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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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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2.12.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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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7

DUMMY

“최후의 만찬인가?”

야심한 시각, 공야평의 침소.

푸짐하게 차려진 주안상을 앞에 두고 공야평을 향해 술을 따르는 사마우의 팔이 부르르 떨려왔다.

“죄송하다는 말 따위, 하지 않겠습니다.”

“하하. 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네.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 아니던가. 물론 내 예상보다 좀 빠르긴 하지만.”

공야평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비웠다.

“자네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대천군의 지시겠지? 자네라면 몇 년 더 지난 후에 내 존재가 잊힐 무렵에 나를 죽이려 했을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똑똑한 친구로군. 아니, 구양위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이겠지. 역시 구양위다워, 하하하.”

공야평이 빈 술잔을 들어 올리자 사마우가 말없이 따라주었다.

“소원이 하나 있네.”

“말씀하십시오.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들어드릴 것입니다.”

“죽기 전에 소공녀를 한 번 만나고 싶네.”

곤혹스런 표정으로 잠시 망설이던 사마우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내 뜻을 곡해한 것 같군. 나는 그저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한 번 보려는 것이었는데. 하긴, 이해하네. 자네 입장에서야 내가 소공녀 앞에서 어떤 돌발 발언을 할 지 모르는 일이겠지. 아마 구양위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이 그것 아니겠나? 소공녀가 진실을 알아버리는 것 말이야. 참 희한한 친구야. 소공녀에 대한 애정만큼은 정말로 진심으로 보이니 말이야. 안 그런가?”

“신임 궁주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미안하군. 내가 괜한 소리를 했어. 자, 이제 지필묵을 준비해 주겠나? 자네가 먹을 좀 갈아주게. 그 정도 소원은 들어줄 수 있겠지?”

“그 말씀은?”

“아무래도 자결이 가장 좋지 않겠나? 그럴 듯한 유서 한 장 남기면 금상첨화겠고 말이야. 하하하.”

잠시 후, 방안에는 술과 음식 냄새 대신 묵향(墨香)만이 가득했다.

“그럼 편히 가시실. 저는 이만.”

“아니야. 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네. 지금부터가 본론이라고.”

“······?”

“자네에게 줄 것이 있다네.”

공야평이 어디론가 걸어가더니 무언가를 꺼내들고 돌아왔다.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단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쌓아 놓은 것을 보니 상당히 귀중한 물건인 듯 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이것이 바로 나의 노림수라네.”

“예?”

“구양위가 그토록 서둘러 나를 죽이려 한 이유가 내 의도를 간파한 것이 아니겠나?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이 틀림없으니 그것을 터뜨릴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아닌가?”

“정말로 노림수가 있었군요.”

“이런, 설마 정말로 내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네들에게 협조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나에게 실망이로군. 내가 인생을 헛살았다는 소리가 되니까 말일세.”

“물론,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공야평이 사마우를 향해 비단보자기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사마우는 찜찜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팔 아파 이 사람아. 저승 가는 노인네 마지막에 고생시킬 셈인가?”

하는 수 없이 비단보자기를 받아든 사마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야평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조아렸다.

“편히 가십시오, 대총사.”

“나중에 보면 술 한 잔 하자고. 물론 그곳에도 술이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하하.”

허탈한 웃음을 뒤로 한 채 사마우는 방을 나섰다.

밖에는 위무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소?”

사마우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나설 일은 없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다행이군.”

위무량도 이번 일은 내키지가 않았다.

공야평을 죽이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 방식이 문제였다.

호통을 치며 끌어내어 목을 베는 것은 편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죽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뭐요?”

위무량이 손에 들고 있는 비단보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왠지 사마우는 제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별 거 아닙니다.”


잠시 후,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사마우는 비단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강렬한 호기심과 왠지 모를 불길함 혹은 찜찜함.

‘도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기에?’

풀어보지는 않았지만 감촉으로 대충은 내용물을 알 수 있었다.

종이뭉치다. 아마도 서류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안에 뭔가 적혀 있을 것이다. 그 적힌 내용이 당연히 궁금했다.

바로 보자기를 풀러 내용물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일단 궁금했다.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대체 무엇이기에 공야평이 자신의 주군을 죽인 철천지원수들에게 협조를 했단 말인가? 그것도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치욕을, 그야말로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런데 그 본능적인 호기심을 억누르는 불길한 예감이 있었다. 절대로 저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도무지 모르겠군. 왜 이런 요상한 생각이 드는 것인지.”

차라리 이 자리에서 그냥 불태워버릴까 하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휴.”

깊은 탄식과 함께 사마우는 계속 고민에 빠졌다. 본인조차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정체모를 이유로 인한 고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일단 해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겠지.”

거의 날을 꼬박 세우고서야 사마우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덜덜.

하지만 보자기를 풀어헤치는 손의 떨림을 막을 수 없었다.

내용물은 역시 예상대로 서류들이다.

“응? 대천군의?”

얼핏 보니, 구양위에 관한 서류들로서 앞장부터 펼쳐 살피니 일종의 인사기록이었다.

구양위가 어린 나이에 단우군의 손을 잡고 이곳에 들어와서부터 반란을 벌이기 직전까지 있었던 모든 행적들을 정말이지 아주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서류들.

“어이가 없군.”

사마우는 밤을 꼴딱 새우며 고민했던 시간들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나름대로 공야평이 심혈을 기울여 구양위에 대한 조사를 해놓은 것 같은데, 그래봤자 설마 사마우 본인 보다 더 자세하게 대해 알고 있겠는가.

“이 양반이 죽기 전에 노망이 들었나? 고작 이런··· 가만?”

짜증까지 치밀어 오르며 서류들을 덮으려던 사마우의 눈에 빨간 줄로 표기된 내용이 눈에 띄었다.

그 순간,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것입니까, 대총사? 당신의 노림수가?’

황급히 빨간 줄로 표시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천무십관에 들기 직전 구양위의 행적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당시 단우군의 무림출행에 따라나섰던 구양위의 행적에 관해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대총사님.”

사마우의 침소 앞, 무슨 일인지 아침나절부터 무사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왔다.

“대총사님?”

하지만 다급한 음성으로 아무리 불러도 안에서 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대총사님!”

다시 한 번 목청껏 불러보았지만 역시 안에서는 응답이 없다.

“이상하군. 분명 여기에 계셔야 하는데.”

무례를 무릅쓰고 무사가 슬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다급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헉!”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무사는 너무 놀라 혼비백산할 지경이었다.

사마우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마치 영혼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눈동자와.

“죄송합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기에.”

무사는 황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슬쩍 사마우의 눈치를 살폈다. 그제야 장내의 광경이 무사의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사마우는 탁자 위에 웬 서류들을 펼쳐 놓은 채 꼿꼿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일에 너무 열중하느라 밖에서 나는 소리를 못 들었거니 하면서 무사가 입을 열었다.

“다급한 보고가 있어서 이렇게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대총사.”

“······.”

“대총사님?”

자신을 보고 있다고 여겼던 사마우의 눈동자.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점이 하나도 없는 멍한 눈빛이 아닌가.

“대총사님!”

“응? 아, 무슨··· 일인가?”

박력 넘치는 무사의 음성이 들리고서야 사마우의 눈동자가 초점을 찾고 있었다.

“전임 대총사 공야평이 방금 전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목을 매달았고 유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자결··· 대총사님?”

“······.”

“듣고 계시는 겁니까?”

“알았다.”

“예?”

“알았다고.”

“대총사님? 지금 전임 대총사···.”

“알았다고 하지 않더냐! 내가 귀머거린 줄 아느냐?”

“······.”

“그깟 요망한 늙은이 하나 죽은 것이 뭐가 대수라고 이 난리야? 썩 꺼져!”

마치 발악하는 듯한 고함소리에 무사는 허겁지겁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휴.”

사마우는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한 동안 멍하니 허공만 응시했다.

“으음. 요망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사마우는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 지탱해 침상으로 걸어갔다.

‘내가 당신 뜻대로 움직일 지는 나조차 아직 모르겠지만.’

사마우는 그대로 침상 위에 몸을 뉘어버렸다.

‘어쨌든 확실히 어마어마한 패였습니다. 당신이 죽음보다 더한 치욕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에게 내밀만한 그런.’

“그나저나, 뭐 이런 개떡 같은 경우가 다 있는지. 크하하.”


* * *


“그냥 조용히 떠나겠다는데 뭘 또 이렇게 나오셨습니까.”

“어찌 배웅을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구양위 답지 않은 부드러운 말투에 추가량은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이른 아침, 공교롭게도 그때 그 장소였다.

예전 단우경이 이곳에 머물다가 떠나던 날, 그녀와 구양위를 배웅하던 바로 그 장소.

배웅 나온 사람들 그때와 같이 추소희, 추가량, 추겸, 갈성, 이렇게 네 명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떠나는 사람이 구양위 한 명 뿐이란 것과, 그때는 배웅하는 다른 세 명의 뒤에서 공손히 시립해 있던 추소희가 이번에는 당당한(?) 표정으로 구양위 곁에 찰싹 붙어있다시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양위가 이곳에 온 지 한 달 조금 안 된 시점이었다.

줄곧 이곳에 머물렀지만 추가량은 구양위의 처소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됐다. 추소희의 침소가 바로 그의 처소였으니까.

“아버님은 이제 그만 들어가 보세요. 저는 이 사람하고 좀 더···.”

추소희가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허어, 이 사람이라?’

구양위에 대한 딸의 호칭에 추가량은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럼 저희는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추국주.”

가볍게 목례를 하고 돌아서며, 자신을 향한 구양위의 말투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추가량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구양위와 단둘이 남자 왠지 추소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불안해? 뭐가?”

“이상해요. 나 바본가 봐요. 앞으로 당신을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하하. 별 이상한 생각을 다 하는구나. 이번에 청성파 장문인 건만 해결되면 바로 부른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는 지금 따라가도 되는데.”

“어흠, 소희야. 큰일을 앞두고 한 달 동안이나 궁을 비운 것도 수하들 보기에 쑥스러운데 여자까지 데려간다는 것은 좀···.”

“그냥 한 번 농담으로 해본 소리에요. 호호호.”

“어허, 어른을 놀리면 못··· 읍.”

장난기 어린 눈빛을 보이던 구양위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미증유의 거력(?)이 그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추소희의 입술.

그것은 구양위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한 바탕 꼴불견(?)을 연출한 후 구양위는 떠나갔다.

그런데 그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추소의의 안색이 왜 이리도 어두운 것일까?

‘정말 이상해요. 왜 이렇게 불안한 거죠? 정말 당신을 앞으로 못 볼 것만 같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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