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966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08.23 07:00
조회
1,503
추천
15
글자
11쪽

5-3

DUMMY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의원님. 교주님과 다른 손님분들은 안쪽에 계십니다.“

”음...허, 그럽시다. 3 선녀님의 미모에 제가 잠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하하하.“


윤근식이 천수철과 송춘례의 안내를 받아 거실로 들어서자,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 묶고 검은색 두루마기 안에 하얀 한복을 받쳐 입은 교주 정은섭이 양손을 들어 올리더니 윤근식에게 다가와 가볍게 포옹했다.

윤근식도 안면이 여러 번 있었는지, 정은섭의 포옹이 어색하지 않도록 가볍게 양손을 들어 안겨 왔다.


”이거 나랏일 하시는 의원님이시라 너무 바쁘시군요, 허허허.“

”교주님, 그간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의원님 늦으셨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오시는 길입니까?“

”오~ 최 서장, 일찍 오셨구려. 오래간만이오.“


목포 경찰 서장 최정식도 다가와서 윤근식에게 아는 체를 했고, 이어서 줄을 선 참석자들이 윤근식과 인사를 나누었다.

목포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 몇 있었고, 고위 공무원도 몇 명 눈에 뜨였다.

윤근식은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속으로는 다른 셈법으로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자, 이들 중에 1달 후에도 내 뒤에 줄을 설 자들이 누구이려나?‘


윤근식을 끝으로 주요 참석자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에 파티가 활기를 띠었다.

정은섭이 점잖은 말로 덕담들을 건네었으며, 송춘례처럼 흰색의 긴 드레스를 입은 미모의 아가씨들이 손님들의 옆에서 미소를 띠며 대화의 장단을 맞춰 주었다.


이경일은 검은색 양복바지에 하얀 와이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받쳐입고, 나비넥타이를 맨 상태로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별장의 주방에서 이어진 작은 출입문과 이어진 뒷마당에서는 호텔 조리원들이 즉석 바비큐와 여러 가지 해산물을 숯불에 굽고 있었다.

그렇게 조리된 음식들을 이경일은 연신 1층 거실 연회장으로 나르고 있었다.

신선한 해산물로 만들어진 음식들이 인기가 많아서 접시를 채워도 채워도 금방 비워지고 있었다.

파티의 초반은 점잖은 대화들이 오갔다.

일하고 있는 분야의 정보들이 오가고, 덕담들이 이어 나왔다.

그러나, 이경일이 여러 번의 접시를 옮겨 나른 후에 보게 된 모습들은 국회의원과 경찰 서장을 포함한 지역 유지들이 모인 파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나이 든 사내들이 옆에 서서 대화에 추임새를 넣어주고 웃음을 보여주는 젊은 아가씨들을 더듬기 시작하더니 농도 짙은 음담패설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경일은 비어 있는 음식 접시를 치울 때나, 새로운 음식을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올려놓을 때 가급적이면 파티가 진행되는 거실에 오래 머물기 위해서 애를 썼다.

이경일의 바지에 가려서 안 보이는 왼쪽 발목에는 작은 송신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미국의 첩보 기관이 사용한다던가 뭐라던가, 성능 좋은 송신기는 이경일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별장 밖에 있는 박상인에게 전송해주고 있었다.

물론 박상인의 귀에 전달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승용차에 설치된 고성능 녹음기에 의해서 모두 녹음되고 있을 것이었다.


”어이, 가서 술 좀 더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귀밑거리가 허옇게 센 중노인이 이경일에게 채근을 했다.

옆에 서 있던 흰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이경일은 이름도 모르는 과일을 집어 들어서 중노인의 입에 넣어주면서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어휴~ 이 놈팡이들의 대화가 가관인데요, 과장님?“


카메라를 뒷좌석에 내려놓고 도청기의 수신기에서 울려 나오는 별장 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직원이 담배 연기가 자욱한 차 안에서 박상인에게 건넨 말이었다.


”냄새가 나는 파티기는 했지만, 점점 노골적으로 되어가네. 경일이가 증거를 많이 가져와야 할 텐데.......“


* * *


1989년 12월 25일 월요일.

조영은 여한모에게서 어제 목포에서 있었던 JES의 별장 파티에 대한 보고를 듣고 있었다.


”황문달 사장의 직원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윤근식 국회의원과 최정식 목포 경찰 서장을 비롯한 지역 유지들이 여럿 참석했고 JES에서는 정은섭, 천수철, 송춘례 등이 참석했다고 합니다. 탁일만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차로 술자리 이후에 여러 개의 개별 방에서 JES의 젊은 여신도들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의심이 되는데 사진 같은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답니다.“


”사진까지 남기기는 어려웠을 수 있겠지. 마약의 사용 흔적은?“


”강하게 의심이 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아르바이트 형태로 참여한 직원이 접근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JES 핵심 인원들에 의해서 공급되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참석한 젊은 여성들의 표정이나 행동에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모습들이 목격되었답니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그걸 빌미로 징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군.“


”직원들이 현지에 남아서 좀 더 뒤를 추적해보고 있답니다.“


”일본은 어때?“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관들이 주가를 떠받치고는 있지만, 며칠 내로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는 시각들이 대부분입니다. 서방 투자자들도 진즉에 발을 빼고 있습니다. 방아쇠만 당겨진다면 일본 정부가 감당하지 못할 눈사태로 번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래, 어마어마한 눈사태의 시작은 작은 눈덩이 하나일 뿐이니까. 우리 측 준비는 어때?“


”모든 덫을 놓았고, 그물도 던져 놓았습니다. 새해의 시작부터 만선의 축포를 터뜨리게 될 겁니다, 보스.“


”긴장 늦추지 말고 잘 챙기도록 해.“


”알겠습니다, 보스.“


* * *


1990년 1월 4일 목요일.

서울시 평창동 조영의 자택.

조영이 옷을 차려입고 외출을 준비했다.

옆에는 여한모가 서류 가방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영이 실내 계단을 이용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하미숙 과장이 예의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영이 직원들이 모두 나오는 배웅을 불편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대표로 하미숙 과장만이 인사를 나온 것이었다.


”보스, 편안히 다녀오십시오.“

”네, 하 과장님도 수고하세요.“


하미숙 과장이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정중한 인사를 건네고 조영이 현관문을 나섰다.

해가 바뀐 1월의 찬 바람이 조영을 덮쳐 왔다.

잎이 모두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정원수의 사이로 난 길을 가로질러, 돌계단을 몇 개 내려가자 열린 정문 앞에 검은색 대형 승용차가 조수석 뒷문이 열린 채로 서 있었다.

조영이 뒷좌석에 오르자 문을 닫아 준 여한모가 빠르게 차를 돌아서 조영의 옆자리에 올라

탔고, 승용차는 평창동의 비탈길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승용차의 뒤를 따랐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상태로 있어서, 승용차는 조심조심 비탈을 내려가고 있었다.


”직원들은 몇 시에 출발이지?“

”오후 비행기니까, 사무실에서 간단한 송별 인사를 하고 나서 이동하면 비행시간에 늦지는 않을 겁니다.“


오늘은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인원들이 미국 훈련소로 교육을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전용수 본부장이 인솔하는 인원 36명이 출발하기 전에 조영이 격려차 대면을 하기로 했다.

비탈을 모두 내려와서 도로에 접어든 승용차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제설 작업이 잘 이루어진 도로는 주행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서울시 강남의 포르투나 대회의실.

검은색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사내들이 대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길쭉한 회의용 탁자에는 중간 간부급 인원들이 자리를 잡았고, 벽면에 붙여서 접이식 의자를 빙 둘러서 배치해야 할 정도였다.

대회의실은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나름 군 생활을 특수부대 쪽에서 복무하면서 다양한 훈련을 경험했던 직원들이었지만, 외국 훈련소로 위탁 교육을 받으러 가는 것은 대부분 처음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교육에 관한 이야기와 남겨진 가족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로 어수선한 대회의실의 출입문이 열리고 총무과의 노준 과장이 들어왔다.


”보스께서 들어오십니다.“


사내들이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조영과 여한모를 따라서 정필모와 허대호 사장, 전용수 본부장까지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대회의실을 가로질러 상석까지 걸어간 조영이 직원들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여한모가 오른쪽, 정필모가 왼쪽, 허대호가 정필모의 왼쪽 자리에 앉았다.


”다들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진행을 맡았는지 노준 과장이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하자, 일어서 있던 직원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보스의 격려 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딱딱한 의례를 빼자고 미리 언질을 줬기 때문인지, 노준 과장이 불필요한 의전을 배제하고 바로 조영의 격려사가 있을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조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시선을 좌에서 우로 돌리며 다부진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전용수 본부장을 통해서 상세한 이야기는 모두 전달받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훈련은 앞으로 포르투나 경비 실업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할 직원을 양성할 목적이 1차입니다. 아울러, 희망자들은 미국에 설립할 포르투나 PMC( (private military company : 민간 군사 기업) 로의 스카우트도 가능할 것입니다. 훈련 기간 동안 건강에 유의하시고,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응원합니다. 이상입니다.“


짝.짝.짝.

조영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자, 절도 있는 박수 소리가 대회의실을 채웠다.

대회의실의 입구로 이동한 조영이 회의실을 나서는 직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했다.

미국으로 떠나는 직원들이 모두 회의실을 떠나자, 노준 과장이 조영을 안내했다.

노준 과장을 뒤따른 조영과 여한모가 복도를 지나서 소회의실로 들어가자 황문달이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리 황 사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악수를 한 조영이 자리에 앉자, 황문달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여한모가 들어온 뒤를 따라서 커피를 쟁반에 받쳐 든 여직원이 들어와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조용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황 사장님, 지난번 말씀하셨던 최정식 서장과 함바집 관련 비리를 이제 기사화 할까 합니다. 준비는 되셨습니까?“


”주간 서울의 편집장과 두어 번 만나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곽민철 기자와도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기사 초고는 완성이 되었고, 폭로 시점만 지시해 주시면 기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기사화가 가능할지 접촉해 보세요, 이번 주가 어렵다면 늦어도 다음 주에는 기사화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의 뜻대로 진행이 될 겁니다.“



* * *


1990년 1월 8일 월요일.

전라남도 목포시 경찰 서장실.

최정식 경찰 서장이 읽고 있던 신문을 책상 위로 집어 던졌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8 5-8 20.09.12 1,436 14 12쪽
107 5-7 +1 20.09.06 1,418 14 12쪽
106 5-6 +1 20.09.05 1,434 13 11쪽
105 5-5 20.08.30 1,463 16 11쪽
104 5-4 +1 20.08.29 1,504 14 11쪽
» 5-3 +1 20.08.23 1,504 15 11쪽
102 5-2 +1 20.08.22 1,464 15 11쪽
101 5-1 +1 20.08.16 1,526 15 11쪽
100 4-25 +1 20.08.15 1,490 13 11쪽
99 4-24 20.08.09 1,510 13 11쪽
98 4-23 +1 20.08.08 1,570 15 11쪽
97 4-22 +1 20.08.02 1,586 15 11쪽
96 4-21 +1 20.08.01 1,603 14 11쪽
95 4-20 20.07.26 1,660 19 11쪽
94 4-19 +1 20.07.25 1,612 13 11쪽
93 4-18 20.07.19 1,635 12 11쪽
92 4-17 20.07.18 1,670 16 11쪽
91 4-16 20.07.12 1,688 16 11쪽
90 4-15 +1 20.07.11 1,758 13 11쪽
89 4-14 20.07.05 1,706 19 11쪽
88 4-13 +1 20.07.04 1,728 18 11쪽
87 4-12 +2 20.06.28 1,736 15 11쪽
86 4-11 +1 20.06.27 1,740 16 11쪽
85 4-10 +1 20.06.21 1,763 15 11쪽
84 4-9 +1 20.06.20 1,753 16 11쪽
83 4-8 +1 20.06.14 1,744 20 11쪽
82 4-7 20.06.13 1,777 20 11쪽
81 4-6 +1 20.06.07 1,867 19 11쪽
80 4-5 +1 20.06.06 1,819 15 11쪽
79 4-4 +1 20.06.03 1,830 1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