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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66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8.10 15:16
조회
3,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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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41. 빛의숲 대저격전(5)

DUMMY

“어디 한번 맞춰 보실까.”

희미한 미소를 띰과 동시에 수많은 적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카리오스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의 눈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전사의 탑 저격대에 머물러 있는 뱀파이어들을 향했다. 그들은 짧은 조준과 동시에 총을 쏜 뒤 모습을 감추고 있었는데, 카리오스로선 조준을 하는 그 짧은 시간 안에 화살을 쏘아 적의 미간을 꿰뚫어야 했다.

풍향, 시간, 명중…. 그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했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카리오스는 자신이 있었다.

탑에 있는 적은 어디까지나 위치가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끼이이익

목표를 설정한 카리오스가 서서히 활시위를 잡아 당겼다. 거의 10여분 간에 걸친 탐색 끝에 그가 정한 뱀파이어는 상당한 실력의 저격수였다. 장전을 끝마치자마자 쏘는 등의 일정한 저격패턴이 아닌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카리오스에게 읽히고 있었다. 뼛속까지 저격수였던 그는 천부적인 감각만으로 상대가 어떤 타이밍에 고개를 들이밀지 알아챈 것이다.

아무리 최상품의 활이라도 화살은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엘븐 스나이퍼들은 시차를 이용한 선저격. 즉, 적이 얼굴을 내밀기 전에 예측해서 쏘는 것이다.

핑!

모든 여건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 순간, 카리오스의 화살이 오러를 머금고 전사의 탑을 향했다. 한 마리의 새처럼 빠르게 날아간 그 오러 애로우는 뱀파이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빈 저격대를 향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빈 저격대. 그것은 아무리 봐도 허공만 가를 것처럼 보였다.

푹!

“역시.”

두 눈으로 목표물의 이마에 화살이 박힌 것을 확인한 카리오스가 씨익 웃었다. 그의 저격술은 약간의 어긋남조차 없었다.



“헉!”

“마, 마스터!”

전사의 탑 안은 어수선했다. 한 쉐도우 스나이퍼가 적의 화살에 맞아 꼬꾸라진 것이다.

물론 저격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지금, 사상자의 발생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불과 몇 십분도 지나지 않은 지금도 4명의 부상자가 생겨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 이마에 화살이 꽂힌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인물을 보고 있다면 그 어떤 쉐도우 스나이퍼라도 동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맙소사. 놈들이 어떻게 마스터를 저격할 수 있단 말인가.”

한 쉐도우 스나이퍼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지금의 현실을 애써 부정했다.

그랬다. 카리오스가 저격에 성공한 쉐도우 스나이퍼는 바로 마스터인 윈델이었던 것이다.

윈델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신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즉사한 것이다.



탕! 털썩.

[크하하! 그래, 죽이는 거다!]

한 명의 적을 죽일 때마다 데빌 핸드의 웃음소리가 카시안의 아미를 찌푸리게 만들었다.

우습게도, 이 요사스러운 총은 검처럼 직접 찔러서 피를 맛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카시안이 쏘아 죽인 엘프들에게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아마도 놈은 피를 맛본 다기보단, 살인 그 자체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음?”

그때였다. 벌써 두 번째 엘븐 스나이퍼를 죽인 뒤 저격 포인트를 옮기려는 카시안이 탑을 바라보았다.

감각이 예민한 엘프들은 눈으로 보고 있지 않더라도, 자신이 아는 누군가가 죽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때 엘프였던 카시안도 마찬가지였다.

“윈델인가…….”

윈델의 기운이 점점 흩어져 가고 있었다. 그것은 영혼이 육신을 떠나가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쉐도우 스나이퍼 마스터, 윈델은 죽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마스터씩이나 되는 윈델이다. 비록 고정된 탑의 저격대라곤 하나, 뛰어난 재간을 갖춘 그를 단방에 죽일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진 엘븐 스나이퍼는 거의 없었다.

아니,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단 한명뿐이었다.

“카리오스 놈이로군.”

카시안이 이를 갈며 라이플 건을 재장전하기 시작했다.

사실 윈델이 죽든 말든,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해왔던 그로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쉐도우 스나이퍼들의 열세를 의미했다.

절대 질 수는 없었다.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그래서 자신이 증오하는 이들을 웃으면서 스틸레토를 박아 넣어 죽이고 싶었다.

이제 그가 활약할 차례였다.

피피핑! 탕! 타탕!

산발적이지만, 위협적인 화살과 총탄들이 허공을 비산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카시안의 두 눈과 서치 아이는 적당한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엘븐 스나이퍼의 이인자, 카트리엘이군.’

이내 먹잇감을 고른 카시안이 한 마리의 맹수와 같은 눈빛을 한 채 데빌 핸드를 조준했다. 과연 이인자답게 카트리엘은 엘븐 스나이퍼들의 선봉에서 귀신같은 저격과 은폐로 쉐도우 스나이퍼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벌써 한 명이 그에 의해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 실력에 대해선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물론, 카시안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쏘고 나서 사선으로 몸을 빼는 건 여전하군. 네 움직임은 다 알고 있다.’

카시안은 서서히 방아쇠를 향해 검지를 움직였다. 한때 절친하게 지냈던 동료인 만큼 카시안은 그의 장단점을 그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였었다. 하지만 지금의, 하프 뱀파이어 카시안에게 있어서 그는 맛 좋은 사냥감에 지나지 않았다.

탕!

“으윽!”

카트리엘이 신음소리를 터뜨렸다. 인간이라면 듣지 못했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카시안은 생생히 들려왔다.

신음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보아 즉사시킨 건 아니었지만, 그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총탄이 몸 안의 내장을 휘젓고 지나가 엄청난 출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는 이상 엘프의 백마법은 뱀파이어를 제외한 어느 누구라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저격을 우려해 백마법사가 파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 머지않아 카트리엘은 죽을 것이다.

“카…시안…….”

원망 섞인 어조가 카시안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카시안은 냉랭한 얼굴로 카트리엘을 응시했다. 카트리엘도 피가 콸콸 쏟아져 죽어가고 있는 와중에서도 끝까지 카시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잘 가라. 나의 옛 친구여.”

이윽고, 풀밭으로 무너지는 카트리엘을 보며 카시안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한때 피를 나눈 형제와도 다름없었던 인물을 자기 손으로 죽였음에도, 그의 두 눈에서는 한 치의 슬픔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카트리엘!”

카리오스가 두 눈을 부릅뜬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카트리엘의 기운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는 시위를 당긴 화살을 미처 당기지도 않은 채, 카트리엘이 있던 곳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카트리엘을 죽였단 말인가!’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트리엘은 자신 다음으로 뛰어난 엘븐 스나이퍼였다. 결코 어중이떠중이 따위에게 죽을 리는 없을 것이다.

“젠장.”

풀밭 아래로 둥그런 피의 강을 만든 채 죽어 있는 카트리엘을 확인한 카리오스가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카트리엘은 이미 아르티시앙의 품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릅뜬 두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원통했으면…….’

손으로 카트리엘의 얼굴을 쓸어내리며 눈을 감겨준 카리오스가 순간 생각에 잠겼다.

엘프들은 죽음을 삶의 연장선상으로 본다. 즉, 인간들처럼 삶에 그렇게 큰 미련을 두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카트리엘의 시체는 분명히 카리오스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탕!

“크윽.”

깜짝 놀란 카리오스가 총성이 울려온 방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뱀파이어 저격수 하나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백은색의 머리칼에 긴 귀, 그리고 어떠한 감정조차 실리지 않은 냉막한 얼굴. 하지만 카리오스는 그 얼굴이 유난히 낯익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낯익은 정도가 아니군.’

“카시안, 이놈!”

그제서야 카트리엘을 죽인 장본인이 누군지를 깨달은 카리오스가 분노에 충만한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그의 두 눈에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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