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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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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879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2.11.25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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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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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9

DUMMY

챙. 챙.

“컥. 네 놈이 감히!”

“앗, 도망간다.”

“게 섰거라!”

챙. 챙.

호북, 형주 인근의 한 야산.

어디서 몰려들었는지 수백의 무림인들이 나타나 한바탕 싸움질을 벌이고 있었다.

한 장의 장보도 때문이었다.

약 사백년 전 천하를 종횡하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종적을 감춘 혈검왕이 모든 것을 남기고 죽어간 장소가 표시됐다고 알려진 장보도 한 장이 나타난 것이다.


- 혈검왕은 활동하던 당시 본신무공의 절반도 채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천하를 종횡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무림을 은퇴하고 이십년간의 은거 생활을 통해 무공의 대성을 이룸은 물론이고 한 가지 경천동지할 절세의 무공을 창안한 후 우화등선하였다.


처음에 이런 소문이 돌때만 해도 사람들은 의례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며칠 후, 누군가의 공식적인 말 한 마디가 무림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 혈검왕의 장보도를 가져온 자에게는 금화 이백 냥을 즉시 지불한 것이다. 가져온 자가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중죄인이나 무림맹으로부터 특급 수배령이 떨어진 자가 아니라면, 그 신분도 철저히 비밀에 붙여줄 것을 약속한다.


금화 이백 냥이면 대략 은자 삼만 냥에 해당하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거금이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저 헛소리려니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천하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 중에 한 명이 내뱉은 말이었다.

신풍검왕 추가량.

표국계의 살아있는 신화이지 천하제일 표국의 국주인 그가 내뱉은 말이 어찌 허언일 리가 없었다.

이때부터 혈검왕이 남겼다는 무공이 문제가 아니라, 돈 때문에라도 더욱 사람들이 장보도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 섰지 못할까!”

“어서 뒤쫓아라.”

누군가 열심히 도망갔고 그 뒤를 쫓느라 한 순간에 벌판은 텅 비어버렸다. 그러나 수십 구의 시체가 남아 짙은 혈향(血香)을 풍기며 조금 전의 참혹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 있는 아름드리나무 속에서 울창한 잎사귀들을 뚫고 누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흑의무복 차림의 건장한 사내, 구양위다.

땅에 내려온 구양위는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그 두 놈들, 왠지 심상치 않아 보였는데?”

마음에 걸리는 인물들이 있었다.

특이한 행색을 한 깡마른 체구의 중년인 두 명.

둘 다 검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봇짐 하나씩을 매고 있었다.

봇짐이 두둑하진 않았다. 얼핏 보기엔 동그란 모양의 편평한 물체가 들어 있는 것 같았는데, 그 크기는 대략 이척(약 60cm) 쯤 되어보였다.

구양위가 나무 위에서 살펴본 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보도를 취하려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모습도 아니었다.

관망.

그저 여유롭게 관망하는 자세였다. 취하려면 언제라도 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나올 수 있는 모습이었다.

구양위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아무래도 찜찜해. 귀찮더라도 오늘은 끝까지 따라가 봐야겠군.”

구양위가 사람들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굳이 경공술을 발휘하지는 않았다. 그다지 급할 것이 없다는 듯 마치 산보를 하듯 유유자적 걸을 뿐이다.

그렇게 약 삼각 정도 걸었을 무렵.

‘뭐야 저건?’

뜻밖의 광경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으윽.”

“어서 서둘러.”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돼.”

“으아! 비켜! 비키라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백 명이 훨씬 넘는 무림인들이 앞 방향에서 쏟아져 나와 구양위를 향해 돌진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목표는 구양위가 아니었다.

도주!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피를 철철 흘리는 자, 그 자를 부축해서 힘겹게 달리는 자,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앞만 보고 무조건 달리는 자.

그리 넓지 않은 산길에서 이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넘어지고 엎어지는 모습도 연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몸을 옆으로 바싹 붙인 채 구양위가 외쳤지만 도망가기에 바쁜 이들에게는 들리지도 않는 듯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냐니까!”

한껏 목청을 높인 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누군가 반쯤 넋이 나간 채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었어. 다 죽었어. 혈마반, 죽음을 부르는 원반. 그 놈들이 나타나다니.”

횡설수설,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내용으로 보였지만 구양위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혈마반? 죽음을 부르는···? 아, 바로 그 놈들이었군. 혈반쌍귀.”


혈반쌍귀(血盤雙鬼).

약 십년 전에 무림에서 자취를 감춘 전대 거마(巨魔)들로서, 이들은 형제다.

이들의 독문병기인 혈마반(血魔盤)은 한 때 죽음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정사(正邪)를 가릴 것 없이 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혈마반은 그 어떤 보검보다도 날카롭고 단단하다고 알려졌다. 웬만한 병장기는 혈마반과 부딪쳤을 때 박살이 났으며, 그 날아가는 속도는 화살보다 빨랐다.

게다가 시전자의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기어검처럼 시전자가 그 방향도 조절이 가능했기 때문에, 천하에 손꼽힐 만한 고수가 아닌 이상 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처럼 가공할 무위를 지닌 혈반쌍귀가 무림에서 모습을 감춘 아니, 감출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마교의 추격 때문이었고, 그렇데 된 이유는 한 마디로 자업자득이었다.

십년 전, 마교의 교주 유후천은 이들을 마교로 영입하려고 했고, 혈반쌍귀는 유후천과의 직접 대면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마교 인근의 한 작은 문파에 하루 묵게 되었다.

그런데 그 문파 수장의 딸을 혈반쌍귀가 강제로 취해 버렸던 것이다.

그 일은 바로 발각이 났고 혈반쌍귀는 그 즉시 문파의 수장은 물론이고 문파 내에 있던 백여 명의 무사들까지 몰살시킨 후 도주를 하고 말았다.

그 후, 마교와 전 마도 무림의 추격을 받으며 쫓겨 다니다가 결국 무림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쇄액.

“아악!”

“크윽!”

마치 뱀이 움직이듯 춤을 추며 혈마반이 날아다녔다.

한 번씩 사람들 속을 헤집고 다닐 때마다 피가 뿌려졌다.

간신히 몸을 굴려 피해도 집요하게 다시 날아와 몸을 양단 냈다. 검을 갖다 대 보아도 검이 박살이 나며 그대로 몸을 베어버렸다.

한 개의 혈마반이 잠시 주춤거리는가 싶으면 또 다른 혈마반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약 이각 정도.

혈검왕의 장보도를 취하기 위해 모인 삼백 여명의 무림인들 중, 이제 이곳에서 살아 숨 쉬는 무림인은 혈반쌍귀 두 명을 제외하면 고작 한 명뿐이었다.

절반은 죽고 절반은 달아난 것이다.

“휴. 간만에 힘 좀 썼더니 개운하군.”

혈마반을 손가락 하나를 사용해 빙글빙글 돌리며 주위를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자는, 혈반쌍귀 중 아우인 혈귀다.

주변은 온통 시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얼추 백오 십구 정도의 시체가 혈반쌍귀를 중심으로 빙 둘러싼 모양새라 마치 담장을 연상케 했다.

“살려주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중앙에는 혈반쌍귀를 제외한 유일한 생존자 한 명이 겁에 질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젊고 예쁘장한 여인.

색을 밝히는 바람에 인생을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들이었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이 와중에도 쓸 만한 여인 하나를 발견하고 살려준 것이었다.

“흐흐. 걱정마라. 죽일 거면 진즉에 죽였지. 네 목숨은 보장하마.”

“정말이신가요? 정말 고맙습니다.”

형인 마귀가 여인을 안심시킨 후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나마 시체들이 좀 덜 쌓인 곳이었는데, 마귀는 그곳에서 시신들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로군.”

“찾았소, 형님?”

마귀가 사각형 모양의 두꺼운 천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리자 혈귀가 쪼르르 달려갔다.

“확실해. 혈검왕의 장보도가 틀림없어.”

천 조각을 살펴보니 혈검왕 나백의 이름이 적혀 있고 어떤 위치를 상세하게 표시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마귀는 장보도를 둘둘 말아 봇짐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 금화 이백 냥이 우리 수중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정도 돈이면 죽을 때까지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살 수가 있지 않겠느냐? 하하하.”

“이제 여기까지 온 두 번째 보람을 맛볼 차례군요.”

“그렇구나. 아우야. 흐흐.”

“이렇게 야외에서 즐기는 그 맛은 일품 아니겠소?”

“게다가 이런 분위기에서는 우리도 처음이 아니냐?”

“흐흐. 듣고 보니 그렇소. 정말 구미가 당기는군.”

“자, 그럼 이제.”

은밀한 대화를 나누던 혈반쌍귀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


“아악!”

“우~.”

“악!”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산속, 그 한 복판에서 연방 야릇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의 헐떡이는 신음, 그리고 여인의 안타까운 비명소리.

발가벗겨진 여인을 바닥에 누인 채 그 위에 올라탄 마귀는 온 힘을 다해 여인의 사타구니 사이를 내려찍고 있었다.

“악!”

고통에 찬 여인의 비명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귀가 느끼는 쾌감은 커져갔고 그럴수록 그의 허리놀림은 더욱 빨라지고 강해져갔다.

“아악!”

급기야 여인의 입에서는 숨이 넘어갈 듯한 처절한 비명성이 울려 퍼졌다.

“아, 정말, 너무 하는군. 그러다 계집 죽겠소. 그냥 대충 끝냅시다!”

2장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중이던 혈귀가 진심으로 짜증 섞인 고함을 내질렀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놈아. 다 끝나간다.”

마귀의 행동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에이, 하여간 욕심은.”

혈귀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확 돌려버렸고 마귀의 허리놀림은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으으.”

“악!”

“으어!”

드디어 마치 발악이라도 하듯 마귀의 허리놀림이 미친 듯이 빨라졌다.

그런데 그 순간.

쇄액!

마귀가 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분출하기 바로 직전, 작은 물체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마귀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마귀는 바로 옆에서 천둥번개가 내려친다고 해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져 있었다.

“으음.”

마귀의 아랫도리에서 뭔가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푹.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들던 물체가 마귀의 뒷덜미를 관통해버렸다.

“컥.”

이 순간 마귀의 목과 아랫도리를 통해 거의 동시에 몸속에 있던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다. 아랫도리에서는 허연색의 액체가, 그리고 목에서는 시뻘건 액체가.

“끼악!”

마귀의 목을 통해 쏟아지는 피 분수.

그것이 자신의 온몸을 피로 적시는 순간 여인의 입에서는 지금까지 내질렀던 것 중에 가장 큰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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