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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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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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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2.12.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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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4

DUMMY

“번거롭게 오시라 해서 미안하게 됐소. 자, 차 한 잔씩 하시오.”

구양위의 집무실이다.

커다란 탁자에 여섯 개의 찻잔이 있었고 그중 다섯 개의 찻잔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다섯 개의 찻잔은 사대천군과 사마우가 마실 차였고, 김이 나지 않는 냉차는 구양위가 마실 차였다.

구양위는 보리차 마시듯 냉차를 한 입에 다 마셨고 사마우는 반쯤 마신 상태였지만, 사대천군들은 그 누구 하나 차에 손대는 이가 없었다.

“일단 우리를 부른 용건부터 듣고 싶습니다.”

주작천군이 사대천군들의 뜻을 대변하고 있었다.

도발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태도였지만 구양위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사마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작해.”

사마우가 사대천군들 향해 살짝 목례를 취한 후 입을 열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역천살 두휘를 청성파의 장문인으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라면, 얼마 전 대천군께서 새롭게 영입한 회주가 아닌가?”

“그렇습니다.”

“단지 무력만으로 될 일이 아닐 텐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군.”

사마우와의 대화는 주작천군 황서연이 도맡고 있었다.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네 분께서 조금만 도와주신단면 아주 쉽게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사대천군들끼리 서로 묘한 눈빛을 한 번 교환한 후 다시 황서연이 입을 열었다.

“일단 구체적인 계획부터 자세히 듣고 싶군.”

“이번 계획의 시작은 현 청성파 장문인의 죽음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보고 죽여 달라는 소린가?”

황서연의 질문에 사마우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대답했다.

“정말 송구한 말씀이지만, 제 얘기를 끝까지 다 듣고 질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지.”

이번에도 역시 다른 천군들과 눈빛을 교환한 후 살짝 찌푸린 표정으로 대답하는 황서연이었다.

“죽음은 죽음이되 자결입니다. 철저히 자결한 것으로 위장해야 합니다.”

‘자결이라고?’

왠지 이 순간 청룡천군의 인상이 구겨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무림맹에 있는 청성파의 장로 즉, 장문인의 사제는 비보를 접하자마자 청성파로 달려갈 것입니다. 워낙 화급한 일이니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부리나케 달려갈 겁니다. 하지만 도중에 그 자는 죽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위장합니다. 비적 떼에 의해 몰살당한 것으로요. 그러고 나서 역천살 두휘가 역천사귀들과 함께 제 발로 무림맹을 찾아갑니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입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됐어. 더 이상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황서연이 아닌 청룡천군이 사마우의 말을 끊고 있었다.

“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뭔가?”

다른 천군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청룡천군의 표정과 말투가 공격적이었다.

“두 가지입니다. 일단 청성파로 달려가게 될 장로를 척살해주십시오. 그에 따른 관련정보는 제가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비적 때에 당한 것으로 위장하려면 진짜 비적 떼가 필요하겠군.”

“당연합니다.”

“결국, 우리 손에 한낱 비적 떼의 피를 묻히란 소리로군.”

“······.”

“두 번째로 우리가 할 일은?”

“청성파 장문인을··· 자결로 위장해서···.”

쾅!

사마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룡천군의 손바닥이 탁자를 내려쳤다.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청룡천군의 부들부들 떨리는 음성이 정적을 깨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이서 해야 되는 일이겠군. 무려 장로문 중 하나인 청성파 장문인의 처소로 잠입하면서 밖에서 침투한 흔적은 물론이고, 그자의 몸에 코털만한 생채기도 있어서는 안 되겠고. 내부에 그 어떤 격렬한 행동의 흔적도 없어야겠고 말이야.”

“그렇··· 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겠지. 대 청성파의 장문인을 상대로 감히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면서 완벽하게 그자를 제압할 무공 능력을 지닌 자만이 할 수가 있는 일 같은데?”

“······.”

“그래서 누군가? 이번 일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 말이야!”

질문이 아니라 호통이었다.

청룡천군 스스로 언급한 이번 일의 적임자.

아무리 생각해도 천하를 다 뒤져도 오직 두 명 뿐이었다.

살수계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천무회 제 4회주 왕무린, 그리고 청룡천군 본인.

구양위조차 하기 힘들 일이다. 물론, 혼자 가서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는 것이야 최고겠지만.

“그 일을··· 청룡천군께서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쾅.

이번에는 탁자 위에 손바닥 모양의 구멍이 나버리고 말았다. 청룡천군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공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나보고 자객질을 하라는 것이냐?”

청룡천군의 분노에 찬 일갈.

사마우는 죄인인 양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했다.

어디에서나 살수들은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 그 방식 때문에라도 무림에서는 더더욱 천대받는 것이 살수들이었다.

당당한 대결이 아니라, 쥐새끼처럼 몰래 숨어들어가서 암수나 써서 사람을 죽이는 방식을 무인들은 치를 떨 정도로 혐오했다.

그런데 청룡천군에게 그 일을 하라는 것이다.

작금 무림에서 신 취급을 받고 있는 철혈쌍제.

그들조차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청룡천군에게, 지금 당장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면 곧바로 천하제일 고수 칭호를 들을 청룡천군에게 말이다.

“나보고 자객질을 하라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좀 더 커진 청룡천군의 호통.

그의 시선은 사마우가 아닌 구양위에게 쏠려 있었다.

“그렇소. 청룡천군, 그대에게 자객질을 하라는 것이오.”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 조금 돌려 말할 법도 하겠건만 구양위는 거침없었다.

“나는··· 못하겠습니다만.”

청룡천군의 도발적인 답변에 보는 사람들이 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하셔야 하오.”

“못 하겠습니다.”

“하셔야 할 거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니까.”

“······?”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대천군에게 내리는 나의 명령이니까! 나, 대천군 구양위의 명령이니까!”




“당분간 내가 없어도 별 문제될 것이 없겠지?”

침통한 표정으로 사대천군들이 돌아간 후 구양위가 뜬금없는 말을 하고 있었다.

“예? 궁을 비우기라도 하시려고요?”

“뭘 그리 놀라? 아까 얘기 했잖아.”

‘아까?’


- 드디어 궁주님을 뵙기로 하셨나봅니다.

- 아직은.

- 예? 그러면 내일 어쩌시려고요? 들이닥치실 것이 뻔한데.

- 도망가야지.


“맙소사. 농담이 아니었단 말씀입니까?”

“왠지 머리가 무거워. 바깥바람이라도 쐬면 좀 나아지겠지.”

이 순간 사마우의 머리도 무거워지고 있었다.

‘소공녀에 대한 주군의 감정은 대체?’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본인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하기 시작했다.

“일단 천무관에 수련 차 들어가신 것으로 해두겠습니다.”

“알아서 해.”

“아까 하신 말씀대로, 지금 당장은 대천군께서 없으셔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는 곤란합니다.”

“어느 정도 기간이면 되겠나?”

“그게··· 아무래도 한 달 이상은 곤란합니다.”

“알았어. 한 달 내로 돌아오지.”

“그런데···.”

“그리고 자네, 내가 없을 동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사마우가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구양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가로막았다.

“어떤···?”

“공야평, 처리해.”

“······.”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군.”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 충분히 이해해. 비록 생각이 달라 적으로 만났지만 자네가 내심 존경하고 있는 인물이겠지.”

“그런 것을 떠나, 저 역시 언젠가는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 너무 이른 것이 아닌지.”

“맞아. 좀 더 세월이 흐른 후, 사람들의 뇌리에서 어느 정도 잊힐 무렵 제거하는 것이 순리겠지. 아니면 확실히 무림에 진출하고 나서 해도 상관없겠고.”

“잘 아시면서 왜?”

“겁이 나서?”

“예?”

“공야평 덕분에 거사 후에 일처리가 아주 수월해졌지. 공야평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아니, 협조 자체를 한다는 것은 자네도 상상조차 못한 일이겠지?”

“그렇습니다만.”

“이유가 뭘까? 설마 정말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저도 거기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본인의 입으로 대충 그럴 듯한 핑계는 댔습니다만, 뭔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 나의 도움으로 향후 본 궁에 혼란이 많이 사라질 거요. 그 말은 곧, 당신들이 벌인 일에 의구심을 갖고 불평하는 자들의 수가, 당신들에 의해 또다시 무고하게 희생될 자들의 수가 줄어든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뭔가 노림수가 있어. 자네조차 도무지 예측이 안 되는 뭔가가 말이지. 난 그게 겁이 나. 그러니 그 노리는 무엇인가를 터뜨릴 준비나 생각할 틈을 주지 말고 바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마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뜻하지 않게 아주 골치 아픈 일 하나가 생겨버렸군.’

단지 공야평을 죽이는 것이라면 너무나 쉽다. 지금 당장이라도 말 한 마디면 바로 목을 베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구양위가 원하는 것은 그런 죽음이 당연히 아니었다.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겠고.

자연사로 위장하든 사고사로 위장하든, 그 어떤 잡음도 없게끔 처리하라는 소리였다. 청성파의 장문인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데 생각해 두신 행선지는 계신지요?”

“지금쯤이면 회주들도 알고 있겠지? 여기서 벌어진 일에 대해 말이야.”

“예? 아, 그게··· 연락망을 총가동해 통보를 했으니 여기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몇 명을 제외하고는··· 아니, 북해빙궁을 제외하고는 지금쯤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북해빙궁(北海氷宮).

대륙의 북쪽 끝, 추위와 얼음을 관장한다는 천하제일의 신비문파였지만, 무림인들에게는 사실상 실존하지 않는 전설에 불과한 문파이기도 했다.

북해빙궁은 중원에서 일만 리 이상 떨어진 거리에 위치했고, 따뜻한 곳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공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실상 ‘무림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문파였다.

그렇기에, 살수나 산적들처럼 무림인 취급을 못 받는 것도 아니건만, 그곳 궁주를 회주로 영입하는 대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천무신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북해빙궁만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특별한 기술이 있다.

이른바 냉동기술이다.

중원의 그것과는 비할 바 없는 탁월한 냉동기술은 지금껏 천무신궁과 다른 회주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마우의 대답을 들은 후, 구양위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상념에 빠진 모습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던 사마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흠, 저···.”

“말해.”

구양위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저에게 행선지를 알려주시는 것이···.”

“행선지라.”

구양위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뭔가를 회상하는 모습이었다.


- 소원이 있습니다.

- 소원? 일단 말해봐라. 어차피 네가 아가씨를 잘 모신 것에 대해 나중에라도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들어줄 만한 소원이라면 들어줘야겠지.

- 나중에 혹시 저와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단 둘이 만나 뵙고 싶습니다.

- 그렇게 하마.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 더 할 말 있나?

- 아닙니다. 편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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