을 이리 저리 훑어봤다.


역시 연기만 날 뿐이었다.


일반인이나 약한 영능력자 기준으론 충분히 강하지만, 강한 영능력자에겐 소용없는 그저그런 수준.


"누가 도겁이라도 한게야? 웬 그흘린 자국이냐. 아니면 또 누가 지랄이라도 한 게야?"


그 잠깐 사이 기다리지를 못하고 함부로 발을 들인거냐며, 책망하는 투로 말했다.


"스승님께선 기침하셨나요? 사형?"

"사제, 스승님을 뵐 때는 뒤로 미루야겠구나."

"예?"


스승님 뵙는다면서요?


"차에 타거라, 훈령은 받아야지?"


*****


[유진.]

[도깨비족 출신. 차기 수장 후보.]

[연령 불명. 정황상 최소 100년은 확실한 것으로 추정.]

[키 185cm에 몸무게 37kg.]

[능력 자체가 환상이라 실질적인 전투 능력은 없으나 능력을 이용한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통해 강력한 서포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

[특징: 생각없음.]


사명은 뒷자리 중앙에서 태블릿으로 유진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히 내용 숙지가 안 되기 때문.


그는 심드렁한 얼굴로 태블릿PC를 만지작거렸다.


처음에는 이 얇은 판 속에 이렇게 많은 정보가 담길 수 있다는게 신기해서 화면을 껐다 켰다 반복하기도 했지만, 보다보니 별 감흥이 안 느껴진다.


'옛날에 독립운동 하던 인간들이 봤으면 어떤 말을 했을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던 이들을 떠올리게 할 뿐이었다.


처음 전등을 봤을 때의 경악은 느껴지지 않고 시시했다. 나와는 너무 먼 물건같아서.


"도깨비족의 유진은 공항에서 실종됐다."


역시 문방사우가 최고라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고개를 차 앞좌석으로 빼꼼 내밀어 뭔가 물으려 했다. 그렇지만 옆자리가 더 빨랐다.


"....누구에게 공격이라도 당했단 말입니까."


저수리가 내밀어지던 사명의 머리를 어깨로 치고 장승에게 다가갔다.


악귀같이 흉악해진 얼굴을 백미러로 본 장승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무엇을 염려하고 있는지, 무엇때문에 성을 내려하고있는지 대강 예상이 갔다.


"자네 종족이 피해를 입을만한 큰 사건은 없었으니 너무 염려치 말게나."

"...."


앞으로 1년은 함께 움직여야 할 도깨비가 다쳤을지 모른다는 사실보단 그 과정에서 다쳤을지 모르는 인간을 걱정하는 것.


감히 인간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사실에 대해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 싶을 것이다.


그녀는 백 명의 요괴의 목숨보다, 단 한 명의 인간을 구하길 택할 것이며 팀 전체보다 민간인을 우선할 것이다.


'홍길동 그놈과 판박이군.'


피는 못 속인다고, 정수리인가 정수기인가하는 이 어린 도사는 그 악당과 아주 똑닮았다.


"참게나. 참을 줄 모르고 되는대로 내뱉고 찡그려서 되는 간단한 일따위 세상에 없으니까."


저수리의 증오에는 그 속을 채우는 살도, 뼈도, 피도 없다.


그저 증오라는 이름의 껍데기만 있을 뿐, 그 속에 들어있는 증오의 이유는 없다.


그저 저수리의 오빠 홍길동이 주입한 거짓된 사명과 거짓된 증오만 있을 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하늘과의 전쟁을 아무리 좋게 끝낸다 해도 이후 세계는 온전치 못하겠지.'


장막 너머를 관측하시는 내 스승께선, 이 작은 소대에서 또 무엇을 보려 하시는걸까.


그 끔찍한 길을 안배하셨으면서, 이번엔 또 어떤 시련을 준비하셨을런지.


*****


늙은 여우는 자아냈다.


머나먼 과거의 일을.


[스승님! 여기보세요! 하늘이에요!]


새하얀 소년이 푸르른 들판을 거닐고 있었다.


처음 보는 하늘, 처음 보는 구름이 너무나 새롭고 신기하기에 미소짓고있다.


[그래, 푸른 하늘이구나.]


곰방대를 입에 문 남자도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생 처음보는 하늘을 보며 미소짓는 아이가, 마치 누군가를닮은 것같아.


[저게 파란색이죠?]

[그렇단다. 어떠냐, 처음 본 세상의 모습은....]

[정말 예쁘고, 아름다워요. 스승님!]

[그렇다면 되었다.]


남자는 자신의 품에 폭 안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그 아이도, 자신도 그때와 달라져 이젠 다시는 볼 수 없는 애틋한 순간.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일말의 그리움일까.


꼭, 손을 뻗어 잡아보고 싶은 마음은.


"주인놈아? 야, 한판 뜨자고?"


본의아니게 머리를 쓰다듬어진 소녀는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탐'이냐?"

"네. 주인놈아. 애기들 다 출발했다네."


지혜롭고 강인하다 알려진 '늙은 여우'에게 '탐'이라 불린 여자.


동면에 들지 않은 '오독권'의 일각.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육갑을 떠시네요, '스승님'? 엿같아용."


그것도 사명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해서.


늙은 여우는 미간을 양껏 찡그리더니 뜨겁게 달아오른 곰방대로 머리를 내리쳤다.


"생각해보면 둘째녀석 입이 험해진 것도 다 네탓이 아니냐."


첫째는 날 닮아서 정중하고 절도있는데, 유독 너와 가까이 한 둘째만 입담이 그리 거칠지 않으냐.


"아 뭐만 하면 내탓이래. 첫째도 성격 엿같거든."

"되었다. 탐이 넌 가서 동맹에 톡을 좀 돌리거라. 내 '일족 마지막 유산'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이다."

"지난번에 간부끼리 단톡방 개설했는데 거기 올려?"

"갠톡으로 때리거라."

"네, 네. 알았어. 주인놈아."


탐은 스마트폰을 꺼내 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늙은 여우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듯 하더니, 이내 다시 바닥에 몸을 뉘였다.


"그리도 애타게 찾았건만....이제서야 모이는구나."


운명인지 필연인지, 세계 각지로 흩어진 천호의 옥은 다시 이곳 한반도로 모이기 시작할거다.


옛 여우들이 남긴 의지에 따라 상고시대부터 온갖 신수와 요괴들이 득실대던 이 땅에 천호의 옥이 들어온 순간.


천호의 옥은 천지의 기운을 흡수해 그 힘을 키워나갈거다.


영성을 잃고 영락한 여우일족 최후의 유산은 이 땅이 내뿜는 특유의 기운을 듬뿍 머금고, 다시금 이 땅 위에 '완성'되리라.


적어도 그가 '본' 광경은 그러했다.


'그 아이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근데 주인놈아. 인간 애기가 다른 애기들 성향이랑 너무 차이나는거 아니야? 너라면 분명 이런 미래도 '관측'할 수 있었을텐데."


늙은 여우의 가장 탐욕스러운 충신이 물었다.


어째서 가장 고된 길을 걷게끔 조율하셨죠?


인간의 아이로 하여금 분란과 불화를 심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녕 당신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가장 탐욕스러운 충신의 의문은 합당한 것이었고, 지혜롭고 강인한, 늙은 여우가 예언했다.


만일 저 아이들이 이 시련조차 이겨내지 못한다면.


인간성에 의해 끝내 파멸하리라.


"....거타지, 강림, 오공....이토록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끊을 수 없던 멍에를, 그 아기들이 끊을 수 있단 말입니까?"


관측한 최적의 미래를 실현시켜도 부족할 판에 위험부담이 가장 큰 길을 택하시다니요.


그것도 제 몸을 해치면서까지.


차라리 모든 일이 재정립 될 순간 저희 오독권에게 일을 맡겨주십시요.


이 오독의 '탐'이 그 누구보다도 탐욕스럽게 당신의 이상을 그러모아, 당신의 품에!


가장 탐욕스러운 충신의 간언에, 지혜롭고 강인한 늙은 여우는 답했다.


껍데기만 존재하는 증오조차 어찌하지 못한다면 어찌 대업을 완수하겠는가.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이들이 하나되어 싸울 그 순간을 뒤에서 지켜보며, 돕는 것 뿐이다.


*****


"전 이 요괴놈들과 함께 움직일 수 없습니다."


차에 탄 저수리는 당당하게 말했다.


"넌 또 그말인게야? 아니 또 뭐가 고까워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희같은 도사가 어떻게 요괴와 상생한단 말입니까?"


장승은 스승에게 저 둘이 쌈박질한 정황을 전하는 걸 잊어버렸단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는지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저수리는 제 옆에 앉아있는 사명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외쳤다.


"애초에 요괴같은 악을 어떻게 제 상전으로 두란 말입....!"

"....것 참 같잖아서...."

"읍....!"


순간 고통에 찬 신음이 흘렀다.


입술이 떨어질 듯한 통증에 옆을 바라보니, 가장 어린 용이 죽은 눈을 하고서 바라보고 있었다.


"조용히 하세요. 조용히 하세요, 더는 못 들어주겠으니까."


입만 열면 똥이 줄줄 새어나오는 저 더러운 호로새끼, 그냥은 못 봐주겠다.


그래서 그대로 입술을 얼려버렸다.


"지랄도 적당히해야지. 이 호로새끼가."


이제야 속이 좀 풀리네.




댓글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입담이 매우 거친 캐릭터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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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장-뭔 돼지 멱따는 소리야? 22.09.12 7 0 12쪽
» 3장-이 호로새끼가 22.09.12 11 0 10쪽
3 2장-집행하는 자 장승 22.09.09 9 0 10쪽
2 1장-야 이 미친 종자들아! 22.09.08 8 0 13쪽
1 프롤로그 22.09.08 23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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