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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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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87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08.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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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추천
3
글자
10쪽

Episode 16. 사냥 준비 (1)

DUMMY

“···그래서. 이게 대체 뭘 하는 짓인데?”


짐을 꺼내서 늘어놓자 한 소리를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야기조차 듣지 않고 잔소리를 할 줄이야.


‘거리낄 게 없을 정도로는 친해진 건가?’


내가 의문을 떠올리는 도중에도 릴리스는 여전히 미심쩍은 눈이다.

나는 릴리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창고에 물건을 채워 넣었다.

지금 채우고 있는 창고는 릴리스의 가게 창고다.


“어이, 로우! 말 안 할 생각이야?”

“잠시만, 이게 마지막 상자야.”


바닥이 보이던 창고를 가득 채웠다.

완전히 가득 찬 창고를 앞둔 릴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 거래해볼까.”

“그럴 줄 알았다. ···그보다, 그렇게 해서 잘도 다른 곳이랑 계약했네.”


내가 소니아와 함께 방문한 곳은 릴리스의 가게다.

새벽에는 바티스 백작의 저택에 다녀왔고, 아침에는 다행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돌아왔다.

소니아도 별다른 말 없이 아침을 보냈다.

점심이 되어서 릴리스의 가게를 찾은 이유는 하나다.


‘다음 장사도 해야 하고, 플레이어들의 대책도 마무리해야 하니까.’


플레이어의 유도에서 내가 할 일은 끝났다.

남은 일은 바티스 백작의 일이다.

다만, 플레이어는 유도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이 정도 양이면···. 카드가 필요하겠는데. 로우, 카드 꺼내 봐.”

“등록증? 아···. 길드 보증 거래구나.”

“소량은 상관없지만, 이렇게나 많으면 길드 보증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이 물자들은 어디로 보내?”

“역시, 눈치가 빠르네. 그건 들어가서 이야기할게.”


플레이어들의 유도는 이벤트로 위장하는 것만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일은 이벤트가 아니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대규모 전투. 그것도 아무런 지원도 없는 전투. ···본래라면 국가 단위의 지원이 필요하겠는데.’


몬스터 집락의 습격은 단순한 사건이다.

실제로 이곳(가상현실)을 살아가는 NPC들에겐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이벤트가 아닌 이상 사건이다.

시스템의 지원도 없이 수백 이상의 몬스터 대군과의 전투다.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는 예상할 수 있다.


‘서버 운영 후에 일어난 전투 중 가장 최대 규모겠지.’


그런 전투에 플레이어 대군만 밀어 넣는다고 우세해지진 않는다.

현재 플레이어의 전력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다소 강한 병사 NPC 수준이다.

숫자만큼은 높게 볼 수 있지만, 맨몸으로 수백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그렇기에 그를 도와줄 물자가 필요하다.


“물자들은 전부 북부 요새에 지원해줘. 지금이라면 시세보다 2할 높게 쳐줄 거야.”

“···정말? 아니, 그것보다. 그런 이야기가 있으면, 왜 나에게 넘긴 거야?”

“나는 이 이상 눈에 띄면 곤란하거든. 너무 일찍 진급했나 봐.”

“그런가···?”


릴리스는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나는 확실히 지급된 현금을 보고 어깨를 으쓱였다.

넘긴 물자는 전부 시세의 금액이다. 개중에는 시세보다 싸게 넘긴 것도 있다.

운송비, 보관비, 관세 등. 인벤토리 덕분에 자잘한 금액에서 이득을 본 까닭이다.


‘플레이어가 운송업에 뛰어들면, 이쪽(가상현실)에는 혁명이 일어나겠는데.’


릴리스를 통해서 북부 요새에 지원하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릴리스가 내 정체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인벤토리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으니, 물건을 건네기도 쉽다.

다른 하나는 말한 대로다.


‘바티스 백작의 이야기가 전해지면 나의 이야기도 퍼질 테고···. 군의 인물들은 경계하겠지.’


최근 들어서 지나치게 움직였다.

지금은 잠시 조용히 움직이는 편이 좋다.

괜히 크게 움직이다가 문제에 말려들기는 싫다.


“자, 거래 끝.”

“···찝찝하네.”

“그러면 안 되지. 상인이면 큰 거래가 이루어진 일에 기뻐해야지.”

“그래도 말이야···. 로우,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건 아니야?”

“없어, 없어.”

“그쪽의···. 소니아? 소니아는 뭔가 아는 거 없어?”


- 갸웃.


가게를 구경하며 기다리던 소니아는 고개를 기울일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릴리스도 물어보길 포기했다.


“하아···. 그래서, 로우. 저게 전부가 아니지?”

“그렇긴 하지만···. 여기서 전부 맡을 수 있어?”

“···어느 정도나 있는데?”

“대략 창고 10개 분량?”

“그걸 대체 어디서 구해 온 거야!”


물자 자체는 여러 군데서 구했다.

개중에는 알파 도시를 넘어서 구해온 것도 있다.

리오넬 마을에서 얻은 걸 인벤토리에 보관했다던가.


“가능한 양은 저기서 다섯 상자 정도가 한계야. 그 이상은 이쪽이 늦거나, 손해겠지.”

“그렇지? 남은 다섯 상자는 여유로 두고, 나머지는 다른 거래처를 찾아볼게.”

“그래···.”


〔팽나무〕는 다양한 물건을 취급하긴 하지만, 극히 최근까지는 약초만 다뤘다.

아직은 경험과 기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야기가 끝난 나는 소니아를 데리고 〔팽나무〕를 나서기로 했다.


“···저기.”


〔팽나무〕를 나서려던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발을 멈췄다.


“북부 요새에 지원하는 이유가 뭐야···? 이 물자들 전부, 북부 요새에 필요한 것들뿐이잖아. 로우 네가 도와야 할 의무는 없을 텐데, 손해를 감수하면서 돕는 이유는 뭐야?”


내가 북부 요새. 알파 도시를 돕는 이유.

아무래도 릴리스는 그게 궁금한 모양이다.

릴리스는 내가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안다. 플레이어인 내가 손해를 보면서도 NPC를 돕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하다.

다행인 점은 릴리스의 목소리에는 정말 의문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답은 간단하지.’


순수한 릴리스의 질문에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전한다.

그게 내 진심일 테니까.


“알파 도시에 사는 주민이니까. 도와야 할 때는 도와야지.”

“···.”


말하고서 깨달았지만, 상당히 부끄럽다.

나는 릴리스의 미묘한 시선에서부터 도망치듯 〔팽나무〕를 나왔다.


“나머지는 마차를 준비해야겠네.”


〔팽나무〕는 릴리스가 주인인 가게다.

점원도 없어서 마음껏 인벤토리를 사용했다.

하지만 다른 가게는 그럴 수도 없다.

나는 번거로운 일에 한숨 삼키고, 슈바르츠가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


“이걸로 마지막인가···.”


마지막 가게를 나오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은 참으려고 했는데, 끝내 참지 못했다.


“하루 만에 9곳은 지나쳤네.”


인벤토리에 있는 물자를 전부 판매하느라 하루 만에 알파 도시 세 구역을 돌았다.

북서부는 이미 해결했으니, 나머지 세 구역이다.

북동부, 남서부, 남동부.

하루 만에 전부 돌고 거래까지 하려니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쳤다.


- 토닥. 토닥.


“고생, 했어.”

“아···. 고마워, 소니아.”


힘들게 마차를 끌고 있으려니 소니아가 응원해줬다.

힘든 건 소니아도 마찬가지다.

이번 거래에는 전부 소니아도 참관했다.

차츰 비서로서 활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는 잘 보고 있었고···. 눈썰미도 뛰어난 듯하니 상당히 도움이 되고 있지.’


소니아는 시종인으로 고용한 상황이다.

단순히 잔심부름만 해줘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그러나 나중에는 비서 역할도 맡겨보려고 한다.

그래서 잘되면 상단을 준비할 때 열심히 도움을 받고자 한다.


‘상당히 멀겠지만.’


가능성은 보인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여관으로 돌아가자.”


- 끄덕.


내가 할 일은 전부 끝났다.

플레이어의 유도는 바티스 백작을 통해서 전해진다.

플레이어의 지원도 북부 요새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덕분에 알파 도시는 일시적으로 시세가 폭등했지만, 뭐.


‘나중에 국왕이나 영주가 나서주겠지.’


이번 일은 한 도시의 운명이 좌우되는 일이다.

일시적으로 폭등한 시세는 더욱 위쪽에서 해결할 문제다.

일개 상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치적인 영향력이나, 상단 두 개 정도 있으면 가능할지도···. 아니, 지금은 일단 무리니 접어두자.’


무리해서 생각하려는 문제를 접어둔다.

일단, 지금 할 일은 끝났다.

남은 일은 쉬는 것뿐이다.


“소니아, 돌아가면 한동안은 쉴 거야.”

“···어째서?”


‘어라?’


“최근 일을 너무 했으니까. 너무 많이 움직이면 여러모로 주목받아. 그러면 다음 움직임이 더 힘들어져.”


- 지긋.


소니아가 먼저 물어본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오늘 하루 동안 같이 다닌 성과일지도 모른다.

소니아는 대답을 듣고 한참 생각하기 시작했다.

걷는 중이라면 주의를 시켰겠지만.


‘마차인 데다, 내가 끌고 있으니···. 더 생각하게 내버려 둘까.’


관찰한 결과, 소니아는 스스로 답을 고민하는 성향이다.

생각하고, 고민해서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묻긴 한다.

그래도 소니아는 스스로 답을 찾는 게 좋은 모양이다.


‘그게 좋긴 하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궁리하고, 이해하는 일.’


소니아가 정말 상인 일에 흥미를 보인다면 더욱 알려줘도 좋다.

최근에는 소니아에게 비서 일을 맡기려고 하고 있었으니까.


‘상당히 늦어졌네. ···오늘은 수면보다, 저쪽(현실)에서 쉬어야겠네.’


며칠 동안 이쪽(가상현실)에서 수면을 선택했다.

덕분에 이쪽(가상현실)의 활동 한계 시간이 가깝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완전히 이쪽(가상현실)에 있는 건 불가능한가? 식사도 해야 하고···.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데.’


잠시 단말기기의 기술에 관해서 생각해봤지만, 포기했다.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게다가 단말기기의 기술은 세계급 연구진이 연구해도 해석을 못 하는 물건이다.


‘여관에 가면 잠시 저쪽(현실)으로 돌아가야지.’


나는 이쪽(가상현실)과 저쪽(현실)의 시차를 생각하고 휴식 계획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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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pisode 22. 범죄 길드 (1) 21.09.16 13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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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pisode 19. 보상 확인과 초대 (2) 21.09.09 153 2 13쪽
83 Episode 19. 보상 확인과 초대 (1) 21.09.08 155 2 13쪽
82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4) 21.09.04 155 2 11쪽
81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3) 21.09.03 15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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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pisode 18. 보스와의 전투, 그리고 전직 (1) 21.09.01 151 3 10쪽
78 Episode 17. 레벨과 스킬 (4) 21.08.28 155 3 10쪽
77 Episode 17. 레벨과 스킬 (3) 21.08.27 152 3 9쪽
76 Episode 17. 레벨과 스킬 (2) 21.08.26 155 3 10쪽
75 Episode 17. 레벨과 스킬 (1) 21.08.25 153 2 10쪽
74 Episode 16. 사냥 준비 (4) 21.08.21 156 3 10쪽
73 Episode 16. 사냥 준비 (3) 21.08.20 151 3 10쪽
72 Episode 16. 사냥 준비 (2) 21.08.19 154 3 10쪽
» Episode 16. 사냥 준비 (1) 21.08.18 163 3 10쪽
70 Extra 4. 바티스 백작의 중얼거림 21.08.18 159 3 10쪽
69 Episode 15. 플레이어 유도 계획 (4) 21.08.14 15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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