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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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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93,490

작성
20.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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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21

DUMMY

조영은 여한모를 통해 황문달의 보고를 전달받았다.


“여 팀장 생각은 어때?”

“황문달 사장의 추리가 그럴 듯합니다. 다만, 저희가 놈들을 잡아다가 자백을 받기도 힘들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최정식과 탁일만, 윤근식에 대한 감시를 꾸준히 하면서 놈들이 실수를 하는 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러면 황문달 사장에게 앞으로의 감시 비용은 우리가 지불한다고 하고 자세히 살펴보라고 해.”


“보스, 한국의 언론은 광고 수주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들었습니다. 황문달 사장의 조카가 일하는 주간지에 광고를 맡기면서 목포 함바집 관련한 기사의 취재를 요구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습니다만?”


“언론을 통해서 터뜨린다? 그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군, 다만 기사화하는 것은 우리와 사전에 협의하는 조건으로 광고를 진행해 봐. 단순히 언론 기사만으로 놈들에게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려울 거다. 여러 가지 건들을 모아서 한 방에 쓰러뜨릴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보스.”


다음 날, 황문달의 회사 계좌로 여한모의 보낸 의뢰비가 입금되었고, 황문달과 박상인의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걸렸다.


* * *


한부 건설 사장실

강태수 사장은 요즘 입맛이 하나도 없었다.

레바논의 Aarida 주택 공사는 연기되었다.

레바논 정부 관계자들 중 누구 하나 확실한 재개 일정을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레바논 현지는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정치적 행보를 결정짓는 데 정신이 없는 사람들 모두 외국의 건설 회사에 신경 써 줄 겨를이 없어 보였다.

비자금을 처먹은 아메르 게마일도 지난번 대통령 테러 사건으로 같이 사망했기 때문에 강태수는 레바논의 연줄을 잃어버렸다.

한부 그룹 회장인 강정훈은 노발대발이었다.

강정훈 회장도 아들인 강태수 사장이 이번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훈 회장의 분노가 향해야 할 대상이 필요했고, 강태수 사장이 그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그룹 임원진 회의에서도 강정훈 회장은 강태수 사장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룹의 임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강태수 사장은 질책을 당하는 와중에 자신을 쳐다보는 강태민 한부 철강 사장과 눈이 마주쳤었다.

하나밖에 없는 형이었지만, 강태민의 눈빛은 곤경에 처한 동생을 바라보는 측은한 시선이 아니었다.

경쟁자가 상처 입는 모습을 즐기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아버지와 여러 임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면서 강태수 사장은 형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어차피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룹은 내 아들들에게 물려줄 테니까 두고 보라고.’


마음은 형을 몰아내고 그룹을 차지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레바논의 실패를 대체할 실적이 필요했다.

연말을 맞아서 세상은 흥청망청 술에 취해 돌아가고 있었지만, 강태수 사장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엄태형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사장님, 엄 실장입니다.”

“그래, 들어와. 무슨 일이야?”

“윤근식 의원의 비서실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의원님께서 사장님과 식사를 한 번 하고 싶어 하신다고 스케줄을 물어보더군요. 어떻게 할까요?”

“윤 의원이? 스케줄 비는 날이 언제야? 저녁으로 한 번 날짜를 잡도록 해.”

“알겠습니다. 식사하러 가시는 날 봉투는 어떻게 준비할까요?”

“제기랄, 레바논 공사가 날아가서 상황도 안 좋은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사장님, 정치인을 만나는데 빈손으로 가시면 윤 의원이 서운해할 겁니다. 저희도 형편이 좋지 않으니까 작은 거로 한 장 정도 준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만?”

“1천만 원? 제기랄....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해. 요즘 여의도 쪽은 어때?”

“그게 정부 여당에서 정계 개편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윤 의원이 어느 쪽에 줄을 댔는지 이번 식사 자리에서 언급이 있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식사하시면서 넌지시 떠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알았어. 빌어먹을 국회의원 놈들 같으니라고.”


윤근식 의원은 아버지인 윤지원 의원 때부터 강정훈 회장과 친분이 있었다.

강태수는 윤근식 의원이 형인 강태민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들어 주도록 하기 위해서 그간 많은 공을 들여왔었다.

선거 때마다 후원금을 넉넉하게 챙겨주었고, 몇 년 전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도 잊지 않고 챙겨주어 왔다.

지난번 선거에서의 당선으로 기사 회생한 윤근식 또한 강태수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과 사업가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사이였다.


* * *


1989년 12월 6일 수요일.

저녁 무렵, 서울 삼청동의 한정식집에서 강태수 사장은 윤근식 의원과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연말이라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

“허허, 나랏일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우리 같은 장사치들이 바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어려서부터 친분이 있던 두 사람인 데다가, 강태수의 나이가 더 많았기 때문에 윤근식은 존댓말을 쓰고 강태수는 반말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이러한 어투는 자연스러웠다.

식사와 함께 들어온 반주를 몇 잔씩 마셔서 두 사람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요즘 듣자 하니 여의도 쪽이 정신없이 바쁘다고 하던데, 우리 윤 의원님은 어느 쪽으로 움직이시나?”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제가 사장님을 뵙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본론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인지 윤근식이 자세를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췄다.


“우리 윤 의원님이야 정치 감각이 탁월하시니까 좋은 선택을 하시리라고 생각하는 데 나 같은 장사치와 의논할 일이 있겠어?”

“강 사장님, 제가 이번에 배를 갈아탈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 아니 형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배를 갈아탄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민주통일당의 김이삼 총재 쪽에서 연락이 있었습니다. 여당과 합당할 건데 건너오라고요.”


윤근식이 목이 마른지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강태수가 술 주전자를 들어 윤근식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민주통일당? 그쪽은 영남 지역이 텃밭인데 윤 의원이 넘어가서 역할이 있겠는가? 나야 잘 모르지만, 목포에서 민주평화당의 영향력이 상당할 텐데, 괜찮겠어?”


“형님, 이번에 제가 김이삼 총재님의 측근을 몇 차례 만났습니다. 조만간 제가 결심을 하면 김이삼 총재도 만나기로 했고요. 김 총재는 다음번 대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김 총재가 호남 쪽에서는 맥을 못 추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다음 대선에서 제가 일정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나를 장사치가 아니라 인생 선배로 생각해서 형이라고 칭하니, 나도 윤 의원을 동생으로 생각하겠네. 동생이 민주평화당 간판을 버리고 목포에서 재선을 할 수 있겠나? 내 생각에는 쉽지 않은 길 같네만.....쩝.”


“다음 대선이 3년 남았습니다. 김이삼 총재가 합당을 통해 세를 불린다면 다음 대선에서 훨씬 유리해집니다, 형님.”


“아우님, 대선 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잖아? 그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다음 선거에서 자네가 고배를 마신다면 김이삼 총재는 자네를 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의 말로는 윤근식뿐이 아니라 강태수도 잘 알고 있었다.

강태수가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윤근식을 계속해서 후원해 준 것은 사실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사업으로 치자면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웠었다.

물론 그 투기가 성공해서 상당한 수익을 뽑아낸 것은 사실이었다.


“형님, 김이삼 총재 측에서 제가 이번에 당을 옮기면 내각의 한자리를 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국무위원이 된다면 형님 사업에도 도움 될 일이 더 많아질 겁니다. 도와주십시오, 형님.”


“장관이 된다면야.....그렇기는 한데, 내가 어떻게 도와주기를 바라는 건가, 아우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번에 당적을 옮기게 된다면 후원자들 중 상당수가 이탈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님만큼은 꼭 붙잡고 싶습니다. 제가 장관을 거쳐서 다음번 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더 큰 것을 노려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형님? 큰 투자 한번 해주십시오.”


강태수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윤근식의 제안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장관을 거쳐서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긴다면, 그는 동서 화합을 내세우는 컨셉으로 전국구 정치인이 될 가능성도 생긴다. 이를 어쩐다. 이것도 리스크가 제법 큰 투자가 될 텐데....’


강태수가 말없이 담배만 피우고 있자, 윤근식은 속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었다.


‘제기랄, 사업하는 놈들은 이렇게 재는 게 많아서 피곤하다니까, 통 크게 나를 지원한다고 말을 하라고. 까짓거 그러면 나도 높은 자리에 있을 때 통 크게 지원해준다니까!’


차마 속마음을 입으로 내뱉을 수 없는 윤근식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가고 있었다.


“좋네! 우리 윤 의원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하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는데, 내가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내가 계속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테니 우리 함께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해보자고.”


고민을 가장한 계산을 마친 강태수가 술잔을 들어 올리며 윤근식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자, 윤근식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윤근식이 술잔을 높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제가 장관이 되었을 때 꼭 큰 건으로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쨍.

강태수와 윤근식이 각자의 잔을 들어 부딪힌 후 단숨에 남은 술을 들이켰다.

이후의 자리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방문 앞에 있던 작은 종이 가방을 윤근식이 챙겨 들었다.

식사를 하러 방에 들어올 때 강태수가 들고 들어와서 방문 앞에 놓아두었던 종이 가방이었다.

강태수와 윤근식이 한정식집을 함께 나와서, 악수하며 헤어지는 장면을 저 멀리서 촬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는 못했다.


* * *


1989년 12월 7일 목요일.

조영은 평창동 2층의 방 하나를 작은 회의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조영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몇 장의 사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문달과 직원들이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최정식과 윤근식, 조갑수, 강태수 등이었다.

조영과 마주한 자리에는 여한모가 함께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자, 정리를 해보자. 조갑수라는 공사 현장에 생기는 식당의 영업권을 소개해주는 브로커가 국회의원 윤근식과 목포 경찰 서장인 최정식을 여러 차례 만났다. 윤근식은 강태수와도 만남을 가졌다 이런 거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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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4-22 +1 20.08.02 1,586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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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4-6 +1 20.06.07 1,867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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