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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6,065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08.18 13:35
조회
3,604
추천
4
글자
8쪽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2)

DUMMY

“카리오스…….”

카시안에게 죽으려고 했던 에레인은 갑작스러운 카리오스의 구원에 잠시 갈팡질팡했지만 결국 그를 따랐다. 자신이 여기서 계속 있다간 둘 간에 사단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둘 다 숨통을 끊어주지.”

그렇게 중얼거린 카시안이 살기에 절은 눈빛으로 숲 사이를 빠져나가는 두 엘프들을 쫓기 시작했다.

엘븐 스나이퍼들은 하루에도 빛의숲 전역에 해당하는 거리를 돌아다닐 정도의 이동훈련을 받는다. 따라서 에레인과 카리오스가 뛰면 드래곤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적도 쫓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점은 카시안도 마찬가지였다. 하프 뱀파이어로, 쉐도우 스나이퍼로 살면서 엘븐 스나이퍼보다 더욱 혹독한 훈련을 거듭해온 카시안이었다. 목적이 엘븐 스나이퍼의 주살이었기 때문에 달리는 것에 대해선 경이로울 정도의 속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에레인은 카시안이 입힌 총상에 의해 움직임이 현저히 둔해진 상태였다.

멀쩡해도 뿌리치기 힘든 카시안의 추격인데, 부상까지 입은 마당이다. 결국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했다.

“젠장, 싸울 수밖에 없겠군!”

정신없이 뛰었음에도 카시안과의 거리가 점점 좁혀드는 것을 느낀 카리오스가 제일 먼저 뒤돌아섰다. 계속 도망치다가 등에 칼침을 꽂힐 바에야 미리 응전을 하는 게 나았기 때문이다.

“에레인, 너라도 도망쳐!”

자신이 서자 따라서 멀뚱히 서있는 에레인에게 소리쳤다. 사실 그녀만 아니었어도 카시안과 싸울 생각은 없었기에 카리오스는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싫어요! 카리오스를 버리고 갈 수는 없어요! 그리고…….”

뒤이어 말을 하려던 에레인은 말끝을 흐렸다. 비록 말은 안했지만 카리오스도 그녀가 무엇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있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에레인. 넌 아직도… 놈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거냐.’

한숨을 쉰 카리오스가 스틸레토를 뽑아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백은발의 하프 뱀파이어, 카시안이 스틸레토를 뽑아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우리를 죽일 생각이군.”

“살릴 생각이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좋아, 타락한 엘븐 스나이퍼, 카시안이여. 오늘에야말로 우리들간에 뒤덮인 더러운 운명을 깨끗이 씻어버리자.”

카시안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단지 자신이 쥔 스틸레토를 고쳐잡을 뿐이었다. 카리오스도 입을 다물고 카시안만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오로지 승리자만이 말을 할 특권이 부여된다. 패배자는 말을 할 수 없다. 죽어 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침묵만이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미세한 발소리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카시안과 카리오스. 쉐도우 스나이퍼와 엘븐 스나이퍼 양측 최고의 저격수이자 검사인 이들은 서로의 빈틈을 노리면서 눈빛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둘의 스틸레토는 흠잡을 곳 없이 똑같았다. 엘븐 스나이퍼들에게 주어지는 이 소검이 다 조금씩은 색이나 폼멜의 형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바로 같은 시각, 같은 장인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똑같은 스틸레토를 원래 3개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하나의 주인은 이미 이 세상에 없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카리오스의 눈앞에 있었다.

어느 정도의 탐색전을 마친 순간, 카시안의 스틸레토가 소리 없이 카리오스의 목을 노렸다. 웅장한 기합성이나 위압적인 바람소리도 없었다. 검의 존재가 느껴지는 감각은 오직 시각뿐이었다.

챙!

날카로운 두 검날이 부딪히는 순간, 예리한 쇳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자신의 것으로 카시안의 스틸레토를 가까스로 막아낸 카리오스는 곧장 반격에 나섰다.

주륵

카시안이 방심해서였을까? 어느새 그의 어깨에서 새빨간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여전하군. 그 솜씨는.”

일단 뒤로 물러선 카시안이 스틸레토에 스친 상처를 손가락으로 누르며 말했다. 카리오스가 웃으며 대꾸했다.

“너야말로. 엘프이던 시절에 비하면 놀랄만한 성장이다. 그때는 내 발끝도 따라오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엘프다.”

차갑게 소리친 카시안이 한 마리의 늑대처럼 뛰어들어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회색의 오러 블레이드가 맺힌 강력한 공격이었다.

카앙!

“으으윽!”

카시안의 일격을 받아낸 카리오스가 신음성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섰다.

카시안은 엘프의 순수한 백색의 마나에 뱀파이어의 흑마기가 혼합채색된 그레이 오러를 극성으로 연마한 존재.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엘프족 최강의 전사인 카리오스라고 해도 정면대결은 자살행위였다.

“젠장.”

날카로운 스틸레토가 회색빛을 번뜩이며 날아들 때마다 카리오스는 피하기에 급급했다. 자신과 대등한 스피드를 가졌으면서도 막기조차 어려운 공격을 하는 적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카리오스로선 속수무책이었다.

카시안은 그런 카리오스를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죽여가고 있었다. 그레이 오러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카리오스의 몸에 생체기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스친 정도에 불과한 자잘한 상처였지만, 티끌이 태산이 되면 그것은 치명상이 된다. 이미 바닥은 카리오스가 흘린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고통스럽나?”상황이 유리해지자 한 마디를 던지는 여유까지 부리는 카시안이었다.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다 네놈들이 저지른 인과응보다. 네놈들이 하프 뱀파이어가 되어 돌아온 나를 버리지만 않았어도! 아니, 저기 저 계집이 죽이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카시안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그는 이미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이 아니었다.



“카시안, 더 빨리 달려!”

“하악, 하악. 알았어!”

카시안이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카리오스 이하 수십 명의 엘븐 스나이퍼들은 한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에레인도 있었다.

‘쳇, 나만 이게 뭐야? 에휴, 빨리 뛰어야지.’

카시안은 한숨을 쉬며 달리는 것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동료들을 따라잡는 건 무리로 보였다.

이동훈련은 2시간이 지난 후에야 끝이 났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신참 엘븐 스나이퍼들은 다리를 주무르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우아아, 다리가 부서질 것 같아.”

나무에 기대어 앉은 카시안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아직도 급하게 뛰고 있는 숨을 진정시켰다.

“으이구, 가장 늦게 왔으면서 엄살은 제일 심해요.”

옆에 앉아 있던 에레인이 볼을 꼬집으며 핀잔을 줬다.

“시끄러워. 나도 최선을 다해서 뛰었단 말이야.”

“그렇게 따지면 여기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엘프는 없어. 다 네가 게을러서 늦단 말이야.”

“에레인 말이 맞아. 카시안 너는 너무 게을러.”

다가온 카트리엘이 웃으면서 말했다. 둘에게 동시에 싫은 말을 들은 카시안이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흥, 게으르다니? 그것도 엘븐 스나이퍼들 사이에서만 해당하는 소리잖아.”

카시안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자신이 다른 엘븐 스나이퍼들에 비해선 뒤처지지만, 이들을 제외한 그 어떤 엘프 전사도 자신보다 빠르지도, 강하지도 못했다.

엘븐 스나이퍼들은 그야말로 빛의숲을 대표하는 최정예전사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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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46. 드러나는 음모(4) +11 05.10.07 3,60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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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46. 드러나는 음모(2) +9 05.10.02 3,763 4 6쪽
179 46. 드러나는 음모(1) +13 05.09.26 3,949 4 9쪽
178 45. 찬탈전(5) +14 05.09.21 3,964 5 12쪽
177 45. 찬탈전(4) +8 05.09.21 3,58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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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45. 찬탈전(2) +10 05.09.17 3,679 4 9쪽
174 45. 찬탈전(1) +10 05.09.13 3,805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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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44. 캄에덴으로의 귀환(1) +9 05.09.07 3,879 5 8쪽
169 43. 운명, 그리고 만남(5) +11 05.09.07 3,808 5 9쪽
168 43. 운명, 그리고 만남(4) +8 05.09.07 3,715 5 8쪽
167 43. 운명, 그리고 만남(3) +17 05.09.04 3,867 4 8쪽
166 43. 운명, 그리고 만남(2) +20 05.08.31 3,767 4 8쪽
165 43. 운명, 그리고 만남(1) +11 05.08.29 3,820 5 8쪽
164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7) +11 05.08.29 3,469 4 10쪽
163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6) +10 05.08.29 3,420 6 9쪽
162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5) +11 05.08.27 3,443 5 8쪽
161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4) +14 05.08.22 3,550 5 8쪽
160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3) +12 05.08.19 3,539 4 8쪽
»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2) +11 05.08.18 3,605 4 8쪽
158 42. 카시안의 슬픈 운명(1) +15 05.08.15 3,765 7 7쪽
157 41. 빛의숲 대저격전(6) +13 05.08.13 3,764 4 8쪽
156 41. 빛의숲 대저격전(5) +14 05.08.10 3,79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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