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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68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10.15 18:52
조회
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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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8쪽

47. 운명의 캄에덴(3)

DUMMY

뱀파이어 로드가 오년도 채 되지 않아 또 한번 찬탈전을 치르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이다. 하물며 오늘 벌어질 찬탈전은 아이슬로너의 휴식기간이 한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파문이 더욱 컸다.

캄에덴의 법은 엄중했다. 사소하든, 묵직하든 누구든지간에 이 법을 어긴다면 처벌을 면키 어려웠다.

하지만 단 한명은 예외다. 바로 뱀파이어 로드. 그에겐 처벌을 내릴만한 상급자가 없는 것이다.

“나 참, 뱀파이어 로드의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군.”

아직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다시 열린 찬탈전용 경기장을 둘러보던 스탐이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자신이 나갔어야 했다. 그래야지 지더라도 아이슬로너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에 반박을 했어야 했다. 그 정도로 지금 카이사르의 행동은 무모해 보였다.

카이사르가 아이슬로너를 찬탈전에서 수차례나 좌절시킨 게르모네츠의 유일한 수제자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전성기의 그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슬로너는 지금 배틀 마스터다. 자신도 함락시키지 못한 난공불락의 성이다. 어떻게 하이 배틀러인 그가 이토록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결정을 내렸단 말인가?

물론, 찬탈전에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카스턴. 너는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스탐은 카스턴에게 물었다. 우리란 다름 아닌 뱀파이어들 전체다.

[내가 보기엔 벼락 끝에 몰린 지금에선, 당장이라도 저항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네 녀석의 단순한 복수심 때문에?’

[드래곤은 너희들처럼 원망과 증오심 따위는 없다.]

자신을 조롱하는 스탐에게 일침을 가한 카스턴이, 덧붙여 말했다.

[드래곤들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아스테리온은 무엇을 할지 모르는 놈이다. 레드 드래곤 듀리케르가 호전적이긴 하지만, 놈은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존재지. 인간들의 땅을 포기하라는 소리도 어쩌면, 보다 약화된 상태의 캄에덴을 침공해 멸망시키려는 모종의 계책일지도 몰라.]

‘그런가.’

스탐도 그 정도의 추측은 대충 하고 있었다. 다만, 그가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정말 캄에덴을 멸망시킬 계획이냐는 것이었다.

아마 로드도 인간의 땅을 포기하면 드래곤들과 맞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런 치욕적인 결단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세리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자신조차도 이런 생각 때문에 로드의 결정에 섣불리 반대하지 않았지 않은가.

“아무튼, 이 싸움이 끝나고 생각해봐야겠군.”

그래도 친구였기에, 스탐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경기장 위에 선 카이사르를 응시했다. 물론 그를 제외한 모든 뱀파이어는 결과가 뻔하다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은, 카이사르가 얼마나 아이슬로너에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처음으로 싸우게 되는군. 카이사르.”

“마찬가지입니다.”스탐과의 찬탈전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경기장을 디디던 아이슬로너가 여유만만한 얼굴로 카이사르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의 입가엔 승리자의 미소가 서려 있었다.

“최대한 발악해보도록.”

“뻔한 말이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겁니다.”

카이사르는 경건한 모습으로 아이슬로너의 조소에 맞섰다. 한 치의 긴장감도 없어 보이는 것이 마치 자신과 대등한 상대와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후후후. 마음에 드는군. 그럼 어디 게르모네츠의 후계자의 솜씨를 구경해볼까?”

말을 마친 아이슬로너가 질풍처럼 달려들었다. 카이사르는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양손에 다크 웨폰을 뽑아들어 교차시켰다.

콰쾅!

묵직한 충격에 카이사르가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내 두 검을 고쳐 잡으며 반격에 나섰다. 방금의 일격에 골든 다크 오러까지 실렸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놀랄만한 일이었다.

슈욱 슉 화라라락!

순간적으로 길어난 오른쪽의 검이 아이슬로너의 좌우를 견제하면서 다시 균형이 이루어진 두 자루의 다크 웨폰에서 빗줄기 같은 검격이 퍼부어졌다. 덕분에 그것을 막아내는 아이슬로너의 몸에서 자잘한 생체기가 생겨났다.

“역시 이름값을 하는군.”

뒤로 물러선 아이슬로너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카이사르를 응시했다. 몸놀림이 뛰어난 자신조차도 피해내지 못한 절정의 검술!

과연 카이사르는, 스승인 게르모네츠로부터 모든 것을 전수받았던 것이다.

“크흐흐. 스탐만큼은 아니지만, 참 재미있는 놈이야!”

광소를 터뜨린 아이슬로너가 다시 한번 카이사르에게 다가왔다. 더 이상 방심하지 않겠다는 듯, 그의 기세는 아까와는 사뭇 달랐다.

휘익!

골든 다크 오러를 감은 주먹이 카이사르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간발의 차이로 선제공격을 피해낸 카이사르는 거리를 약간 벌리면서 바로 반격에 나섰다.

무기를 가진 자의 장점은 긴 유효거리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순수한 육체만을 사용하는 뱀파이어가 작정하고 바짝 달라붙으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제법이군!”

좌우로 날아든 다크 웨폰을 받아친 아이슬로너가 또 다시 공격의 주도권을 잡았다.

“크윽.”

카이사르가 옅은 신음성을 내뱉으며 뒤로 빠지기에 바빴다. 예상대로 이 영악한 캄에덴의 군주는 자신과의 거리를 조금도 좁히지 않은 채 바짝 따라오면서 쉴 새 없이 권각을 날리고 있었다.

물론 스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준급의 전투감각을 지니고 있던 카이사르였기에, 제대로 된 유효타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간간히 날리는 그의 다크 웨폰에 아이슬로너의 상처가 누적되어 가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쫓기는 와중에서도 자신을 쫓는 자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하압!”

퍼벅!

그때였다. 약이 올라 앞만 보고 달려오던 아이슬로너에게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그것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회심의 일격이었으니, 큰 피해는 입지 않더라도 카이사르를 쫓던 발이 순간적으로 멈추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지이이잉

거리가 상당히 벌어진 틈을 타 두 자루의 다크 웨폰을 하나로 합쳐 기다란 창의 형태로 만든 카이사르가 그것을 힘껏 내질렀다. 워낙 찰나 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뱀파이어 로드는 피할 수 없었다.

퍼어억!

“우욱!”

풀 다크 오러가 맺힌 다크 웨폰의 날 끝을 정통으로 맞은 아이슬로너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좋았어.’

카이사르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는 정면으로 싸워 뱀파이어 로드와 이길 거라는 생각을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최대한 방심할만한 여지를 만들어 필살의 일격을 먹인 것이다.

암흑격살창!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이 기술은 카이사르가 스승인 게르모네츠의 노하우를 이어받은 뒤 개량, 보완한 비기이다. 그 파괴력이란 자신이 가진 최후의 일격인 기요틴에 버금갈 정도인데, 적중률이 낮다 뿐이지 밀집된 파괴력 자체는 오히려 더욱 강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군.’

카이사르는 멈추지 않았다. 암흑격살창을 정통으로 맞았다고 하더라도 상대는 뱀파이어 로드. 이 기회를 놓치면 승리의 기회는 영영 없었다.

“기요틴!”

순간 창의 형태를 띠고 있던 카이사르의 다크 웨폰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커졌다. 상대의 몸뚱이를 단숨에 일도양단할 정도로 팽창한 거대한 낫의 형태를 지닌 다크 웨폰, 기요틴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아압!”

카이사르가 기합을 지르며 비틀거리고 있던 아이슬로너를 향해 휘둘렀다. 어느새 그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뱀파이어 로드의 왕좌에 앉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눈앞의 이 사내만 쓰러뜨린다면 그것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작렬하기 전, 아이슬로너의 눈을 본 순간 카이사르의 눈빛은 의혹으로 가득 찼다. 아직까지도 자신감이 사라지지 않은 오만한 눈빛. 그것이 말하는 바는 단 한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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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47. 운명의 캄에덴(2) +12 05.10.12 3,513 4 8쪽
183 47. 운명의 캄에덴 +16 05.10.10 3,562 6 8쪽
182 46. 드러나는 음모(4) +11 05.10.07 3,605 3 10쪽
181 46. 드러나는 음모(3) +11 05.10.04 3,657 5 8쪽
180 46. 드러나는 음모(2) +9 05.10.02 3,763 4 6쪽
179 46. 드러나는 음모(1) +13 05.09.26 3,949 4 9쪽
178 45. 찬탈전(5) +14 05.09.21 3,965 5 12쪽
177 45. 찬탈전(4) +8 05.09.21 3,582 4 8쪽
176 45. 찬탈전(3) +9 05.09.19 3,699 4 10쪽
175 45. 찬탈전(2) +10 05.09.17 3,679 4 9쪽
174 45. 찬탈전(1) +10 05.09.13 3,805 5 7쪽
173 44. 캄에덴으로의 귀환(4) +11 05.09.09 3,880 4 9쪽
172 44. 캄에덴으로의 귀환(3) +9 05.09.09 3,702 4 9쪽
171 44. 캄에덴으로의 귀환(2) +8 05.09.09 3,668 4 9쪽
170 44. 캄에덴으로의 귀환(1) +9 05.09.07 3,879 5 8쪽
169 43. 운명, 그리고 만남(5) +11 05.09.07 3,808 5 9쪽
168 43. 운명, 그리고 만남(4) +8 05.09.07 3,715 5 8쪽
167 43. 운명, 그리고 만남(3) +17 05.09.04 3,867 4 8쪽
166 43. 운명, 그리고 만남(2) +20 05.08.31 3,767 4 8쪽
165 43. 운명, 그리고 만남(1) +11 05.08.29 3,820 5 8쪽
164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7) +11 05.08.29 3,469 4 10쪽
163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6) +10 05.08.29 3,420 6 9쪽
162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5) +11 05.08.27 3,443 5 8쪽
161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4) +14 05.08.22 3,550 5 8쪽
160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3) +12 05.08.19 3,539 4 8쪽
159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2) +11 05.08.18 3,605 4 8쪽
158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1) +15 05.08.15 3,765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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