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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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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86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8.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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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추천
3
글자
10쪽

Episode 16. 사냥 준비 (4)

DUMMY

- 삐. 삐. 삐. 삐.


“···으, 아. 벌써 시간인가.”


몽롱한 정신으로 알람을 끈다.

한참 게시글을 보느라 잘 수 있었던 시간은 짧다.

덕분에 제대로 쉰 기분은 아니다.


“나른하네.”


아직 반쯤 잠에든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시간은 대략 17시간 정도 흘렀다.

저쪽(가상현실)의 시간으로 보면, 벌써 삼 일째다.

즉.


“몬스터 사냥하러 가야지.”


오늘이 【거울 세계】의 최대 전투가 있는 날이다.

그와 동시에 내가 레벨을 올리는 날이다.


“대충 정리는 끝냈고, 접속할까.”


게시글을 통해서 스킬 습득 방법을 배워뒀다.

아직 이론에 불과한 정보지만, 확인할 가치는 충분하다.

나는 적당한 기대를 가지고 【거울 세계】로 향했다.


-+-


“우선···. 소니아를 데리고 와야겠지.”


소니아는 내가 저쪽(현실)에 가 있는 동안 의심 받지 않도록 몇 가지 심부름을 보냈다.

하나는 릴리스의 일을 간단히 도와서 계산서를 끊어두라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필로의 작업실에서 찻잎으로 사용할 약초를 부탁했다.

두 사람다 소니아를 소개했으니, 큰 어려움 없이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게다가···. 필로는 아이 돌보기를 좋아하니까.’


지난번 대화에서 비슷한 주제가 나왔을 때다.

필로는 아무래도 아이들을 돌보는 걸 좋아한다는 듯하다.

그런 필로가 보기에 소니아도 아이라는 모양이다.


‘아이라기에는···. 이쪽(가상현실) 기준으로도 어른이긴 하지만.’


저쪽(현실) 기준으로도 어른 직전인 소니아의 나이를 떠올렸다.

나는 떠오른 생각을 접어두고 릴리스의 가게, 〔팽나무〕를 찾았다.


“릴리스.”

“로우···? ···왔네.”

“왜 그래···?”


〔팽나무〕로 들어서자, 릴리스가 나를 노려봤다.

릴리스가 나를 노려본 이유를 모르겠다.


“로우, 너. 뭐 하는 짓이야?”

“응···?”


뭐하는 짓이라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다.

나는 그저 〔팽나무〕에 왔을 뿐이다.

그러나 릴리스는 여전히 기분이 나빠 보인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소니아의 일인가? 그래도, 소니아가 문제를 일으켰다고는 생각할 수 없고. 그렇다면···.’


릴리스는 무조건 꾸짖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화가 났을 때는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야기다.


“짐작 가는 이야기가 두 개 정도 있는데, 그거야?”

“무슨 이야기인데. 말해 봐.”

“하나는 소니아의 일. 이야기도 없이 심부름을 보내서?”

“그럴 리 없지! 그건 상인의 시종으로 당연한 일이야. 그거 말고, 다른 하나는?”


다른 하나는.


“몬스터를 잡으러 간다고 해서 그런가···.”

“그래! 그거라고, 멍청이야!”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

그것보다, 릴리스.

멍청이라니.


“왜 그런 말을 한 건데? 게다가, 너. 그 아이에게 네가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라고 말하지도 않았잖아!”

“그건···. 뭐, 그렇지.”

“그 아이는 네가 땅에 속박된 자(NPC)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몬스터를 사냥하러 간다? 왜 그 아이가 걱정할 짓을 하는 건데!”


릴리스가 어째서 기분이 나빠졌는지 이해했다.

그래도 이는 두 가지 문제가 얽혔다.


‘하나는···. 소니아의 처지인가.’


소니아는 현재, 혼자다.

완전히 혼자가 된 지금,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버팀목을 찾을 때까지.

또는 안식처가 생길 때까지.


‘아니면, 둥지를 떠나서 완전히 어른이 될 때까지.’


내가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숨기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문제는.


‘···레벨업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니까.’


나는 결국, 플레이어다.

제아무리 NPC처럼 위장하더라도 플레이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거울 세계】에서 레벨은 엄연한 힘이다.


‘뒤쳐질 수는 없어.’


훗날 왕도로 향하거나, 다른 국가로 향할 때.

레벨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그러니 지금에서는 레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소니아는?”

“···말 하지 않을 생각이야?”


릴리스는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정확한 답은 모른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은 모순되어 있다.

NPC처럼 산다고 하면서, NPC와 어울린다.

그러면서 하는 짓은 플레이어다.


“문제는 알고 있어, 릴리스.”

“그럼!”


릴리스는 곧바로 달려들 듯 말을 붙였다.

그래도 릴리스.


“계속 문제를 안고 있을 수는 없어.”

“···!”

“소니아의 과거를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알고 있어. 사람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걸.”


NPC도 플레이어와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저쪽(현실)에서도 비슷한 이들을 많이 봤다.

다만, 그들 모두가 같은 결과는 아니다.

누군가는 발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서, 결국 홀로 선 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순서라는 게 있는 법이야. 로우, 네가 하려는 일은 지나치게 과격하다고. 알고 있어?”


이번 이야기에는 오히려 내가 말을 잃었다.

확실히, 내가 하는 행동은 지나치게 과격하다.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소니아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나는 죽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문제는 알고 있어.”

“넌 죽지 않는걸 알아도, 그 아이는 모르니까 문제라고 멍청이야.”


릴리스도 점차 힘이 빠진 듯, 지금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나는 소니아에게 강요할 생각이 없다.

몬스터 사냥은 나에게 아무런 위험도 없다.

설령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

오히려 과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도 한다.


‘과격한 건 인정하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너스래를 떨자, 릴리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소니아는 필로 씨의 작업실에 있어.”

“고마워.”


나는 소니아가 있는 위치를 듣고, 필로의 작업실로 향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 전에 할말이 많아 보이는 릴리스의 모습에 멈췄다.

릴리스는 한참이나 나를 보더니,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울리면 용서 안할거야. 네가 뭐가 됐든.”

“그럼. 나도 조심하고 있어.”

“말은 잘해요.”


릴리스는 그렇게 말하고 병 하나를 던졌다.


“이건?”

“급이 높은 제약사가 만든 포션이야. ···네가 쓰지 말고, 소니아에게 줘.”

“고마워, 잘 받았어.”


성격 좋은 릴리스는 포션을 던진 뒤, 검연쩍은 듯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 모습에 웃음을 지어보이고는 〔팽나무〕를 나왔다.


“시간은 대략 3시간 남았나···.”


하늘을 보며 어림짐작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그에 따르면, 군이 움직일때까지 3시간이 남은 듯하다.

나는 필로의 작업실로 걸어가며 숲의 길목을 떠올렸다.


-+-


- 똑똑.


작업실의 문에 노크를 해둔다.

물론, 반응이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필로 씨. 안녕하세요, 로우입니다.”


작업실 안쪽까지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필로는 때때로 집중하느라 노크소리를 놓치기 때문에, 그냥 들어가도 된다.

본인에게도 허가를 받았다.


- 쿠당탕.


그러나 오늘은 작업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소란이 전해졌다.

잠시 고개를 기울이고 있으려니.


“영웅 씨.”


작업실 문 너머에서 소니아가 나왔다.

그것도 상당히 부루퉁한 모습이다.

그래도 눈 안쪽에서 반가움이 반짝이고 있다.


“어머, 로우 씨.”

“안녕하세요, 필로 씨. 소니아에게 맡긴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그런가요? 아, 그러고 보니.”


소니아에게 인사를 하고 있으니, 필로가 나왔다.

필로는 용건을 듣고 잠시 의문을 떠올렸다.

그러나 금방 봉투를 꺼냈다.


“여기 있어요.”

“감사합니다.”

“아니요, 괜찮은걸요.”


소니아와 필로의 분위기를 보니, 단순히 심부름만 한 건 아닌 모양이다.


“저···. 무슨 일은 없으셨나요?”

“네? 아, 소니아에게 차 내리는 법을 알려준 것 말고는 없네요.”

“그런가요···. 그, 감사합니다.”

“아니요, 오히려 즐거웠어요.”


아이 돌보기를 좋아하는 필로답게, 소니아에게 차 내리는 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나는 찻잎의 비용과 수고비가 담긴 주머니를 건넸다.


“여기, 찻잎의 비용입니다.”

“고마워요.”


주머니를 건네고, 간단한 잡담을 나눈 나는 필로와 헤어졌다.

소니아는 조용히 나를 따라오고 있다.

분위기를 보면, 일부로 삐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후로는 몬스터 사냥에 향할 예정인데.’


일단, 소니아 분량의 갑옷은 있다.

움직임이 간편한 갑옷 중에서 나름 방어력이 뛰어난 물건으로 구매해뒀다.

무기는 준비하지 못했다.


“소니아.”


걷던 걸음을 멈추고, 소니아를 바라본다.

소니아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나는 대답이 없는 소니아에게 물었다.


“몬스터 사냥, 같이 갈래?”


- 지긋.


물어볼 뿐이다.

지난번에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면, 나는 데려갈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하게 대답하면 데려갈 생각이다.

소니아는 아무 감정도 없이, 지긋이 나를 쳐다보았다.


“영웅 씨.”

“응?”

“영웅 씨는. 떠날 거야?”


떠난다.

이는 무슨 의미일까.

물어본 소니아는 드물게도 정말,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는 시선이다.

나는 질문의 의미를 잠시 생각하고 대답했다.


“떠날 거야. 나는 상인이야.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떠날 때는 와.”


굳이 지금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떠난다는 말을 남긴다.

소니아가 어떤 감정으로 물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대답을 들은 소니아는 한참을 더 나를 바라보더니.


“그러면.”


한번 고개를 끄덕이고, 굳은 눈빛.

각오와 결심이 뒤섞인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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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pisode 22. 범죄 길드 (1) 21.09.16 1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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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pisode 19. 보상 확인과 초대 (2) 21.09.09 15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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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1) 21.09.01 151 3 10쪽
78 Episode 17. 레벨과 스킬 (4) 21.08.28 155 3 10쪽
77 Episode 17. 레벨과 스킬 (3) 21.08.27 152 3 9쪽
76 Episode 17. 레벨과 스킬 (2) 21.08.26 155 3 10쪽
75 Episode 17. 레벨과 스킬 (1) 21.08.25 153 2 10쪽
» Episode 16. 사냥 준비 (4) 21.08.21 156 3 10쪽
73 Episode 16. 사냥 준비 (3) 21.08.20 151 3 10쪽
72 Episode 16. 사냥 준비 (2) 21.08.19 154 3 10쪽
71 Episode 16. 사냥 준비 (1) 21.08.18 163 3 10쪽
70 Extra 4. 바티스 백작의 중얼거림 21.08.18 159 3 10쪽
69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4) 21.08.14 15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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