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기분나쁘니까 좀 떨어져주세요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2.09.08 21:58
최근연재일 :
2022.09.12 21:54
연재수 :
5 회
조회수 :
58
추천수 :
0
글자수 :
21,380

작성
22.09.09 00:02
조회
9
추천
0
글자
10쪽

2장-집행하는 자 장승

DUMMY

500년 전 요괴들이 대거 증발하고 유폐당한 대재앙의 날 이후 세워진 장승 사형은 이례적인 속도로 지역 수호신의 자리에 오른 장승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넌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150살...."


수호신의 지위에 오르지 못한 다른 영물들의 시기를 한 몸에 받을만큼 유능하고, 장승답지 않은 유연한 판단력이 뒷받침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500살이다. 어디 새파랗게 어린것들이...."



사형은 공명정대하고 차별없는....



"요즘 애들은 이래서 문제야."


....


아무튼, 장승 사형이 시커먼 무언가를 꺼내 꾹 누르자 옆에 있던 자동차가 눈에서 빛을 내며 번쩍했다.


"?!"


사명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장승은 그런 사명을 보며 슬며시 웃음을 지어보였다.


"타거라. 스승님 뵈러 가야지."


*****


장승은 네비게이션이 말 할 때마다 움찔거리며 놀라는 사명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해서, 너는 저 둘을 말리려고 난입했다 쳐도 너희는 왜 싸운게야?"


신호에 맞게 차를 멈춰세운 장승이 물었다.


"도사 저수리. 불가사리 화연....아, 본명은 반금련이던가? 아무튼, 원인을 알아야 판결을 판결을 내리던가 할 것 아니냐?"


뒷좌석에서 어깨를 맞댄 채 서로를 밀어내고 있던 요괴와 도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떨어지며 말했다.


"이 미친 것이 다짜고짜 요괴와 인간이 어떻게 상생하냐면서 덤벼들었어요."

"수호신이시라면 알고 계시겠죠. 요괴가 얼마나 사악한 존재인지. 그런데 저희 도사들이 어떻게 이런 것들과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봐봐! 이면서 덤볐다니깐요!"


불가사리 화연은 삿대질로 인간 도사 저수리를 가르키며 언성을 높혔다.


"난 처음부터 말로 해결하려 했는데 이 미친년이 달려들어서 어쩔 수 없이 싸우던 중이었는데, 그때 마침 서방....소대장님이 찾아온 거라고요."

"다 내 잘못이다 이거냐?"

"일일히 따지자면 그렇지. 이 미친 도사년아. 아무리 요괴들이 한 발 양보해줬다 해도 이게 말이나 되냐?! 내가 니네 협회 건물 짓는데 투자한 거 몰라?"


장승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판관 앞에서 대놓고 말싸움을 벌이고, 같은 부대 동료끼리 친해질 생각을 하긴 커녕 서로 흉이나 보고.


우리 귀여운 사제가 이딴 것들을 이끌고 천호의 옥을 찾아야 한단 말인가?


이래서야, 천호의 옥을 찾긴 고사하고 찾기도 전에 자중지란으로 망하는게 눈에 훤히 보였다.


"못난 것들....서로 흉이나 보고. 갈길이 한참 멀었구나!"


옆에서 태블릿PC를 만지작거리던 사명이 순간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크, 크흠....내 이번 일은 늙은 여우께 소상히 고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여라!"

"예...."

"....제가 대체 무얼 잘못했단 말입니까?"

"아니 이놈이 그래도?!"


사명은 태블릿PC로 팀원들의 프로필을 확인하길 그만두고 태블릿PC를 뒤집었다.


이번 일은 사형의 소관이니 옆에서 뭐라 말 하는게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사형의 체면이 망가지는 건 더이상 못 보겠다.


"사형."


왜 같이 육갑을 떨고계세요.


개가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니 사형은 한숨을 푹 내쉬셨다.


"....알았다. 쯧, 마침 다 왔구나."


사형은 쉼호흡 하며 숨을 가다듬으셨다.


"여기가 스승님 집이다. 많이 바뀌었지?"


차에서 내린 나는 제 눈을 믿지 못했다.


오랜만에 본 스승님의 집은 예전같은 기와집이 아니었다.


스승님의 지금 집은 능선을 타고 한양까지 올라오며 본 높은 빌딩만한 건물 사이 솟아있는 작달막한 건물이었는데, 1층은 스터디 카페라 쓰여있었고 2층은 PC방, 3층은 박수무당이라 쓰여있었다.


"....? 여기요?"

"여기."


주차가 잘 됐나 확인하던 장승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 그 대궐같던 기와집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서울 한복판에 그런 대궐같은 기와집이 얼마나 눈에띄냐? 그것도 콘크리트 빌딩 사이에서...."


심정이 조금 복잡했다.


초가집이 다 사라지고, 처음 보는 모양의 건물들이 솟아있는걸 봤을 때도 이렇게 심정이 복잡하지는 않았는데.


70년 사이 대체 무슨 일이....


내가 마음 속 미혹에 혼란스러울 무렵, 장승은 스승님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라며 먼저 위로 올라가셨다.


나와 화연, 저수리만 놓고 말이다.


사명은 잠시 뻘쭘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주먹을 꽉 쥐었다.


아직도 맞은 갈비뼈가 쑤시지만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스승님의 뜻을 이뤄드리려면 넘겨야 한다.'


스승님의 뜻을 이뤄드리고.


내 사형이 더이상 다른 장승들에게 업신여겨지지 않게 해야한다.


내 백부께서 더이상 그 쓰레기통을 지키는 경비견 노릇을 하지 않도록 해방시켜드려야 한다.


마음씨가 곱다고는 말 못 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상대에 한해선 그 누구보다도 헌신적인 사명은 숨을 푹 내쉬었다.


쓸 수 있는 건 쓰고, 못 쓰는 건 버려야지.


"정식으로 인사드리는건 처음이네요. 전 제1 특수선발공작부대의 소대장을 맡게된 백사명이라고 해요."

"나는 화연이라고 해....니다. 합니다."

"잘 부탁드....악!"


나는 그대로 고개숙여 인사하려다 화연이 뻗은 손에 얼굴을 박았다.


쇳덩이에 얼굴을 세게 박은 꼴이라 순간 눈앞에 빛이 아른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는데도 불구하고 들어올린 손과 얼굴이 부딛할 정도로 화연과 내 사이 키차이는 아득했다.


"아야야....팔 다리 길쭉길쭉해서 좋겠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길쭉한 몸으로 둔갑을 했어야 하는건데....


사명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묻힌 채 중얼거렸다.


'또 실수했다.....원래 이럴 땐 악수하지 않아?!'


자신을 바라보는 썩은 동태눈깔같은 죽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자 화연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그럴게 두 사람의 키차이는 못해도 머리 하나 넘게 차이나는 수준.


180을 넘는 화연과 다르게 귀엽다면 귀엽고 아담하다면 아담하다 부를 수 있을만큼 사명의 키는 매우 작았다.


약 145로, 지금 기준으로는 법적 지체장애에 포함될 수준.


왜 키가 145밖에 안 되냐면 200년 전 인간의 키가 대략 그정도 됐기 때문이다.


용을 포함한 대다수의 요괴는 처음 만든 형상대로만 둔갑할 수 있으며, 그 모습은 아무리 날고 기는 신수라 해도 바꿀 수 없다.


때문에 기원을 따지면 1000년 단위로 과거를 거슬러올라가야하는 대요괴들의 키는 기본적으로 100 초반이거나 100도 못 넘는 경우가 많다.


결론만 말하자면 사명이 작은 게 아니라 인간들이 추월한 것.


오로지 전투만을 위해 골격을 180 넘는 장신으로 만든 화연과는 당연히 차이가 나야 정상인 것이다.


기분나쁘니까 좀 떨어지라고 대놓고 말은 못 하겠고, 딱 화연의 키 180에 한두발자국 못 미칠만큼만 뒤로 물러섰다.


사명은 까치발을 들어도 턱에도 못 닿겠다 싶어 화연의 몸을 슥 훑어봤다.


"그리고 말도 편하게 하세요. 익숙하지도 않은 존대 하지 마세요."

"....그래. 미안."


쭈뼛거리며 까치발을 들려다 그만두는 그 모습마저 귀엽게보여, 화연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곧 결혼할 사이니까.'


어차피 '결혼동맹' 차원에서 곧 결혼할 사이니, 말을 놓아도 이상하지 않겠지.


'본모습이 작아도 둔갑한 모습까지 이런 꼬꼬마일줄은 몰랐는데....음....오히려 더....'


츄릅.


화연은 사명은 상상도 못할 폭탄을 던지며 입맛을 다셨다.


*****


"기침(起枕)하셨습니까. 스승님."


장승은 빗장 너머의 스승께 절을 했다.


유리창에 박수무당이라는 글귀를 박아놓은 이곳은 상가 3층.


이곳은 늙은 여우가 취미삼아 운영하는 점집이자, '예지'를 위한 장소.


늙은 여우는 천호의 옥을 찾기 위해 인생의 상당수를 이곳에서 잠을 자며 보낸다.


"스승님을 위해 차를 준...."

"쉿."


늙은 여우는 빗장 너머에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찻잔에 차를 따르는 소리가 쪼르르 울렸다.


넘치기 직전까지 차가 차오른 것을 확인한 늙은 여우는 찻주전자를 가볍게 내려놓았다.


다기기끼리 부딛히는 소리가 달칵 하고 정적만이 무겁게 내려앉은 방을 인상깊게 채웠다.


"그래, 어쩐 일로 무심한 제자 네가 찾아온게야?"

"밖에 소대원들이 집결해있습니다. 그리고....사제가 스승님을 뵈러 왔습니다."


사제라는 말에 빗장 너머의 형상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냐. 헌데 어찌 기가 셋 뿐인고?"

"스승님, 도깨비족의 유진은 지금 입국수속을 밟고 있을겁니다."


전투능력이 없는 유진을 시위하기 위해 오독권 중 둘을 보내셨는데,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혹, 장막 너머를 너무 오랫동안 주시하신 탓에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요.


늙은 여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가만히 차를 한 모금 홀짝였다.


"....생각해보니 보낸 것도 같군. 폐와 염의 자리가 비어있으니."

"조금 야위신 것이 아닌지? 장막 너머를 엿보는데 너무 열중하고 계신 것이 아닌지 이 불초 제자 심히 걱정되옵니다."


스승님께서 이리도 허약해지신 것이 가슴 아픕니다.


장승은 뒷말을 삼키며 스승의 반응을 살폈다.


예지를 위해 소모하느라 불안정해야 할 스승의 기는 그 어느때보다 더 안정적이고 날카로웠다.


"....그래, 셋은 모였다 했지? 이번에 막내의 실력을 좀 봐야겠구나. 도깨비 유진을 내 앞으로 데려오너라. 지휘는 막내가 맡도록 하고."

"예....?"


그 간나새끼들을 우리 귀여운 막내보고 통솔하라고요?


제정신입니까?


"그리고 실력을 보자니, 어인 일로...."

"확인해보니 방금 납치당했구나."


스승은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어마어마한 폭탄을 던졌다.




댓글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기분나쁘니까 좀 떨어져주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4장-뭔 돼지 멱따는 소리야? 22.09.12 7 0 12쪽
4 3장-이 호로새끼가 22.09.12 11 0 10쪽
» 2장-집행하는 자 장승 22.09.09 10 0 10쪽
2 1장-야 이 미친 종자들아! 22.09.08 8 0 13쪽
1 프롤로그 22.09.08 23 0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